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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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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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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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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14화 - 사령관께서는 할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DUMMY

“초급 장교들이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른 저녁, 제15군 사령부 소속의 위관급 장교들이 왔다는 말에 무다구치 렌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면담?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합니다.”


참모장의 난감한 표정, 몰려온 위관급 장교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보았기에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 장교들은 당장 무슨 일이라도 일으킬 듯 살기 등등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저... 시간이 늦었으니 차라리 내일 다시 면담을 진행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참모장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격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자 했다.


“음, 안될 말이지. 상명하복이 군대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고위직과 젊은 부하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그들의 생각을 읽고 받아들여야만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갈 수 있는 법이야. 요즘 사단장이니 참모장이니 하는 것들은 죄다 고집불통에 아집만 가득하니 원, 쯧쯧.”


소통이라... 다른 사람도 아닌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의 입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이야...


기가 막혀 하는 한편 한 번 더 만류하려던 참모장, 무다구치 사령관은 그런 그를 온화한 표정으로 보며 어서 그들을 들이라고 재촉했다.


이윽고 회의실에 들어선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과 참모장 그리고 면담을 요청한 초급 장교들.


‘아, 이래서였군.’


회의실에 들어선 참모장은 그제야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이 스스럼없이 초급 장교들을 들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장을 한 채 회의실 양옆으로 늘어선 그의 직속 병사들,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완벽히 한 셈이다.


“그래,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무다구치 렌야는 온화하고도 느긋한 표정으로 참석한 장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대본영으로 향한 사단장을 구명해 주십시오.”


무거운 분위기 속에 누군가 용감하게, 서론도 없이 곧장 본론을 꺼냈다.


무다구치 렌야는 가늘게 뜬 눈으로 발언한 어린 장교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사토 사단장을 구해달라. 음...”


허공으로 시선을 돌린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이 숙고하기라도 하는 듯 팔짱을 끼면서 중얼거렸다.


‘이미 끝난 사안이 아닌가?’


사토 고토쿠 중장은 형식적인 정신감정을 거친 후 예편되기로 결정이 났다.


그 결정에 가장 큰 입김을 넣은 것이 바로 무다구치 사령관이기에 참모장은 젊은 장교들의 건의가 먹혀들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설령 사령관이 변덕을 부려 의견을 수용한다고 한들 그의 손을 떠나버린 사안에 그가 무엇을 고심하는 것인지 참모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내가 그리해 주기를 원하는가? 그는 자네들을 전장에 버리고 달아난 자가 아닌가? 장수가 부하들을 버리고 떠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네.”


“그렇지 않습니다! 사단장님께서는 사단 병력을 살리기 위해 퇴각한 것이고,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황도(도쿄)로 가신 것입니다.”


대화에 끼어든 또 다른 젊은 장교의 말에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이 거슬린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사단장님께서라니, 저놈은 차상급자에 대한 기본 어법조차 모른다는 말인가? 위관급 장교부터 저런 식이니 부대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지. 쯧쯧, 한심한 놈들 같으니!’


무다구치 렌야는 속으로 혀를 찼으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렇군, 사단장을 위한 자네들의 충성은 잘 알겠네. 구명이라, 구명이라... 그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뭔가가 떠오른 듯한 사령관의 말에 장교들이 반색했다.


“그를 구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목숨이 필요하네. 패전의 책임을 질 사람들의 목숨이 필요하단 말이야. 자네들이 기꺼이 사토 사단장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사령관의 말에 위관급 장교들은 당황한 듯 웅성거렸다.


그들이 원한 것은 사단장이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전투에 임하며, 잠깐이지만 코히마를 점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 그리고 열악한 보급 상황과 감당할 수 없는 비전투 손실로 어쩔 수 없이 단독 퇴각을 결정했다는 것을 대변해달라는 것인데 목숨을 내놓으라니.


“사단장님을 구명할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눈치만 보던 가운데 누군가 나섰다.


- 저 역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 소관 역시 동참하겠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분위기, 참모장은 잠시지만 일그러졌던 사령관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자, 자 그만!”


불안한 시선으로 위관급 장교들의 돌발 행동을 지켜보던 기요타케 참모장이 손을 들어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정리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당장이라도 사령관이 늘어선 병사들에게 장교들을 제압하라는 명을 내릴 것만 같았고, 혈기 왕성한 위관급 장교들은 순순히 그에 응하지 않아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음, 자네들의 뜻이 그렇단 말이지... 좋아, 대본영에는 내가 직접 뜻을 전달하도록 하지.”


마치 선심이라도 쓴 듯한 사령관의 말, 하지만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 장교들은 얼마 없는 것 같았다.


“이런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하는 법이지. 내가 직접 카와베 사령관께 말씀을 드려 우리 15군만이 아니라 방면군의 뜻도 함께 전하도록 하겠네.”


카와베 마사카즈 버마 방면군 사령관이라, 그의 이름이 거론되자 의혹이 가득했던 위관급 장교들의 얼굴에 심경의 변화가 스쳐 가는 듯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부하들을 살뜰히 여기는 카와베 사령관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은가?


