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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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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작성
23.10.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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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3화 - 내부의 적(7)

DUMMY

밤이 깊은 시각, 제105 포병연대의 지휘관인 앨런 해킹버텀 대령은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국경선을 넘은 일본군은 자멸하고 있는 상태, 누가 보더라도 전쟁은 이미 막바지에 이르렀다.


소이탄과 네이팜탄 폭격은 그 종지부를 앞당겨서 찍게 하는 도구가 될 뿐, 이 시나리오의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전쟁의 끝자락에서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엄청난 재물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고, 대영제국의 명예로운 군인 가문인 앨런 대령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전시에 적군이 내민 검은 손을 덥석 잡아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영원히 탐욕에 눈이 멀어 있을 만큼 앨런 대령은 한편으로는 대범한 인물이 되지 못했다.


처음에는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 기뻐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목이 달아난 귀신이 된다면 천금과 같은 것도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 것을.


‘지금이라도 돌려주고 없던 일로 해야 하는 것인가···’


천연자원이 넘쳐나는 지역에 독점으로 채굴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된 증서.


그는 일본군 대령에게 받은 그 문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전시에 적군과 은밀히 접촉하여 대가성으로 받은 이 문서, 앨런 대령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이게 다 코리, 그 빌어먹을 자식 때문이야.’


당시에는 단독으로 벌인 사안이 아닌지라 죄책감과 부담감이 덜했으나, 만약 이 사안이 드러날 경우 어떤 처분을 받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내 목이 달아나는 것은 물론이고, 전시에 적과 내통하여 정보를 빼돌린 배신자의 가문으로 낙인이 찍히겠지.’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진 앨런 대령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쥐지 않은 그의 손은 마치 감전되기라도 한 듯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모든 것이 없었던 일처럼 되면 좋으련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설령 후지모토 대좌와 다시 접촉하여 이 증서를 돌려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없던 일이 되겠는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온갖 생각이 그를 괴롭히던 차에 앨런 대령의 귀에 익숙한, 이 사태를 주도한 원흉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퉁명스럽게 대답한 앨런 대령의 말에 문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영국군 제14군 정보 참모, 코리 모브레이 대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간에 찾아온 것을 보면 퍽이나 중요한 일인 모양입니다.”


말에 잔뜩 가시가 돋친 앨런 대령의 대꾸에 코리 대령이 피식 웃었다.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모양입니다. 자, 그렇게 서 계시지 말고 앉으시지요.”


손님이 주인을 더러 자리를 권하는 우스운 모양, 앨런 대령은 자리에 앉는 대신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방을 채울 무렵, 초조함을 견디지 못한 앨런 대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대체 어쩔 셈입니까?”


“어쩌다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코리 대령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목소리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무슨 고민을 하는 것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태도로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우리가 저들과 접촉한 것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참으로 태평하십니다.”


느긋한 코리 대령의 태도에 앨런 대령이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으로 쏘아댔다.


“흠, 굳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을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이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저쪽에서 한 번 더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연대장께서 움직이기 편한 날짜를 확인하고자 여기에 왔지요.”


점입가경이었다.


이적 행위가 언제 들통이 날까 조마조마한 마당에 또다시 접촉하겠다니!


“제정신이십니까? 이 일이 밝혀지면 어떤 사달이 날지 예측이 안 되는 건가요? 난 못 갑니다! 아니, 안 가요! 이것도 돌려줄 테니 참모님이나 실컷 만나시구려!”


얼굴까지 시뻘게진 앨런 대령이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에게 받은 권리 증서를 내밀려 소리를 질렀다.


“글쎄요. 이런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기라도 하겠습니까? 만약 이 사실이 밝혀지면 참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저야 잃을 것이라고는 보잘 것 없는 목숨뿐이라지만. 자랑스러운 명문가의 후손이 이런 일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이런 씨, 무슨 개수작이야!”


비웃듯 말하는 코리 대령의 협박에 앨런 해킹버텀이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의 두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어차피 당분간 우리는 운명공동체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끼리 분란을 일으켜 좋을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코리 모브레이는 교활하게 웃으며 앨런 대령의 손을 떼어내더니 구겨진 옷을 가볍게 털어냈다.


“생각해보세요. 어차피 며칠 후에는 모두 잿더미가 될 것인데, 대체 누가 이 일을 발설한다는 말입니까? 죽은 자가 무덤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기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시꺼멓게 타버릴 테니 애초에 그놈들이 들어갈 무덤조차 없겠지요.”


코리 대령은 걱정말라는 투로 앨런 대령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의 말처럼 정확히 나흘 후에는 소이탄 폭격이 시작될 것이다.


나무와 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일본군까지 깡그리 불에 타 사라진다면 두 사람의 이적 행위를 알고 있는 이가 없어진다.


앨런 대령 역시 잘 알고 있는 것이었으나 그는 나흘이라는 시간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사이 꼭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불길한 생각이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판국에 또다시 저들과 접촉한다니.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 지금은 회피하기보다는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취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여차하면 나흘 후가 아닌 오늘 입을 막아 모든 것을 덮어버릴 수도 있지요.”


코리 모브레이의 음침한 말에 앨런 대령이 화들짝 놀랐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땅속에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도권은 우리의 손에 있지요.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시간을 내어준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


어둠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그림자들.


코리 모브레이 대령과 앨런 해킹버텀 대령이 일본군 제56독립연대의 후지모토 대좌와 접선하기 위해 나선 길에 두 사람을 호위하기 위한 부대가 바로 그들이었다.


