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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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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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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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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24화 - 포섭(4)

DUMMY

“그날이요? 흐음, 그날이라면 당직 사관을 서고 있을 때였습니다. 가까스로 돌아온 아군 병력이 갑자기 죽어버린 날이니 잊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 그날은 왜 갑자기 물으시는 겁니까?”


테리 청 대위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보았다.


제임스 소위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고, 엠마 중위는 오히려 몸을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입을 열었다.


“의무 장교가 사인으로 추정한 강경증이라는 것이...!”


“강경증이라니, 가당치 않은 소리입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의무 장교 그놈이라면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그런 판정을 내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두 사람도 아니고 집단으로 강경증 발작을 일으킨다는 것이, 그것도 죽음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라는 것이 어디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테리 청 대위 역시 그들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태, 절반쯤은 일이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긴 엠마 중위와 제임스 소위는 은밀히 눈빛을 교환했다.


“아, 그런가요?”


“제 생각에는... 아, 아닙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더 용무가 없다면 돌아가 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테리 청 대위는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엠마 중위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말을 얼버무렸다.


분명 늦은 시간으로 인해 돌아가라는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 눈치 빠른 엠마 중위는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기실 것 없습니다. 저 역시 베이커 포병들의 죽음이 강경증 발작에 의한 것이 아님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증거요?”


엠마 중위의 말에 테리 청 대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뭐지? 조금 전 그 표정은?’


엠마 티에리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짧은 순간이었으나 자신의 말에 바뀐 테리 청 대위의 표정, 단순히 호기심이 생겼다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이 아닌가.


“증거가 무엇입니까? 여기서 말해줄 수 있습니까?”


“그보다 그 증거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말하는 것이 순서겠군요. 저는 이 사건을 일으킨 사람, 그러니까 베이커 포병들을 죽인 사람이 제78연대장인 빌리 에이킨 대령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빌리 에이킨 대령이라니, 그녀의 말에 멀뚱멀뚱 서 있던 제임스 소위의 동공이 두 배쯤 커졌다.


입을 열려던 그는 엠마 중위가 조용히 눈짓을 보내자,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보았다.


‘빌리 에이킨 대령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아 뭔가 생각이 있는 듯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는 제임스 소위는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빌리 에이킨 대령, 빌리 에이킨 대령이라... 하하핫!”


미묘한 표정으로 제78연대장의 이름을 되뇌던 테리 청 대위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저 사람은 또 왜 갑자기 웃는 거야?’


느닷없이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얘기하는 엠마 티에리 중위 그리고 그 얘기를 듣더니 껄껄대며 웃는 테리 청 대위.


혼란스러운 제임스 소위는 괜히 여기에 발을 담근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갑자기 왜 웃는 건가요?”


엠마 중위는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으나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발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합니다. 너무 엉뚱한 인물이라서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지요. 빌리 에이킨 대령이 범인이라니, 이거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 아닙니까? 하핫!”


“간호 장교님의 말을 듣고 일을 상의하러 온 것인데 이런 식으로 면전에서 무안을 주다니,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요.”


테리 청 대위가 웃음을 참지 못하자 엠마 중위는 짐짓 화난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음, 뭔가 방향을 잘못 잡으신 것 같아 제가 조금만 의견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냉랭한 분위기를 전환한 테리 청 대위가 엠마 중위와 제임스 소위를 번갈아 보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빌리 에이킨 대령이 베이커 포병을 죽였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군요.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그냥 당직 사관이었습니다. 베이커 포병들의 상태가 어떤지 매시간별로 파악했으니 의무 장교와 여기 계신 간호 장교를 제외한다면 누구보다 그들의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우선 의무 장교가 판정한 강경증 발작이 터무니없는 결론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들이 사망하기 전 어떠한 이상 증세도 보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판단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빌리 에이킨 대령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예 장단을 맞추기로 작정한 제임스 소위가 거들자 엠마 중위가 그런 그를 기특한 눈으로 보았다.


“물론이지요. 빌리 에이킨 대령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결정적인 것은 그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베이커 포병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가 마법사가 아닌 이상, 전장에 주둔한 채 갑자기 여기에 나타나 그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꼭 직접 손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그의 사주를 받았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제임스 소위, 테리 청 대위는 그런 그를 잠시 측은한 눈빛으로 보았다.


