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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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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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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화 - 갱도 진지(1)

DUMMY

D-2 : 소이탄 폭격 개시 39시간 전.


몸을 숨긴 이청천 대령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다가오는 불빛을 응시했다.


불과 몇 미터 앞으로 다가온 불빛, 불빛에 드러난 것은 조금 전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군 장교와 하사관, 그들이 지척까지 다가오자, 이청천 대령은 조용히 오른손을 카람빗(Karambit, 매의 발톱처럼 구부러진 날을 가진 단검)에 가져갔다.


일촉즉발의 상황,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그는 일본군을 단숨에 처리하고 자리를 이탈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청천 대령이 숨은 수풀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일본군 장교와 하사관은 방향을 바꾸어 졸고 있는 초병들에게 다가갔다.


“이거 봐, 이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런 정신 나간 놈들 같으니!”


화가 난 듯한 일본군 장교는 군홧발로 초병들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그 사이 적군이 나타나기라도 했다면 네놈들은 죽은 목숨이야! 적군이 코앞까지 온 마당에 잠이 온단 말인가!”


아직도 화가 덜 풀린 듯 일본군 장교는 길길이 날뛰며 얼어붙은 듯 경직된 자세로 선 초병들을 또다시 걷어찼다.


높아진 언성에 불안해진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하사관은 간신히 장교를 달랬고, 일본군 장교는 한참을 씩씩거린 다음에야 등을 돌려 임시 초소를 떠났다.


천천히 멀어지며 작아지는 불빛, 이청천 대령은 그들의 뒤를 쫓아 한적한 곳에서 제압할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사라진 불빛, 이청천 대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적정 거리를 둔다는 것에만 골몰해 표적을 놓치고 말았군.’


이럴 때 별빛을 증폭한 야간 투시경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초기 개발 단계라 문제점투성이인 야간 투시경은 부대에 널리 보급된 상태가 아니라 인도 전선에는 가지고 있는 부대가 없었다.


“그,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이청천 대령이 사라진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온 겁먹은 목소리, 깜짝 놀란 이청천 대령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 소변을 보기 위해 임시 초소를 이탈한 일본군 초병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이청천 대령을 조금 전 발길질을 해대던 일본군 장교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또 주먹이나 군홧발이 날아올까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던 초병은 이청천 대령이 아무런 대꾸가 없자, 고개를 갸웃하며 내렸던 총을 천천히 올리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뭔가 수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초병이 총을 올리자,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이청천 대령이 카람빗으로 그를 처리하려고 할 때, 초병의 뒤에서 날카롭고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얼레? 이 미친 새끼가 쳐 자빠져 주무시더니 이제는 오줌을 갈기려고 하네? 왜, 아주 밥상이라도 차려줄까?”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당장 돌아가지 못해!”


어둠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허리춤에 한쪽 손을 올린 채 삿대질하는 정체불명의 사내는 화들짝 놀란 초병을 쉴 새 없이 다그쳤다.


“바지에 싸든, 조금씩 싸서 말리던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아무튼 너 이 새끼, 복귀해서 두고 봐.”


사내의 으름장에 초병은 이청천 대령의 존재는 까맣게 잊었는지 서둘러 임시 초소를 향해 달려갔다.


초병이 사라지자, 카람빗으로 가져갔던 손에 힘을 푼 이청천 대령, 그는 천천히 다가오는 사내를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야? 대기하라고 했더니 왜 여기까지 왔어?”


“얼레? 어디 그게 생명의 은인한테 할 소리요?”


걸쭉한 욕으로 초병의 혼을 빼놓은 사내는 다름 아닌 김우진 대위였다.


“기다리고 있는데 대장이 간 방향으로 갑자기 큰 소리가 나길래 걱정되어서 와봤지. 아무튼 혼자 뭘 하게 두질 못한다니까.”


김우진 대위는 너스레를 떨더니 이청천 대령을 보며 눈을 찡긋했다.


“뭔가 이상해. 조금 전 순찰하던 일본군의 행적이 감쪽같이 사라졌단 말이야.”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불빛이 갑자기 없어져서 당황하던 참이오. 하늘로 솟았나, 아니면 땅으로 꺼지기라도 했나...”


“우선 여기를 벗어나서 주변을 살펴보자.”


이청천 대령과 김우진 대위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더듬어 가며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임시 초소들과 참호 사이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호,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그런데 교통호가 좀 특이하군.’


야간 경계를 서고 있는 일본군의 임시 초소 감시망을 피해 진지 내부를 살펴보던 이청천 대령은 각지에 구축한 참호 사이에 안전하게 병력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교통호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요? 교통호가 왜 여기에 있어?”


