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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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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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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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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6화 - 함정(3)

DUMMY

”오,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 것을 보니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나 봅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후지모토 대좌는 흥분한 앨런 대령을 제지하는 코리 모브레이를 향해 한 뭉치의 서류를 내밀었다.


그런 후지모토 시게루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훑어보던 코리 대령은 그가 내미는 서류를 낚아채듯 가져가더니 희미한 불빛에 비춰 읽기 시작했다.


”귀 군의 정보 참모인 코리 모브레이 대령과 제105 포병연대 소속 앨런 해킹버텀 대령은...!“


또다시 말도 안 되는 수작을 부릴 것으로 생각하고 냉소 가득한 얼굴로 문서를 읽어 내려가던 코리 대령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후지모토 시게루가 건넨 문서에는 자신과 앨런 대령이 일본군과 접촉한 날짜와 시간,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제가 참 기록을 좋아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어서 말이지요. 뭐 굳이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지만, 행여나, 행여나 말입니다.“


후지모토 대좌는 마치 연극에서 독백하듯 뒤돌아서서 말하더니 다시 돌아서서 두 사람을 보았다.


”만약에 오늘 자리가 불편해진다거나, 그에 준하는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면 저는 이것을 여러분의 군 사령관인 윌리엄 슬림 중장에게 보낼 생각입니다. 그분이 이것을 받아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후지모토 대좌는 무척이나 재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의 핵심 장교 두 사람이 적과 내통했다... 군 사령관의 표정이 어떨지...!“


”닥치지 못해!“


빈정대듯 말하는 후지모토 시게루의 말에 참지 못한 앨런 대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감히, 감히 누구에게 이따위 협박을 하는 것인가! 뭐 하고 계십니까? 지금 당장...!“


”쉿!“


잔뜩 흥분한 앨런 대령을 보며 코리 대령이 눈짓했다.


사실 그는 신호를 보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친디트 부대원 몇 명만 안으로 들이면 간단히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코리 대령은 감히 자신을 농락한, 게다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저런 말을 쏟아내는 후지모토에게 가장 자신있어하는 ‘언변’으로 밀렸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봐, 촌뜨기. 꽤 재밌는 것을 준비했군. 그래, 어디 한번 해봐. 원하는 대로 윌리엄 슬림 사령관께 이것을 보내보란 말이네. 자, 어서.“


코리 대령은 후지모토 대좌의 면전에 서류 뭉치를 들이밀며 흔들었다.


”수년간 전장에서 함께 해온 사람의 말과 적군의 말, 자네가 사령관이라면 누구의 말을 믿겠는가? 이런 황당한 것이 사실이라기보다는 내분을 조장하려는 술책으로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흠,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아마 저라도 거짓된 정보로 볼 것 같습니다만.“


코리 대령의 말에 후지모토 대좌가 그럴듯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무렵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


소령, 일본군에게는 소좌 계급인 그는 들어서자마자 코리 대령과 앨런 대령을 힐끗 보더니 후지모토 대좌에게 경례를 붙였다.


”자네 왔는가? 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후방 경계를 위해 배치한 병력이 있다고 말했던가요? 마에다 켄지 소좌라고 합니다.“


후지모토 대좌는 마치 연극배우가 관객을 향해 말하듯 과장된 몸짓으로 마에다 소좌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젠장, 대체 뭘 하려는 것인가?’


이제 골칫거리가 하나 늘어난 셈, 앨런 해킹버텀 대령은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고 느긋하게 말싸움이나 하는 코리 대령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자에게 일을 맡기느니 차라리 내가...’


무슨 의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이적 행위가 낱낱이 기록된 증거까지 저 일본인 장교가 들고 있다면 모든 일을 코리 대령에게만 위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슬그머니 물러나 대기하던 친디트 부대를 소환하려던 찰나, 코리 모브레이가 큰소리로 껄껄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의 이상 행동에 모든 사람이 움찔하며 놀랐으나 후지모토 시게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만히 코리 대령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모두 모였다는 얘기로군.“


‘아...’


코리 대령의 말에 앨런 대령은 그가 왜 그런 이상 행동을 보였는지 짐작이 되었다.


”쯧쯧, 아둔한 사람 같으니. 내가 왜 궁금하지도 않은 것을 물어보며 시간을 끌었겠는가?“


앨런 대령의 짐작대로였다.


그는 일부러 시간을 지체하면서 마에다 켄지라는 저 장교가 이곳으로 합류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뭐, 따로 추격해서 붙잡거나 사살할 수는 있지만 오밤중에 밀림을 수색한다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라야 말이지.“


”추격이나 사살이라... 혹시 이곳에 전투부대를 대동하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역시 눈치가 제법이군! 하지만 너무 늦었어.“


코리 대령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두 손가락을 튕겨 대기하던 친디트 부대에게 내부로 진입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의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바깥에서는 함성이 일더니 여러 명이 싸움을 벌이는 듯한 소리와 곧이어 끔찍한 비명이 이어졌다.


앨런 대령은 소름이 돋는 듯한 소리에 잠시 몸이 움찔했으나 애써 태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다.


‘친디트 부대가 바깥에 있던 일본군을 제압한 모양이로군.’


한바탕 소란은 정리가 된 듯 곧 잠잠해졌다.


