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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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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1.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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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5화 - 단장의 능선(1)

DUMMY

”오, 이게 먹히네?“


이훈종 하사는 기대하지 않았던 방법이 통할 줄은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이청천 대령이 여기에 있다는 외침과 함께 표적을 한참 벗어난 저격을 한 것이 전부가 아닌가?


”어쨌든 다행입니다. 놈들이 흔들리는 게 확실히 드러나지 않습니까?“


오대규 대원은 겁도 없이 고지를 향해 달려드는 일본군 독전대원들이 속속 쓰러지는 것을 보며 사기가 치솟는 듯했다.


”거참, 희한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조금 전까지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던 놈들이 갑자기 대가리를 싸매고 숨은 꼴이라니.“


그러니까, 그게 나도 이상하단 말이다.


그런 의문은 오대규 대원이나 이훈종 하사만 가지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드문드문 달려드는 놈들에게 총을 쏴서 처리하는 것이 우선, 대원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눈앞에 닥친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 저기! 저기를 좀 보십시오!“


오대규 대원의 외침에 이훈종 하사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총검을 든 녀석들과는 다르게 긴 칼을 든 일본군 하나가 총알도 두렵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장도를 든 녀석이라면... 분명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일반 병사가 아닌 하사관 또는 장교급은 아비의 아비, 할아비의 할아비뻘 되는 조상들이 썼을 법한 칼을 들고 전장에서 설친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렇다는 말은 저놈이 무리의 대가리란 말인가?’


갑자기 겁에 질린 일본군, 간혹 덤벼드는 몇 놈을 제외하면 저들은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를 타파하려면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적진을 돌파하는 초강수를 두어야 했고, 가진 무기나 군복을 보았을 때 그는 제법 계급이 높은 자가 틀림없었다.


”저놈이다! 저놈을 향해... 어?“


겁도 없이 달려오는 요시노 대위를 벌집으로 만들려던 이훈종 하사는 그의 뒤에서 물밀듯 밀려오는 일본군을 보며 기겁했다.


”저, 저놈들이 미쳤나? 갑자기 왜!“


오대규 대원은 갑자기 달려드는 일본군을 보며 기겁했으나 이훈종 하사는 그 이유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장도를 들고 앞장서서 달려드는 저 녀석, 이훈종 하사가 생각한 것처럼 무리를 이끄는 지휘관인 것이 분명했다.


대장이 달려드는데 그저 지켜만 본다?


가당치 않은 일이다.


땅에 떨어진 사기를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것이 틀림없었고, 웅크리던 일본군이 달려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방법이 통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빅터쪽이었다.


기세 좋게 일본군을 밀어붙이던 상황에서 또다시 적군이 미친 듯 달려들자, 이훈종 하사를 비롯한 대원들은 갑자기 손발이 어지러워지기라도 했는지 허둥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적군, 이대로라면 엄폐물 삼아 쌓아놓은 모래주머니를 넘어 저들이 밀려 들어올 것이다.


다급해진 이훈종 하사는 조금 전 일본군을 혼란케 했던 방법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시도했다.


”이, 이놈들! 이청천이 여, 여기에 있다!“


어느 누가 듣더라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외침, 효과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이청천이라는 이름에 혼비백산하던 상황과 달리 일본군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선두에 서서 달리던 요시노 대위는 오히려 손가락을 들어 소리친 이훈종 하사를 가리키며 뭐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지 않은가!


이훈종 하사는 기겁했다.


조금 전과 같은 말인데 반응은 왜 이리도 다르단 말인가?


일본군은 오히려 더 맹렬한 기세로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전원 무기 들어!“


장전이 느린 화기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훈종 하사가 부대원들에게 근접 무기를 들고 백병전에 대비할 것을 명령했다.


트렌치 나이프(trench knife, 너클과 결합한 참호용 단검)부터 트렌치 클럽(trench raiding club, 한 손으로 쓰는 방망이에 못을 박거나 철조망을 두른 참호전 무기) 그리고 손도끼까지 꺼내든 빅터 대원들의 눈에 긴장과 절망의 빛이 교차했다.


곡괭이 자루 끝에 철조망을 두른 트렌치 클럽을 꺼내든 오대규 대원은 가장 먼저 모래주머니를 넘은 일본군을 향해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다.


눈앞에 날아든 흉악한 물건에 그는 황급히 총검을 들어서 막으려 했으나, 어찌나 힘껏 휘둘렀던지 오대규 대원의 방망이는 일본군 병사의 총검을 밀어냈고, 끝부분에 감긴 철조망은 병사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으아악!“


둔기에 맞았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트렌치 클럽 끝에 단단히 감아놓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뾰족한 철조망은 일본군 병사의 피부를 형편없이 찢어놓았다.


한방에 때려눕혔으나 오대규 대원에게 환호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병사 오른쪽으로 솟구친 그림자 둘, 오대규 대원은 그림자의 정강이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비명, 오대규 대원은 다시 방망이를 휘두르려 했으나 그의 어깨를 향해 일본군의 총검이 날아들었다.


”끄윽!“


한치나 넘게 박힌 칼날, 오대규 대원은 극심한 고통에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참으며 칼을 계속 밀어 넣으려는 일본군의 머리를 향해 다시 방망이를 휘둘렀다.


- 깡!


철모가 움푹 패도록 휘두른 방망이, 일격을 맞은 일본군 병사는 머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끄아악!“


어깨에 꽂힌 대검을 뽑아내자, 눈앞이 아찔해지는 고통이 엄습함과 동시에 피가 솟구쳤다.