어둠의 저편을 향해 길게 난 교통호를 보며 김우진 대위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이상하지? 교통호는 참호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루프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인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오. 왜놈들이 힘이 남아돌아 이런 짓을 한 건 아닐 테고.”


“난 여기 교통호를 따라가 볼 테니까, 넌 여기 주변을 좀 살펴봐. 참호 진지와 연결된 교통호 끝부분이니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러다 또 저놈들 만나면 어쩌려고 그러오? 대장은 나처럼 연기가 안 되잖아?”


김우진 대위가 어깨를 으쓱하자, 이청천 대령이 씩 웃더니 정확히 15분 뒤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긴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길게 이어진 교통호를 따라가던 이청천 대령, 오래지 않아 그는 교통호가 끊겼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잘못 구축한 진지라는 말인가? 그자가 이런 실수를 하게 뒀다고?’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자 이청천 대령은 허탈한 듯 낙엽이 무성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 정찰을 나왔건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가야 할 판국이었다.


‘그런데 숙영한 일본군은 대체 어디에 있지?’


일본군 제56독립연대의 진지 내부를 조사하던 이청천 대령은 찾은 것이라고는 산병호(소수의 보병이 사격하기 위해 구축한 참호)와 참호 사이에 연결된 교통호가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참호에 배치된 병력이라고 해봐야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겨우 1개 소대 규모, 나머지 연대 병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청천 대령은 참호 진지를 지나 내부 깊숙하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천막이나 텐트 따위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개별로 비트를 파고 숙영지를 대신한 것인가? 아니야, 연대 전체가 비트를 파고 잠을 잔다는 것은 불가능해. 대체 주 병력은 어디로 간 거지?’


순찰하던 일본군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주 병력마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상황, 이청천 대령은 일련의 사건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 바스락


이청천 대령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의 앞에서 낙엽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풀과 어둠을 은폐물 삼아 몸을 숨긴 이청천 대령, 그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소리가 난 방향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어둠을 배회하는 산짐승인지, 아니면 부근에 숙영지를 차린 일본군인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던 이청천 대령은 어둠 속에서 뭔가 쑥하고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땅속에서 사람이? 역시 비트였던가? 어?’


비트에서 나온 것치고는 사람이 좀 많았다.


하나, 둘... 무려 일곱 명이나 나오지 않았는가?


구덩이를 깊게 파고 여러 사람이 들어가 숨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위장이 어려웠기에 비트는 한 사람이 숨는 것이 고작이었다.


직감적으로 뭔가가 숨겨져 있다고 느낀 이청천 대령은 비트에서 나온 사람들의 실루엣이 사라지기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이윽고 웅성거리던 소리가 잦아들고 그들이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확인한 후 이청천 대령은 사람들이 나온 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부러진 나뭇가지, 낙엽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중 이청천 대령의 눈에 들어온 넓적한 무언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나무로 만든 판자였다.


군대가 진지를 구축했던 곳이니 목재로 된 가공물이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나, 특이한 것은 나무판자 위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곳곳에 떨어진 나뭇가지, 낙엽 심지어 흙조차 없었다.


마치 누군가 깨끗하게 치워놓은 것처럼 말이다.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이청천 대령은 나무판자를 살폈으나 딱히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폐기물에 불과한 것인가?’


이청천 대령은 뭔가를 찾으려 한 나머지 평범한 물체마저 수상하게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별히 이상하다고 할만한 점이 없자 일어나 다시 주변을 수색하려는 이청천 대령, 무심코 나무판자를 밟은 그는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마치 나무판자 속이 비어있는 듯 울리는 소리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비어있다? 조금 전 비트에서 올라온 일본군이 그럼 여기에서?’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 듯한 이청천 대령은 나무판자 끄트머리를 잡더니 힘을 줘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나무판자를 치우자 드러난 것은 두 사람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듯한 굴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비트 아래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이었다.


‘숨는 것이 목적인 비트 아래에서 불빛이 왜? ... 어? 이건 설마?’


비트의 정체를 확인한 이청천 대령의 눈동자가 커지던 찰나, 그의 뒤통수에 차가운 무언가가 겨누어졌다.


“넌 뭐야? 양손 올리고 천천히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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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239화 - 세 개의 불길(2) 24.01.29 82 1 10쪽
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236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5 1 11쪽
235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8 0 11쪽
234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8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2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7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4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6 2 10쪽
225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221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4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4 2 10쪽
» 218화 - 갱도 진지(1) 23.12.25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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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16화 - 가려진 진실(1) 23.12.21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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