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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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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08.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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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4화 - 탈출 시도(1)

DUMMY

다행히 치명상을 피해갔으나 왼팔에는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것을 위해 아껴놓은 것인가?”


전투가 시작된 이후 김우진 대위는 마에다 소좌가 권총을 꺼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마치 모든 총알이 떨어진 것처럼, 그렇게 그는 철저히 김우진 대위를 기만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권총 탄환이 빗나가기 어려울 만큼 거리가 가까워진 결정적인 이 순간에 그는 권총을 꺼내 든 것이다.


“잔인한 새끼, 한 방으로 해결할 일이지.”


마에다 켄지 소좌의 저격에 피격된 김우진 대위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오른손에 쥔 칼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굳은 표정으로 김우진 대위를 겨냥하며 방아쇠를 당기려는 마에다 소좌.


“이리 내!”


김우진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마에다 소좌가 권총을 쏘는 것을 본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냅다 그의 권총을 뺏는 것이 아닌가?


“내가 직접 처분할 것이다.”


칼을 들고 직접 상대하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총을 쏘는 것은 다른 얘기다.


그것이 설령 최악의 명중률을 자랑하는 권총일지라도 말이다.


호시노 소좌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에게 치욕을 선사한 김우진 대위를 천천히 겨냥했다.


“황군과 본인을 능멸한 대가, 지금 치러주마.”


호시노 소좌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흘렸다.


결국 최후에 서 있는 것은 바로 이 몸, 호시노 모리미치다.


호시노 소좌의 검지가 천천히 당겨졌고, 움직일 기운이 남아있지 않은 김우진 대위가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매서운 기세로 그를 쏘아보았다.


- 탕!


총성이 울리는 순간, 김우진 대위는 움찔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아무런 고통이, 조금 전 왼팔에 피격됐을 때 느꼈던, 마치 불덩이가 살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 모자란 놈의 총질에 내가 죽은 것인가?


그래, 죽은 다음에 무슨 통증이 느껴지겠는가?


- 타탕!


연이은 총소리.


‘개새끼들, 아주 벌집을 만드는군...’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또다시 총질이라니.


“정신 차려! 우군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확보하며 적을 섬멸한다!”


죽은 줄 알았던 김우진 대위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그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나뒹굴고 있는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


쓰러진 그의 몸에서 쉬지 않고 피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총에 맞은 것은 김우진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그림자 하나, 그것은 매우 익숙한 누군가의 실루엣이었다.


“쳇, 빨리도 왔네.”


그림자의 정체를 알아본 김우진 대위의 입가에 허탈한 듯한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왜... 왜 이제야 온 거...”


반가움 그리고 동시에 밀려오는 원망 아닌 원망.


김우진 대위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과 동시에 그가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의식을 놓은 채 쓰러졌다.


*


‘빌어먹을! 저놈한테 정신이 팔려 다가오던 적을 생각하지 못하다니... 그렇다해도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자신의 권총을 채간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가 끈질기게 일본군 추격대, 더 나아가 우호 작전에 투입된 일본군을 괴롭히던 김우진 대위의 숨통을 끊으려던 찰나 울린 총성과 함께 호시노 소좌가 쓰러지자 마에다 소좌는 아차 싶었다.


궁지에 몰린 김우진 대위의 부대가 신호탄을 올린 의미를 간파했으나 크로포드 대위와 박차돌 상사의 결사대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타난 김우진 대위를 상대하느라 어느새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그는 망각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호시노 소좌는 단 한 발의 사격에 절명했고, 몸을 은폐 엄폐하지 못한 추격대는 갑자기 나타난 적군의 사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전군 산개! 엄폐물을 찾아!”


마에다 소좌는 퇴각하는 대신 전군에 산개 명령을 내렸다.


사격을 알리는 섬광이 번쩍이는 것을 봤을 때 이곳에 나타난 적의 수는 넉넉잡아야 1개 분대 규모.


탄약 보유량이 변수이기는 했으나 아직 수적으로는 추격대가 우세했다.


‘신호탄을 본 것은 너희들만이 아니다. 거리가 있긴 하지만 이곳은 아군 진지와 가까운 곳. 네놈들은 결코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마에다 켄지는 제15사단과 연계 작전을 펼치고 있는 후지모토 대좌와 제56독립연대가 분명 신호탄을 확인한 것은 물론 그 의미도 파악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가 알고 있는 연대장이라면 이런 상황에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찰나와 같은 순간에 생각을 정리한 마에다 소좌는 부대를 물리는 것보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적을 교란하라.”


이곳에서 적을 섬멸하기로 결심한 마에다 소좌는 김우진 대위의 소규모 부대와 대치했을 때 사용했던 전술을 다시 써보기로 했다.


“퇴각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놈들 아직 규모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상대하던 놈들과는 다르게 탄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백병전밖에 할 수 없는 아군이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불안한 시선의 츠지 상등병은 제법 날카롭게 전세를 파악했다.


“침착해라, 츠지.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려.”


마에다 소좌는 오합지졸인 제15사단 병사들처럼 당황한 츠지 상등병을 진정시키려 했다.


