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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搖籃)의 환상서재

귀환병사歸還兵士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요람(搖籃)
작품등록일 :
2013.05.25 21:48
최근연재일 :
2013.10.20 21:1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86,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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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617

작성
13.05.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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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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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글자
10쪽

제2장. 적응適應

DUMMY

마당으로 들어오자마자 무혜가 무린을 보며 말했다.

“다시 저녁상을 차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무월아, 넌 마당 좀 치우고 들어오렴.”

“네, 언니.”

무월은 무혜의 말에 대답하고는 바로 장백이라는 사내 때문에 더러워진 마당을 치우기 시작했고, 무혜는 곧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무린은 두 동생의 행동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집으로 돌아와 처음 겪은 일.

기분 나빴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걸 바라고 집으로 돌아오길 바랐던 걸지도…….’

욕설도 듣고, 추잡한 소리도 들어서 분명히 기분이 나빴었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 사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허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북방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있어도 자기 일이 아니라면 수수방관하기 일 수였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모든 일을 낙관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무린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 중 무린이 있었던 부대들은 이상하게도 더욱 그랬다. 어느 한 부대에 속해 있던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계속 변했는데도 이상하게 무린의 부대는 활력이 없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생기면 남들 일에 신경 쓰기보다, 창 한 번 더 내질렀던 그였다. 물론 트집 잡기 좋아하는 자들이 시비를 걸어왔지만 언제나 대화보다는 주먹으로 해결했던 무린이었다.

지금도 주먹으로 해결했지만 그때 당시엔 못 느꼈던 감정을 지금은 아주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분노, 슬픔. 걱정 등등. 사람의 감정들을 말이다.

‘살아남길 잘했다.’

살아남길 정말 잘했다는 무린이었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 악착 같이 적을 죽여야 했고, 그 당시엔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런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백번, 천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무혜가 다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을 가지고 들어왔고, 무린은 상념을 끊고 상 앞에 앉았다.

김이 나는 저녁.

앞에 앉은 무혜와 무월.

그리고 자신.

‘이게 가족이지.’

치이고, 치이는 삶.

무린은 지금 이 순간 순수하게 행복했다.


*


다음날 아침도 어제와 똑같았다.

묘시에 딱 들어서는 시점에 일어난 무린은 창을 들고 아침 수련을 했다. 그리고 수련이 끝날 무렵인 묘시 말경에 아침을 먹었다.

아침식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말이 없는 아침식사.

북방으로 끌려가기 전에는 밥상머리에서 떠들면 아버지에게 쫓겨났었다. 그러니 당연히 식사를 할 땐 거의 침묵을 유지한 채 먹었다.

그건 동생들도 마찬가지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대화도 없던 어제 아침과, 오늘 아침도 똑같았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고 무혜가 상을 치우기 전 어제와 다른 점이 생겼다.

“마을에 양식을 살 곳이 있느냐.”

“네, 많이는 아니지만 며칠 치 양식을 살 곳은 있습니다.”

“그럼 이걸로 사 오거라.”

“이건…….”

무린은 주머니에서 은전 부스러기 몇 개를 꺼냈다.

조각난 은전 부스러기지만 이 정도면 아마 꽤 많은 양식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됐다. 무린이 꺼낸 은전 조각을 보고 무혜와 무월의 눈에 놀람이 떠올랐다.

사실 무혜와 무월은 태어나서 한 번도 ‘은’이란 것을 구경해본 적이 없었다. 동전이야 간간이 손에 쥐어본 적이 있었지만 은은 처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놀랐다.

은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둘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올랐지만 무혜도, 무월도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교육을 잘 받은 탓이었다.

이내 감정을 수습한 무혜가 말했다.

“이 정도면 넉넉히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아, 그리고 하나 더.”

“말씀하시지요.”

무린은 한 가지 둘에게 더 당부하고 싶은 게 생겼다. 그건 말투였다. 사실 지금의 말투도 무린에게는 그다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본인도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잠들기 전 잠깐 생각난 게 있었다.

‘가족이라면…… 좀 더 따뜻해야지.’

말투는 격식을 생성하지만 동시에 거리도 생성한다.

“지금 당장은 어색하겠지만 우리끼리는 좀 더 편하게 말했으면 한다.”

“…….”

“……,”

무린의 말에 두 동생들은 입을 닫고 무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런 노골적인 눈초리에 무린은 잠시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으나 그 내심을 숨기고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십오 년 만에 너희를 만났다. 이 오라비는 좀 더 정을 느끼고 싶구나.”

진심.

무린은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그 감정이 느껴졌는지 무혜와 무월의 눈빛도 변했다.

“…… 차차, 고치겠습니다.”

대답은 무혜에게서.

무린은 그 대답에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 고맙구나. 이 오라비도 노력해보겠다.”

“네…….”

“아침부터 너무 대화가 무거웠구나. 나는 마을 밖 좀 돌아보고 오겠다.”

무린은 아침부터 대화가 무거웠다고 느꼈는지 거기서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조심하세요.”

무혜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무린은 그 대답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주고는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무린은 한쪽에 세워둔 나무창을 들고 미리 준비해놨던 짐을 메고 집을 나섰다.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 아침을 해결하고 생계에 나서는 어부들, 그리고 아낙들이 보였다. 아낙들은 마을 밖으로 먹거리를 구하러 나가고, 집안의 가장은 어부들은 모두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갔다.

