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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搖籃)의 환상서재

귀환병사歸還兵士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요람(搖籃)
작품등록일 :
2013.05.25 21:48
최근연재일 :
2013.10.20 21:1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86,723
추천수 :
3,041
글자수 :
47,617

작성
13.05.26 21:47
조회
40,077
추천
228
글자
10쪽

제2장. 적응適應

DUMMY

한바탕 훈련을 끝낸 무린의 얼굴에선 이제 땀방울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후우, 후우. 하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소매로 얼굴의 땀을 스윽 훔쳐내자 박수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무린이 돌아보자 무혜와 무월이 언제 일어났는지 마루에 앉아 무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짝짝짝.

조심스럽게 앉아 박수를 치는 동생들을 보자 무린은 조금 쑥스러움이 생겨났다.

“언제 나왔느냐.”

“조금 됐어요.”

무린의 말에 무월이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다 일어나서 인지 잠겨 있었지만 차분한 그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듯 했다.

“나왔으면 인기척을 내지 않고.”

“그저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혹, 방해가 됐는지요.”

“아니다. 수련은 끝났으니 방해되지는 않았다.”

“그럼 다행입니다.”

남매지간의 말투치고는 너무 딱딱했지만 둘은 그런 것엔 신경 쓰지 않았다. 똑같이 배웠으니 이상할 리가 없었다.

“그럼 저는 아침상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씻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무월아. 가자.”

“네.”

두 동생이 자리를 뜨자 무린은 창을 내려놓고 몸을 다시 이리저리 움직였다. 간만에 움직여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땀이 식자 무린은 집 뒤에 흐르는 개울로가 몸을 씻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안 그래도 말끔한 정신이 더욱 말끔해지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온 무린은 매고 온 짐에서 천 옷을 하나 꺼내 입었다. 여기저기 찢어져 기운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색이 검은색이라 나름 깔끔해 보였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 기다리자 무혜와 무월이 곧 상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침상은 검소했다.

잘 익은 밥과, 해안가에 닿아 있어 그런지 생선 몇 마리가 고작이었다.

“드세요.”

“그래, 잘 먹으마.”

나무 수저를 들어 밥을 한 숟가락 크게 퍼 입에 넣는 무린. 질이 좋은 쌀이 아닌지 가장 먼저 느낀 건 푸석함이었다.

그 다음은 생선 구이를 맛보았다.

소금도 없는지 밍밍하기만 한 생선구이.

“맛있구나.”

하지만 무린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밥은 푸석했고, 생선은 싱거웠지만 무린은 정말 맛있었다.

“감사합니다. 많이 드세요.”

무린이 먹기 시작하자 곧 무혜와 무월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동생들을 보며 아침을 먹던 무린은 온 몸을 스쳐지나가는 짜릿함을 느꼈다.

‘이 얼마 만에 하는 가족식사인가…….’

북방에 있을 당시 한두 번 꿈꿔온 게 아니었다.

거친 바닥에서 잠들 무렵에도 무린은 이 상황을 꿈꿔왔다. 가족.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건 무린에게 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을 이뤄 가족 전부는 아니지만 두 동생들과 아침을 먹고 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그게 너무 감격스러운 무린이었다.

세 남매의 아침식사는 그래서 그런지 조용했다.

잠시 후 아침을 다 먹은 뒤, 생수로 입가심을 한 무린은 비슷하게 식사가 끝난 동생들을 보며 물었다.

“잘 먹었다. 그리고 집안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

“…….”

무린의 말에 동생들은 대답을 바로 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무린은 다시 한 번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 말해 보거라.”

“…… 먹을 양식이 가장 급합니다.”

“양식이라…… 며칠 치나 남았느냐.”

“아껴도 이틀입니다.”

“아껴도 이틀이라…….”

무린은 이틀이라는 말에 듣고 정말 자신의 가족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게 분명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딛고 살아온 두 동생들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안쓰러워하는 것도 잠시.

무린은 두 동생을 다시 대견한 눈으로 봤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용케 올바르게 커주었구나.’

참으로 대견했다.

바꿔 생각하면 그랬다.

이렇게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무혜와 무월은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아주 훌륭하게 자라주었다.

‘하지만 이젠 걱정 말거라. 이 오라비가 배부르게, 등 따시게 해주마.’

무린은 정이 담긴 눈으로 두 동생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먹을 게 풍족하지 않아 영양소 섭취가 부족했을 텐데도 무혜와 무월은 왜소하지 않았다.

오척은 가뿐히 넘는 체구에 살도 제법 올라 있었다. 물론 잘 먹어서 그렇기 보단 집안 내력으로 건강해 보이는 것일 테지만 무린은 그게 어디냐 생각했다.

“그럼 이 오라비가 나가 식량을 구해 오마. 오늘 하루는 쉬고 있거라.”

“근처에는 이미 식량이 말랐습니다. 어떻게 구해오실 생각인지요.”

무린의 말에 바로 무혜가 대답했다.

어려운 시기.

주변의 나물이나 식량은 씨가 말랐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무린은 어떻게 식량을 구해올까?

“걱정하지 말거라. 오면서 낮지 않은 산을 봐뒀다. 그 산에서 사냥을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아라.”

사냥이었다.

이제 군문을 전역한 무린이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농사? 고기질? 그 두 가진 아예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사냥은 할 줄 알았다.

그것도 일반 사냥꾼 보다는 더욱 잘 말이다.

“듣기로는 그 산에 흉한 짐승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근처의 먹을거리가 씨가 말랐는데, 산에는 흉한 짐승이 산다? 무린은 이해가 안 갔으나 동생들의 걱정을 풀어주기로 했다.

“걱정 할 것 없다. 이 오라비는 짐승 따위에 당할 실력이 아니니 말이다.”

