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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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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2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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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7화 - 내부의 적(1)

DUMMY

짙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인적이 드문 밀림 그리고 오래 전에 버려진 듯한 낡은 사원 하나.


모두가 잠든 시각, 먹이를 찾아 나선 이름 모를 짐승이 사원 입구를 서성이다 발소리가 들리자 귀를 쫑긋 세우더니 이내 풀숲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런 곳에서 밀담이라니, 이거 원···”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낡은 사원 입구에서 함께 흘러나온 누군가의 불편한 듯한 목소리.


“그래도 담배는 좀···”


“여기 근처에 누가 있다고 그래!”


젊은 사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가 희끗한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아랑곳하지 않고 시가에 불을 붙였다.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호들갑은! 여기에 올 사람이 한 사람 밖에 더 있겠는가? 쯧쯧.”


짧은 콧수염에 백발을 한 사내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하지만 그는 사원으로 들어선 발소리의 정체를 보고 놀란 듯 물고 있던 시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 아니.”


“여, 연대장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참모장이라고 불린 사내, 짧은 콧수염에 놀라서 시가를 떨어뜨린 사내는 다름 아닌 영국 왕립포병 제105연대의 연대장인 앨런 해킹버텀(Allan Heckingbottom) 대령이었다.


“그러는 참모께서는 무슨 일로?”


낡은 사원으로 들어선, 앨런 대령을 놀라게 한 이는 제14군단 정보 참모인 코리 모브레이(Cory R. Mowbray)대령이었다.


예상치 못한 조우에 두 사람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사원 입구에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더니 망설임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이거 귀한 분들을 모셔 놓고 늦었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유창한 영어와 함께 들어선 사내는 일본군 제56독립연대의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였다.


일본군과 최전선에서 대치하는 부대의 최고 지휘관, 임팔 방어 작전을 주도하는 제14군단의 핵심 참모 그리고 이들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일본군 최고 부대의 지휘관이 무슨 일로 야심한 시각에, 주변의 눈을 피해서 이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일까?


놀라운 것은 영국군 고위 장교들의 태도였다.


골머리를 썩이게 만든 부대의 지휘관이 눈앞에 나타났건만 이들은 후지모토 대좌를 향해 총을 뽑아 들지도, 그를 생포하려 들지도 않았다.


“흠흠, 다른 손님이 있는 줄은 몰랐소이다.”


제105 포병 연대의 연대장인 앨런 대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말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앨런 대령의 말에 지지 않고 코리 대령이 말을 받았다.


상황이 껄끄러운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엄연히 일본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이런 곳에서 상부의 허락도 없이 적군의 장교를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첩자로 의심받을 것이 뻔한 상황이 아닌가!


“자자, 앉으시지요. 맹세코 두 분께 불편한 일은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자, 어서요.”


후지모토 대좌의 권고에 두 사람은 마지못해 차려진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먼 길을 오시게 했는데 아무것도 대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간소하게 식사지만 먼저 들고 말씀을 나누시지요.”


“됐소. 저녁이라면 일찌감치 먹었소이다.”


여전히 의혹에 찬 표정을 지우지 못한 앨런 대령이 손을 내저었으나 후지모토 대좌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 앞에 뚜껑이 덮인 커다란 접시를 놓게 했다.


“허, 이것 참···”


이 시간에, 이렇게 불편한 자리를 만들고 고작 내온 것이 야식이라니.


코리 대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준비한 사람의 손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자, 분명 입맛에 맞을 것입니다. 어서요.”


속을 알 수 없는 후지모토 시게루의 거듭된 권유에 앨런 대령과 코리 대령은 마지못해 각자 앞에 놓인 접시의 뚜껑을 열었다.


“···”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았다.


접시에 놓인 것은 영국식이나 일본식 식사가 아닌 종이 한장이었다.


“이건 또 무슨···!”


후지모토 대좌가 자신을 희롱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언성이 높아지며 신경질적으로 접시에 놓인 종이를 펼쳐 보던 코리 대령은 낯빛이 달라지며 말을 멈추고 말았다.


그런 코리 대령을 의아한 표정으로 보던 앨런은 자신도 황급히 앞에 놓인 접힌 종이를 펼쳐보았다.


“이, 이것은!”


내용을 확인한 앨런 대령은 입이 떡 하니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광구권(petroleum licensing, 육지 또는 바다의 지리적 구역에 대한 상업적 채굴권)이라···”


그들 앞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이 점령한 남방 자원 지대의 자원 채굴권 증서였다.


“어떻습니까? 준비한 것은 마음에 드시는지요?”


“흠흠.”


후지모토 시게루의 말에 앨런 대령은 민망한 듯 연신 헛기침을 했으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고무와 석유 등 각종 자원이 차고 넘치는 지역에 독점으로 채굴할 수 있는 권리라니!


이거 하나라면 몇 대까지 먹고 사는 것은 물론, 어쩌면 대영제국에서 손에 꼽는 부호가 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코리 대령의 날카로운 지적에 앨런은 행복한 상상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솔깃한 제안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모순이 있군. 지금은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이지만, 그대들이 전쟁에서 패망하게 되면 어차피 우리의 손으로 들어올 물건이 아닌가?”


코리의 말을 듣고 보니 실로 그러했다.


지금이야 일본이 차지한 곳이지만, 인도 전선은 물론이고 태평양 전선에서도 일본이 차지한 국경선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남방 자원 지대 역시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연합군의 수중에 들어올 터, 내 것을 두고 벌이는 흥정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후지모토 대좌는 코리 대령의 날카로운 지적에도 아무런 동요가 없는 듯 빙긋 웃었다.


‘이것 봐라?’