“좋습니다, 좋아요. 말은 안 되는 소리지만, 빌리 에이킨 대령이 무슨 마법이라도 익혀 전장에 자신과 똑같이 생기고 사고하는 무언가를 남겨두고 여기에 돌아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서 살아 돌아온 베이커 포병들을 독살했다고 해보잔 말이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78연대장이 아군을 죽여 얻어갈 이익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말하자면 빌리 에이킨 대령에게는 살해 동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귀하들께서 추정한 빌리 에이킨 대령이 아니라, 이번 일을 꾸민 사람은...!”


“정보 참모인 코리 모브레이 대령이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죠?”


엠마 중위가 테리 청 대위의 말을 자르며 선수 쳤다.


의아한 것은 테리 청 대위의 반응이었다.


마치 이런 전개를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도 놀라지 않은 채 물끄러미 그녀를 보는 것이 아닌가.


“어허, 이런. 허허.”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테리 청 대위, 그는 못 당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빌리 에이킨 대령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일, 굳이 그의 이름을 거론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테리 청 대위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전혀 엉뚱한 사람을 들먹인 이유는 둘 중 하나겠지요. 이 늦은 시간까지 굳이 저를 찾아와 놀리려는 고약한 심보거나, 아니면...”


“아니면?”


제임스 소위는 말끝을 흐리는 테리 청 대위를 긴장된 표정으로 보았다.


“그게 아니라면 눈앞의 상대가 손을 잡을 만한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의도겠지요. 아닙니까?”


말을 마친 테리 청 대위는 제임스 소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았고, 오로지 엠마 중위만 뚫어지게 보았다.


“그래요. 위험한 일인 만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불쾌했다면 사과드리겠...!”


“사과라니요. 이 정도로 신중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정보 참모를 엮는 일이 아닙니까?”


양측이 가진 패를 모두 내보인 마당에 엠마 티에리는 더는 숨길 것이 없었다.


그녀는 죽은 베이커 포병 중 일부가 살아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자고 제안했고, 이야기를 들은 테리 청 대위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녀의 제안을 승낙했다.


“죽은 사람이 아직 살아있다... 그것참 신묘한 계책입니다. 반드시 그들이 죽어야만 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것만큼 놀라운 소식이 없겠지요.”


테리 청 대위는 엠마 중위의 계획이 마음에 드는 듯 흡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런데 정보 참모를 의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문득 의문이 든 엠마 중위, 별다른 증거도 없는데 테리 청 대위는 왜 그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일까?


“간단합니다. 베이커 포병을 제거함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가져가는 사람, 그가 바로 범인이지요. 죽은 앨런 해킹버텀 대령과 코리 모브레이 대령이 베이커 포대를 야간 순찰하러 갔다가 적의 공격을 받은 것을 기억하시지요?”


코리 대령이 자신의 치부를 아는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를 제거하기 위해 앨런 대령 그리고 친디트 정예병을 데리고 야간 순찰이라는 명목하에 나섰다가 오히려 그의 덫에 걸려 앨런 대령과 친디트 부대원은 허망하게 죽고 베이커 포대마저 기습당한 사건, 물론 엠마 중위를 비롯한 이들은 이런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앨런 대령과 코리 대령을 비롯한 이들이 야간 순찰을 나섰다가 적의 기습에 당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적군은 대담하게 베이커 포대를 들이쳐 포대장마저 죽이고 포대원 대부분을 현장에서 사살했습니다. 돌아온 사람이라고는 몇 명의 포대원과 코리 대령이 전부라는 말이지요.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테리 청 대위의 말에 제임스 소위는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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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239화 - 세 개의 불길(2) 24.01.29 82 1 10쪽
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236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5 1 11쪽
235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8 0 11쪽
234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8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2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7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4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6 2 10쪽
»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221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4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4 2 10쪽
219 218화 - 갱도 진지(1) 23.12.25 62 2 10쪽
218 217화 - 가려진 진실(2) 23.12.22 67 2 12쪽
217 216화 - 가려진 진실(1) 23.12.21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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