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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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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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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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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8화 - 함정(5)

DUMMY

“딱히 전투라고 할 것도 없군요.”


마에다 켄지 소좌는 싱겁다는 듯 말했다.


베이커(baker) 포대장을 비롯한 대부분 포대원은 깊은 잠에 빠진 상태라 포대를 점령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불침번을 서던 흑인 병사 한 명을 제압하는 것이 좀 귀찮았을 뿐 당직을 서던 이들은 불까지 꺼놓은 채 쿨쿨자고 있던 터라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의 부대원들이 베이커 포대로 진입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연대에는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보고했소.”


코리 모브레이 대령은 쭈뼛거리며 후지모토 대좌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런 코리 대령을 보며 후지모토 대좌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우리 황군이 하지 못할 일을 이렇게 훌륭하게 처리해 주시니 말이지요.”


후지모토 대좌는 흡족하다는 표정을 본 코리 대령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마 이로써 자신이 살아날 확률이 조금은 늘어나지 않았겠는가?


“포로로 잡은 녀석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베이커 포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사살한 적이 열댓 명, 나머지 마흔 명은 짐승처럼 결박된 상태로 후지모토 대좌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후환을 남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냥 깨끗하게 처리하고 가시지요.”


스가이 다케오 중좌가 소총을 장전하자 포로로 잡힌 영국군 포로들의 표정이 샛노랗게 변했다.


“원, 사람하고는. 조금 기다려 보게. 그보다 가져갈 수 있는 화포가 몇 문이라고 했지?”


“총 4문이오. 모두 가져가기에는 지체될 수 있으니, 절반만 가져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스가이 중좌가 대답하기 전에 코리 대령이 냉큼 대답했다.


포로로 잡힌 베이커 포대원들은 제14군의 핵심 인물이 앞으로 나서서 적군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자 그를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 설마 정보 참모가?

- 설마는 무슨! 남은 포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협상을 시도하려는 것이겠지.


베이커 포대원들의 웅성대는 소리를 들은 후지모토 대좌는 피식 웃더니 코리 모브레이를 보며 말했다.


“흠, 일리가 있는 말이군요. 좋다, 아깝긴 하지만 작은 욕심을 부리다 되레 큰일을 엎지르는 법이지. 2문만 가져간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지. 가장 쓸만한 녀석 둘만 추려서 견인하도록.”


후지모토 대좌의 명령이 떨어지자, 일본군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문은 탈취하고 나머지는 온전히 둔다면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남은 2문의 화포의 포신을 폭약으로 폭파시켜 망가뜨린 후 철수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코리 대령의 말에 포대원들의 안색이 바뀌었다.


아무리 포대원들을 살리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포병에게 목숨과도 같은 화포를 파괴하는 제안을, 그것도 베이커 포병 앞에서 하다니!


“오, 좋은 생각이군요. 이렇게 포대로 안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무리까지 확실하니 역시 믿을 만 합니다.”


“무, 무슨 그런 소리를...”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코리 대령의 얼굴이 시뻘게지며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일부 포대원이 이 말을 들은 것 같기는 하지만 다행히 모두가 그의 엄청난 발언을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자, 그렇다면 이제 포대원들을 풀어주시오. 무장해제까지 당한 마당에 이들이 어떤 위협이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스가이 다케오 중좌는 연대장이 이들을 살려 보낸다는 약속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그런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가십시오.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어서요.”


후지모토 시게루는 직접 문을 열더니 손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뭔가 의아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를 석방하는 것은 확실하다.


베이커 포대원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주춤하는 사이 코리 모브레이 대령이 쏜살같이 입구를 향해 달려 나갔다.


고위 장교가 내빼자 더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베이커 포대원들은 언제 이들의 마음이 바뀌어 총구를 들이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앞을 다투어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저들을 돌려보낼 생각이십니까?”


스가이 중좌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후지모토 대좌를 보며 물었다.


그가 알고 있는 연대장은 적에게 관대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저항할 여력이 없는 패잔병들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전장이다.


변수투성이인 전장에서 포로들을 그냥 풀어준다?


“내 선택에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이군.”


스가이 중좌의 표정을 본 후지모토 대좌가 빙긋 웃었다.


“아닙니다. 연대장님의 명령에 어떻게 의구심 따위를 가지겠습니까?”


“쯧, 한결같이 재미없는 사람이군, 자네는.”


후지모토 대좌는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도 헐레벌떡 뛰어가는 영국군의 꽁무니를 지켜보았다.


“그래, 풀어주긴 했지. 하지만 살려 보낸다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마에다!”


후지모토 시게루는 답을 해주는 대신 대기하고 있던 마에다 켄지 소좌를 소환했다.


“지금 즉시 달아나는 저놈들을 추격하라. 포로는 필요 없으니 즉각 사살해도 좋다.”


“옛!”


연대장의 명령에 마에다 소좌는 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전투에 굶주린 병력을 휘몰아 달아난 베이커 포대원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비명.


그 소리를 들은 후지모토 대좌가 냉소를 흘렸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겠지? 풀어주지 않고 그냥 처리하면 될 것을 말이야.”


스가이 다케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같은 말이었다.


“마에다의 솜씨가 좋긴 하지만 아마 뛰쳐나간 놈들 모두를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거야. 아마 몇 놈쯤은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영국군 진지에 도착하기도 하겠지.”


후지모토 대좌는 마치 의도했다는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네. 일부가 살아 무사히 도착하는 것 말이야.”


살려 보낸 적을 사살하라고 명령했다가, 이제는 일부가 살아서 적진에 진입하는 것을 기대한다니.


