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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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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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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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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8

DUMMY

한 명의 이름은 베나토르라고 했다. 그는 외지에서 온 용병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긴 얼굴, 속눈썹이 긴 처진 눈매의 남자였다.

특기는 척후, 사격, 격투, 해킹. 주로 사용하는 마법은 잠금 해제와 신체 강화. 결계 파괴도 가능하다고 한다.


남은 한 명은 로게인. 백발의 남자였으며, 전문 청부업자였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특기이지만, 괴물이라고 죽이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전투적인 기술들과 그에 관련된 마법이 특기인 자였다.


“요즘 뜨고 있는 친구들이로군.”


“맞아. 유능한 놈들이지. 협조성도 있고, 실력도 있어. 이 이상을 구하려면 쉽지 않을 걸. 혼자서 움직이는 놈들 중에서 이 이상 우수한 놈은 거의 없어.”


“월터. 나는 최고야.”


베나토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는 손아귀에서 카드를 만지며 놀고 있었다. 평범한 트럼프였지만 각각 강한 마법력이 느껴졌다. 저 카드가 베나토르가 마법을 사용하게 도와주는 매개였다.


하지만 릭이 눈여겨 본 것은 장갑을 끼고도 카드를 자유롭게 다룬다는 점이었다. 손을 쓰는 섬세한 기술이 우수한 듯 했다.


반면 로게인은 차가운 인상의 청년이었다. 입술 왼쪽에 세로로 난 흉터가 인상적인 그는 냉막한 인상의 남자였다.


월터는 베나토르와 로게인을 자랑스러운 상품인 것 마냥 소개했다.

그가 가진 최강의 패라는 듯한 인상이었다. 물론 팀 단위로 보면 더 우수한 스캐빈저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으로 활동하는 자들 중에서는 이 이상인 사람들은 적을 터였다.


“어떨까. 자네가 저기 저 친구만큼 우수하다고 자부하나?”


월터는 릭을 가리켰다.

베나토르는 피식 웃었다.


“장비를 제대로 사용한 흔적도 없는데. 전부 새것 같다는 말이지. 허세라고, 허세. 뭐, 그만한 돈을 모을 정도의 실력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호오, 자신 있게 말하는 군. 어떤가? 시아. 그 친구가 허세라는데.”


월터가 흥미가 있다는 듯이 묻자 시아는 싱긋 웃었다.

확실히 얕보일 가능성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릭과 베나토르를 싸움 붙일 생각도 없었다. 릭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부상은 입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고, 베나토르가 다쳐도 곤란했다.


다행인 건 릭이 이런 도발에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적어도 시아가 아는 바로는 릭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자부심을 비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릭이 바보 취급하게 둘 수는 없었다. 릭은 위상은 자신의 위상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월터. 내가 클론오크들로부터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던지 이야기 했던가?”


“흠, 솔직히 정확한 정보가 없더군. 도메니코의 정보를 팔아서 도망친 거 아닌가?”


“설마. 그런 걸로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해? 그의 도움을 받아서 탈출한 거야. 그가 아니었다면 나도 시체가 되었을 걸.”


“허풍이군. 클론오크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네 말대로라면 휠체어에 탄 상대를 놓칠 정도로 만만해 보이는 걸. 도메니코와는 어떤 거래에도 응하지 않았지?”


“그래. 도메니코 녀석은 죽었지. 녀석의 뒤를 봐주는 놈들도. 거기 친구에겐 클론오크도 거래에 응하게 할 정도의 힘이 있다는 건가?”


“그런 이야기야.”


실제로 릭은 클론오크들 중 하나를 죽이기까지 했다. 일반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빈민가 수준에서는 말이다.

클론오크는 자칭 상위 종족이라고 칭하는 마법 종족들조차 위협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대지진을 일으키고, 기후도 자유롭게 바꾸는 드래곤일지라도 완전 무장한 클론오크 부대가 상대하면 애먹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에 클론오크들이 상대하는 적들이 바로 드래곤과 반신들에 준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적할 만한 힘이 없으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즉, 클론오크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은 요새 안의 마법종족. 그것도 상위에 존재하는 자들이 상대로 대적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빈민가의 주민들에게는 꿈같은 일이었다.

최상위 스캐빈저들에게나 그런 재능이 존재하는 것이다.


베나토르 역시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는 자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클론오크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자신이 있냐고 하면 그건 다른 이야기였다.

클론오크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파괴의 화신들이었다.

오직 전투 기술만 갈고 닦았기에 어지간한 마법종족들도 오크들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야.”


베나토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로게인도 그다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서로 허세를 부리는 일 정도는 다반사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아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실력은 곧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네.”


월터는 대강 마무리 지었다. 이대로 두면 끝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래보여도 그는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바빴다. 이렇게 스케줄을 따로 잡아 손님을 상대하는 경우는 그 상대가 범상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시간을 쓸 수도 없었다.


그의 시간 1분, 1분이 가진 가치는 결코 적지 않았다. 평범한 빈민가의 주민이 하루 종일 일해도 그의 1분에 비하지 못할 터였다.


“좋아. 이쪽의 일을 알려줄게. 거부할 권한이 있어.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르거든. 소문의 신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우리는 그 안의 성물을 가지러 갈 거야. 실제로 어떤 건지 정보가 없지만, 의뢰인은 보는 순간 이거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


“떠난 신의 신전인가.”


로게인은 알고 있는 듯이 말했다. 베나토르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유명한 모양이군.’


릭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게 유명하지만 중요한 물건들이 남아있다는 건 그 중요한 물건들을 가지러 가기 어려울 정도의 장애가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버거울지도 모른다.

적어도 빈민가의 조직들은 손댈 수 없는 수준의 위협이 있을 것이다.


