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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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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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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09.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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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DUMMY

“엎드려!”


조금 전 폭발로 지면을 훑다시피 하며 전진하던 마에다 켄지 소좌는 갑자기 전방에서 단발의 총성이 일정 간격을 두고 두 발이 들리자 수신호를 보내 부대의 전진을 멈추게 했다.


‘저격이군.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았을 텐데, 어리석은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겠다는 것인가?’


마에다 소좌는 해가 지기 전까지 간헐적으로 지속되었던, 전진하는 아군을 신묘한 솜씨로 쓰러뜨리던 적의 저격을 떠올렸다.


하지만 저격수의 존재를 감지한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엄폐물 사이로 기동을 지시하자 적의 저격은 눈에 띄게 효율이 떨어졌고,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아예 저격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또다시 저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역시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 저격 같은 것이 통할 리가 없지.’


마에다 소좌는 조금 전 들린 총성으로 인한 부대의 피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적의 저격이 무의미한 몸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 타타탕!


‘연발 사격? 뭐지?’


저격이 아니라 다발의 총성이 들리자 마에다 켄지는 움찔했다.


저격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마지막 결전이라도 준비하는 것일까?


“피해 상황은?”


“사상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 총성이 들리기는 했지만 이쪽으로 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조금 전 다발의 총성으로 인한 피해를 점검하는 마에다 소좌의 질문에 사상자 발생 여부를 확인한 보급계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말끝을 흐리더니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제 생각입니다만, 아무래도 저놈들, 정신없이 도망가는 와중에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습니다. 섬광을 확인한 인원의 보고에 의하면 본 부대가 있는 방향이 아닌 정 반대 방향으로 총구의 섬광이 일었다고 합니다.”


“흐음...”


보급계의 말에 마에다 소좌가 짙은 어둠이 깔린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징그럽기까지 한 초록과 두꺼운 목질화가 이루어진 갈색의 나무껍질 그리고 검회색의 바위가 전부인 곳.


정글이란 곳은 그런 장소였다.


해가 떠 있는 낮에도 위치를 분간하기 어려운 그런 곳.


하물며 지금은 그 천연색조차 모두 어둠이 삼켜버린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추격을 피해 이것저것 살필 겨를이 없다면 방향을 잃는 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추격하는 경로, 다시 말해서 저놈들이 달아나는 경로는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방향 감각을 잃었다고 하기에는 길이 너무 단순하다는 말이지.”


마에다 켄지는 적군이 방향 감각을 잃었다기보다는 제56독립연대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엉성한 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음, 듣고 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제가 감히 주제넘게... 송구합니다.”


“전장에서 자신의 의견도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제56독립연대 군인이라 할 수 없지.”


“적군의 사격이 있었다. 피해 상황은?”


마에다 소좌의 보급계가 말을 주고받는 가운데 두 사람 사이로 불쑥 한 사람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는 다름 아닌 스가이 다케오 중좌였다.


“적군의 사격으로 인한 본 연대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신 것입니까? 작전 세부 사항이 변경되기라도 한 것입니까?”


마에다 켄지 소좌가 이끄는 것은 부대의 전위군, 스가이 중좌는 연대장과 함께 중군에 배치되어 있었다.


굳이 나타날 이유가 없는 인물이 전방으로 왔다는 것은 작전이 바뀌었거나 뭔가 전달 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음, 역시 연대장님의 예상과 일치하는군. 연대장님께서는 조금 전 사격을 본 연대의 접근을 막으려는 일종의 견제 사격으로 판단하셨다. 견제 사격으로 아군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적은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으니 엄폐물 사이 기동을 하며 적의 탄약을 소진시키라고 지시하셨으나, 사격으로 인한 부대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저들은 아군의 접근을 막으려 하되 우리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셨지.”


마에다 소좌와 보급계는 스가이 중좌의 입으로 전해지는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의 빈틈없는 헤아림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듣고 있었다.