그런 그의 눈앞에 아른거리듯 나타난 일본군 병사들.


‘일어나야 해...’


오대규 대원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 했으나 좀처럼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휘청거리며 가까스로 휘두른 방망이 하지만 오대규 대원의 트렌치 클럽은 허망한 바람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고, 그의 방망이가 돌아가자 기다렸다는 듯 일본군 병사 셋이 동시에 날카로운 쇠붙이를 그의 심장으로 찔러넣었다.


”이, 이...!“


오대규 대원은 죽일 듯한 눈빛으로 총검을 찔러넣은 일본군을 노려보았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한 움큼 터져 나온 선혈, 몇 번 더 입을 뻐끔거리던 오대규 대원은 이내 축 늘어졌다.


”대규야!“


오대규 대원이 처참하게 죽는 것을 본 이훈종 하사가 절규하며 손도끼로 접근하던 일본군의 발을 찍었다.


”끄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발을 감싸 쥐는 일본군의 어깨를 걷어차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만든 이훈종 하사는 늘어진 오대규 대원을 향해 아직도 칼을 찔러대는 일본군을 향해 눈이 뒤집힌 채 달려들려 했으나 어림없다는 듯 거의 동시에 두 개의 총검이 그를 노리고 찔러왔다.


이훈종 하사가 몸을 비틀자 일본군의 총검은 모래주머니에 박혔고 이훈종 하사는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정면 우측의 일본군에게 손도끼를 휘둘렀다.


일본군이 허둥대는 사이 재차 손도끼로 공격하려 했으나 너무 힘을 주었던 탓일까?


팔을 박살 낼 심산으로 휘두른 손도끼는 엉뚱하게도 나무에 박혀버렸고, 용을 쓰며 도끼를 빼내려 했지만 깊숙하게 박힌 도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고함과 함께 자신을 향해 날아든 칼날, 이훈종 하사는 도끼를 빼내려던 손으로 엉겁결에 날아오는 칼날을 잡았다.


”윽!“


무딘 칼날을 예리하게 연마했는지 칼날을 잡은 이훈종 하사는 생살이 찢어지는 시큰한 통증이 느껴졌다.


칼을 찔러넣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두 사람의 예기치 않은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일본군 병사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힘을 줄 때마다 이훈종 하사는 칼날을 쥔 손가락이 당장이라도 잘릴 것 같았다.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 끔찍한 고통에 순간 이훈종 하사는 손에 쥔 칼날을 놓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막상 핏물로 시뻘게진 저 차가운 쇠붙이가 심장을 관통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다시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훈종 하사가 용을 쓰는 것도 무색하게 일본군이 체중까지 실어 누르자 칼날은 점점 그의 심장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느덧 칼끝이 가슴에 닿는 것이 느껴질 무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퍽’하고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살기가 그득한 일본군의 눈은 검은자가 기괴하게 위로 치솟았고 힘없이 왼쪽으로 풀썩 넘어가 버렸다.


”헉, 헉...“


살았다는 안도감에 이훈종 하사는 양손에서 피가 가득 배어 나오는 것도 잠시 잊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 숙여!“


이훈종 하사가 숨을 돌릴 여유도 없이 날아든 날카로운 외침, 그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누군가 억센 손으로 그를 모래주머니 아래로 밀었고, 그의 머리가 내려감과 거의 동시에 뭔가 ‘휙’하고 이훈종 하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궤적을 따라가 보니 갑자기 날아든 것의 정체는 나무를 뾰족하게 연마해서 만든 일종 창, 나뭇등걸에 박힌 창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본 이훈종 하사의 몸도 함께 떨렸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의 몸에 저것이 박혔을 것이 아닌가!


”이훈종! 정신 차려!“


벽력같은 외침에 고개를 들어보니 죽음의 벼랑 끝에서 그를 끌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김우진 대위였다.


이훈종 하사에게 다가오던 그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싸늘하게 식은 오대규 대원을 발견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오대규 대원에게 다가간 김우진 대위는 온기 없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손으로 쓸어내렸다.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그를 구할 수 있었을까?


김우진 대위의 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지대장님! 앗!“


지옥에서 부처를 만난 듯한 표정의 이훈종 하사가 김우진 대위를 덥석 잡다가 쓰라린 듯 손을 얼른 뺐다.


깊은 자상이 남은 이훈종 하사의 양손, 김우진 대위는 재빨리 붕대를 꺼내 그의 양손에 감아주었다.


”대규도, 주환이도 전부...“


이훈종 하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조금 전까지 살아있던 부대원들의 이름을 불렀다.


”... 병력 수습해서 저기 능선으로 올라가. 곧 영국군이 올 거야. 조금만 버티면 돼.“


김우진 대위는 퇴로를 가리켰다.


”버티는 건 불가능합니다. 영국놈들이 오기도 전에 전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고지를 넘은 일본군은 머릿수를 앞세워 빅터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칼, 곤봉, 도끼 심지어 철모까지 휘두르며 빅터 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일본군과 맞서고 있었으나 방어선이 무너진 지금 버티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하지만 이훈종 하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김우진 대위는 목 끝까지 잠근 전투복 상의 단추를 거칠게 풀더니 난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불타는 듯한 시선을 돌렸다.


”이 개새끼들, 전부 죽여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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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0화 - 세 개의 불길(3) 24.01.30 66 1 9쪽
240 239화 - 세 개의 불길(2) 24.01.29 82 1 10쪽
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6 1 11쪽
235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8 0 11쪽
234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9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3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8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4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7 2 10쪽
225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221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5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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