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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搖籃)의 환상서재

귀환병사歸還兵士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요람(搖籃)
작품등록일 :
2013.05.25 21:48
최근연재일 :
2013.10.20 21:1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86,318
추천수 :
3,041
글자수 :
47,617

작성
13.05.25 22:02
조회
55,738
추천
225
글자
7쪽

제1장. 귀환歸還

DUMMY

산동 반도 끝에 이르러보면 이름도 없는 마을은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모두 모였다가 다시 사라지고, 다시 모였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면서 생긴 결과였다.

이름이라는 것은 그 존재 자체를 나타내기 때문에 예로부터 중시 여겼었다. 하지만 그런 의미조차 부여하지 않는 다는 것은 얼마만큼 일이 많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육척 장신에 한 자루 나무창을 들고 사내가 들어선 마을도 그런 마을 중에 하나였다.

“여긴가…….”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그 안엔 회한悔恨이 가득했다.

사내는 이 마을을 찾아오려고 산동 반도를 이 잡듯이 뒤졌다. 북방의 전쟁터에서 모았던 돈은 이 마을을 찾느라 거의 전부를 소진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내는 전혀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사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이곳엔 사내의 가족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사내가 집안의 빛 때문에 전쟁터에 대신 팔려간 게 십오 년 전이다.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했고, 아이는 그 돈을 빌려준 자의 아들이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북방으로 팔려갔다.

그게 열다섯 나이.

채 약관에도 이르지 못한 나이지만 먹지 못한 몸으로도 또래의 남아들보다 큰 신체가 군에 팔려가는 것도 가능하게 해줬다.

참으로 웃긴 게.

예로부터 산동성은 결코 가난한 성이 아니었다.

농사도 농사지만 바다에 인접해 있어 고기질만해도 먹고 살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사내의 집안은 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뭘 해도 가난했다.

조그마한 장사를 해도 마찬가지고, 쪽배와 조잡한 그물을 사서 바다로 나가도 항상 만선은커녕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의 수확만 거두고 돌아오기 일 수였다.

농사도 마찬가지였다.

땅을 겨우 얻어 씨를 부려도 지력地力이 다했던 건지 항상 흉작만 빚었다. 그렇게 빚은 점점 늘어갔고, 결국 사내는 팔려가야 했다.

아버지, 어머니 밑으로 사내, 그리고 두 동생들이 있었지만 동생들은 둘 다 여아였던 데다가 나이도 사내가 열다섯 당시 일곱 살, 아홉 살이었기 때문에 더욱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내는 결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탓도 있지만, 어릴 적 잠시 배운 효孝에 대한 공부가 사내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탓이었다.

그렇게 십오 년을 객지에서, 그것도 전쟁터에서 보낸 사내는 겨우 군문을 전역하고 이곳을 찾아왔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마을 안으로 발을 들이는 사내는 천천히 정경부터 살펴보았다.

눈에 비췬 어느 것 하나 특별한 것 없는 마을이었다.

해안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고기질을 하는 집이 많은지 집집마다 어망들이 걸려 있었다.

마을 중앙으로 가면 갈수록 사내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한동안 맞지 못했던 비린내가 후각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 있으면서 피 비린내는 수도 없이 맞았지만 이런 생선 비린내는 또 다른 불결함이 느껴졌다.

‘음…….’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다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가자 점점 마을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눈에 짙은 경계심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손에 잡힌 창을 바라봤다.

군에서 사용하던 창은 이미 반납하고 나왔다.

하지만 창은 십오 년을 손에서 놓지 않았기 때문에 반납하자 그 허전함을 사내는 참지 못했다.

결국 나무창을 하나 구입해 손에 쥐자 그 허전함이 조금은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무창은 마을사람들의 경계심을 잔뜩 끌어올렸다. 하지만 사내는 나무창을 손에서 놓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창은 곧 목숨이기 때문이다.

잠시 서서 있던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다 그나마 가장 눈에 경계심이 없어 보이는 아낙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철퍼덕 앉아 어망을 손질하고 있던 아낙은 사내가 다가가자 고개만 들어 사내를 바라봤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

사내의 말에 아낙은 대답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사내를 응시하기만 했다. 그런 반응에 사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질문을 기다리고 있는 눈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진백상, 호연화라는 분을 찾습니다. 이 마을에서 본적이 있으십니까?”

“저기 길 따라 끝에 가면 볼 수 있을 거예요.”

사내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낙의 목소리는 조용했고, 차분했다. 하지만 사내는 아무래도 좋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는 것은 이 아낙이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를 확실히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건 곧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

사내는 곧바로 아낙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인사에 아낙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사내는 그걸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아낙이 말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하던 걸음 거리가 곧이어 조금씩 소리가 잦아지더니 어느새 사내는 뛰기 시작했다. 마을은 크지 않았다.

대충 둘러봐도 이삼십 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니 아낙이 말했던 곳에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

하지만 사내는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걸음을 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불길함.

무언가 알 수 없는 본능적인 불길함이 사내의 뇌리를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아니, 익히 알고 있는 불길함이었다.

다만 그걸 사내는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전쟁터에서 수도 없이 느꼈던 불길함.

죽음.

그 무저갱의 초대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저벅, 저벅.

“하, 하하.”

사내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끼이익.

싸리로 만든 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간 사내는 너무나 조촐하게 차려진 상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

흰 소복을 입은 두 명의 여인들이 보였다.

필경…… 동생들이리라.

“무혜, 무월이냐.”

움찔.

사내의 낮은 말에 두 명의 여인은 움찔하며 사내를 바라봤다.

“뉘신지요.”

“네 오라비다.”


사내는 군문을 전역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버지 상을 치렀다.




잔잔하나, 격동을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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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권, 제27장. 회생(回生) +7 13.10.20 13,012 252 9쪽
11 제3장. 선물膳物 +34 13.06.01 39,953 326 11쪽
10 제3장. 선물膳物 +28 13.05.31 36,569 250 10쪽
9 제3장. 선물膳物 +20 13.05.30 38,685 288 10쪽
8 제3장. 선물膳物 +28 13.05.29 39,798 287 11쪽
7 제2장. 적응適應 +32 13.05.28 40,334 223 10쪽
6 제2장. 적응適應 +21 13.05.27 41,295 303 10쪽
5 제2장. 적응適應 +24 13.05.26 40,045 228 10쪽
4 제2장. 적응適應 +18 13.05.26 45,294 301 9쪽
3 제1장. 귀환歸還 +24 13.05.25 45,296 209 9쪽
» 제1장. 귀환歸還 +20 13.05.25 55,739 225 7쪽
1 서序 +13 13.05.25 47,557 14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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