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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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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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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0화 - 갱도 진지(3)

DUMMY

조금 전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늘어놓던 빅터 소속 대위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우중충한 표정을 짓더니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병기관은 사내의 급발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갑지기 왜 그러시는 것입니까? 무슨 말씀이라도...!”


“당신이 TNT를 내어주지 않는다면 나의 동료들은 정글 속에서 꼼짝없이 일본놈들의 손에 죽게 될 것입니다. 귀 부대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린 나의 동료들이 말입니다. 오호통재라! 흑흑.”


마치 셰익스피어 비극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듯한 김우진의 절절한 표정, 이 모습을 멀리서 보던 영국군 병사가 함께 있던 이를 보며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입대 전 극단에서 생활하던 그는 연기를 보는 눈이 있었다.


“우와... 내가 보고 있는 게 맞아? 우리 동네 강아지 데려다 연기 시켜도 저것보다는 잘하겠다.”


“몰라, 미친놈인가 보지. 근데 병기관님은 또 왜 저런 표정이래?”


발 연기라는 단어가 미흡할 만큼 엉망인 연기를 선보이는 김우진 대위였으나 기가 막힌 것은 그의 앞, 1열에서 관람하고 있는 병기관이었다.


그는 아예 한술 더 떠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자, 진정하십시오. 연합군의 영웅들이 내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흑흑.”


김우진은 건조하디 건조한 눈을 끔뻑거려 눈물, 아니 눈물 비슷한 즙이라도 짜내려 했으나 그의 눈은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안될 말이지요, 안될 말이야. 고작 규율 따위에 얽매여 영웅들을 잃을 수는 없지요. 자, 내 목숨을 걸고 내어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만큼 몽땅 가져가시지요!”


돌변한 병기관의 태도에 김우진 대위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크게 만족했다.


‘역시 내 연기가 통한 모양이군! 제대하면 진로는 정해졌어! 오스카(Oscars, 미국 영화 시상식, 흔히 아카데미로 불린다)는 내 거라고!’


병기관을 따라 무기고로 향하는 김우진 대위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라도 된 것처럼 멋지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와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의 영국군, 김우진 대위는 담배를 꺼내 물더니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서 떼고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나오는 험프리 보가트의 대사)


”... 뭐야 왜 저래? 엥? 넌 또 왜 이래?“


상한 버터를 잔뜩 머금은 김우진 대위의 표정에 기겁한 영국군은 함께 있던 병사가 열 손가락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으아아, 차라리 내 손가락을 잘라 줘!“


*


D-2 : 소이탄 폭격 개시 36시간 전.


”그러니까 이곳을 폭파하면 하천의 물이 갱도로 흐를 거다, 이런 말이지요?“


지나가던 영국군의 손가락을 문어 다리로 만들고, 기어이 병기관을 홀려(?) TNT를 잔뜩 짊어지고 온 김우진 대위는 그제야 이청천 대령으로부터 폭약의 쓰임새를 들을 수 있었다.


지도에 표기된 이지-2(E-2, easy-2) 지점은 수색으로 확인한 일본군 제56독립연대가 숨어 있는 갱도 진지의 입구 중 하나, 찾아낸 다른 갱도 입구와 차이가 있다면 유일하게 인근 하천과 가까운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래, 여기를 터트려 물을 흘려보내고 나머지 입구를 틀어막는다면 우리가 갱도로 들어가 위험한 싸움을 벌이는 부담을 없앨 수 있어. 오히려 저들이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야.“


펌프를 이용해 막대한 양의 물을 갱도 내부로 퍼붓는 것은 아니지만, 지형을 활용해 수공을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근데 갱도 부근 지형이라면 저놈들도 잘 알지 않겠수? 그놈이라면 대비를 했을 것 같기도 한데...“


갱도 내부로 진입하는 대신 적을 끌어내겠다는 이청천 대령의 의도는 좋았으나, 김우진 대위는 이러한 점을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 역시 알고 대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청천 대령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겠지. 아마 E-2에는 수비하는 병력을 다수 배치했거나 하천의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작전이 성공하려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놔야겠지.“


”흠, 시선을 돌린다...“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친다, 이른바 성동격서 하지만 어쩐 일인지 김우진 대위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할 수만 있다면 거미줄 같은 갱도를 진입하는 것에 비할 수 없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적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는 것, 극단적인 경우에는 유인책이 먹혀들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소이탄이 떨어지기 전에 빅터는 아무런 소득 없이 이곳을 이탈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적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줄어들긴 했어도 어쨌거나 마주한 적은 연대 규모에 육박하는 병력, 빅터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적군 대비 삼분의 일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 쉽지 않은 전투가 되겠지.“


수심이 가득한 김우진의 표정을 읽은 이청천 대령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령 적을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갱도를 수몰시킬 때까지 적을 붙들어 놓을 병력도 부족할 거야. 만에 하나 저들이 작전을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역공에 오히려 우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


김우진 대위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이청천 대령을 보았다.


전장에 위험하지 않은 곳이 어디에 있고, 안전한 작전이 어디에 있겠느냐만, 그는 대원들의 생환을 기대할 수 없는 작전에 부대를 투입하지 않으려 했다.


꼭 수행해야 하는 위험한 임무가 있을 때는 늘 그가 가장 위험한 자리를 자처했다.


그런 그가 이번 작전에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까짓거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수? 여기서 물러날 게 아니라면 어차피 이것밖에 방법이 없는 거 아니요? 다들 어떻게 생각해?“


김우진 대위는 갑자기 뒤를 휙 돌아보더니 모여 있던 대원들을 보며 물었다.


