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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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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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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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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33화 - 게임 체인저(4)

DUMMY

요시노 대위는 뜬금없는 복귀 명령에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무방비나 다름없는 적의 측면, 손만 뻗으면 딸 수 있는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있는 마당에 돌아서라니, 말문이 막힐 만도 했다.


”남쪽 전선에서 적군이 파죽지세로 진입 중입니다. 서둘러 복귀하여 적을 막으라는 지시입니다!“


”남쪽? 갑자기 남쪽에서 놈들이 공격했다고?“


요시노 대위는 최대한 냉철하게 지금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일본군 제56독립연대가 대치한 적은 반나절 동안 각축전을 치렀던 영국군 제78연대, 그리고 아군 임시 진지의 후방에 나타났다는 유격대였다.


‘영국군이 남쪽으로 기동할 수 있는 경로는 제한되어 있다. 아군과 마주치지 않고 소란이 이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빅터라는 그놈들이 처음부터 병력을 분산 배치했다는 것인가?’


명확한 근거는 없었으나 요시노 대위는 짐작만으로 실제 일어난 상황에 거의 근접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병력을 통제하고 상황에 대처해야 할 이시카와 대위가 스스로 콤플렉스라고 느꼈던 우유부단함의 덫에 걸려 우왕좌왕하기만 할 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놈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하던가?“


요시노 대위는 적의 기습이 정말로 아군의 측면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인지, 이곳저곳을 들쑤셔 혼란을 유발하려는 술책인지 파악하려 했다.


”그, 그것까지는... 아무튼 이시카와 대위께서는 어떠한 이유도 듣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당장 복귀하셔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즉결 처분을...“


무전조차 되지 않아 전령으로 달려온 병사는 마지막에 ‘즉결 처분’이라는 단어는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대체...“


요시노 대위는 이게 대체 무슨 미친 짓거리라는 말이냐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스가이 다케오 중좌가 연대의 통제를 이시카와 대위에게 맡긴 마당에 그의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전원 복귀한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토해내듯 철수 명령을 내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지시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적의 측면을 노리는 것보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그것도 전시에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것만큼 큰 위기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저놈들이 갑자기 여기로 몰려오면 어떻게 하죠?“


무너진 막사를 엄폐물 삼아 간헐적으로 사격하던 오대규 대원이 갑자기 겁이 난다는 듯 말했다.


”뭐, 뭘 어떻게 해. 그냥 올라오는 족족 조지면 되는 거지!“


그의 말에 호기롭게 대꾸하기는 했으나 이훈종 하사 역시 일본군이 밀려오는 것이 걱정되기는 했다.


‘저격? 해본 적도 없는데? 그리고 뭐? 이청천 대령 마크-2? 허, 참. 그런 걸로 저놈들이 눈이나 깜짝할까?’


후방으로 적진을 기습하러 떠난 김우진 대위는 적들이 공세로 전환해 달려들 경우 부대원들의 사격을 잠시 멈추고 볼트 액션식 소총을 적이 오는 방향으로 대충 쏘라고 했다.


저격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이훈종 하사에게 말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주문은 이청천 대령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크게 떠벌리라는 것, 이훈종 하사는 그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맞을 리 없는 저격을 대체 왜 하란 것이며, 이청천 대령의 이름은 왜 외치라는 것인지.


그렇게 하면 벌떼처럼 몰려드는 적이 줄행랑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다고 전장에서 발휘하는 이청천 대령의 역량을 가볍게 본다는 말은 아니었다.


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단 한 발의 사격으로 목표를 쓰러뜨리는 저격 솜씨, 무장한 수십 명의 적군을 무인지경으로 가르는 그의 근접 전투.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청천 대령이 여기에 있을 때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여기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들먹여 얻을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휴...“


이훈종 하사는 답답한 마음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 간과한 것이라기 보다는 이훈종 하사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청천 대령이라는 인물의 존재가 아군인 빅터와 적군인 일본군이 받아들이는 무게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대부분 가까이 있는 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이훈종 하사와 대원들이 이청천 대령에 대해 느끼는 바가 바로 그러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 효과를 확인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 어, 저, 저거!“


오대규 대원의 눈이 갑자기 수박만 해지더니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뭔 호들갑이냐고 면박을 주려던 이훈종 하사는 그의 손가락이 지시하는 곳을 보더니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 돌격해!

- 와아아아!


