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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搖籃)의 환상서재

귀환병사歸還兵士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요람(搖籃)
작품등록일 :
2013.05.25 21:48
최근연재일 :
2013.10.20 21:1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86,367
추천수 :
3,041
글자수 :
47,617

작성
13.05.26 21:36
조회
45,298
추천
301
글자
9쪽

제2장. 적응適應

DUMMY


무린은 두 동생이 잠들고, 조용히 방을 나서 낡아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마루에 앉았다. 휘영청 떠있는 달을 올려다보니 새삼 현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휘이잉.

매서운 바닷바람이 무린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무린은 움찔거리지 조차 않았다. 이 정도 바람은 북방에선 사시사철을 맞고 사는 바람이다.

아니, 봄바람만큼도 안 되는 바람이었다.

오히려 머릿속을 깨끗하고 맑게 씻어줄 뿐이었다.

‘가족을 찾았다.’

찾았다.

오매불망까지는 아니었으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무린에겐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두 동생이 건재하다.

청초하고 아름답게 핀 꽃이 되어 건강하게 재회했다.

‘그게 어디랴.’

그리고 조금 나눈 대화지만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두 동생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호연화.

그러니까 무린의 어머니는 엄격하셨다.

기억 속에 어머니는 항상 아픈 신색이었지만 누구보다 따뜻했으면서 반대로 엄격하셨던 게 바로 어머니셨다.

특히 어머니가 가장 엄격해지실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무린을 공부시킬 때였다. 열 살이 넘어서부터 시작된 어머니와의 공부는 어린 무린에게는 고된 일이었다.

열 살이면 정말 특별하지 아니 하고는 철없이 뛰어놀기 바쁜 나이였다. 허나 무린은 그걸 강제로 멈춰야 했다.

기울어져 가는 가세 정도가 아닌 폭삭 무너진 가세 때문에 어머니의 공부 후, 무린은 빠르게 철이 들었다.

열 살.

어머니의 공부가 시작되고 반년의 시간이 흐른 후 무린은 당시의 가업을 돕기 시작했다. 뛰어노는 친구, 동생, 형들을 뒤로 하고 말이다.

글도 그때부터 배웠고, 쓰고, 읽고 정도는 당연히 할 줄 알았다.

시조를 쓰진 못하지만 옮겨 쓰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무린은 글을 배웠다. 하지만 정작 무린이 가장 힘들게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말투였다.

애들 말투가 아닌, 격식 있는 말투를 배운 것이다.

그리고 그때 배운 말투를 무린은 아직까지 썼다.

근데 동생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차분하고 격식 있는 말투. 그건 북방으로 팔려가기 전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누던 대화와 정말 똑같았다.

‘잘 자라주었어.’

천방지축이나, 부모님 속 썩이는 아이들로 자란 게 아닐까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두 동생은 너무 훌륭히 자라주었다.

그건 더 겪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걱정이 생겼다.

과년한 나이.

시대상으로 보자면 현재 무혜와 무월이의 나이는 결코 적지 않았다. 이제 스물을 넘긴 게 아니라, 벌써 스물을 넘긴 것이다.

무혜가 스물 넷, 무월이 스물 둘이다.

‘그동안 가정 형편 때문에 혼인은 생각도 못했겠지.’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입하나 줄인다는 셈에 그냥 아무하고나 한다?

그것도 상대가 어느 정도 살 때의 이야기다.

이런 마을을 전전하고 다녔다면…… 앞집도, 옆집도, 뒷집도 사정은 비슷하리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런…….

그러니 혼인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무린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지만 그건 비밀이니만큼 아직 무린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좋은 짝이 생긴다면…….’

이제 자신이 왔으니 그저 그런 놈팡이한테 동생들을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은 개미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신은 아직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좋은 사람.

좋은 집안에 보내주고 싶었다.

그게 오라버니로서의 무린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선행되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당연히 두 말할 것도 없이 집안 형편이었다.

현재 무린은 자신이 않아 있는 이 집의 마루만 보고도 얼마나 집안 사정이 안 좋은지 알 수 있었다.

군문을 나서며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왔지만 그 돈은 이미 이곳을 찾느라 거의 전부를 사용해버렸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일단은 차근차근 가세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사람 사는 곳으로 여길 바꾸는 게 먼저겠어.’

무린은 현실을 직시했다.

동생들의 혼인도 일단은 가세를 어느 정도 일으켜 세운다음 생각 하는 게 옳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먹음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어떻게…….’

무린이 배운 게 뭐가 있을까.

농사?

고기질?

전부 아니올시다.

무린이 현재 기억하고 있는 배움은 생존이 전부다.

이 생존 안에는 적을 죽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적지에서 살아남는 방법까지 그 모두가 들어 있었다. 그걸 빼면 현재의 무린은 시체라고 봐도 무방했다.

십오 년 세월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무린은 담담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체 건강한 몸이 있고, 사고 멀쩡한 정신이 있다. 무엇인들 못할까.”

맞는 말이다.

사지육신 멀쩡하고, 정상적 사고 가능한 머리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간다.”