”흠, 그러니께, 성공보다는 여차하면 싹 다 뒤질 일이 많다는 거지라?“


이춘삼 중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지면서 말하자 대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그니께... 생각을 거시기하면...“


”아, 혼자서 뭐라고 씨부리는 거요?“


”맨날 거시기, 저기 하지 말고 좀 알아듣게 말하라니까!“


이춘삼 중사가 중얼거리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어쩐지 불만 섞인 소리치고는 그들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밝아 보였다.


”이런 개잡놈들, 감히 이 포술장님 면전에서 뭐라 지껄이는 거여? 나가 생각이란 것을 하고 있잖여, 이 돌대가리들아!“


걸쭉한 욕을 쏟아내고 있지만 역시 유쾌한 표정의 이춘삼 중사, 그는 곧 결론을 내렸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무진장으로다가 위험한 일이라... 그거 좋은데? 그러니께 시방 당장 해야지, 안 그러냐, 이 잡놈들아?“


이춘삼 중사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오자, 이청천 대령이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노친네, 멀쩡한 소리를 하는 거 보면 아직 노망은 안 났네, 그려.“


위험한 작전의 투입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이춘삼 중사의 말에 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웃어댔다.


”조만간 철수한다고 혔을 때, 나가 월매나 마음을 졸였는지 알랑가 모르것소. 우리 차돌이 성님 그렇게 맨든 놈들을 이 손으로 요절내야 하지 않겠소?“


”그라지예. 저기 왜놈들, 싸그리 아작을 내야 우리 아그들도 왜놈 이름 안 쓰고 살지 않겠습니꺼?“


저마다 진한 사투리로 뱉어내는 한마디, 김우진 대위는 대원들의 얼굴을 하나씩 살피더니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긴 죄다 미친놈들밖에 없군요. 아, 물론 가장 미친놈은 내 몫이니까 꿈도 꾸지 마쇼.“


*


D-2 : 소이탄 폭격 개시 35시간 전.


”기어이 놈들이 다녀간 모양이군.“


간밤에 전진 배치한 병력의 경계 상태를 점검하던 병력 일부가 당한 것을 발견한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혀를 끌끌 찼다.


당한 것은 일곱, 그중 넷은 절명했고, 나머지는 중상을 입었다.


”출혈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아 일격에 동맥이 끊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병력을 제압한 후에는 모두 수풀로 옮겨 흔적을 지우려 한 정황도 포착됩니다.“


시신의 상처와 주변에 흥건한 피 그리고 시신과 중상자를 수풀까지 끌고 오느라 남은 흔적을 실마리로 밤에 있었던 한바탕의 싸움을 역추적해 본 스가이 다케오 중좌가 분을 참으며 말했다.


”밤중에 단신으로 뛰어들어 다수를 상대로 일격에 동맥을 끊어놓는다? 언제봐도 대단한 솜씨군.“


”예? 단신이라니요? 설마 혼자서 일곱 명을 상대하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후지모토 대좌가 중얼거리듯 하는 말을 들은 스가이 다케오가 가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독특한 발자국을 보란 말이야. 우리 병력이 착용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발자국의 크기와 진흙이 눌린 깊이가 일정하다는 것은 상대가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야. 음, 이런 일을 벌일 만한 자라면...“


”마에다를 쓰러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청천이나 김우진이라는 놈이겠군요.“


스가이 다케오 중좌의 말에 후지모토 대좌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군과 아군을 막론하고, 인도와 버마 전 지역을 뒤지더라도 이런 솜씨를 가진 이라면 두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병력의 손실도 문제지만, 그놈들이 왜 여기까지 왔을까?“


”본 연대가 아직 퇴각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전투 정찰로 우리의 동태를 파악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민하는 후지모토 대좌와 달리 스가이 중좌는 이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정찰이라, 그렇겠지. 그렇다면 갱도의 존재도 알아챘을 가능성이 크겠군.“


”철저히 숨기고 위장까지 했습니다. 입구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갱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무슨 재주로 알아내겠습니까?“


스가이 중좌는 연대장이 지나치게 적을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마주친 아군을 제압한 후 감추지 않았나? 완벽하게 지우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격돌의 흔적을 지우려 했어. 어떤 식으로든 이곳에 왔다가 간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야. 이유가 무엇이겠나?“


갱도 진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고 확신하는 후지모토 대좌였다.


”빠르건 늦건 어쨌든 갱도가 있다는 것은 드러날 수밖에 없겠지. 중요한 건 저들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것인데. 재밌지 않나?“


후지모토 대좌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저놈들 끝까지 여기에 남아 본 연대와 결전을 벌이려는 모양이군. 잔뜩 웅크린 영국놈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태도라고 할 수 있겠지?“


듣고 보니 대치한 적의 대응이 이상하긴 했다.


소이탄이 떨어지기 전까지 이틀도 채 남지 않았는데, 굳이 왜 공세에 나선 것일까?


”뭐, 이유야 차차 알게 되겠지. 갱도 진지의 입구를 장악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각 입구마다 병력을 보강하고 상호 작용이 가능한 참호를 전진해서 구축하라고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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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236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5 1 11쪽
235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8 0 11쪽
234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9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3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8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4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7 2 10쪽
225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5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4 2 10쪽
219 218화 - 갱도 진지(1) 23.12.25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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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16화 - 가려진 진실(1) 23.12.21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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