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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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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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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1)

DUMMY

“단발 저격으로 추격을 방해하고 있다?”


보고를 받은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잔여 병력의 최고 지휘관인 이청천 대령이라는 자가 최후방에서 은신 저격을 하며 아군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가이 다케오 중좌의 얼굴에 분노의 감정이 스쳐 갔다.


“추격하는 병사들이 주춤할 수밖에 없겠군. 놈은 아마 그것을 노린 것이겠지.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그 유령 같은 탄환이 내 목을 노릴지 아니면 내 옆에 있는 이를 노릴지 알 수 없으니 공포는 배가 될 것이고 말이네.”


“소장이 선두에 서서 병사들을 이끌겠습니다.”


스가이 중좌는 아무리 단련된 제56독립연대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자신이 앞장서서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결론을 지은 것이다.


“저격의 우선순위가 적 장교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허락할 수 없다.”


후지모토 대좌는 스가이 중좌의 제안을 단칼에 잘랐다.


장교, 그것도 연대에서 연대장 다음가는 고위 장교가 앞장서 돌격한다면 분명 부대의 사기는 크게 오를 것이다.


하지만 단발 저격으로 아군을 쓰러뜨리는 이청천이라는 자의 저격 솜씨로 볼 때, 모습을 드러낸 스가이 중좌가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역시 저격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에 후지모토 대좌는 그의 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어. 우리가 가진 것은 절대적인 병력의 우위이니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기동로의 폭은 어떠한가? 병력을 나누어 이동시킬 수 있겠는가?”


“여의치 않습니다.”


스가이 중좌의 우울한 대답에 후지모토 대좌가 냉소를 흘렸다.


“이 모든 것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겠지. 볼수록 대단한 자가 아닌가? 우리가 저자의 손에 놀아나고 있지 않은가? ... 제15사단에서 보내기로 한 차단 병력은 어떻게 되었지?”


덜미를 잡을 수 없다면 퇴로를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후지모토 대좌는 까다로운 저격수를 제거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도주로 자체를 차단해 고립시키는 전술에 무게 중심을 두기로 한 것 같았다.


“도청이 불가한 유선 통신으로 지시하신 것을 일러두었습니다. 사단 본부에서는 이에 호응하여 1개 중대 병력을 급파하기로 하였으니 지금쯤 저들의 퇴로를 틀어막고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스가이 중좌는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청천 대령과 그의 잔당들이 움직이는 곳을 보았다.


사실 그는 자신에게 화가 난 상태였다.


추격을 시작하면 곧장 덜미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


물론 순순히 얻어맞고 있을 놈들이 아니지만 제깟 놈들이 무엇을 하겠는가.


전사자의 시신과 부상자까지 대동한 마당에 그들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전투력으로 추격대를 상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스가이 다케오 중좌의 예상대로 지금쯤 시신이 되어 정글 어딘가에서 고깃덩이가 되어 산짐승의 먹이가 되었거나, 비참한 모습으로 후지모토 대좌의 앞에 끌려와 목숨을 구걸하고 있어야 했다.


분명 일은 그렇게 흘러갔어야 했다.


그런데 놈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오기는커녕 저격 따위에 발이 묶여 지지부진하고 이제는 다른 사단과 공조해야만 저들을 어찌해볼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물론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이청천 대령과 그 수하들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치 정글의 벌레처럼 이청천 대령의 저격은 성가신 것이기는 했으나 고작 몇 발의 사격 정도로는 흐름을 완전히 뒤집을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늦어지기는 할 것이지만 어쨌든 그의 최후는 스가이 중좌의 예상과 같이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는 다시 한번 저 오만한 자에게 다시 한 방을 얻어맞은 것만 같은 불쾌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매듭지고 싶었건만, 남의 손을 빌려 그를 제거하는 것이 영 개운하지 않은 탓이었다.


“저들의 숨통을 누가 끊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사로운 감정은 접어두게.”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는 마치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전투로 우리는 전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대를 제거하는 것이네. 중요한 것은 그것이며, 최후에 서 있는 이가 승자라는 것을 잊지 말게.”