일부러 소리를 내며 말하는 무린.

그건 곧 자신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았다.

이제 북방에서 십오 년을 살아남은 병사 진 무린은 없었다.

두 동생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인 진 무린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휘영청 떠있는 달.

그 달을 보며 무린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곧.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


이른 새벽.

아직 동도 트지 않았는데 무린은 습관처럼 몸을 일으켰다.

전쟁터에서 십오 년을 살은 만큼 무린은 깊게 잠드는 법이 결코 없었다. 언제나 선잠을 잘 뿐이었다.

피로는 깊게 잠든 것보다 덜 풀리지만 대신 목숨을 챙기기엔 선잠이 훨씬 좋다는 걸 알게 된 후 가진 습관이었다.

그건 군문을 나선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쌔근.

동생들은 아직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무린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나섰다. 문지방은 나름 관리를 잘했는지 아주 작은 소음만 동반하고 문이 열려 동생들을 깨우지 않고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온 무린은 창고 근처에 세워둔 창을 잡았다.

우득!

우드득!

자면서 굳어 있던 몸을 풀기 시작하자 무린의 몸에서 우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몸을 다 푼 무린은 곧 창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후우…….”

무린은 특별한 무술을 배우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귀동냥으로 듣고 배울 법도 하지만 무린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런 무린이 익히고 있는 창술은 기본적인 창술이 전부였다.

찌르고.

휘둘러 치는 것.

창의 탄생유래는 모르지만 무린은 봉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운용은 똑같지만 더욱 살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게 창이 아닐까? 무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전쟁터에서 십오 년을 살아남는 동안 무린은 오직 찌르고, 휘두르고. 이 두 가지만 죽도록 연습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훈련이 누적될수록 무린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그에 비례해 올라갔다.

다른 병사들은 쓸데없는 짓이라 했지만 비웃었지만 무린은 그걸 이년이 넘어가면서 확실히 느꼈다.

“스읍……!”

한 발자국 나가는 무린의 발.

쿵!

경쾌하지만 태산 같은 진각이후, 무린의 창이 빛살처럼 허공을 꿰뚫었다. 기본기 중 기본기인 찌르기였다.

“후우…….”

무린은 참았던 숨을 내뱉으면서 창을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찌르기. 거두기. 다시 찌르기를 반복했다.

어떠한 기교도 없는 우직한 찌르기였다.

하지만 그 안에 조금씩 다른 점은 있었다.

때로는 바람처럼 빠르게.

때로는 태산같이 무겁게.

오직 찌르기 한 동작을 나눠서 백번씩 한 무린은 자세를 바로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바로 선 무린의 얼굴에서는 겨울로 들어서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굵은 땀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잠시 숨을 고른 무린은 다시 몸을 움직였다.

이번엔 휘두르기였다.

이번 휘두르기는 찌르기와는 달랐다.

중간 중간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빙글 돌면서 휘두를 때도 있고, 짧고 빠르게 각 요혈을 끊어 두드리는 동작도 있었다.

이번엔 현란함도 들어있었다.

상대의 시선을 어지럽히는 발재간이 특히 그랬다.

발재간.

일반적으로는 보법步法이라 하지만 무린은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었다. 그저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만의 동작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틀에 정형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더욱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걸 무린은 알게 됐고, 그때부터 발재간에도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

무린의 훈련은 한동안 계속됐다.

찌르고, 휘둘러 두드리는 그 일련의 동작들은 십오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경지에 이른 움직임처럼 보였다.

슉!

후웅!

찌를 땐 날카로운 소리가 났고.

휘두를 땐 묵직한 소리가 났다.

이윽고 무린이 멈췄다.




잔잔하나, 격동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의말

이게 무슨 일 인가요...

놀랍습니다!

투베1위라니... 감격, 또 감격입니다! 더 열심히 쓰는 요람이 되겠습니다.


제국의 군인. 절대로 놓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 ‘팬’독자님들과 한 약속입니다. 반드시, 여러분이 만족하는 결말을 보여드릴 작정입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기분 좋아요! 한 편더 업로드 하고 자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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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권, 제27장. 회생(回生) +7 13.10.20 13,015 252 9쪽
11 제3장. 선물膳物 +34 13.06.01 39,956 326 11쪽
10 제3장. 선물膳物 +28 13.05.31 36,572 250 10쪽
9 제3장. 선물膳物 +20 13.05.30 38,688 288 10쪽
8 제3장. 선물膳物 +28 13.05.29 39,805 287 11쪽
7 제2장. 적응適應 +32 13.05.28 40,338 223 10쪽
6 제2장. 적응適應 +21 13.05.27 41,299 303 10쪽
5 제2장. 적응適應 +24 13.05.26 40,049 228 10쪽
» 제2장. 적응適應 +18 13.05.26 45,299 301 9쪽
3 제1장. 귀환歸還 +24 13.05.25 45,300 209 9쪽
2 제1장. 귀환歸還 +20 13.05.25 55,743 225 7쪽
1 서序 +13 13.05.25 47,562 14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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