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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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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7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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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3.12.2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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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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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219화 - 갱도 진지(2)

DUMMY

차가운 느낌의 무언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이청천 대령은 알 수 있었다.


‘접근하는 것도 몰랐다니, 이런 낭패가...’


이청천 대령이 수상한 비트를 확인하는 사이 땅속에서 솟아났던 일곱 명의 일본군이 어느새 돌아와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뭐야? 이놈은?”


“생긴 걸로 봐서는 민병대 나부랭이는 아닌 것 같고, 이 근방에 있다는 적군이 아닌가?”


“저절로 굴러들어 오다니, 이런 횡재가 있나!”


아직 이청천 대령의 정체를 모르는 듯, 일본군은 그저 주위를 배회하던 적군을 생포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방심한 틈을 이청천 대령은 놓치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나 손을 올리려던 그는 재빠르게 오른손을 카람빗으로 가져가더니 총구를 겨눈 사내의 팔을 아래에서 위로 그었다.


일곱 명을 상대로, 그것도 뒤를 잡힌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저항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본군 병사가 칼날이 번뜩하는 것과 동시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일본군, 이청천 대령은 자세를 낮춰서 그저 멀뚱하게 총을 든 채 서 있는 병사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더니 이번에는 그의 어깻죽지를 벴다.


그가 노린 것은 총 끝에 대검을 결합하지 않은 두 명의 일본군, 즉 그는 철저히 탄환이 있는 일본군만 노려 제거한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짐작할 리가 없는 일본군은 일곱에서 순식간에 다섯으로 줄자, 눈앞의 사내가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정신 차려! 한꺼번에 달려들자!”


그나마 냉정을 유지하던, 제일 왼쪽에 선 일본군의 말에 당황하던 병사들이 다시 총검을 움켜쥐고 이청천 대령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을 방해하는 잡목이 널리고, 빛조차 없는 마당에 그들의 공격이 정교할 리가 없었다.


- 텅


어둠 속에서 이청천 대령을 향해 힘껏 내지른 총검, 총검이 날아드는 것을 본 이청천 대령이 오른쪽으로 상체를 비틀자, 일본군의 총검은 엉뚱하게도 나무 깊숙이 박혀 버렸다.


어찌나 깊이 박혔던지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지 않는 대검, 병사가 낑낑대는 사이 이청천 대령의 돌려차기가 그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고통, 갈비뼈가 부러지기라도 한 것인지 숨을 쉴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합세한 공격이 먹혀들지 않자 크게 당황한 일본군은 이리저리 복잡하게 총검을 찌르고 베며 이청천 대령에게 타격을 입히려 했으나, 그들의 공격은 더욱 중구난방이 되었고, 백병전에 있어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마에다 소좌의 대원 수십도 당해내지 못한 그를 엉성한 공격으로 어찌할 리가 없었다.


결국 한 번의 유효타도 내지 못한 채 차례로 제압당한 일본군, 일곱 명의 적군을 제압한 이청천 대령은 숨소리 한 번 거칠어지는 법 없이 카람빗에 묻은 피를 털어내더니 쓰러진 일본군을 수풀 속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처리한 이청천 대령은 다시 한번 나무판자를 옆으로 살짝 옮겨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불빛이 새어 나온다는 것은 이 비트는 단순히 몸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연결된 통로의 입구 역할을 한다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비트가 아니라 지하 갱도의 입구일 가능성이 컸다.


여러 명의 사람이 갑자기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 그리고 주변을 순찰하던 일본군의 불빛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 갱도 입구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니 이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후지모토 대좌가 왜 부대를 후방으로 물리지 않고 이곳에서 버티는지 짐작이 갔다.


*


“갱도 진지? 두더지 새끼들도 아니고. 와, 이거 골 때리는데!”


진지로 복귀한 이청천 대령의 설명에 김우진 대위가 골치가 아픈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밀림에 진을 치고 있는 적을 상대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아예 땅속에 굴과 통로를 파놓았다면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빅터의 장기인 지형을 이용한 기습과 매복을 활용할 수 없을뿐더러, 적은 그들만 알고 있는 통로에 숨어 좁은 구역에서 진입하는 빅터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면 되는 무시무시한 이점을 가지고 전투에 임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꺼먼 통로 끝에 기관총 하나만 설치한다고 해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니, 기관총이 설치된 것도 모르고 다가가다가 전멸하겠지...’


개활지라면 병력을 산개라도 시킬 수 있지만,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지하 통로에서는 몸을 피할 곳조차 없으니, 갱도 전투는 진입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이 방법이 있었지! 불이라도 피워서 연기를 안으로 들여보내는 건 어떻겠수? 제깟 놈들이 숨 막혀 죽지 않으려면 자동으로 기어 나오지 않겠수?”


김우진 대위는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튀어 오르며 말했다.


“한쪽에만 입구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적은 이미 지상으로 통하는 여러 곳의 통로를 확보한 상태야. 게다가 불을 지핀다고 해도 안쪽 깊숙한 곳까지 연기를 보낼 수 없으니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거야.”