말을 마친 후지모토 대좌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을 적군이 있는 정글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그들의 이동 속도는 한계가 있을 것, 후지모토 대좌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총소리가 명확히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곧 그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며, 예상되는 퇴로에도 부대의 지원을 요청했으니 저자는 어차피 독 안에 든 쥐와 같은 신세였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생을 연장한다면 그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겠군.’


잠시 후 눈앞에서 펼쳐질 결과가 눈에 선한 후지모토 대좌의 얼굴에 차가운 웃음이 스쳐 갔다.


*


“기습 강하한 놈들의 수가 얼마나 된다고 했지?”


“1개 분대 내외 규모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허, 이것 참.”


일본군 제15사단 소속 고이케 유타 대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신(軍神)의 재림이라더니, 그 대단하다는 후지모토도 별수 없는 것인가?’


호시노 모리미치 소좌를 지원하기 위해 후지모토 대좌가 직접 대동한 병력만 1개 중대 규모.


고이케 대위는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도 지원을 요청하는 후지모토 대좌의 판단이 쉽게 이해 가지 않았다.


‘어쩌면 그 명성 자체가 부풀려진 것일 수도 있겠군.’


고이케 대위가 느낀 전장이란 그런 곳이었다.


작은 공은 부풀려지고, 큰 위협이나 과실은 별것 아닌 것으로 둔갑하는 곳, 그곳이 바로 전장이라는 장소와 군대라는 조직이었다.


남방군 전체를 떨쳐 울린 제56독립연대의 지휘관, 후지모토 시게루의 명성, 어쩌면 그는 그 자체가 전장이란 특수한 곳에서 나타난 일종의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렇다면 그 명성이라는 것... 나라고 못 만들어 낼 이유는 없겠지?’


고이케 대위는 야심이 큰 사람이었다.


변변찮은 집안 출신에, 마땅한 배경도 없는 고이케 유타는 자신의 군 경력을 소좌, 중좌쯤에서 마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가!


모름지기 넓은 세상으로 나온 사내라면 만인지상은 아니더라도 그에 필적하는 위치에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정글이라는 생경한 곳에 떨어졌을 때 다른 이들은 좌절하고 절망했으나, 망망대해와 같이 뻗은 초록을 보며 고이케 유타는 자신의 배포가 끝도 없이 뻗어나감을 느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이 작전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리라.


왠지 들뜬 듯한 고이케 유타 대위를 본 무라타 오장(하사)은 그가 듣지 못하게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재수가 없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고이케 유타 대위의 부대로 배속이 되었다는 것인가.


우호 작전이 실시되고 어떠한 욕을 갖다 붙여도 적절하지 않은,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이 초록 지옥에 떨어졌다.


게다가 처음부터 보급로 확보가 시원찮았던 것이었는지 행군하는 병력에게 무지막지한 무게의 군장을 지게 하더니 나중에는 엉성한 책 하나를 던져주며 정글에서 먹을 것을 찾으라는 기막힌 상부의 지시까지 내려왔다.


본디 일본인은 초식을 즐겨 했던 민족이므로 정글에서 나는 식물만으로 보급이 가능하다는 해괴한 설명까지 친절히 덧붙여서 말이다.


분명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 군대라는 조직은 거꾸로 가고 있는가?


작은 섬만 한 배가 바다를 주유하고, 비행기가 창공을 누비는 지금, 수렵 채집이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책상머리에 앉아 펜이나 굴리는 어떤 멍청이가 이따위를 작전이랍시고 짜냈겠지. 거기에 욕심이 눈이 먼 윗대가리들이 승인했을 것이야. 뻔한 것이지...’


무라타 오장은 선명하게 그려지는 장면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부대 지휘관으로 있는 이 작자였다.


사람 보는 눈이 특출나지 못한 무라타의 눈에도 그는 출세에 대한 욕망이 강렬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다.


패색이 짙어지자 다들 몸을 사리고 전력을 보존하기 바빴는데, 우리의 고이케 대위께서는 전장에 나서지 못해서 안달이 나지 않았는가?


덕분에 백여 명에 이르는 중대 병력 중 무라타 오장이 이름을 기억하는 자는 열 명이 넘지 않았다.