”오밤중에 웬 소란인가요?“


”무슨 소란이겠는가? 네놈이 데려온 부대원이 도륙당하는 소리겠지.“


코리 대령은 한심하다는 듯 후지모토 대좌를 보며 껄껄대며 웃었다.


그는 마치 십 년 묵은 듯한 체증이 확 내려가는 듯한 후련함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 듯하던 저 오만한 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친디트 부대다. 아무리 멍청한 네놈들이라도 그들의 명성을 들어보지 못한 것은 아니겠지?“


”친디트라...“


코리 대령의 말을 스가이 중좌가 중얼거리듯 되뇌었다.


직접 상대한 본 적은 없으나 전선 후방, 특히 버마에 침투하여 철로를 끊고 주요 지점을 타격한 그들의 활약상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남방군에게 그들은 빅터 부대만큼 거슬리고 까다로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젠장, 그 유명한 친디트를 데리고 왔단 말인가?“


후지모토 대좌가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그래. 그 표정.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되는가 보군.“


파르르 떨리는 듯한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의 얼굴을 본 코리 모브레이 대령이 다시 한번 파안대소했다.


”그만 이곳을 정리합시다.“


앨런 대령의 다급한 말에 코리 대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조쉬, 알렉스! 어서 들어들 오게!“


”조쉬와 알렉스. 이곳으로 데려온 부대의 지휘관인 모양이군.“


후지모토 대좌가 코리 대령을 노려보며 말하자 입구에서 소란이 일더니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네가 어떤 처지에 놓인 것인지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어보거라. 혹시 아는가? 목숨 정도는 살려둘지 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리듯 말하던 코리 대령은 입구에서 들리던 요란한 발소리의 정체를 확인하자 백지장처럼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누런 군복에 검은 눈동자를 한 작은 체구의 병사들, 누가 보아도 영국군이 아니라 일본군인들이었다.


조쉬 대위와 알렉스 대위 그리고 친디트 부대원은 어디에 가고 이들이 들어왔다는 말인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앨런 대령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네들이... 여기는 어쩐 일인가?“


후지모토 대좌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들어선 일본 병사들을 향해 물었다.


그런 연대장의 모습을 본 스가이 중좌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병사들이 당황하지 않습니까? 인제 그만 이곳을 정리하시지요.“


”흠, 그런가? 한참 재밌었는데 아쉽군.“


후지모토 시게루와 스가이 다케오의 알 수 없는 대화를 멍청한 표정으로 보던 코리 대령은 갑자기 후지모토 대좌가 손가락을 튕기며 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


마치 조금 전 자신이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말이다.


그의 신호가 떨어지자 들어선 병사 네댓 명이 들고 있던 무언가를 바닥에 툭 던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눈을 가늘게 뜨며 살펴보던 앨런 대령,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그의 동공이 커지며 너무 놀란 나머지 뒷걸음치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으아아악!“


코리 대령은 앨런 해킹버텀처럼 꼴사납게 넘어지지는 않았으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왜들 그렇게 놀라십니까?“


크게 놀란 두 사람을 보며 후지모토 대좌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두 사람의 영국 장교 앞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그렇게 기다리던 조쉬 대위와 알렉스 대위 그리고 그들이 대동한 친디트 부대원의 머리였다.


”한 번도 호위 병사를 대동하지 않은 두 분께서 이번에는 분대 규모의 병력을 움직이셨더군요.“


앨런 대령은 후지모토 대좌의 말이 이어지자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자신을 호위하던 특수부대, 여차하면 이곳에 온 일본군을 모두 죽여 모든 사실을 땅에 묻으려던 그들이 거꾸로 당했다는 것도 경악할 만한 일이었으나 그보다 놀라운 것은 후지모토 시게루라는 저 일본군 장교는 코리 대령이 대동한 부대의 규모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으면 여기 있는 우리를 죽여 입막음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음, 생각해보니 일이 어떻게 흘러가던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틀렸다. 이자는 애초에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앨런 해킹버텀 대령은 온몸에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앨런 대령을 본체만체 한 후지모토 대좌는 너무 놀라 입조차 떼지 못하는 코리 모브레이 대령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그가 다가오자 코리 대령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어차피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한 것이 아닙니까? 다만 귀하의 행동이 조금 늦었을 뿐이지요.“


냉소를 흘리며 말하는 후지모토 시게루의 표정은 표독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느덧 코리 대령의 앞에 선 후지모토, 그는 마치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하는 코리 대령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렇게 긴장하면 몸이 굳어진답니다. 자, 긴장을 조금 푸시고 제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코리 대령은 대답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어차피 코리 모브레이에게 선택권 같은 것은 없었다.


”제105 포병연대 중 베이커(baker) 포대가 전진 배치되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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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8화 - 함정(5) 23.10.18 81 1 11쪽
178 177화 - 함정(4) 23.10.17 90 1 12쪽
» 176화 - 함정(3) 23.10.16 86 1 11쪽
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175 174화 - 함정(1) 23.10.12 9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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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2화 - 내부의 적(6) 23.10.09 91 1 10쪽
172 171화 - 내부의 적(5) 23.10.06 91 1 10쪽
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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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165화 - 조각나는 추격대 23.09.20 10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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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3화 -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23.09.11 112 1 10쪽
163 162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2) 23.09.09 108 1 11쪽
162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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