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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搖籃)의 환상서재

귀환병사歸還兵士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요람(搖籃)
작품등록일 :
2013.05.25 21:48
최근연재일 :
2013.10.20 21:1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86,414
추천수 :
3,041
글자수 :
47,617

작성
13.05.27 20:03
조회
4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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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글자
10쪽

제2장. 적응適應

DUMMY

반대로 그런 대답에서 무린은 마음속으로 미안한 감정이 일었다. 집으로 돌아 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리 걱정을 시키다니.

“미안하구나. 하지만 몸 성히 돌아왔으니 걱정 말거라. 자, 이건 오늘 잡은 토끼다.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르니 너희에게 부탁해야겠구나.”

“어머, 겨울이 다가와 사냥하기 힘 들으셨을 텐데……, 서둘러 저녁상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자꾸나. 나는 좀 씻고 오겠다.”

“네.”

토끼를 건넨 무린은 등짐을 내려놓고 창만 들고 개울가로 향했다. 쫄쫄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에 도착한 무린은 곧 창을 내려놓고 위에 입고 있던 천 옷을 벗었다.

날씨가 차지만 북방에서 십오 년을 버틴 무린에게 이 정도는 추위도 아니었다. 상의를 벗고 하의를 걷은 무린은 지체 없이 개울에 발을 담그고 씻기 시작했다.

일단은 나무창을 잘 씻어내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

씻느라 움직이는 그의 상체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나 뭔가 지렁이 같은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아도 아마 흉터이리라.

전쟁을 십오 년을 치렀으니, 결코 범상한 흉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건 무린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몸을 씻고, 털어 대충 말린 무린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열린 부엌에서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필경 토끼를 삶아 탕을 만들면서 나는 냄새가 분명했다.

그 냄새를 맡자 무린은 식욕이 도는 걸 느꼈으나 인기척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등짐을 내려놓고 펼쳤다.

무린이 전장에서 복귀하면서 챙긴 짐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서책 두 권, 신분, 전역 패, 몇 벌의 옷가지와 모은 돈이 전부였다. 그 중 돈은 거의 전부를 소진해 은자 조각과 동전이 조금 남아있는 상태였다.

두 권의 서책 중 하나는 그냥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서책이었고, 한 권은 작전 중에 우연히 얻은 서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글자가 아닌 다른 시대의 글자로 만들어진 책이라 무린이 읽기는 불가능해 그냥 가지고만 있던 책이었다.

약간의 은전을 뺀 뒤 책과 옷을 다시 등짐에 싸맨 무린은 가만히 방안에 앉아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 때, 꺄악! 하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에 무린이 튕기듯이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씨발! 우리 아부지 한스럽게 돌아가시게 만들어 놓고 네년들은 고깃국이 목구멍으로 처 넘어 가더냐!”

쩌렁하고 울리는 고함소리가 있었고, 무린은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육척 정도의 사내가 동생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동생이 들고 있던 상은 바닥에 엎어져 쓰레기로 변한 상태.

“왜 이러세요! 그 손 놓아주세요!”

무혜가 머리채를 잡혔고, 무월이 사내의 손을 때내려고 하는 상황.

한순간에 파악이 되자 무린의 몸이 마루를 박차고 날아 창을 잡았다. 그 다음 휘리릭 몸이 회전하며 창대로 사내의 후두부를 향해 거칠게 휘둘렀다.

사내는 흥분해 있는 상태라 그런 무린의 행동을 전혀 보지 못했다.

빠각!

“악!”

창대가 사내의 머리통을 후려치자 경쾌한 소리가 터졌고, 사내는 무혜의 머리채를 잡은 손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혜! 무월! 이쪽으로!”

무린이 소리치자 무혜와 무월은 얼른 무린의 등 뒤로 숨었다. 동생들을 등 뒤로 숨긴 무린은 사내를 노려봤다.

“아악! 내 머리! 아아악!”

통증이 상당한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사내를 보는 무린의 눈엔 적개심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동생을 건드렸다.

‘감히……!’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십오 년 만에 해후한 동생들이다.

그런 동생이 머리채를 눈앞에서 잡혔다.

무린이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윽! 뭐야! 넌 뭐하는 새끼야! 오호라! 저년들 얼굴에 반해 들어온 기둥서방이구나! 쓰레기 같은 것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알싸한 주향酒香.

허나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 그래도 굳어 있던 무린의 얼굴이 더욱 차갑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스윽.

무린의 발이 앞으로 내디딜 준비를 했다.

바닥에 무방비로 앉아 있는 사내.

그런 사내에게 진각을 밟으면서 창을 내지른다면…… 아무리 나무창이지만 저 사내의 몸통을 꼬치 꿰듯 꿰뚫을 것이다.

무린에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허나 무린은 내지르지 못했다.

뒤에 두 동생이 있기 때문에 끓어오른 분기를 겨우 참아낸 것이다.

“누구냐.”

“더러운 것들! 마을에 외간남자를 들인 것도 모자라 이젠 마을 사람까지 때리게 하다니! 우리 아버지를 죽이게 한 것도 모자라 이제 나도 죽이겠구나! 그래! 죽여라 죽여! 어디 나까지 죽여 봐라!”

뚫린 입이라고…….

무린은 그래도 참았다.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은 뒤에 있던 무혜가 했다.

