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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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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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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4화 - 게임 체인저(5)

DUMMY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가까스로 남쪽 전선에 도착한 요시노 대위는 기세를 올리며 측면을 휘젓는 적군을 향해 돌진할 것을 지시했다.


헛걸음한 것에 대한 분노일까?


요시노 대위와 함께 움직였던 일본군은 강행군으로 지칠 법도 하건만, 돌격하라는 그의 지시에 오히려 제대로 걸렸다는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함성을 지르며 적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요시노 대위의 부대를 발견한 적군은 황급히 돌격하는 부대원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으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듯 제대로 된 명중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엉뚱한 곳에서 소득을 올리는군.’


요시노 대위는 적의 주공을 깨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 침울했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 같았다.


- 탕!


뚝 그친 적의 사격 그리고 갑자기 울린 한 발의 총성.


선두에서 달리던 상등병 계급의 병사가 풀썩 쓰러졌다.


‘저격수인가?’


요시노 대위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전황이 달라지리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저격수가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러나지 않은 저격수에 한한 것이었다.


‘탕’하는 총성과 함께 풀썩 쓰러진 아군,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디에서 날아온 총알인지 알 수 없을 때 두려움을 안겨 주는 것이 저격수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위치가 발각됐고, 거리마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저격수, 세상에 그런 것을 두려워할 군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그 저격수 놈이 죽을 각오를 한 채 달아나지 않고 또 저격을 시도한다면 두셋 정도는 잃을 각오를 해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결국 백병전이 가까워진 마당에 저격수란 것은 정글에 들끓는 날벌레와도 같은 귀찮은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뭘 기다리는 건가? 가만히 서서 놈의 표적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 당장 움직여!“


요시노 대위는 적의 저격에 놀라 움찔한 부대원들을 보며 호통쳤다.


”하, 하지만 저기에 그놈이 있다면...“


”그놈? 그놈이 누군데?“


경직된 야나기 군조(중사)의 말에 요시노 대위가 잔뜩 인상을 썼다.


”총소리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분명 그놈이 쓰는 총소리입니다. 사사하라 연대의 이치고 군조를 해치웠다는 그놈 말입니다.“


야니기의 말에 요시노 대위는 육, 해군을 통틀어 황군에서 제일가는 특등 저격수라는 이치고 군조를 떠올렸다.


병졸에 불과했으나 만주와 반도 그리고 남방 자원지대에서 활약하며 군조까지 쾌속 진급했던, 그야말로 전설의 저격수라고 불릴 만한 자격이 있던 사내.


그런데 사사하라 연대 소속으로 우호 작전에 투입된 그가 우크룰 부근에서 전투를 치르다가 전사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처음에 요시노 대위는 불리한 전황 속에서 적의 포위망에 걸려 전사한 것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전설의 저격수라고 불렸던 이치고 군조는 평범한 전투가 아니라 저격수 간의 대결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목숨을 거둬간 사람은 다름 아닌 악명 높기로 소문난 적군의 특임대인 빅터 소속의 이청천이라는 사내.


이후로도 그는 이치고 군조를 저격으로 제거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신기와 같은 저격 솜씨로 일본군을 쓰러뜨리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것도 단 한 발의 사격으로 말이다.


”누군지 짐작하신 모양이군요. 만약 이청천이라는 그 오니(鬼おに, 일본 향토 신앙에 나오는 전설의 요괴)가 버티고 있다면 저곳은 절대 돌파할 수 없습니다.“


요시노 대위는 기가 막혔다.


이청천 대령의 저격 솜씨를 귀가 따갑게 듣긴 했지만, 고작 한 사람 때문에 이 많은 병력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게 어디 말이 될 법한 소리란 말인가?


”미친 소리 집어치우지 못해! 그놈이 얼마나 대단한 놈이든 간에 고작 한 놈이다. 그놈이 기관총으로 저격질을 하지 못하는 이상 달라붙기만 하면 당장 없앨 수 있단 말이다! 게다가 그놈이 여기에 왔는지 모르는 마당에 이 무슨 추태란 말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요시노 대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릉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아마 조선말로 지껄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명확히 들리는 한 단어가 있었다.


이...청...천...?


‘뭐라고 지껄인 거야? 이청천이 어쨌다는 거지?’


명확하게 알아들은 것은 ‘이청천’이라는 이름뿐,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이청천이 곧 온다는 말로 겁을 주려는 것인지, 내가 바로 이청천이라고 소리치는 것인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제거 일 순위인 인물이 총알받이가 될지도 모르는 데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서 정체를 밝힌다고? 죽고 싶어 안달이 나지 않았다면 그럴 리가 없지.’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눈앞에 포진한 놈들을 몰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야. 간단하게 생각하자.’


요시노 대위는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단순화하려 애썼다.


그런데 자신은 그렇다 쳐도 부대원들은 저 소리에 흔들리지 않았을까?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부대원들이 만약 저 말에 영향을 받기라도 한다면 수습이 불가능할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시노 대위는 이내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누가 저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인가?


