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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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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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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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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DUMMY

부츠캣은 찾을 수 없었다. 소멸했다고 봐도 좋을 거라고 릭은 결론을 내렸다.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덕분에 시아가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살아난 시아가 무리해서 갈프라이던의 빈틈을 노려준 덕에 릭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부츠캣 덕에 위기에 처한 둘이 살 수 있었던 셈이니, 엄청난 공을 세우고 갔다고 할 수 있겠다.


‘명복을 빌어주마. 고맙다, 부츠캣.’


그저 감사하다고 말한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릭은 가슴이 울적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부츠캣과는 제법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이 세계에 온 이후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함께 한 것이다.


어떤 의미 제일 처음 만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다.


속으로는 한숨이 나오지만, 지금은 그 한숨을 삼켜야할 때였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하나같이 심각한 것들이었고, 해결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칼날이 되어 릭 자신의 턱밑으로 들어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만이 아니라 시아나 아르나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일이 이 이상 나쁘게 흘러가는 사태는 피하고 싶은 게 릭의 심정이었다.


‘월터도 연락이 되지 않는 군.’


운전 중인 시아를 대신해서 월터에게 연락을 취해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어쩌면 월터는 처음 접촉해오는 상대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했었지만. 그럴 경우에는 이쪽을 조사하려는 시도정도는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면 월터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크게 시사했다. 드래곤은 이런 일에 있어서 철저한 편이다.

머리가 좋고, 자원이 많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온갖 방면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온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한 번 일이 실패했다면 그 뒷수습도 빼놓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좀 더 확실한 수단으로 공격해올 것이다.


‘그 사이에 내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안 돼.’


갈프라이던이 보여준 능력은 좋은 예제였다. 릭은 지금까지 정보차원에서 물질세계로 역행하는 일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프라이던은 해낸 것이다.

그때 릭은 갈프라이던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거의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갈프라이던이 가능한 일은 자신도 가능할 거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출력은 같다. 부족한건 경험과 기술인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다음은 기술을 갈고 닦으면 그만이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거고,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마법을 배운다는 행위가 위험을 동반하듯이, 이 기술도 마찬가지의 위험이 존재할 터였다.

아니, 그 이상의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술을 배우면서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머리가 깨질 수 있다거나하는 위험과는 격이 다르다. 차라리 몸에 장애가 생기거나 죽는 편이 낫다고 여겨지는 꼴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지금까지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다르다.

감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월터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원래 그가 알려준 곳은 아니지만, 릭과 시아가 이번 일을 조사하면서 알아둔 장소였다.

이 방문을 월터가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의할 수도 없을 터였다.


그곳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생각하면 말이다.

브로커가 스캐빈저를 함정에 빠뜨린다면 신뢰관계가 생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신뢰야말로 이 바닥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신뢰와 신용이 없다면 누구에게 일을 맡기고 누구에게서 일을 받겠는가?

최소한 비즈니스가 성립되게 만드는 요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뒷골목의 쓰레기들 사이에서도 명분이 중요하기 마련이었고, 그들끼리의 기묘한 규칙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브로커와 스캐빈저도 다를 거 없었다.

아니,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면 어디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어디라도 다를 이유는 없다고 릭은 생각했다.


“내가 앞장설게.”


릭이 앞장서려고 하자 아르나가 가로막았다. 아르나는 자신이 앞서 가겠다고 말했다.


“너는 정보차원 쪽을 경계해. 이쪽은 내게 맡겨. 네트워크는 시아가 막아 주겠지만, 갈프라이던을 막을 수 있는 건 너 뿐이겠지.”


“뭐, 그렇지.”


시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질리온의 AI가 시아를 표적으로 삼았을 수도 있었다.


갈프라이던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모르지만, 질리온의 AI가 시아를 습격해왔다.

이게 갈프라이던이 질리온과 협력관계여서 가능했던 것인지, 갈프라이던의 능력으로 AI에 개입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건 시아는 일단 AI에게 찍힌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잘못 하면 언제든지 습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아르나의 제안대로 포지션을 분배하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거기다 이제 부츠캣은 없다.

저번 같은 요행은 바랄 수 없는 것이다.


시아도 질리온의 킬러AI에 대비해서 대안을 준비해뒀다고 하지만, 릭이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편이 분명히 더 나을 터였다.

아르나 정도면 여기 빈민가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최고의 마법사일 테니 맡겨도 지장 없을 거라고 판단한 릭은 그녀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건물은 4층 건물이었고, 4층에 월터의 사무실이 있었다. 1층은 그의 개인적인 경호원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였다.

2층은 업무를 보는 직원들이 있는 장소였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3층은 각종 장비가 놓인 창고였으며,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3층의 창고에 놓여 있었다.


“이미 늦었군.”


아르나가 김빠진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혹시나 싸울 일이 있지 않을지 기대한 것 같지만, 이미 이곳은 털린 뒤인 듯 했다.


시아가 깨어나길 기다린 게 패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상황에서 시아를 두고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며칠을 대기해야 했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확인하는 일 자체는 나쁠 것 없었다.

놈들이 어떤 대응을 해뒀느냐에 따라서 이쪽의 대응도 결정할 수 있었고, 적의 수준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릭은 주변을 살폈다.

멀쩡한 가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총을 쏜 것 같지는 않았다.

총기보다는 냉병기를 이용해 공격한 것을 보면 마법종족이 나섰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생각해?”


