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230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3.09.22 22:12
조회
116
추천
1
글자
12쪽

166화 - 그날이 오면

DUMMY

한밤중에 천지를 들썩이게 하는 폭음이 들려오자 어지간한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력을 나누어 서둘러 전방의 상황을 확인하게 한 그는 손전등이 비추는 희미한 불빛 아래 펼쳐진 수라도 같은 상황을 목도할 수 있었다.


“대체 무엇에 당한 것일까요···”


처참하게 당한 시신을 살펴보던 스가이 다케오 중좌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치 눈앞에서 여러 발의 산탄총을 일제히 쏘기라도 한 듯했다.


하지만 스가이 중좌가 알고 있기에 이런 살상 위력을 내는 폭발물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이것이로군.”


바닥을 살피던 후지모토 대좌는 검붉은 피가 엉겨 붙은 쇠구슬을 손으로 집었다.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제히 산탄총이라도 쏜 것일까요?”


상처를 보아 유일한 가능성이 산탄총이라 그렇게 말하기는 했으나 스가이 중좌는 시가전도 아닌 마당에 산탄총과 같은 쓸모없는 무기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영 미심쩍었다.


산탄총이란 것이 광역 제압 무기이기는 하지만 코앞에서 쏘지 않는 이상 효과가 미미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니던가?


“지뢰야. 아마도 산탄 지뢰의 일종이겠지.”


“예?”


“내부에 이런 쇠구슬과 같은 것을 충진해 폭발하게 했겠지. 아직 시험 단계라 들었는데 실전 배치가 되었을 줄은 몰랐군.”


“··· 이런 위험한 것이 있다면 추격을 재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 번의 폭발로 제15사단 추격대 병력 열 일곱이 사지가 찢겨 죽었다.


만약 이런 것이 도처에 깔려 있다면, 아니 단 하나라도 있다면 제56독립연대 추격 병력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흐음.”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미간을 찌푸렸다.


스가이 중좌의 말처럼 이런 위험한 폭발물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지금으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놈이 노린 것이 이점이라면?’


후지모토 대좌가 고민하는 것은 이 부분이었다.


조금 전 폭발한 산탄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라면?


‘완전히 놈의 손에 놀아난 것인가?’


후지모토 대좌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는 대인 살상 폭발물의 위험을 감수하고 적을 압박하는 경우와 이대로 부대를 물리는 것에 대한 수를 계산해보았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딱히 오래 고민할 것도 없었다.


어디에 매설되어 있을지 모를 폭발물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적군은 아마 영국군이 타고 온 하프트랙에 탑승해 이곳을 벗어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설령 모든 준비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차량에 탑재된 무장을 점검하고 다가올 후지모토 대좌의 부대를 상대할 태세 정도는 갖추었을 것이다.


그런 곳에 부대를 밀어 넣는다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쩌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중기관총 1정만 있었더라도.’


후지모토 시게루는 일본 원정군의 딱한 보급 상황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거의 잡은 것 같았던 적을 이렇게 놓치게 되지 않았던가.


“철수한다. 전 부대원은 신속히 부상자를 수습하여 복귀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후지모토 대좌의 명령에 스가이 다케오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시야도 확보되지 않은 마당에 함부로 전진할 수는 없었다.


기어코 결판을 보려 했으나 지금은 연대장의 판단이 옳았다.


*


바쁘게 하프트랙을 움직일 준비를 하던 빅터 대원들은 엄청난 폭음이 들리자 자신도 모르게 하던 일을 멈추고 말았다.


“엄청난 폭발력이군요.”


엠마 중위는 폭발이 일어난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청천 대령이 설치한, 아직 시험 단계에 불과하다고 하는 지향성 대인 산탄 지뢰의 위력은 지난번에도 경험했던 것이지만, 참으로 새삼스러운 파괴력이었다.


600g이 넘는 폭약과 함께 내장된 200여 개의 쇠구슬은 다가오는 적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을 것이다.


“제대로 걸려들었을까요? 격발기에 연결된 선을 일부러 노출시키는 수고까지 했는데.”


엠마 중위는 산탄 지뢰를 설치하기 전에 격발기와 연결된 전선을 일부러 지면에 노출시키는 이청천 대령의 기묘한 태도를 떠올렸다.


아무리 시간이 없다 하더라도 얕게 땅을 파서 전선을 매설하는 것을 그가 잊을 리가 없었다.