“이제 확실해졌다. 저놈들은 우리의 위치를 모르는 것이 분명해. 겁에 질려 우리가 다가오지 못하게 위협 사격을 하는 것이 전부라는 말이네. 만약 우리가 접근하는 길에 또다시 지뢰나 폭발물을 설치했다면 저런 짓을 할 이유가 없겠지. 연대장님의 명령이다! 전방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전위군은 수색을 멈추고 은밀 기동을 실시한다!”


맹인이 주변을 더듬으며 앞으로 가는 듯하던 전위군에 드디어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한편 스가이 중좌는 제56독립연대가 가진 취약한 부분에 대한 지적 역시 잊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탄약이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서 사격 명중률을 높여 단번에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옛!”


연대장의 지시나 다름없는 스가이 중좌의 말에 마에다 소좌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전위군을 향해 이동 속도를 높여 적에게 접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저격과 폭발에 최대한 신중하게 이동하던 추격대의 전위군은 마에다 소좌의 작전 지시가 떨어지자 웅성대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 그러게, 말이야, 납작 엎드려 걸었어디 허리가 아주 그냥!


지면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지뢰를 찾느라 구부정한 자세로 거북이처럼 목을 빼고 걷던 전위군은 모처럼 허리를 쭉 펴고 걸을 수 있게 되자 순간 긴장이 풀린 듯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입 다물지 못해!”


하지만 야간 기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이런 잡담을 그냥 두고 볼 마에다 소좌가 아니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나 꽤 가까운 거리에서 총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적은 코앞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도비닉도 유지하지 않은 채 그따위로 지껄여대다가 머리에 총알구멍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마에다 소좌의 나지막한 으름장에 병사들은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정신을 못 차린 놈들은 작전 이후 내가 직접...!”


은밀함이 가장 중요한 야간 기동 기습 작전에 병사들이 허술한 모습을 보이자 잔뜩 화가 난 마에다 켄지가 다시 한번 경고를 이어가려 했으나 갑자기 들려온 콩 볶는 듯한 여러 발의 총소리에 그는 말을 차마 맺지 못했다.


- 타타타!


- 타타탕!


엉뚱한 곳으로 향한 눈먼 사격이면 상관이 없으련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기, 기습입...”


더듬으며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보급계, 칠흑 같은 어둠이라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으나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열을 내며 경고하던 대상인 병사가 마에다 소좌 앞으로 고꾸라지듯 쓰러졌기 때문이다.


- 삐익 삐익 삐익!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후방에서 세 번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전위군이 공격을 받을 것을 인지한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의 본대가 대응 사격을 지시하는 것이었다.


호각 소리에 퍼뜩 정신이 돌아온 마에다 켄지 소좌는 목소리를 높여 전위군에 명령을 내렸다.


“전원 응사하라! 전원 응사하라!”


명령을 내린 마에다 소좌는 커다란 나무 뒤로 민첩하게 이동하여 몸을 숨기더니 섬광이 이는 쪽을 향하여 이를 악물고 소총을 쏘기 시작했다.


*


고이케 유타 대위의 명령이 떨어지자 오렌지색의 예광탄이 빨랫줄처럼 시원하게 뻗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예광탄이 남긴 탄착흔을 따라 중대 병력의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 어렴풋이 들려오는 비명과 부산해지는 움직임.


‘좋았어!’


고이케 대위는 자신의 대응 사격이 완벽하게 먹힌 것으로 확신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슨 재주로 손바닥만 한 랜턴을 박살 낸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 실수였다.


고작 랜턴 몇 개를 무력화하려는 멍청한 실수로 인해 저들은 일방적으로 고이케 유타의 병력에 의해 도륙되고 있는 것이다.


- 타타타탕!


“놈들도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넋이 나간 쇼스케 소위 대신 하사관 한 사람이 보고하자 고이케 대위는 냉소를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이미 늦었어. 멍청한 놈들, 지금 얻어맞고 있는 총알이 같은 진영의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지, 하핫!”


고이케 대위는 통쾌해하는 한편 이런 작전을 고안해낸 자신이 대견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멸한 영국군의 총과 탄약으로 영국군을 공격하다니.


