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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搖籃)의 환상서재

귀환병사歸還兵士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요람(搖籃)
작품등록일 :
2013.05.25 21:48
최근연재일 :
2013.10.20 21:1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86,369
추천수 :
3,041
글자수 :
47,617

작성
13.05.30 20:03
조회
38,688
추천
288
글자
10쪽

제3장. 선물膳物

DUMMY

그날, 늦은 저녁이 돼서야 무린은 옆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린이 도착한 곳은 명상明上이란 이름을 가진 촌으로 무린이 출발했던 마을보단 훨씬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일단, 여장을 풀 수 있는 객점이 있다는 것부터가 굉장히 차이가 났다.

무린이 객잔에 들어서자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점소이가 얼른 뛰쳐나와 무린과 장백을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물론 피곤한 모양인지 감긴 눈과 잠긴 목소리로 반겼지만 무린은 전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남는 식탁에 앉은 무린은 점소이에게 물었다.

“간단한 요기가 가능합니까.”

“네, 그럼요. 소면이나 소채볶음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요.”

“그럼 그걸로 두 개 가져다주시겠습니까.”

“네.”

점소이가 인사를 꾸벅 하고 사라지자 무린은 앞에 앉은 장백을 쳐다봤다. 장백은 무린의 빠른 걸음을 따라오느라 피곤에 잔뜩 절은 모습이다.

무린이 출발한 무명 촌에서 이곳 명상 촌까지는 일반 사람들의 걸음이었다면 하루가 아닌, 다음날 정오는 되어야 도착할 거리였다.

그걸 무린은 거의 반으로 줄였다. 북방에서 주둔지를 옮길 때 자주 하던 속보 행군 속도로 걸어 온 것이다.

그런 무린의 걸음을 따라 걸었으니 장백이 피곤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힘이 드느냐.”

“네? 아이고, 아닙니다.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지 발이 아픈 걸 빼면 그렇게 피곤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은.

얼굴에 이미 다 씌어있다 이놈아.

무린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본인이 피곤하지 않다 말하는데 하는데 더 말하는 건 괜히 장백을 곤란스럽게 만들 것 같아서였다.

“여기, 차 한 잔 드세요.”

“고맙습니다.”

무린은 점소이가 내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들어 일단 향을 음미했다. 별다른 향은 나지 않았다.

그 다음은 혀끝으로만 슬쩍 맛을 보았다.

살짝 쌉싸름한 맛이 났다.

“너도 마시 거라. 따뜻한 차는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음이니.”

“네, 알겠습니다.”

무린의 말에 장백은 두말 하지 않고 차를 들어 후루룩 거리면서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한 차가 들어가니 추위에 살짝 질린 얼굴에 점차 홍조가 돌기 시작했다.

무린도 마찬가지였다.

‘차 한 잔의 여유라. 이게 얼마 만이던가.’

전장에서 과연 차 한 잔 마시면서 쉴 수 있을까? 군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수뇌들이야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무린처럼 일반 지휘관 출신은 차가 아니라, 찻잎조차 구경하기 힘든 게 정상이었다.

물론 아예 못 먹어봤던 것도 아니었다.

가끔 배정됐던 특수 병과 지휘관으로 갔을 때나 무린을 잘 보았던 부장급 지휘관을 만날 때는 간간히 얻어 마시기도 했었다.

차의 효능은 상당히 많다.

그리고 무린은 그런 효능을 잘 받는 신체라 싸구려 차인데도 몸에 바로 반응이 오는 걸 느꼈다.

물론, 무린의 심적인 마음이 반응을 이끌어 낸 게 주 이유이긴 했다.

말없이 그렇게 차를 마신지 일각이 지났을 무렵 무린이 시킨 소면과 소채볶음이 나왔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점소이에게 인사를 한 무린은 일단 소면을 그릇째 들어 육수부터 맛봤다. 구수한 게 맛이 제대로였다.

“음…….”

그에 무린은 저도 모르게 나직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사실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은 무린이었다.