“사고가 나던 날, 아버지가 설득해 같이 나갔다가 아버지와 변을 당하신 춘삼아저씨 아들이에요.”

갑자기 봉변을 당했지만 무혜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게 느껴졌지만 그 안에 은연 중 스며든 잔 떨림은 숨기기 힘들었다.

무린의 눈이 혜의 목소리의 떨림을 감지하고 더욱 사납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건 참을 수 있다.

허나, 이제 내게 남은 혈육을 욕보이는 건 참기 힘들다.

아니, 싫다.

“그래! 어서 나도 죽여라! 그리고 우리 아버지 살려내라! 네년들 아비만 아니었어도! 우리 아버지는 그 날에 바다로 나갈 일도 없었을 것이 아니냐! 네년들이 죽인 거야! 살려내라! 나는 죽이고 우리 아버지는 살려내라!”

마치 통곡하듯이 쏟아내는 그 정신없는 말에 무린은 사내의 목젖을 겨누고 있던 나무창을 내렸다.

동시에 분노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사내의 말에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

“살려내라! 엉엉! 우리 아버지 살려내란 말이다! 흐엉엉!”

입을 열 때마다 날아오는 주향으로 보아 여간 마신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신을 놓고 미친 짓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무린은 그 주향이 사내의 이성을 날려버렸지만, 자신의 이성은 되돌아오는 걸 느꼈다. 사내가 저러는 것.

필시 아비를 잃은 슬픔 때문이리라.

사고 당시, 같이 나간 분이 있다 들었다.

그리고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들었다.

거친 파도가 시신을 끌고 도망간 것일 게다.

그렇게 아비를 잃은 슬픔에 잠겨, 술을 마셨고, 이성은 마비되고, 그리움을 동반해 이런 짓을 벌인 것일 게다.

아닐 수도 있으나, 무린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쁜 년들! 우리 아버지…….”

빠각!

하지만 저 뚫린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은 참기 힘들었다. 다시 한바탕을 쏟아낼 찰나, 무린은 창대로 사내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끽 하고 개구리처럼 뻗어버리는 사내.

“…… 후우.”

사내를 기절시킨 무린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으나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사내의 말은, 대부분 이성적이지 못했지만 하나 이성적인 게 있었다.

바다에 나갔던 그날.

무혜의 말론 아버지가 먼저 저 사내의 아버지를 설득해 비오는 바다로 나가자고 했다고 들었다.

그건, 곧.

그 춘삼이라는 분이 죽은 것은 무린의 아버지 책임이 컸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무린의 아버지가 나가자고 설득만 하지 않았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책임이 곧 자식의 책임이 되지는 않는다.

무린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참았다.

만약, 그런 것도 없었다면 무린은 분명히 제대로 손을 썼으리라.

십오 년 동안 사람을 죽이고 살아온 무린에게 저런 사내의 숨통을 끊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는 데 가지는 망설임? 거부감?

그런 것도 무린에겐 거의 없었다.

죽음, 그 죄에 대한 이성의 마비.

이미 무린은 그 끝에 다다른 상태였다.

하긴, 십오 년을 전쟁터에서 보낸 놈이 정상일 리도 없었다. 허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 정도인 게 무린의 정신력이 상당하다는 반증이 된다.

무린이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무린은 지극히 현명한 선택을 했다.

돌아가서.

무린은 이번엔 참기로 했다.

기절한 사내를 끌어올려 어깨에 들쳐 맨 무린은 무혜와 무월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자의 집이 어디냐.”

“저를 따라오세요.”

무혜가 앞장섰다.

무린은 무혜를 따라 마을 초입쯤에 위치한 사내의 집을 찾았다.

“계세요.”

“누구세요.”

끼익.

무혜가 조용한 목소리로 부르자 바로 안에서 인기척이 나며 문지방이 열렸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중년 여자의 얼굴.

“저 무혜예요. 장백공자가 쓰러져 있어 모시고 왔어요.”

“장백이가? 어휴! 이놈새끼가!”

중년 여인은 무혜의 말을 듣더니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무린의 어깨에 ‘걸려’있는 사내, 장백을 보더니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곧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다가 장백을 내려놓은 무린은 곧바로 문을 나섰고, 무혜와 무월은 그 중년 여인과 좀 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무린은 중년 여인의 얼굴에 깃든 수심愁心을 알아봤다. 이제 남편과 사별한지 겨우 며칠이 흘렀을 뿐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잠시 기다리자 얘기가 끝났는지 무혜와 무월이 돌아왔고, 무린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세 남매는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다.

거친 일을 당한 무혜에게 무린은 괜찮으냐고 묻지도 않고 묵묵히 앞서 걸었고, 무혜는 물론 무월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한바탕 일어난 사건.

떠있는 달은 이미 없는 사람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왜.

먼저 가셨습니까.




잔잔하나, 격동을 그리고 싶습니다.


작가의말

비가옵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하는 더없이 이 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부디 여러분도 그러기를 바라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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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2장. 적응適應 +32 13.05.28 40,344 223 10쪽
» 제2장. 적응適應 +21 13.05.27 41,302 303 10쪽
5 제2장. 적응適應 +24 13.05.26 40,051 228 10쪽
4 제2장. 적응適應 +18 13.05.26 45,302 301 9쪽
3 제1장. 귀환歸還 +24 13.05.25 45,304 20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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