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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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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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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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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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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DUMMY

[아르나. 나가도 좋아. 외부 침입을 경계해.]


[그 말을 기다렸어.]


아르나는 반가운 어조로 네트워크에서 빠져나갔다. 아직 네트워크가 부담스러운 그녀로서는 기쁜 소식이었다.

릭과 시아는 아직 남아 있어야 했다. 릭은 남아서 여전히 감시망을 속여야 했고, 시아가 본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버텨야 했다.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내부에는 질리온의 네트워크 감시 AI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버넷의 감독AI들 역시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질리온의 네트워크워커들의 직접 감시 역시 속여야 했다.


화면을 조작한다고 해도 이 짧은 시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녹화한 영상을 틀어 놓는 것 정도였다. 시간을 끌려면 끌 수 있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아르나가 있는 것처럼 위장을 하고, 미리 심어 놓은 백도어로 내부의 감시카메라를 확보했다.

할 수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외부 동향을 감시하는 일이었다.


이 다음 할 일은 승강기의 제어권을 손보는 일이었다.

승강기의 제어권을 손에 넣으면 탈출의 안전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것과 같았다. 부츠캣이 감시망의 제어권을 손에 넣으면 내부에서 병력이 이동하는 일도 제어가능하고, 여차하면 경비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직은 순조로워.’


최선의 상황은 점검을 했다고 적당히 속이고 들키는 일 없이 빠져나가는 거였지만 그렇게 될 리는 없었다.

아무리 훈과 시아가 일반적으로는 감지 불가능한 방식의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질리온의 네트워크 워커들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금은 외부 인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감시 역시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을 터였다.


벌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봐야 10분 이내인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시간을 벌 경우에 도달할 수 있는 수치였다. 운이 따라줬을 때의 이야기인 것이다. 최선의 상황을 유지하려면 5분 안에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질리온의 네트워크 워커들의 눈을 속이고, 경보를 발생시키지 않은 상태로 승강기에 올라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운이 나쁘면 5분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고 들킬 수 있었기 때문에 릭은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질리온의 네트워크 워커들을 상대할 준비를 해둔다.


이것도 오래 견디지는 못했다. 짧은 시간에 준비한 임시방편이었다. 너무 많은 함정을 준비해도, 감시망이 변화를 알아차리고 경보를 울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찾았어. 이제 전송만 하면 돼.]


1분 정도 지났을 때 시아가 보고해왔다.

상황은 예정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경계레벨이 올랐지만 간단한 문답만하고 넘어갔다.

점검 중 경계레벨이 오르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는 점은 확인해두고 있었다.


네트워크상의 변화를 감지해서 이를 등급별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경계레벨 1에 머무르고 있다는 건 이쪽이 잘 속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점검이 진행되지 않고, 검색이 진행되고 있지만, 점검 중이라고 속이는데 성공한 것도 모자라 감시 시스템은 그 사실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인이여, 감시시스템의 1레벨 제어권한을 강탈했습니다.]


부츠캣이 보고해왔다. 전체 권한을 강탈하지는 못했지만 탈출할 때 교란을 가하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 권한을 이용해서 경비 안드로이드를 몇 대 탈취해둔다면 탈출에 용이할 것이다.


[잘했어, 부츠캣. 예정대로 부탁해.]


부츠캣이 할 일은 정보차원으로 전송된 자료를 들고 거점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이것만 완료되면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무를 필요는 없었다.


[아르나. 감시 카메라 영상을 공유하겠어.]


[확인. 바깥은 맡겨줘.]


아르나는 신이 난 듯 했다. 이런 상황이 즐거운 듯이 보였다. 릭과 시아가 긴장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아르나는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그저 색다른 경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것 치고는 해야 할 일은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르나는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장비들은 몰라도, 처음 위장을 위해 어질러 놓은 장비들을 언제라도 들고 도망갈 수 있게 정리해둔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 들어오는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지 체크하고 있었다.


[전송 완료.]


시아가 전송을 완료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접속 이력은 전부 삭제했어, 복사 기록도 수정했고. 어떤 파일을 빼앗겼는지 알아내진 못할 거야.]