무명 촌보다는 크다지만 이곳 명상 촌도 성 같은 곳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래서 음식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무린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눈이 번쩍 떠지는 맛까지는 아니지만 감탄사가 나올 맛을 본 것이다. 그것도 객잔의 가장 싸구려 음식이라 평하는 소면에서 말이다.

무린은 이번엔 면을 먹어 보았다.

‘괜찮군.’

맛있었다.

확실히 맛있었다.

어쩌면 성城에서도 이런 맛은 쉽게 찾지 못할게 분명했다. 진하고 고소한 육수가 면발에 잘 스며들어 조화가 상당히 좋았다.

다음은 소채볶음.

“우와! 이거 맛이 기가 막힙니다! 저희 어머니가 해주시는 것보다 더욱 맛있습니다!”

소채볶음에 대한 품평은 무린이 아닌 장백이 했다.

그는 정말로 맛있는지, 아니면 허기가 너무 져서 그랬던 건지 그도 아니라면 둘 다 인건지 아주 허겁지겁 소면과 소채볶음을 먹었다.

아니, 먹고 있다. 이런 표현보다는 흡입吸入하고 있다. 이런 표현이 더욱 어울릴 것 같았다.

‘녀석.’

무린은 그런 장백을 보고 희미하게 웃고는 다시 젓가락을 놀렸다. 무린도 배가 고팠는지 점점 젓가락을 놀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점잖을 떨다 본능에 이끌려가는, 그런 모습 같았다.

이윽고 식사가 다 끝나고 무린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장백은 물론 이미 자신의 것을 다 먹고 무린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차 한 잔 더 드세요.”

“고맙습니다. 아, 음식이 참 맛있습니다. 주방숙수熟手님께 잘 먹었다고 감사인사 전해주십시오.”

“헤헤. 네, 그러겠습니다.”

무린은 이 정도 음식을 맛보여준 숙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직접 나서기 보다는 점소이에게 전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 대신 인사를 부탁하고는 무린이 식사할 무렵 문앞의 계산대에 나와 앉은 중년 여인에게 다가갔다.

“방이 있습니까.”

“그럼요. 혼자 쓰실 방도, 두 분이 같이 쓰실 방도 넉넉히 있답니다.”

무린의 질문에 중년 여인, 이 객잔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은 넉넉한 미소와 함께 친절히 대답을 했다.

“그럼 두 명이 쓸 방을 하나 주십시오. 하루 간 머물 생각입니다.”

무린이 그렇게 말하자 주인은 좀 전 식사를 포함한 값을 얘기해줬고, 무린은 품안에서 은전 조각 말고 가지고 있던 동전을 꺼내 계산을 치렀다.

방으로 올라온 무린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객실이 마음에 든 것이다.

“먼저 쉬거라.”

무린이 장백에게 먼저 쉬라 말하자 장백도 무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 가실 생각입니까?”

“잠시 몸 좀 풀고 오마.”

그 물음에 무린은 대답과 함께 창을 슬쩍 들자, 장백은 곧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의 침대에 앉았다.

밖으로 나온 무린은 청소를 하고 있는 점소이에게 물었다.

“혹, 주변에 공터가 있습니까. 사람의 이목이 좀 덜한 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 곳이라면 굳이 찾으실 필요가 없어요. 저희 객잔 뒤편에 손님이 찾는 곳이 바로 있거든요. 헤헤.”

“고맙습니다.”

“저쪽 문으로 나가시면 되요.”

“네, 그럼…….”

무린은 살짝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한 후 점소이가 말한 문으로 나갔다. 그러자 점소이의 말처럼 담이 쳐져 있고, 한쪽엔 측간이, 중앙에는 우물이 있는 공터가 나왔다.

구름이 없어 달빛이 비추는 공터는 늦은 밤이지만 객잔의 불빛과 함께 수련하기엔 안성맞춤의 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후우…….”