정보차원에 연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 못하는 릭은 아르나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마법적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정보계와 영계의 힘을 다룰 수 있지만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었다.

이 강력한 두 힘의 원천을 결합하려 다룰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위업이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가능하려면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서로 간섭하지 않게 활용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건 만으로도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긴 하지.’


마력으로 움직이는 강력한 골렘에 정보정령이 들어가서 싸우게 하거나 하는 일도 가능하긴 할 것이다.

물론 강력한 골렘을 만드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릭이 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가능한 이야기란 거였다.


“마법이 사용된 건 틀림없군. 아마 짐승 형태의 마법 종족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여길 봐. 손톱자국이야.”


“음.”


4갈레의 날카로운 흔적이 벽에 나 있었다.

그것도 깊이 새겨져있는 것을 보면 힘도 보통이 아닌 듯 했다. 흔적을 낸 도구가 발톱이리고 생각할 때 대단히 날카롭고 단단한 발톱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정체를 알만한 흔적이 있을까?”


“마법적인 흔적은 남아있지 않아. 그리고 시체도 모조리 치웠고, 피도 지웠어. 하지만 뭔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있지. 시아. 내 고글이 보는 광경은 다 내게 전송되는 거지?”


[그래. 다 내게 전송 돼. 화상으로 찾을 수 있는 건 내가 찾을 거야. 맡겨 줘.]


“그렇다는 군.”


“부탁할게.”


릭은 시아에게 그렇게 말한 후 스스로도 주변을 확인했다.

확실히 흔적은 깔끔하게 지워진 상태였다. 전투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시체도 핏자국도 없었다.


혹시라도 벽에 새겨진 흔적이나 부서진 가구에 남은 흔적 외에 다른 단서가 있을지 찾아봤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나는 하나 찾아낸 듯 했다.


“비늘이다. 파편이야. 아마 총알 같은 것을 맞고 튀어나온 것일지도 모르겠어.”


“비늘 조각? 파충류라면 드래곤이라도 온 걸까? 감시 카메라에는 별 다른 게 잡히지 않았는데. 그런 거대한 놈이 왔다면 알았을 걸.”


이 근방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차도 종종 오간다.

월터는 이 일대의 질서를 잡고 있었다. 이 주변은 말하자면 중립지대였다.

우수한 브로커인 월터는 다양한 조직들과 거래를 하고 있었고, 그 조직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월터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월터 역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비는 당연히 해두고 있었다.

사방에 감시카메라와 도청기가 깔려 있으며, 월터의 영향력 아래의 사람들이 정보를 주워 보고하는 것이다.


사람들이야 조사하지 않았으니 모른다고 해도, 기계에 대해선 릭과 시아는 전문가였다. 하지만 감시 카메라와 도청기 어느 쪽도 그런 위험한 마법 생물이 도착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다.


“어떻게 접근해왔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군.”


“은밀하게 움직이는데 도가 튼 거겠지. 기계를 속이는 주문이나 기술이 어딘가에 있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거야.”


“성벽 안에는 없었나?”


“모르겠는데. 나는 기술 쪽은 무지해. 마법 쪽은 전문이지만. 하지만 가능성은 지워두지 않는 편이 좋아. 그게 아니더라도 공간이동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차원문을 열었을 수도 있지. 어느 쪽이건 조건이 붙지만 갈프라이던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키워왔다면 어렵지 않을 걸.”


“확실히. 놈은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을 테니까.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넷워커들과 접촉해서 끄나풀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갈프라이던은 정보차원의 정령과 비슷한 꼴이 되었음에도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넷워커 한둘 정도 지배하에 두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일 터였다.


‘오히려 감시카메라와 도청기가 도처에 깔려 있는 만큼 감시하기는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군.’


월터가 자신의 방어를 위해 만들어둔 방어책이 갈프라이던에게 고스란히 이용당했단 이야기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정보차원에서 직접 접촉해오면 네트워크 밖에 못 다루는 일반적인 넷워커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만큼 정보차원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넷워커들을 상대로는 강력한 능력이었다.

만약 시아가 정보차원을 릭만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면 부츠캣의 희생 없이 생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정도의 영역에 도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릭의 지도를 받고 있는 시아도 전진이 느렸다.

거기에 요즘 여러 가지일로 학습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력의 유무로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살아 돌아온 것이 감사할 뿐.


아르나는 앞장서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역시 마찬가지로 파괴되어 있었다. 2층에 있던 직원들도 모조리 몰살당한 모양이었다.


이곳에서는 별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공격자들은 편집증적으로 보일 정도로 철저하게 흔적들을 지우고 돌아간 모양이었다.


‘이걸로 갈프라이던이 비밀스럽고 철저한 성미의 소유자란 사실을 알 수 있군.’


방심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드래곤같은 강력한 상위 마법 생물은 방심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동급의 마법생물이라면 모를까. 인간이나 다른 하위 마법종족을 깔보는 것이다.

타고난 능력 자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닌 당연한 이야기이긴 했다.

갈프라이던도 그랬다면 그 방심을 찔러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치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프라이던에게 방심의 기색은 없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갈프라이던이 릭을 위협적인 상대라고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건 갈프라이던이 릭에게 절대 방심할 일이 없다는 의미였다.


3층은 더욱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석조 바닥의 표면이 녹아 변성될 정도로 강력한 화력으로 태워버린 듯 했다.

아예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층.

기묘하게 꾸며진 월터의 시신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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