‘역시 카와베 각하라면 사토 사단장을 구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군.’


참모장은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이 버마 방면군 사령관의 이름이 운운하자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령관께서 카와베 각하께 이 상황을 그대로 알렸을 때나 가능한 일이겠지. 어디 저자가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사람이던가...’


참모장은 아직 무다구치 렌야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한껏 기대에 부푼 제31사단의 위관급 장교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보았다.


“젊은 장교들이 이처럼 지휘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라니! 이 사령관은 감탄을 금할 길이 없군!”


무다구치 렌야는 표정을 바꾸며 세상에 다시 없는 인자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과장된 몸짓으로 감탄한 듯 말했다.


그를 따라 일어서며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를 올리는 위관급 장교들, 마치 잘 짜인 듯한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에 참모장은 실소가 절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네. 지금 전선에는 아직도 복귀하지 못한 아군 2개 사단을 비롯한 병력이 있음을 자네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야.”


제15사단과 제33사단 그리고 후지모토 대좌가 이끄는 제56독립연대까지, 아직 초록의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있음을 상기하자 기뻐하던 젊은 장교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사토 사단장은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낼 것이네. 그 사람이야말로 대일본제국 육군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아닌가? 암, 그렇고말고! 그런 인재를 허망하게 잃는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네. 내가 잠시 자네들의 충심을 떠본 것을 이해해 주시게.”


- 당치 않습니다!

- 저희야말로 각하의 진심을 모르고 이렇게 몰려온 점을 깊이 사죄드립니다!


무다구치 사령관이 화려한 언변으로 다시 한번 젊은 장교들의 정신을 흔들어 놓았다.


“나와 카와베 각하께서 대본영에 힘을 쏟는 동안 자네들은 아직 적진을 벗어나지 못한 폐하의 적자들을 구해주시게. 단 한 사람이라도 부모와 처자식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자네들이 힘을 써주기를 간곡히 부탁하네.”


떨리는 목소리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위관급 장교를 향해 무릎을 꿇은 무다구치 렌야, 그의 돌발 행동에 젊은 장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크게 당황했다.


물론 사령관의 본심을 꿰뚫어 보고 있는 참모장은 이 상황이 기가 막히다 못해 역겹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기껏 돌아온 젊은 장교들마저 다시 전선으로 내보내려는 수작이로구나...’


사토 고토쿠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힘쓰겠다는 사령관의 말에 취하기라도 한 듯한 위관급 장교들은 다시 전선을 내모는 무다구치 렌야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아예 자청해서 선봉에 서겠다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기요타케 참모장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고 난 일본군 제15군,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은 기어이 참모들을 소집해 이런저런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불편한 심기를 해소하고 있었다.


“... 정말 제31사단을 다시 전선으로 투입할 작정입니까?”


침묵을 지키던 기요타케 참모장의 한마디에 무다구치 렌야의 눈이 샐쭉하게 올라갔다.


“아직 귀가 안 들릴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비꼬는 사령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참모장이 말을 이어갔다.


“제공권과 제해권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작전이 시작되었으나 제대로 된 보급로를 개척하지도 않았지요. 다시 병력을 투입한다고 한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참모장의 거침없는 말에 군 참모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바타 노부요시 전임 참모장의 전례를 교훈 삼아 철저히 무사안일을 추구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당장이라도 그를 죽일 듯한 매서운 눈으로 참모장을 노려보던 사령관은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으며 말을 꺼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처음부터 무리한 작전이었습니다.”


“무리한 작전? 참모장이 태평하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네는 무엇을 한 건가?”


“어디 사령관께서 본인의 의지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분이셨습니까?”


“허, 허허. 이것 참...”


참모장이 뜻을 굽히지 않자 무다구치 렌야가 기가 막힌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그렇다면 내가 작전이 성공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할복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그럴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다만 그는 이런 강경 발언을 꺼내게 되면 기요타케 참모장이 물러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물론입니다. 사령관께서는 할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뭐, 뭐야?”


예상치 못한 참모장의 발언에 무다구치 렌야가 당혹스러운 듯 말을 더듬었다.


기요타케 참모장은 아예 작정한 듯 한술 더 떴다.


“카이샤쿠(介錯, 할복하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뒤에서 목을 치는 행위)는 제가 하겠습니다.”


참모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무다구치 렌야는 할 말을 잃었다.


여태 고분고분 따르던 놈이 이런 식으로 반기를 들 줄이야.


무다구치 렌야는 ‘당장 이놈을 끌어내라’라고 소리치려 했으나 내부의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하극상에 준하는 일을 벌인 참모장을 어떻게 하려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 텅


아예 자신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내 친절하게 사령관에게 내미는 기요타케 참모장, 무다구치 렌야 사령관은 수모와 분노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해산해!”


평소라면 당장이라도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따귀를 올려붙였겠지만, 지금은 고작 큰소리를 치고 돌아서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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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236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5 1 11쪽
235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8 0 11쪽
234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8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3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7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4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6 2 10쪽
225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221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4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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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4화 - 사령관께서는 할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23.12.18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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