스가이 중좌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후지모토 대좌는 그런 스가이 다케오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몇 놈이라도 살아서 어느 부대에 도착하기라도 한다면 알아서 제56독립연대, 더 나아가 황군의 무서움을 생생히 알려주겠지. 그렇지 않겠는가? 어쩌면 살아 남기는 했어도 극도의 공포에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이야.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번뜩이는 듯한 연대장의 눈빛을 보며 스가이 중좌는 그제야 그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모아놓은 포로를 한 번에 없애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지모토 시게루는 모두를 죽여 흔적을 지우는 대신 마에다 켄지 소좌의 사냥에서 겨우 살아난 일부를 돌려보냄으로써 적군에게 일본군의 잔혹함과 두려움을 각인시키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훌륭한 생각입니다. 소문이 퍼진다면 놈들은 당분간 함부로 황군을 추격하거나 토벌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차피 일본군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흘 남짓, 그 시간 안에 그들은 전선에서 물러나 버마로 퇴각해야 했다.


그동안은 코리 모브레이와 앨런 해킹버텀의 협조로 영국군의 공세를 최대한 지연시켜 놓았으나 우호 작전에 동원된 일본군의 전면 철수가 알려진 지금, 그들이 언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포대 하나가 습격당해 포대원 대부분이 죽고 화포 일부마저 탈취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어떻게 될까?


굶주린 채 보급품 상자가 찾으러 다니던 일본군.


능욕당하거나 보급품 주변에 매복한 영국군에게 일방적으로 사냥당하던 일본군이 거꾸로 그들을 짐승몰이하듯 학살했다는 풍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영국군도 더는 적극적으로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런 소문에도 상관없이 겁 없이 전장으로 들어서려는 녀석들이 있겠지. 적어도 그 빅터라는 놈들 말이야.”


후지모토 대좌는 미간을 찌푸렸다.


*


코리 모브레이 대령은 두 다리가 마치 나무토막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이렇게 달려본 적이 언제였는가?


그는 초급 장교 시절 이외에 구보 따위는 일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훈련과 운동에 동떨어져 비대해진 그의 몸이 위태롭게 휘청였다.


땀은 비 오듯 흘러내렸으며,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젠장, 젠장...’


이대로 10초만 더 달리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겨우 걸음을 멈춘 코리 모브레이.


그는 커다란 나무에 두 손을 짚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랫동안 단련하지 않은 심장은 제구실 못 하는지 눈앞이 어지러웠다.


극심한 빈혈에 괴로워하던 코리 대령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풀려난 베이커 포대원들은 그를 본체만체하며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구보가 일상이며 젊고 튼튼한 심장을 가진 그들은 상대적으로 덜 지친 상태로 계속 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 탕!

- 타탕!


호흡을 가다듬던 코리 대령은 총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가 이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베이커 포대에 소동이 있던 것을 감지한 아군이 지원군을 파견한 것이 틀림없었다.


“됐어!”


살았다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쥔 코리 대령은 사색이 되어 달려오던 베이커 포대원을 부르려다 다시 총성이 울리고 그가 앞으로 풀썩 쓰러지는 것을 보자 자리에 얼어붙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못했다.


‘이, 이럴 수가!’


그것은 코리 모브레이가 기대하던 영국 지원군이 아니었다.


자신을 비롯한 베이커 포대원을 풀어준 그 일본놈의 부하들이 아닌가!


‘이런 개자식! 우리 모두를 속였구나.’


코리 대령은 마지막까지 후지모토 시게루의 손에 완벽하게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달아나려 해도 더는 한 걸음도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허연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는 한 사람.


굳이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


교활한 웃음을 띤 채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코리 대령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지 않은가?


코리 대령은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높이 들었다.


“사, 살려줘!”


하지만 그의 귀에 들린 것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말, 마치 외계어처럼 기괴하게 들리는 그의 말은 코리 모브레이의 공포를 더욱 자극했다.


- 철컥!


노리쇠를 손으로 밀어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리자 코리 대령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이제 저 일본 병사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자신은 바람구멍이 난 시체가 되는 것이다.


“머리 숙여, 이 등신아!”


덜덜 떨고 있는 코리 대령의 귓가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 무지막지한 악력으로 그의 목을 잡아 아래로 힘껏 눌렀다.


-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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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79화 - 낭심차기 마스터 23.10.19 89 2 10쪽
» 178화 - 함정(5) 23.10.18 81 1 11쪽
178 177화 - 함정(4) 23.10.17 90 1 12쪽
177 176화 - 함정(3) 23.10.16 85 1 11쪽
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175 174화 - 함정(1) 23.10.12 90 1 12쪽
174 173화 - 내부의 적(7) 23.10.10 112 1 10쪽
173 172화 - 내부의 적(6) 23.10.09 91 1 10쪽
172 171화 - 내부의 적(5) 23.10.06 91 1 10쪽
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168 167화 - 내부의 적(1) 23.09.27 118 1 12쪽
167 166화 - 그날이 오면 23.09.22 116 1 12쪽
166 165화 - 조각나는 추격대 23.09.20 109 1 10쪽
165 164화 - 방심의 대가 23.09.18 111 1 12쪽
164 163화 -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23.09.11 112 1 10쪽
163 162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2) 23.09.09 107 1 11쪽
162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8 1 12쪽
161 160화 - 유인 작전(2) 23.09.04 109 1 13쪽
160 159화 - 유인 작전(1) 23.09.01 1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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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7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2) 23.08.28 111 1 11쪽
157 156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1) 23.08.26 1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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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4화 - 탈출 시도(1) 23.08.21 1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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