공터 한쪽에 선 무린은 잠시 창을 내려놓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을 한지 얼마 안 되어 과격한 수련보다는 일단 소화를 시키는 게 먼저라 생각해서 천천히 몸을 풀고 시작할 요량이었다.

약 이각에 걸쳐 몸을 푼 무린은 바닥에 내려 둔 창을 잡았다.

“후우, 후우, 후우…….”

그리고 자세를 잡은 무린의 신형이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쉭!

허식 없는 찌르기.

상대의 중단을 노리며 빛살처럼 들어간 이 찌르기는 곧 무린이 전장에서 십오 년을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가장 큰 무기다.

그래서 무린은 하루도 이 찌르기를 빼먹지 않았다.

정말, 그날 전투를 치루지 않는다면 말이다.

쉭!

쉬익!

진각과 함께 찔렀다 회수하고, 다시 진각과 함께 재차 찌르기. 일견 이 지루해 보이는 동작은 객잔의 불빛과 달빛에 어우러져 굉장히 절도 있고, 묘한 신비감을 형성했다.

쿵!

쿵…!

쿠웅…!

진각소리도 점차 강해졌다.

신체가 적응을 하며, ‘더 빠르게. 더 강하게!’를 외치는 무린의 마음속 갈망에 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후우.”

약, 삼백 번의 찌르기를 끝낸 무린은 이내 멈추고 숨을 골랐다.

반각동안 숨을 고른 무린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찌르기, 휘두르기, 막기를 연환해서 수련하는 방법이었다. 무린이 이걸 수련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언제나 일대일 보단 일대 다가 정석인 전장을 거쳐 온 무린. 그래서 항상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피는 게 일이었는데, 나중에 그게 도움이 되었다.

한 마디로 이건,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보는 게 타당했다.

쉭!

쿠궁!

휘리릭!

찌르고, 진각과 함께 창을 가로로 세워 돌격을 막고, 창을 풍차처럼 돌리다가 사납게 휘두르고.

이 간단한 동작들은 사실 연환 시키기 쉽지 않다.

그것도 똑같은 연환이 아닌, 순서가 변하고, 위치가 변하고, 동작을 항상 변화시켜 연환 시키는 건 더욱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결코 허식이 없고, 실전 주의적 움직임만 보여주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을 막고, 치고, 빠지고, 다시 치고, 찌르고, 다시 빠지고.

무린은 이 모든 걸 아주 능숙하게 해나가고 있었다.

그 어려운 걸 말이다.

이걸 보면 무린이 전장에서 살아남은 게 결코 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연환식連環式 수련은 거의 이각이 넘도록 이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칠어진 숨을 다듬는 무린의 얼굴은 물론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흑색 무명복은 이미 땀에 절어 무린의 온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걸 보면 무린이 얼마나 수련에 힘썼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후우, 후우. 후우……”

점차 무린의 거친 호흡이 잦아들며,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짝짝짝.

“음?”

일종의 금기禁忌가 벌어졌다.




잔잔하나, 격동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의말

그저 열심히 쓸 뿐입니다.


목요일 입니다.

내일은 활활 타오르는 날이군요.


그래도 연재는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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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3장. 선물膳物 +34 13.06.01 39,956 326 11쪽
10 제3장. 선물膳物 +28 13.05.31 36,572 250 10쪽
» 제3장. 선물膳物 +20 13.05.30 38,689 288 10쪽
8 제3장. 선물膳物 +28 13.05.29 39,805 287 11쪽
7 제2장. 적응適應 +32 13.05.28 40,338 223 10쪽
6 제2장. 적응適應 +21 13.05.27 41,299 303 10쪽
5 제2장. 적응適應 +24 13.05.26 40,049 228 10쪽
4 제2장. 적응適應 +18 13.05.26 45,299 301 9쪽
3 제1장. 귀환歸還 +24 13.05.25 45,301 209 9쪽
2 제1장. 귀환歸還 +20 13.05.25 55,743 225 7쪽
1 서序 +13 13.05.25 47,562 14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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