교활한 코리 모브레이 대령은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여차하면 후지모토 대좌와 동석한 일본군을 모두 죽여 자신이 벌인 짓에 대한 입막음을 하기 위해 전투병력을 대동했는데, 그들은 평범한 부대가 아닌 무려 친디트(Chindits, 공식 명칭은 장거리침투단, Long Range Penetration Groups) 부대였다.


오드 윙게이트(Orde Wingate) 소장에 의해 창설된 이들은 인도를 침공한 일본군에 맞서 후방 교란 작전을 펼쳐 이들의 진공을 지연하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얼마 전에는 미티나 비행장을 탈환하기도 했다.


특수 임무에 있어서는 빅터 부대와 견줄 만한 명성을 가진 이들은 애석하게도 미티나 비행장 타탈환 작전에서 최고 지휘관인 오드 윙게이트 소장을 잃었으나 조 렌테인(Joe Lentaigne) 준장의 지휘 아래 여전히 일본군의 철로와 보급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기습 작전에 동원될 만큼 한가한 부대인지, 의문이군요.”


코리 대령에 의해 차출된 친디트 부대 소속 조쉬 루이스 중위가 이동 중에 말했다.


그의 말투로 보아 이런 하찮은 ‘호위’ 임무를 떠맡게 된 것에 상당한 불만이 있는 듯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사령관께서도 허락한 일이니.”


떨떠름한 것은 알렉스 루크 대위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지휘관에게서 내려온 명령이니 그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 1개 분대를 이끌고 제14군 정보 참모인 코리 대령을 호위하면서 은밀히 이동 중인 적을 섬멸하라


알렉스 대위에게 내려온 짧은 지시였다.


“굶고 병든 놈들 따위를 상다해라니니, 이거 원 도통 흥이 나질 않습니다.”


조쉬 중위의 말에 이동하던 대원들이 낄낄대기 시작했다.


그 동안 이들이 맡은 임무는 아군의 지원이 요원한 적진 후방에 침투하여 요인 암살, 보급로 차단, 주요 작전 목표 폭파와 같이 위험한 임무였다.


그런 이들에게 어둠을 빌어서야 움직일 수 있는, 탄약도 없는 일본군을 상대하는데 긴장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조용! 야간 기동 중에 누가 함부로 소리를 내는가! 자네는 똑바로 부대를 인솔하게!”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자 앨런 해킹버텀 대령이 다가와 분대의 지휘를 맡은 알렉스 대위를 나무랐다.


‘포병 따위가 감히 누구 앞에서 야간 기동을 거론한다는 말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군···’


유수한 명문가의 출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앨런 대령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다만 그는 사선을 넘어온 친디트 부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귀족 집안의 자제가, 거기에다가 전선에서 떨어진 포병 지휘관 따위가 설치는 것이 못마땅할 뿐이었다.


“현 지점으로 적군이 이동할 것이라는 첩보가 있었다. 신속히 병력을 나누어 배치하고, 자네는 나를 따라오도록!”


밀림 한 가운데 덩그러니 지어진 낡은 사원에 도착한 제14군 정보 참모 코리 모브레이 대령은 마치 이곳에 여러 차례 오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친디트 부대원을 배치할 것을 지시했다.


그를 비롯한 친디트 부대를 쫓는 여러 개의 그림자가 붙은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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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82화 - 어둠의 지배자(3) 23.10.26 9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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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80화 - 어둠의 지배자(1) 23.10.23 96 1 11쪽
180 179화 - 낭심차기 마스터 23.10.19 89 2 10쪽
179 178화 - 함정(5) 23.10.18 81 1 11쪽
178 177화 - 함정(4) 23.10.17 90 1 12쪽
177 176화 - 함정(3) 23.10.16 86 1 11쪽
176 175화 - 함정(2) 23.10.13 87 2 10쪽
175 174화 - 함정(1) 23.10.12 90 1 12쪽
» 173화 - 내부의 적(7) 23.10.10 113 1 10쪽
173 172화 - 내부의 적(6) 23.10.09 91 1 10쪽
172 171화 - 내부의 적(5) 23.10.06 92 1 10쪽
171 170화 - 내부의 적(4) 23.10.04 84 1 11쪽
170 169화 - 내부의 적(3) 23.10.03 95 1 12쪽
169 168화 - 내부의 적(2) 23.10.02 111 1 11쪽
168 167화 - 내부의 적(1) 23.09.27 119 1 12쪽
167 166화 - 그날이 오면 23.09.22 117 1 12쪽
166 165화 - 조각나는 추격대 23.09.20 110 1 10쪽
165 164화 - 방심의 대가 23.09.18 111 1 12쪽
164 163화 -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23.09.11 113 1 10쪽
163 162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2) 23.09.09 108 1 11쪽
162 161화 - 대좌님이 왜 거기서 나와?(1) 23.09.05 118 1 12쪽
161 160화 - 유인 작전(2) 23.09.04 109 1 13쪽
160 159화 - 유인 작전(1) 23.09.01 117 1 13쪽
159 158화 - 꿩사냥 23.08.30 116 1 11쪽
158 157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2) 23.08.28 111 1 11쪽
157 156화 - 너의 예상을 예상했다(1) 23.08.26 126 1 12쪽
156 155화 - 탈출 시도(2) 23.08.25 119 0 12쪽
155 154화 - 탈출 시도(1) 23.08.21 1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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