미개한 조선말을 누가 알고 있단 말인가?


결국 이 사태의 마지막은 그가 예상한 대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겁먹은 아군을 흔들기 위한 수작일 수도 있으나 애초에 알아듣지 못할 것이니 통할 것도 없다는 것.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지금 어울리는 상황이라 생각하며 안심한 요시노 대위의 귀에 공포에 질린 채 더듬거리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이청천입니다! 저, 저자가 바로 이청천이라는 자입니다! 세상에!“


그야말로 재수 없는 날이다.


아니,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단 말인가?


조선말 같은 것은 왜 알고 있단 말인가?


또 왜 그놈이 하필 여기에 배치되었단 말인가?


요시노 대위는 뭔가 마구 엉키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관의 명령이 떨어지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수 있도록 훈련한 병사들이었건만, 아무런 지시도 없는데 나무며 바위를 찾아 헐레벌떡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어, 어디로 가는 건가? 당장 멈춰! 숨지 말고 공격하란 말이다. 이런 한심한 놈들 같으니!“


부대원들의 돌발 행동에 요시노 대위가 펄펄 뛰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조금 전까지 두려움 없이 진격하던 부대원들은 엄폐물에서 고개를 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삽시간에 떨어진 사기를 보며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요시노 대위가 직접 엄폐물에 숨은 병력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나마 제대로 움직이는 것은 독하기로 소문난 독전대원들뿐, 나머지는 잔뜩 겁에 질렸는지 힘껏 끌어내도 요지부동이었고, 심지어 군홧발로 짓밟아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세를 한껏 낮춘 부대원들, 그들의 얼굴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하나같이 핏기가 없었다.


오죽하겠는가?


절대로 표적을 놓친 적이 없다는 그 괴물 같은 자가 눈앞에 나타났으며, 모습을 드러냈다가는 끔찍한 볼트 액션식 소총탄에 황천길 급행열차를 탈 상황이 아닌가.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요시노 대위의 앞에 건장한 독전대 소속 오장(하사) 한 명이 나서더니 믿음직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라도 용기를 내어 달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곧 사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훌륭하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테츠야 히로키입니다!“


억지로 끌어내야 할 판국에 자청해서 나오다니, 요시노 대위는 테츠야 오장의 등장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좋다, 테츠야 히로키! 가서 황군, 제56독립연대의 위용을 당당히 보여줘라!“


요시노 대위의 명령에 결연한 표정의 테츠야 오장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갔다.


‘됐어, 전염병처럼 퍼지던 공포도 곧 사라질 것이다.’


곧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던 요시노 대위의 희망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테츠야 히로키 오장이 달리자마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내, 부대원들이 이청천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그 녀석은 다시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후방을 보며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댔다.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번쩍이는 섬광과 귀청을 때리는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요시노 대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달리던 테츠야 히로키 오장이 앞으로 풀썩 고꾸라졌다.


‘젠장!’


요시노 대위는 소리 나게 이를 으득 갈았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으리라.


용맹한 황군의 희생에 분기탱천한 부대원들이 분연히 두려움을 떨쳐내고 일어나 적진을 향해... 어라?


테츠야 오장의 죽음으로 분위기가 바뀌리라 생각한 요시노 대위는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분명 분위기가 바뀌기는 했다.


겁에 질린 부대원들, 테츠야 히로키의 장렬한 죽음을 목도한 그들은 더욱 큰 공포에 잠식된 얼굴로 바뀌지 않았는가!


‘아냐, 이대로는 끝장이야!’


더 큰 수렁으로 빠진다는 것을 직감한 요시노 대위는 나머지 독전대원들에게 돌진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공황 상태에 빠진 부대원들은 말을 듣지 않을 것, 그나마 통제가 가능한 독전대원들을 투입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제발, 한 사람만이라도...’


요시노 대위는 한 명이라도 적진에 난입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총을 든 상대에게 돌격이란 방법이 먹히려면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 상식, 아무리 정신 무장이 잘된 독전대원들이라고는 하나 고작 열 명도 안 되는 소수로 쏟아지는 집중 사격을 피할 재주는 없었다.


결국 독전대원들마저 모두 잃자, 그렇지 않아도 암울했던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변했다.


숨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병사들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퇴각할 생각이 아니라면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방법은 하나.


”내가 앞장선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요시노 대위는 칼을 뽑으며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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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2화 -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24.02.01 67 1 13쪽
242 241화 - 세 개의 불길(4) 24.01.31 68 2 13쪽
241 240화 - 세 개의 불길(3) 24.01.30 66 1 9쪽
240 239화 - 세 개의 불길(2) 24.01.29 82 1 10쪽
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236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6 1 11쪽
»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9 0 11쪽
234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9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3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8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6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7 2 10쪽
225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221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5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5 2 10쪽
219 218화 - 갱도 진지(1) 23.12.25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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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16화 - 가려진 진실(1) 23.12.21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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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4화 - 사령관께서는 할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23.12.18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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