반드시 무슨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그녀는 따로 묻지 않았으나 문득 그가 왜 그런 허술한 행동을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직접 격발하기 위해서는 적이 접근하는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훈련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어둠속에서, 150야드(약 140미터) 넘게 떨어진 곳에 접근하는 적을 확인하고 격발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청천 대령의 말에 엠마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이란 조건은 일본군에게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저들 스스로 터트리게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판단했지요.”


“저들 스스로 터트리다니요?”


부대를 전멸로 몰고 갈지도 모를 위력을 지닌 폭발물을 스스로 터트린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격발기에 연결된 전선이 끊어지게 되면 자동으로 닫히는 입력 스위치를 지연 신관과 함께 설치했습니다.”


“묘수네요. 전선을 발견한 일본군이 선을 끊어버리면 작동하는 방법이라니! 그런데 바로 터지지 않고 지연 폭발을 시킨 이유가 있나요? 지연 신관이 작동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틀림없이 폭발물이 근처에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부대를 산개하거나 피해를 줄이려는 대응을 한다면 효과가 떨어지지 않겠어요?”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타이머가 ‘0’에 수렴하는 시간과 실제 폭발하는 딜레이를 15초 정도 주었지요. 처음에 폭발물로 생각한 저들이 산개했다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모이게 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타이머의 간격이 짧아지는 것을 듣는다면 일본군은 틀림없이 부근에서 부대를 물러나게 했을 것이다.


아주 피해가 없진 않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살상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타이머는 멈췄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떨까?


산탄 지뢰를 직접 발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일본군은 그것이 폭탄이더라도 불발탄이거나 자신들을 속이려는 기만체쯤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컸다.


마음을 놓은 그들이 다시 추격을 재개하고 일본군이 다시 대열을 갖추려 할 무렵 시간차를 두고 폭발하는 산탄 지뢰.


엠마 중위는 짧은 시간에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이청천 대령의 지략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제대로 작동한다면 좋겠지만 꼭 많은 피해를 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런 위험한 물건이 얼마나, 어디에 있을지 저들은 짐작할 수 없으니 부대원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지휘관이 아니라면 접근할 시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청천 대령은 중국군 포로 교환 협상에서 보았던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겪은 많은 일본군 장교들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부대원을 희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의를 위한 희생’


그럴 듯한 문구였으나 정작 그 희생에 고위 장교가 수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이청천 대령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후지모토라는 인물은 조금 달랐다.


전장에서 병력을 배치하고 기동하게 하는 전술, 포로로 잡힌 아군을 대하는 방법.


이청천 대령이 판단한 그는 부대의 응집력을 끌어 모으고 조직이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인도 동북부 전선에 배치된 일본군이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과 달리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이끄는 부대는 아직도 준수한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차량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얼굴이 시꺼멓게 변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허연 이밖에 없는 대원의 보고에 이청천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본대로 복귀한다.”


잠시 후 육중한 엔진음이 울리더니 어둠속에서 세 대의 하프트랙이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팔에 붕대를 감은 김우진 대위는 병상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총탄은 다행히 뼈를 건드리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으나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누가 말을 걸더라도 필요한 대화 이외에는 말을 이어가는 법이 없었으며, 늘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사라진 그의 표정은 편안하다기 보다는 꼭 죽음을 앞두고 있는, 세상 모든 일에 초연해진 사람과 같았다.


“큰 부상이 아니라니 다행이군.”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본 김우진 대위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했다.


병실에 들어선 것은 다름아닌 가르시아 소령이었다.


미티나 비행장을 점령하고 남쪽 전선으로 합류한 모양이었다.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던 가르시아 소령, 말없이 먼 곳을 응시하던 그는 뭔가를 꺼내더니 김우진 대위의 병상 옆에 있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눈에 익은 물건, 그것은 크로포드 대위가 사용하던 전투용 대검이었다.


“··· 치우시오.”


김우진은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다시 돌리더니 창밖을 응시했다.


“참 우습지. 녀석이 놓고 간 것이 겨우 이거 하나라니. 아무래도 나보다는 자네에게 소중한 유품일 것 같아 가져왔네.”


“···”


“오늘이 그 녀석이 가는 날이야. 이 말을 하려 온 것이네.”


가르시아 소령은 곧 있을 전사자에 대한 합동 장례식을 언급하더니 정말 전할 말이 그것뿐이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떠나려 했다.