자타공인 영국군 제14군 최고의 브레인인 코리 대령은 협상에도 능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즐겨하던 방법으로 상대 논리의 허점을 공략해 틈을 만든 다음 협상에서 주도권을 자신이 쥐려 했던 것이었다.


항복조차 하지 않는 일본군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일부로 ‘패망’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들먹였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다니, 그는 눈앞의 상대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상대임을 깨달았다.


코리 대령이 계속해서 후지모토 대좌의 빈틈을 찾으려 할 무렵 후지모토 시게루가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물러나면 그 땅과 권리에 대한 주인이 바뀔 수 있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후지모토 시게루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에 영국군 대령들은 되려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 주인이 대영제국이 된다는 보장이 있겠습니까? 그 지역은 프랑스의 식민지였지요, 아마? 그렇다면 그 땅은 다시 프랑스에게 돌아가는 것이 될까요?”


“아니, 이곳에 병력을 보내지도 않은 국가나 무슨 염치로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이오? 그대들이 물러가면 그곳은 당연히 우리 대영제국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앨런 대령은 나치 독일에 일찌감치 점령당한 프랑스의 얘기가 나오자 가당치 않다는 듯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대영제국의 부대가 그 지역을 점령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그 땅은 누구의 것입니까? 설령 귀하의 부대가 그 지역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광구권이 군의 소유가 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코리 대령은 거침없는 후지모토 시게루의 말에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가 하는 말 중에 틀린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흠, 그렇다면 이 증서가 어떻게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입니까? 설령 우리가 이것을 손에 쥔다 한들 내 것이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소? 소유주와 관계없는 증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말투는 제법 공손해졌지만, 코리 대령은 여전히 의혹을 품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땅의 소유주와 귀하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증서의 마지막에 서명란을 살펴보시겠습니까?”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눈을 아래로 내려 증서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았더니 깜짝 놀란 듯 다시 서로를 보았다.


그곳에는 후지모토 대좌가 말한 것처럼 해당 지역을 소유한 지주의 서명이 있지 않은가?


“서명의 진위 여부는 직접 검증하셔도 무방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귀하의 서명뿐이지요.”


말하는 태도로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 권리 증서는 억만금을 보장한 백지 수표가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코리 대령의 입에서 결국 후지모토 시게루가 원하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설마 귀관의 부대나 일본군을 공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면 아군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미리 말하지만 그런 일은 아무리 많은 것을 내준다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앨런 대령은 코리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말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조국을 팔 생각은 없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나는 이 자리에서 막후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것입니다.”


“막후의 이야기?”


후지모토 대좌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코리 대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금번 작전에서 가장 빛나는 공을 세운 부대가 있다지요?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합니까? 그것이 대영제국의 부대가 아닌 대일본제국의 식민지 중 하나인 ‘조선’이라는 나라의 독립을 꿈꾸는 저항군인 것을.”


후지모토 시게루의 비아냥 거리는 듯한 말투에 두 사람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쳐 갔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의 말투 때문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일본에 합병된 조선에서 온 이들로 구성된 ‘빅터 부대’.


작전 초기부터 일본군의 보급선을 파괴하고 주요 부대의 전진을 저지한 이들의 활약을 영인군 중 모르는 이가 없었다.


남방 자원 지대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부대를 청소하듯 쓸어버린 일본군이 흉흉한 기세로 아라칸 산맥을 넘었다는 소식에 인도에 주둔한 영국군은 싸우기도 전에 기가 눌러버렸다.


하지만 빅터의 활약에 기세를 회복하고 전환점을 맞이한 영인군 연합은 반격에 나서 성과를 거두고 있었으나 꼭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유럽 전선과 다르게 아시아 전선에서 영국군은 얼굴을 들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가장 빛나야 할 전공을 세운 것이 대영제국 왕립 육군이 아니라 일개 비정규군 따위라니.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그들이 이렇게 찬란한 공을 세운 채 작전이 마무리된다면 향후 조선의 독립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발언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사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독립을 하던 말던 영국으로서는 관심 밖의 일이었지만, 문제는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이 점령한 식민지들이 조선의 독립에 자극을 받아 우후죽순처럼 독립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도만 하더라도 그렇다.


전쟁 초기, 찬드라 보스가 이끄는 자유 인도 임시정부군이 일본군과 함께 인도로 진격할 뻔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일본군이 코히마와 임팔을 점령하지 못하면서 찬드라 보스의 부대도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인도 내부에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움직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한 때 열강이었던 국가의 식민지가 독립을 쟁취했다?


이것은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속 시원히 원하는 것을 말해보시오.”


주도권이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온 것을 알아챈 후지모토 대좌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문제가 될만한 그것, 여러분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그것을 우리가 제거해주겠소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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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79화 - 낭심차기 마스터 23.10.19 89 2 10쪽
179 178화 - 함정(5) 23.10.18 81 1 11쪽
178 177화 - 함정(4) 23.10.17 90 1 12쪽
177 176화 - 함정(3) 23.10.16 85 1 11쪽
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175 174화 - 함정(1) 23.10.12 90 1 12쪽
174 173화 - 내부의 적(7) 23.10.10 112 1 10쪽
173 172화 - 내부의 적(6) 23.10.09 91 1 10쪽
172 171화 - 내부의 적(5) 23.10.06 91 1 10쪽
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 167화 - 내부의 적(1) 23.09.27 119 1 12쪽
167 166화 - 그날이 오면 23.09.22 116 1 12쪽
166 165화 - 조각나는 추격대 23.09.20 109 1 10쪽
165 164화 - 방심의 대가 23.09.18 111 1 12쪽
164 163화 -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23.09.11 112 1 10쪽
163 162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2) 23.09.09 107 1 11쪽
162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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