짐승과 무린이 만나면 조심해야 할 건 무린이 아닌 짐승이다. 이건 확실했다. 혹한의 대지에서 사는 늑대도 잡아 본 경험이 있는 무린이다.

겨우 짐승 따위에, 만에 하나도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허나 무혜는 여전히 걱정기가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요. 몸조심 하세요.”

“그렇게 말하니 조심하도록 하마. 그럼 쉬고 있거라.”

무린은 오늘 할 일을 정한 만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부르게, 등 따시게. 합쳐서 사람답게 살게 해주겠노라고 다짐했다. 오늘은 그 첫날로, 동생들을 배부르게 먹일 작정이었다.

꼭 말이다.

마당으로 나온 무린은 나무창을 세워 잡고 사냥 나갈 준비를 하자 언제 갔다 온 건지 무혜가 주먹만 한 보자기를 들고 와 건넸다.

“삶은 감자 몇 개 챙겼습니다. 시장할 때 드십시오.”

“고맙구나.”

무린은 그걸 등짐에 잘 챙겨 넣고는 동생들을 한 번씩 바라본 후 집을 나섰다. 한 시진을 조금 넘게 걷자 목표했던 산에 도착했다.

산 입구에 도착한 무린은 잠시 숨을 돌렸다.

그리고 곧 산을 타기 시작하는 무린.

산은 그렇게 험하지 않았다.

사람의 손길을 타긴 했는지 군데군데 길이 있었지만 무린은 그 길 말고 그냥 직접 길을 만들며 올라갔다.

사람의 손을 탄 곳엔 짐승들이 발을 잘 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모르지만 사람에겐 고유의 향이 있고, 후각이 예민한 동물들은 그런 냄새를 맡으면 거부하고 도망가기 일 수였다.

그렇게 길에서 벗어나 한참을 뒤진 끝에 무린은 풀을 뜯어먹고 있는 토끼 한 마리를 시야에 잡을 수 있었다.

하얀 털을 가졌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게 저 녀석만 잡아도 두 동생을 배부르게 먹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 무린은 바로 나무창을 손에 쥐고 천천히 접근을 시도했다.

토끼는 예민한 동물이지만 작정하고 기척을 숨긴 채 접근하는 무린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윽고 거리를 잡은 무린이 창을 손에 들어 뒤로 당긴 다음, 벼락 같이 내던졌다.

쉬익!

푹!

빠르게 날아간 나무창은 토끼가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몸통을 꿰뚫고 바닥에 박혔다. 사냥에 성공한 걸 안 무린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로 가서 창을 회수하고 토끼를 잘 새끼줄에 엮어 잘 챙겼다.

산을 타기 시작한지 반 시진 만에 사냥을 성공했다는 걸 안 무린은 좀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일단 오늘 먹을 저녁은 구했지만 만날 사냥하러 오기는 당연히 번거로우니 좀 더 큰놈을 찾아보기로 했다.

무린은 다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위로. 산 정상으로 방향을 잡고 산을 타기 시작하는 무린.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짐승의 그림자조차 찾기 힘든 무린이었다.

‘이상하다.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토끼를 찾은 게 행운이라 생각될 정도로 동물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그걸 바위에 걸터앉아 생각하던 무린은 곧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벌써 마을사람들이 다 잡은 거군.’

맞았다.

이런 낮은 산을 그냥 둘 마을사람들이 아니었다. 양식이 없다면 사람고기마저 먹는다는 소리가 있다. 그걸 생각하면 벌써 네발로 돌아가는 짐승은 모조리 사냥 당했으리라.

무린은 그 생각에 내려놓은 등짐사이로 삐져나온 토끼의 발을 쳐다봤다.

‘내가 운이 좋았던 거군.’

이 토끼 한 마리는 어쩌면 그의 귀환을 축하해주는 선물이었을지도 몰랐다. 그 생각에 피식 웃은 무린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지만 흉한 짐승이라, 이상하군.’

확실히, 그러나 그건 아직 무린이 확인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실은 존재하겠지만 단서가 너무 적어 무린은 유추조차 불가능했다.

몸을 일으킨 무린. 없다는 걸 알았지만 시간이 남은 만큼 좀 더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에 무린은 산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없었다. 두발달린 짐승은커녕 날개달린 짐승도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며 신시에 가까워졌을 무렵, 무린은 산에서 내려왔다.

다시 마을로 돌아오자 유시에 가까워져 날은 이미 어둡게 물들어 버렸다. 마을을 관통해 집으로 걸어가자 마당 앞에서 서있는 두 동생을 볼 수 있었다.

“날이 추운데 왜 나와 있느냐.”

“귀가가 늦어져 혹시 하는 마음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린의 물음에 무월이 조용히 대답했다.

반겨주는 이가 있다.

무린의 가슴은 그 말 한마디에 따뜻해졌다.




잔잔하나, 격동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하고! 내일 저녁 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월요일! 

모두 힘차게 달려봅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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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3장. 선물膳物 +28 13.05.31 36,592 250 10쪽
9 제3장. 선물膳物 +20 13.05.30 38,713 288 10쪽
8 제3장. 선물膳物 +28 13.05.29 39,826 287 11쪽
7 제2장. 적응適應 +32 13.05.28 40,367 223 10쪽
6 제2장. 적응適應 +21 13.05.27 41,323 303 10쪽
» 제2장. 적응適應 +24 13.05.26 40,078 228 10쪽
4 제2장. 적응適應 +18 13.05.26 45,324 301 9쪽
3 제1장. 귀환歸還 +24 13.05.25 45,329 209 9쪽
2 제1장. 귀환歸還 +20 13.05.25 55,780 225 7쪽
1 서序 +13 13.05.25 47,608 14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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