“···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십니까?”


차라리 그가 화를 내기라도 했다면 나았을까?


멱살을 움켜쥐고 주먹이라도 갈겼다면 조금이나 마음의 짐이 덜어졌을까?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김우진의 말에 가르시아 소령이 짧은 대답과 함께 여러 의미가 섞인 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이 전쟁에서 동료를 잃은 사람이, 전우와 가족을 잃은 사람이 어디 자네와 나뿐이겠는가···”


깊은 회한이 서려 있는 듯한 김우진의 말, 가르시아 소령은 대답하는 대신 잠자코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


하얀 무명천 중앙에 태극 무늬 그리고 건곤감리(乾坤坎離)의 4괘로 구성된 태극기.


태극기의 흰 바탕을 이루고 있는 무명천에는 살아남은 빅터 대원들의 서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성님 좋아하던 탁빼기는 없으니 이거라도 원 없이 드쇼.”


담담한 표정의 이춘삼 중사가 포술장 박차돌 상사의 관에 술을 부으며 중얼거렸다.


“뭣헐라고 그리 서둘렀는가··· 쪼까 기다리쇼, 얼른 따라갈 테니···”


이청천 대령과 엠마 중위 그리고 모든 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차돌 상사와 전사한 대원들의 관을 실은 나무배가 강 물결을 따라 천천히 멀어져갔다.


연합군과 일본군, 양측의 합의에 따라 이틀 동안 정전 협정에 맺어지고 허치슨 캠프(Hutchison Camp)에서는 전사한 이들을 위하 장례식이 치러졌다.


각자의 국기를 감싼 관에 어떤 이들은 철모를 얹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고이 접은 군모를 얹기도 했으나 공통점은 빅터 부대를 제외한 부대의 전사자들의 관은 하나도 빠짐없이 조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 강으로 뿌려줍시다. 끝자락에서 바다를 만나면 언젠가는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누군가의 의견에 따라 박차돌 상사를 포함한 이들의 관은 수장(水藏, water burial)로 치러졌다.


몇 날 며칠 굽이굽이 진 강의 물결이 이끄는 대로 떠다니던 그들은 마침내 바다에 닿을 것이다.


바람을 따라, 조류를 따라 떠돌던 그들은 그날이 오면 마침내 한적하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부대 차렷!”


김우진 대위의 구호에 부대원들이 차려 자세를 취하더니 멀어지는 배를 향해 거수 경례를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4 183화 - 어둠의 지배자(4) 23.10.29 89 1 11쪽
183 182화 - 어둠의 지배자(3) 23.10.26 93 1 11쪽
182 181화 - 어둠의 지배자(2) 23.10.24 100 1 9쪽
181 180화 - 어둠의 지배자(1) 23.10.23 96 1 11쪽
180 179화 - 낭심차기 마스터 23.10.19 89 2 10쪽
179 178화 - 함정(5) 23.10.18 81 1 11쪽
178 177화 - 함정(4) 23.10.17 90 1 12쪽
177 176화 - 함정(3) 23.10.16 86 1 11쪽
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175 174화 - 함정(1) 23.10.12 90 1 12쪽
174 173화 - 내부의 적(7) 23.10.10 112 1 10쪽
173 172화 - 내부의 적(6) 23.10.09 91 1 10쪽
172 171화 - 내부의 적(5) 23.10.06 91 1 10쪽
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168 167화 - 내부의 적(1) 23.09.27 119 1 12쪽
» 166화 - 그날이 오면 23.09.22 117 1 12쪽
166 165화 - 조각나는 추격대 23.09.20 110 1 10쪽
165 164화 - 방심의 대가 23.09.18 111 1 12쪽
164 163화 -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23.09.11 113 1 10쪽
163 162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2) 23.09.09 108 1 11쪽
162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8 1 12쪽
161 160화 - 유인 작전(2) 23.09.04 109 1 13쪽
160 159화 - 유인 작전(1) 23.09.01 117 1 13쪽
159 158화 - 꿩사냥 23.08.30 116 1 11쪽
158 157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2) 23.08.28 111 1 11쪽
157 156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1) 23.08.26 126 1 12쪽
156 155화 - 탈출 시도(2) 23.08.25 119 0 12쪽
155 154화 - 탈출 시도(1) 23.08.21 124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