날이 아직은 쌀쌀함에도 이렇게 움직이는 건 역시…… 저기 삼삼오오 모여 노는 아이들 때문이리라.

책임져야 할 아이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이 겨울로 들어섬에도 쉬지 못하고 어른들을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분명했다.

무린은 그걸 보며 새삼 감격스러웠다.

그저 일상이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허나 무린에겐 일상이 아니었다.

피로 강물이 흐르는 곳.

시체가 산을 이루는 곳.

종국엔 적아의 구분이 사라지는 곳.

악귀들의 집단거처.

전장戰場.

그런 곳에 있다 보면 지금 눈앞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이 아닌, 꿈에나 바라는 동경의 대상, 혹은 환상이나 다름없다.

군문을 나서면서 그런 일상을 사실 많이 보아왔지만 무린은 가족을 찾는데 온 정신이 온통 쏠려서 그걸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을 찾았다.

그러니 저 일상을 온 몸으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제도 보았는데,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 왜지?’

어제도 분명 보았다.

하지만 어젠 별다른 걸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같았던 일상인데, 하지만 어제 못 느끼고 오늘 느끼면 어떠랴.

‘느꼈다면 그만인 것을.’

무린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무린은 마을 밖으로 나갔다.

무린이 마을 밖을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무린이 있던 곳은 북방. 하지만 북방 어느 한 곳에서만 있던 게 아니라 진격과 후퇴를 거듭하며 계속해서 이동했었다.

굳이 따진다면 북방 그 전체를 돌아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떠돌면서 무린은 배운 게 하나 있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불시의 쳐들어오는 기습이 좋은 예다.

만약 기습에 제대로 걸렸다면 도주보다 좋은 게 없었다. 물론 바로 도주하면 안 되지만 주변 지형을 익혔다가 퇴각명령이 떨어질 시 바로 익혀 놓은 도주로를 타고 도망치면 생존확률은 확실하게 높아졌다.

그걸 무린은 자신보다 십년은 더 생존했던 선임병사에게 들었다. 지금은 북방이 아닌 황도皇都에서 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 선임병사는 생존엔 탁월한 감각이 있었다.

흔히 말한다.

기세.

기감.

이런 것들.

전투가 벌어지기 전 요동치는 공기의 변화.

그 선임병사는 그걸 직감적으로 느꼈고, 항시 대비를 했다. 어느 정도냐면 자다가도 일어나 대비를 할 정도였다.

비가 오면 무릎이 쑤신다는 옛말과 비슷했다.

물론 그 정도로 살아남 긴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항시, 도주로를 파악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 정찰은 그의 목숨을 위급상황 시 항상 살려줬다.

무린이 지금 마을 주변을 정찰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금은 한가하고, 이름도 없는 그냥 평범한 마을이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특히 해안가에 위치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왜?

왜 해안가라서 조심해야 하는데? 라고 묻는 다면 그건 정말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무린은 대답할 것이다.

바다에 고기만 사나?

도적질을 하는 자들은 땅에만 있나?

답이 되지 않는가?

물론 산동성의 특성상 황도皇都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간 덩어리 부은 해적은 얼마 없지만 아예 없다고도 말 못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느 곳에나 도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없다고 해도, 해적 따위는 산동 반도와 인접한 근해近海에는 없다고 해도 만약을 위해 무린은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와 같은 이유로 무린은 지금 정찰을 하고 있었다.

마을 밖으로 나온 무린은 마을을 기점으로 북쪽 이십 리를 이 잡듯이 뒤졌다. 그리고 세세히 머릿속에 정찰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 나갔다.

이건, 지금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도 유사시, 자신은 물론 그의 가족, 더 나아가 이름 없는 마을의 주민들의 목숨을 살려줄 중요한 정보가 되어 줄 것이다.

진시 초부터 시작한 정찰은 점심끼니도 거르고 유시 경에야 끝났다. 사실 일반 사람들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전장에서 갈고 닦은 준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무린은 이번에도 집 마당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오셨어요?”

“음? 아, 그래.”

무월의 인사에 무린은 잠시 놀랐다가, 이내 얼굴을 풀고 동생들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침에 그랬었다.

좀 더.

좀 더 말을 편히 해주지 않겠느냐고.

가족이니만큼 거리를 좀 더 줄이자고.

무월이 말을 편히 해준 건 그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아침에 얘기했지만 바로 들어주는 무월이 무린은 고마웠다.

“들어가시지요. 저녁상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무혜는 아직 이었다.

그러나.

‘고맙구나…….’

무린은 그저 고마웠다.




잔잔하나, 격동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의말

어느 분이 지루하다 하셨는데요. 저는 이번 글이 피와 살이 난무하는 글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지루하시다 하시더라도... 저는 차분하게 글을 진행시킬 생각입니다. 이 점, 확실히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작을 냈었던 곳과, 그 외 두곳에서 더 왔는데 조율을 해보고, 좀 더 저를 편한하게 지원해주는 곳과 계약을 맺을 생각입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종이책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그 점이 여러분들에겐 실망이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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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2장. 적응適應 +18 13.05.26 45,299 3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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