[시간은 조금 남았군. 이쪽은 아직 좀 남았어. 잠시만 기다려. 좋아 이탈하자.]


릭은 시아와 함께 데이터베이스에서 접속을 끊었다. 물론 그냥 접속을 끊은 건 아니었다. 고스트를 남겨서 접속을 유지 중인 것처럼 꾸미는 것도 있지 않는다.


곧바로 전원이 접속을 끊는다면 근무지 이탈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감시시스템은 속일 수 있다고 해도 오버넷의 감독AI까지 속이는 건 어려웠다.

거리가 너무 멀고 독립 AI인데다가 수도 많아서 한 번에 처리하기 쉽지 않았다.


한다면 은밀하게 접속해서 하나씩 제거하는 방법뿐이지만, 그런 일이 가능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예상보다 2분 정도 시간을 번 것은 잘 된 일이었다. 이대로 빠져나가면 다니키가 예상한 상황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다니키의 예상대로라면, 경비 안드로이드를 뚫고, 질리온의 정예 마법사들과 경비 시스템 전체와 싸웠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간다면 훨씬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정예부대와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경우에도 부담이 훨씬 덜했다.

놈들의 경비 체계에 흠집을 내놓고, 경비 안드로이드들까지 일부 탈취했던 것이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건가?”


아르나의 확인에 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주 경로의 보안장치는 일단 무력화해놨지만 맹신하지 않는 편이 좋아. 질리온의 넷워커라면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곧 전원이 꺼질 테니 다들 대비해둬.”


릭은 그렇게 경고하며 경비 안드로이드를 앞세웠다.

마지막 작업이었다. 전력 공급을 차단해서 일시적으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예비전력이 있는 만큼 큰 타격은 아니지만, 경비체계에 문제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우왓! 뭐, 뭐야!”


목격자는 가볍게 제압한다. 전기충격을 줘서 단번에 기절시키는 것이다.

드워프는 내구력이 좋은 편이지만 기습을 당하면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이 구역에 사람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드워프들이 조직적으로 대항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였다.


거기에 연구원들이면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천성적으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타고나는 마법생물들과는 다른 것이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전력이 끊어졌다.

비상전력이 가동된 건 금방이었다. 한 순간 멈췄던 승강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지하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엘리베이터 뿐이기 때문에 정전 중에도 엘리베이터는 중요 설비 못지않게 중요한 전력공급 대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지하층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전부 갇히게 되니 엘리베이터를 살려두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필요하다면 엘리베이터의 전원을 당장 끊어버릴 놈들이긴 하지만 구조 자체는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엘리베이터가 동작하는 것을 보며 일행은 한시름을 놓았다.

이제 위로 올라가서 탈출하면 된다. 거기서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아직 경보는 울리지 않고 있었다. 위장 공작이 생각보다 잘 먹히고 있는 듯 했다.

그게 아니면 완전무결한 시스템을 믿고 작은 오류 정도는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너무 순조로워서 무서운데.”


시아가 어색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계획대로만 돌아간다면 대부분의 일들을 쉽지는 않더라도 손해를 최소화해서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었고, 예상 밖의 상황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럴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법이지.”


그렇게 말하는 아르나였지만 정작 본인이 가장 긴장과는 거리가 먼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점을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녀에게 이건 오락과 같은 일일 것이다.


반신이라고 해도 봉인 덕에 마력이 약화된 그녀는 무적이거나 한 건 아니지만, 위기감보다는 즐거움이 앞서는 듯 했다.


애초에 그녀 정도의 강자에게는 이런 상황 자체가 처음일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 벌레 같은 존재들을 상대로 빌빌거리는 상황이 굴욕적일만도 한데 이렇게 즐겁게 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제법 전투광이거나 스릴을 즐기는 타입일지도 몰랐다.


“위로 올라가면 그때부터가 진짜군.”


아르나는 손이 근질거리는 듯 했다.