그가 우려하던 일이 기어코 벌어진 것이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서쪽의 야트막한 구릉 아래에서 어림잡아도 1개 중대 병력을 훨씬 웃도는 엄청난 수의 일본군이 착검한 채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이훈종 하사의 지시에 대원들이 서둘러 자리를 옮겨 대응하려 했으나 일본군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듯 빅터 대원들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사격 명중률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그 틈을 타 일본군이 더욱 거리를 좁힌 상황, 이대로 등을 돌리고 달아나다가는 얼마 가지 못해 저들에게 뒷덜미를 잡힐 수도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훈종 하사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기관단총을 내려놓고 저격용 스코프가 달린 생경한 볼트 액션식 소총을 집어 들었다.


이청천 대령이 쓰는 스프링필드 저격총은 아니었지만, 나름 렌즈까지 붙인 저격총.


하지만 이훈종 하사는 처음 다뤄본 이 총으로 미친 속도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망설일 여유 따위는 없는 상황, 조준경에 다가오는 일본군이 걸리자, 그는 지체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 탕!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묵직한 반동, 이훈종 하사는 쏜 탄환이 적중했는지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뜰 채비를 했다.


”맞았습니다! 어라? 근데 저놈들 갑자기 멈췄는데요?“


그를 대신해 아래 상황을 확인한 오대규 대원이 탄성을 지르다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멈췄다고? 고작 한 발이 우연히 맞았는데?


그 탄환이 무슨 대구경 포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줄기차게 내려꽂히던 총알과 같은 것이 아닌가?


엉겁결에 쏜 총알이 우연히 맞았다고 한들 대체 뭐가 달라진다는 말인가?


그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


- 원래 싸움은 기세가 팔십이란다, 알겠니? 우리 말대꾸만 잘하는 종훈이?


이청천 마크-1, 아니 김우진 대위의 귀담아들을 필요 없는 조언, 갑자기 그의 말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대충 쏜 총알에 무슨 혼이라도 담겨 있어서 파죽지세로 달려오던 일본군의 기세를 꺾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에라, 모르겠다. 그래, 어차피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다!’


달아나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 이훈종 하사는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이 끓어오르는 자신감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크게 소리쳤다.


”마! 내가 바로 이청천이다!“


당당하게 외친 이훈종 하사는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볼트 액션식 저격 소총을 다시 장전하더니 주춤한 일본군을 향해 조준했다.


내가 이청천이라, 왜 내가 부끄럽지...


이훈종 하사의 외침에 오대규 대원은 자신도 모르게 손끝이 말려드는 느낌이 들었으나 정신을 수습하고 수풀 사이에 숨어 쇄도하던 일본군을 보았다.


- 탕!


격한 반동과 함께 몸을 출렁인 이훈종 하사.


‘역시 아까는 운이었어...’


형편없이 빗나간 총알을 보며 좌절하던 오대규 대원, 저 왜놈들이 달려들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는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었다.


”얼레?“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이상한 소리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일본군이었다.


이훈종 하사의 외침, 특히 이청천이라는 말에 움찔한 일본군은 그의 볼트 액션 소총이 불을 뿜자, 기겁하더니 달려들던 기세는 어디에 간 듯 저마다 머리를 싸매고 엄폐물을 찾아 달리기 바빴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일본군이 달려들자 당황해서 사격마저 형편없어진 빅터가 아니었던가?


‘설마? 그럴 리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돌리던 오대규 대원은 자신만큼 당황한 이훈종 하사와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둘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접근하는 놈들부터 집중해서 쏴!“


뭐라 설명할 수 없으나 흐름이 이쪽으로 넘어왔다고 확신한 이훈종 하사가 침착하게 부대원들을 향해 지시하자 잠시 혼란에 빠졌던 대원들도 그의 명령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거나 접근하는 일본군을 향해 집중적으로 사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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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2화 -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24.02.01 6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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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0화 - 세 개의 불길(3) 24.01.30 66 1 9쪽
240 239화 - 세 개의 불길(2) 24.01.29 82 1 10쪽
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236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5 1 11쪽
235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8 0 11쪽
»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9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3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8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4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6 2 10쪽
225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221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4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4 2 10쪽
219 218화 - 갱도 진지(1) 23.12.25 63 2 10쪽
218 217화 - 가려진 진실(2) 23.12.22 68 2 12쪽
217 216화 - 가려진 진실(1) 23.12.21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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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4화 - 사령관께서는 할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23.12.18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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