“거길 털겠다고?”


제정신이냐? 라는 말이 뒤에 붙지 않고 빠진 것 같았다. 적어도 베나토르와 로게인의 표정은 그랬다. 월터는 티를 내고 있진 않았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최대 6만 바우츠짜리 일이 쉬울 거라고 예상한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니지만.” 로게인은 망설임이 느껴지는 어조로 말했다. “내부 정보가 없는 미지의 장소로 들어가는 건 좀 그렇군.”


“그거라면 괜찮아. 내부 도면이 있으니까. 실제로 어떤 상태일지 모르지만, 사전 지식이 0인 상태로 들어가는 건 아니야.”


“워, 그걸 어디서 얻은 건가?”


월터가 흥미를 가진 듯 하지만 시아는 끊었다. 다니키로부터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알려준다고 해도 월터가 다니키와 끈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의뢰자가 다니키라고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알려줄 수 없다는 건가? 아무튼 보통 상대가 아니군. 적어도 이 근처 놈들은 아니야. 도시 안의 놈들인가?”


“마음대로 상상해. 어떤 식으로든 특정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겠지.”


월터는 아쉽다는 듯이 입을 다셨다.

신전의 도면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보통 인맥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 일 자체가 도시와 연관되어 있음은 분명했다.


시아와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


월터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성채 안에 연줄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정말로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법 종족은 인간을 먹잇감 취급하는 괴물들이었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먹어치우는 건 아니었다. 충분히 유능하다면 위에서 출세하는 것도 가능하며, 노동력으로서 살아가는 것도 가능했다.


결국 이 거리가 빈민가라고 불리는 이유는 자명했다.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들의 대부분이 성채 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 상층은 무시할 정도로 소비지상주의의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요새 안으로 들어가기를 원했다.

능력만 있다면 빈민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유능해서 성채 안의 사람들도 알 수 있을 만큼 유명해지던가, 어떻게든 위와 연줄이 있는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 인정받는 수밖에 없었다.


전자보다는 차라리 후자가 가능성이 있다.

여태까지 성채로 올라간 자들은 대부분 후자 쪽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시아를 통해서 윗선에 연줄을 댈 수만 있다면 자신도 언젠가 이 시궁창을 벗어나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좋아. 나는 하겠어. 솔직히 그쪽 친구 실력도 궁금하기도 하고. 승산 없는 일을 맡을 만큼 바보는 아니겠지. 클론오크는 도메니코가 무능했다고 두고 말이야.”


베나토르가 일을 받아들일 것을 선언했고, 로게인도 “사전 정보가 있다면 불만은 없다.”라고 참가 의사를 밝혔다.

시아로서는 저 둘 외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미 그들의 이름은 제법 알려져 있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유능함만 따지면 도메니코 아래에서 같이 일했던 에릭이나 더크 보다 위의 스캐빈저들이었다.


이 빈민가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방법으로 하루아침에 대령시킬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좋아. 식사랑 이동 수단은 이쪽에서 책임 질 거지만, 자신의 탈것을 타고 가겠다면 그래도 좋아. 출발은 지금 바로 할 거야. 혹시 못 본 볼일 있어? 있다면 취소하는 게 좋을 거야.”


“없어. 바로 출발해도 좋아.”


베나토르도 로게인도 상관없는 듯 했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장비를 갖추고 온 상태였다.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 것이다.


6만 바우츠나 지불할 수 있는 의뢰인이다.

그 정도 편의 정보는 얼마든지 봐줄 수 있었다. 이만한 금액을 내는 손님은 좀체 볼 수 없는 법이었다.


대체로 어려운 난이도라서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사기를 치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후려치는 놈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크게 돈을 내거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기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도 낮았다.

시아가 쌓아 놓은 명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명성들은 고작 포르네오 패밀리와의 불화 때문에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었다.


“그런데 휠체어에 타고 괜찮은 건가? 설마 댁들은 후방이라던가?”


“아니, 그런 짓은 하지 않아. 신뢰가 없으니까. 나도, 그도 들어갈 거야. 일단 내 운동능력은 썩 좋지 않으니 후방에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풀어나가는 것은 그야. 너희들은 그의 조수라고 생각해도 좋아.”


“허. 이거 자존심 상하는데. 그렇게 대단한 건가?”


베나토르와 로게인 모두 자신들의 취급이 아쉬워 보였다.

그 둘은 다른 곳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아 왔고, 중요한 일은 항상 본인이 직접 해결해왔을 터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들러리 취급.

6만 바우츠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받을 수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자존심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가서 보면 알아. 아무튼 그를 소개할게. 이름은 릭이야. 격투, 사격, 마법 전반에 뛰어나. 말했지만 클론오크와 문제없이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

아무튼 지금부터 넘겨주는 자료를 검토해. 적어도 지형 정도는 숙지해둬야 하니까.

네트워크에서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건 고마운 일이군.”


“차는 어떻게 할 거지.”


“나는 내 차로 가겠어.” 로게인이 그렇게 말하자 베나토르도 “나도 내 애마를 탈거야. 좀 난폭하지만 좋은 차거든. 이제 이 녀석이 아니면 엉덩이가 불만족스럽다고.”


세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며 릭은 암담했다.

베나토르와 로게인이 자신을 만만하게 본다거나 하는 건 사소한 일이었다.

정말 중요한 건 언제까지 이 과묵한 용병 역할을 이어가야 하냐는 거였다.


말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말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입이 무거운 타입의 인간은 아니었다.

다들 재밌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신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면 그것도 나름 소외감이 느껴지는 일인 것이다.


‘외롭군.’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시아의 호위역을 충실히 이행하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작가의말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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