우호 작전 이후 보급품이 바닥난 일본군이 적의 보급품, 특히 탄약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방어 그러니까 반격해올 영인군에 맞서 기본적인 무장을 갖추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적의 보급품으로 적을 섬멸하는 이런 성과를 누가 올렸겠는가.’


고이케 유타 대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쌓이는 전공에 절로 흐뭇해졌다.


어쩌면 이번 작전으로 인해 그는 특진에 더불어 무공훈장까지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적군의 반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세 좋게 사격하던 일부 병사들이 반격에 쓰러졌으나 고이케 유타 대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것이겠지. 어차피 저놈들은 우리의 2할도 되지 않아. 결국은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란 말이야,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 어차피 저놈들의 총알이다. 아낄 것 없이 마구 퍼부으란 말이야.”


약간의 손실이 두려워 할 고이케 대위가 아니었다.


적을 완전히 제압할 기회, 그는 이런 기회를 놓칠 고이케 유타가 아니었다.


게다가 두손 들고 항복한 것이 아니라 감히 이쪽을 향해 총질을 하지 않았던가!


그는 장차 사단장 아니 남방군 총사령관이 될지로 모를 이에게 저항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 ...!”


“방금 우리말이 들리지 않았습니까?”


고이케 유타 대위 옆에서 명령을 전달하던 하사관은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말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본 중대를 제외한 우군 부대는 제56독립연대가 전부가 아닌가?”


난데없이 일본말이 들렸다고 하는 하사관의 말에 고이케 대위가 미간을 찌푸렸다.


부대의 배치를 떠올린다면 고이케 유타 대위의 병력과 적군 그리고 그 뒤에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이끄는 병력이 있지 않은가.


제56독립연대가 적군과 엉켜 싸우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본말이 들릴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제가 잘못 들은 것...! 들어보십시오! 분명 ‘사격 중지’라고 외치고 있지 않습니까!”


머리를 긁적이던 하사관은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신경을 집중하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태도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고이케 대위가 자신도 양쪽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작은 소리를 들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사격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고, 그 사이에도 중대 병력은 반격해대는 적진을 향해, 고이케 유타 대위가 지시한 것처럼 아끼지 않고 총알을 퍼붓고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귀를 쫑긋 세우던 고이케 유타 대위는 희미한 그 소리가 총성에 묻혀 들리지 않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고이케 대위와 하사관 앞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더니 귀청이 떨어질 듯한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사격 멈추라는 말 못 들었어, 이 멍청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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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79화 - 낭심차기 마스터 23.10.19 89 2 10쪽
179 178화 - 함정(5) 23.10.18 81 1 11쪽
178 177화 - 함정(4) 23.10.17 90 1 12쪽
177 176화 - 함정(3) 23.10.16 86 1 11쪽
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175 174화 - 함정(1) 23.10.12 90 1 12쪽
174 173화 - 내부의 적(7) 23.10.10 113 1 10쪽
173 172화 - 내부의 적(6) 23.10.09 91 1 10쪽
172 171화 - 내부의 적(5) 23.10.06 92 1 10쪽
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168 167화 - 내부의 적(1) 23.09.27 119 1 12쪽
167 166화 - 그날이 오면 23.09.22 117 1 12쪽
166 165화 - 조각나는 추격대 23.09.20 110 1 10쪽
165 164화 - 방심의 대가 23.09.18 111 1 12쪽
164 163화 -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23.09.11 113 1 10쪽
163 162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2) 23.09.09 108 1 11쪽
»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9 1 12쪽
161 160화 - 유인 작전(2) 23.09.04 110 1 13쪽
160 159화 - 유인 작전(1) 23.09.01 117 1 13쪽
159 158화 - 꿩사냥 23.08.30 116 1 11쪽
158 157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2) 23.08.28 111 1 11쪽
157 156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1) 23.08.26 126 1 12쪽
156 155화 - 탈출 시도(2) 23.08.25 119 0 12쪽
155 154화 - 탈출 시도(1) 23.08.21 1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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