돌발 변수가 나타난 지금 병사 중 일부라도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지시에 따를 수 있다면 마에다는 이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아껴놓은 권총탄 몇 발을 제외한다면 우리는 단 한 발의 총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억하지 못하는가? 그들을 교란하여 탄약을 소진케 한 다음 괴수 같은 자들을 연이어 쓰러뜨리지 않았는가? 황군이 고작 총알 몇 발에 등을 보이고 달아날 셈인가?”


일본군 장교들이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할 때 들먹이는 ‘황군의 정신’이지만 적절한 승전 경험과 섞이자 제법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츠지 상등병이 생각하기에도 분명 그의 말처럼 조금 전 상황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가 어떠했는가? 절명한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는 퇴각할 것을 주장했지만, 마에다 소좌의 주장대로 움직인 덕분에 고지를 점령한 적을 달아나게 만들고 극렬히 저항하던 적군을 제거하지 않았는가.


그제야 츠지 상등병은 지금이 그리 두려워할 만한 상황이 아님을 깨달았다.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저 멍청한 제15사단 놈들을 수습하도록 하라. 양방향에서 적을 교란하여 탄약을 쓰게 만든 다음 돌격하여 저들을 쓸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저들의 목을 들고 당당히 진지로 귀환하는 것이다, 알겠는가?”


*


“이, 이...!”


박차돌 상사의 시신을 확인한 사수장 이춘삼 중사는 이미 눈이 반쯤 돌아간 상태였다.


이청천 대령이 호시노 소좌를 저격으로 쓰러뜨리자 이춘삼 중사의 기관단총 탄창 하나를 비우다시피 하며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이들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일본군 추격대원 둘은 그의 기관단총이 불을 뿜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피를 뿜으며 뒹굴었다.


“개 잡것들, 당장 안 튀어나오냐!”


이춘삼 중사가 탄창을 교체하는 사이 우왕좌왕하던 일본군이 나무며 바위 뒤로 몸을 숨기자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위협 사격을 하듯 바위와 나무를 향해 다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만!”


“이거 놓으라니께요! 저 잡놈들이, 우리 성님을...”


만류하는 이청천 대령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는 이춘삼 중사의 눈에는 어느덧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조선 그리고 일본의 마수가 뻗친 북녘땅을 등지고 머나먼 이곳 남쪽까지 함께 한 유일한 사람이 바로 박차돌 상사였다.


참혹한 전장에서 기댈 수 있는, 그에게는 피붙이 같은 존재였다.


제발 살아있기를.


단순하고 과격한 이춘삼 중사가 사고를 칠 때면 언제나 했던 말.


이 우라질 놈, 육시를 할 놈.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좋으니, 그 놋쇠 깨지는 듯한 목소리를 제발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건만...


“흐흐흑, 성님...”


이춘삼 중사는 은폐한 적이 몰려나올 것도 개의치 않는 듯 자리에 퍼질러 앉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놈들이 두 패로 나뉜 것 같습니다. 대원들이 견제 사격을 하고는 있지만, 엄폐물을 끼고 있어 명중률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현 시간부로 부대의 사격을 전면 통제한다. 내 허락 없이 발포하지 않도록. 지금 즉시 줄리엣-7(J-7)으로 이동...!”


탄약 조절을 위해 무분별한 사격을 제어하고 탈출 경로로 부대의 이동을 지시하려던 이청천 대령은 잠시 말을 멈추고 희미하게 함성 비슷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응시했다.


“이럴 수가! 놈들의 지원군입니다!”


곧이어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린 빅터 대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 와아아


마에다 켄지 소좌가 한 가닥 걸었던 기대 그리고 빅터 대원의 심장을 내려앉게 만든 소리의 정체는 인근 일본군 진지에서 합류한 대규모 지원군이었다.


김우진 대위가 최후의 수단으로 쏜 신호탄을 그들이 보고 대응한 것이었다.


“중대 규모쯤 되는 것 같군.”


“예?”


파리하게 질린 빅터 대원은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이청천 대령을 보았다.


그는 이청천 대령의 저격 그리고 당해낼 자가 없는 근접 전투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냉철한 판단으로 늘 이기는 전투만 하는 지휘관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절망적인 상황이 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인가?


아니면 뭔가 특단의 대책이라도 있는 것인가?


‘설마 여기서 결전을 벌이기라도 하시려는 것인가?’


빅터 대원은 다수 병력의 장점을 온전히 살릴 수 없는 정글이라는 특수한 곳에서 백병전을 벌인 경우 승산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평지가 아닌 곳이라고 한들 열 명 남짓한 병력으로 어떻게 중대 규모의 적군을 상대한다는 말인가.


혼자서 네댓 명을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그 대단하다는 김우진 대위 역시 떼로 덤비는 일본군을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지지 않았는가.


물론 이청천 대령의 전투 실력이 그를 능가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래봤자 고작 몇 명을 더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숫자로 밀어붙이는 그들을 모두 당해낼 수 없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작전 내용에 변동 사항은 없다. 전 대원은 빠르게 줄리엣-7 포인트로 이동한다.”


“따라오는 놈들에게 대응하지 말고 이동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다가 덜미를 잡히기라도 한다면...!”


“후방에서 내가 저지할 것이다. 신속히 김우진을 데리고 이곳을 이탈한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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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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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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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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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156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1) 23.08.26 125 1 12쪽
156 155화 - 탈출 시도(2) 23.08.25 1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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