전장에 한 번 나설 때마다 수십 명이 죽어 나가고, 또다시 수십 명의 보충병이 들어오는 마당에 어떻게 일일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겠는가?


‘그래도 다행이야. 이번에 소탕할 적은 분대 규모라고 했지?’


무라타 오장은 이번 전투가 끝나면 중대 인원의 큰 변동은 없으리라는 전망을 해보았다.


물론 재수가 없는 몇 명은 고향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에서 불귀의 객이 되겠지만 말이다.


“무라타, 작전 지역까지 거리는?”


“예? 옛! 어디 보자... 이 정도 간격이면... 늦어도 오 분 이내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이케 유타 대위를 비롯한 상부를 속으로 잘근잘근 씹어대던 무라타 오장은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허둥대며 지도의 간격과 축척을 비교하며 대답했다.


“좋다, 병력 배치를 다시 확인하도록 하게. 명심해 놈들이 도착하기 전에 완벽한 매복 태세로 전환해야 해, 알겠는가?”


고이케 유타 대위의 닦달에 무라타 오장은 절도 있는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물론 등을 돌리자마자 입을 삐쭉거리며 들리지 않게 욕을 몇 마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저건 뭔가? 저기 시커먼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무라타 오장을 채근하던 고이케 대위는 전방에 뭔가를 발견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예? 대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기에 대체 뭐가 있다고?”


무라타 오장은 고개를 이리저리 빼가며 그가 가리킨 곳을 보았으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이름 모를 풀밖에 없었다.


“흠, 내가 잘못 본 것인가? ... 저기! 저기를 봐!”


고개를 갸웃하던 고이케 대위는 다시 무언가를 본 듯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서둘러 매복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산짐승이라도 본 건가? 고작 그 정도로 이 호들갑을 떠는 거야? 나 원, 기가 막혀서...’


고이케 대위의 시선이 돌아간 사이 그를 마뜩잖은 표정으로 보던 무라타 오장은 다시 한번 그가 가리키며 호들갑을 떠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체 뭐가 있다는 말인가?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


그런데 옆에 나무는 사람 키의 몇 배는 자랐는데 저 어울리지 않는 풀은 대체 뭐지?


이 정글이라는 곳은 정말 희한한 식생이 지천으로 깔린 곳이군!


어라? 다른 풀들은 좌우로 흔들리는데 왜 저기에 있는 풀은 앞뒤로 흔들리지?


오늘따라 유난히 이상한 일이 많다고 생각하던 무라타 오장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고이케 유타 대위가 가리킨 곳, 그러니까 주변의 풀과 다르게 이상하게 흔들리는 그 풀은 확연히 색깔이 달랐다.


식물이 가진 본연의 색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저것은 분명 생명이 다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마른 상태로 힘없이 흐느적거릴 리가 없지 않은가.


정글에서 죽은 풀이 수직으로 뻗어 움직인다는 것은 오직 한 가지를 의미했다.


위장.


‘전... 차?’


포탑 후면을 위장한 기갑차량이 포탑을 180도 선회하고 모습을 드러내자 기겁한 무라타 오장은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어찌나 놀랐는지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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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8화 - 함정(5) 23.10.18 81 1 11쪽
178 177화 - 함정(4) 23.10.17 90 1 12쪽
177 176화 - 함정(3) 23.10.16 86 1 11쪽
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175 174화 - 함정(1) 23.10.12 90 1 12쪽
174 173화 - 내부의 적(7) 23.10.10 112 1 10쪽
173 172화 - 내부의 적(6) 23.10.09 91 1 10쪽
172 171화 - 내부의 적(5) 23.10.06 91 1 10쪽
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168 167화 - 내부의 적(1) 23.09.27 119 1 12쪽
167 166화 - 그날이 오면 23.09.22 116 1 12쪽
166 165화 - 조각나는 추격대 23.09.20 110 1 10쪽
165 164화 - 방심의 대가 23.09.18 111 1 12쪽
164 163화 -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23.09.11 113 1 10쪽
163 162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2) 23.09.09 108 1 11쪽
162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8 1 12쪽
161 160화 - 유인 작전(2) 23.09.04 10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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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6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1) 23.08.26 1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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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4화 - 탈출 시도(1) 23.08.21 1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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