이청천 대령은 지난밤에 보았던 갱도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길과 산소 유입을 목적으로 뚫어놓은 환기 통로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무작정 갱도로 진입하는 건 무모한 작전이요. 그놈들 틀림없이 대비를 해놓았을 거란 말이지.”


“그래, 네 말이 맞아. 구조도 모르는 갱도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태평양이라면 바닷물이라도 끌어와서 소금 맛 좀 보여줄 텐데...”


김우진 대위는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직접 경험한 바는 없으나 태평양 군도에서 벌어졌다던 미군의 상륙전이 생각나서였기 때문이다.


미군은 지하 갱도 요새를 구축하다시피 한 일본군을 상대하면서 무리하여 병력을 투입하는 대신 대형 펌프를 가져와 갱도에 무지막지한 양의 바닷물을 퍼부었다고 했다.


꼼짝없이 수장되게 생긴 일본군은 얼마 버티지 못해 백기를 들었고, 이후 미군은 갱도 진지, 특히 해안가에 구축한 갱도에서 버티는 적을 상대할 때는 이와 같은 방법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이곳은 바닷물도 펌프도 없는 상태, 막대한 물을 끌어올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휴, 답답하구먼.”


달리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김우진 대위는 고심하는 듯한 이청천 대령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에게는 다른 묘안이라도 있는 것일까?


“바닷물? 바닷물이라...”


김우진 대위의 말을 듣던 이청천 대령의 표정이 갑자기 달라졌다.


“어림도 없수. 여기서 바닷물을 끌어오느니 차라리 하와이에서 렉싱턴(만재 배수량 48,500톤급의 미 해군 항공모함)을 끌고 오지.”


김우진 대위가 어림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바닷물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지만, 근처에 하천이 흐르고 있잖아.”


그의 말대로 일본군 제56독립연대가 갱도 진지를 구축한 곳 부근에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양동이로 퍼다 나를 수는 없지 않수? 펌프를 구하는 것도 문제고, 차량을 이용할 수 없으니, 이곳까지 가져오는 것도 영...”


“흠, 아니야. 굳이 물을 끌어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어떤 물건만 잘 이용한다면 말이지.”


“어떤 물건?”


“자, 그보다 우선 갱도 진지의 주 출입구를 찾아야 해. 환기 목적으로 뚫어놓은 건 무시하더라도 병력의 진출입이 가능한 곳은 모두 파악해야 해. 그래야 저 갱도 진지를 상대할 수 있어. 레너드, 수고스럽겠지만 네가 직접 가서 TNT를 가져와야겠다. 영국군 제78연대로 가면 협조해 줄 거야.”


“TNT? 공병 놈들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김우진 대위는 뜬금없이 폭약을 공수하라는 이청천 대령의 말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TNT는 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러오? 고작 몇 발 터트린다고 해서 갱도를 모두 무너뜨릴 수는 없을 텐데.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계획을 털어보슈.”


이미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그려진 듯한 이청천 대령과 달리 그의 계산을 종잡을 수 없는 김우진 대위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채근했다.


*


“TNT?”


“응, TNT.”


제78연대 병기관은 예고도 없이 찾아와 당당하게 다짜고짜 TNT를 몽땅 내놓으라는 동양인을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내가 당신이 누군지 알고 연대 보급품을 넘겨주지? 설령 내가 당신을 안다고 해도 연대장님의 허락이 없이는 불가해.”


“나? 내가 임마! 으이, 느그 연대장이랑! 사선도 넘고, 으이! 일본군도 같이 조지고, 으이! 다했... 아, 이거 아니지.”


갑자기 양손이 묶인 상태에서 삿대질하던 김우진 대위는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얼마 전 귀 연대 소속 제305대대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것을 알 텐데?”


마치 연극을 하듯 이상한 자세로, 더욱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김우진 대위를 미친놈 보듯 하던 병기관은 그의 입에서 제305대대의 이야기가 나오자 안색이 바뀌었다.


“내가 바로 당신네 부대를 구해온 사람이다, 뭐 이런 얘기지.”


어깨를 으쓱하며 왼쪽 팔에 부착된 부대의 상징을 보여주는 김우진 대위, 그가 제305대대를 구출한 그 유명한 빅터 소속이라는 것을 알자 조금 전까지 그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던 병기관의 태도가 갑자기 공손해졌다.


“아,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진작 소속을 밝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을... 하지만 죄송하게도 원칙은 원칙입니다. 귀 부대가 은인인 것은 알지만 연대장님의 허락이 없다면 단 한 발의 탄약도 내어드릴 수 없습니다.”


“뭐? 아, 이런 답답한 냥반 같으니. 그냥 유도리 있게, 응?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앙?”


“예? 대체 뭐라고 하시는 건지?”


아무래도 눈앞의 병기관은 융통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인사였다.


한시가 바쁜 마당에 자리를 비웠다는 연대장의 허락이 언제 떨어질지도 모를 노릇, 김우진 대위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어? 어라? 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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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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