“우선 경비 안드로이드들을 앞세울 거야.” 릭은 감시를 위해 함께 왔던 경비 안드로이드들을 가리켰다. “이 녀석들을 앞세우고, 위로 올라가면 몇 놈 권한을 뺏어둔 놈이 있어. 경비 시스템에 통로를 만들어 뒀으니 부츠캣이 필요하면 지원해 줄 거고.

질리온의 정예부대와 맞부딪치지 않는다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지.”


“그 질리온의 정예부대도 탈취한 경비 안드로이드로 막아서고 말이지?”


시아의 입에 함박웃음이 맺혔다.

이런 고난이도 임무를 이렇게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승리의 미주를 마시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순조롭게 돌아가다니.”


질리온의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도시 내에서는 강점이었지만, 릭과 시아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덕이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하기에는 일렀다.

1층부터 탈출 할 때까지 중요했다. 1층에 올라간 순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경비 안드로이드들은 부츠캣의 공작으로 반응이 느리겠지만, 이 공단의 경비를 전부 안드로이드가 하는 건 아니었다.


정예 마법사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드워프로 구성된 사병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당연히 추적이 따라올 것이고, 추적을 뿌리치지 못하면 완전히 도망쳤다고 할 수 없었다.


추적까지 따돌리고, 데이터를 다니키에게 전달했을 때야 겨우 의뢰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질리온의 마법부대도 상당히 강력하지. 정상적으로 붙게 되면 꽤 곤란할 거야. 오크 병사들에 필적하는 수준이니까.”


“맞부딪치면 안 된다는 수준인데.”


시아가 벙찐 듯 말했다.

클론 병사들의 무서움은 이미 한 번 겪어봤다. 오크 클론들이 나름 거대한 크기의 집단을 고작 9명이서 몰아붙인 것이다.


지금은 릭에게 한 명이 죽어서 8명이 되었지만, 그 상황에서 포르네오 패밀리를 박살내고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포르네오 패밀리는 다른 빈민가를 주름잡던 중요 세력에서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당한 건 포르네오 패밀리만도 아니라서 근방 조직들은 클론오크들에 의해 추방되듯이 쫓겨났다.


그런 꼴을 본 덕에 시아의 입장으론 클론오크들이 두려웠다.


적어도 일반적인 수준의 스캐빈저들은 클론오크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실력, 장비, 신체조건. 모든 분야에서 클론오크들보다 못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군에서 이계의 존재들과 교전을 거듭한 경험 덕인지 정신력도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클론 오크들은 강인한 육체에 불굴의 정신을 갖춘 이상적인 병사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비를 모두 갖춘다면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릭으로서도 껄끄러운 상대이긴 했다.

특히 다수가 연대를 이룬다는 점이 어려웠다. 1:1이라면 그래도 승산이 높겠지만, 연계전투가 되면 역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일은 싸우지 않는 쪽이 이득이지. 가능하면 우리 힘은 쓰지 않고 끝내는 것 말이야.”


예상치 못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보다 계획대로 차곡차곡 진행되는 편이 훨씬 좋았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릭은 1층 버튼을 눌렀다. 짐은 시아가 들었다. 릭과 아르나는 전투를 준비했고, 경비 안드로이드들을 앞에 세우고 도착을 기다린다.


문이 열렸다.

아직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안드로이드들을 앞세우며 릭과 아르나 시아가 달려 나갔다.

다른 경비 안드로이드들은 반응이 없었다.

길드원들이 로비의 입구에서 뛰어가는 세 사람을 봤지만 당장 반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이 질리온 내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리 없다는 믿음이 반응을 둔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보가 울린 건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쯤이었다.


입구를 막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다.

시아는 운전대를 잡고 네트워크에 다이브해 차에 직접 연결을 시도했다. 이걸로 시아는 운전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즉, 추격자들을 요격하는 것도, 가로막는 벽을 뚫는 것도 릭과 아르나가 해야 했다.


타이어가 거친 신음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정비소의 차가 출발했다.

동시에 릭은 자신의 영향 아래에 있는 경비 안드로이드들에게 명령했다.


추적자들을 처리하라.


지금부터가 진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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