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341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3.12.20 18:00
조회
75
추천
2
글자
12쪽

215화 - 우리가 싸우는 이유

DUMMY

<D-2 : 소이탄 폭격 개시 48시간 전>


“근데 말이오, 사흘 뒤에 폭격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저놈들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저렇게 버티고 있는 걸까요? 불벼락 샤워라도 하고 싶은 모양인가?”


김우진 대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습으로 영국군 제305대대에게 심대한 타격을 준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의 일본군 제56독립연대는 아직도 철수하지 않은 상태, 김우진이 의문을 가진 것처럼 이청천 대령 역시 일본군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사흘 뒤, 72시간 뒤에는 소이탄 폭격을 피할 수 없을 텐데. 하지만 그자는 ’옥쇄‘ 따위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걸까...’


항복을 허락하지 않는 일본군이 궁지에 몰렸을 때 최후의 한 사람까지 싸우도록 정신교육 시키는 것을 이청천 대령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후지모토 시게루 그자는 다르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끝에 다다른 후지모토 대좌와 그의 부대가 결사항전을 선택했다면 그는 태평양 군도에서 해안 진지와 함께 운명을 마감했을 터, 여기까지 와서 대치할 일도 없는 것이다.


“뭔가 다른 안배가 있는 것이겠지. 그게 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대장, 오해하지 말고 들으슈. 내가 일본놈들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마주친 놈들은 한 놈도 살려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지금은 시기도 그렇고 장소도 좋지 않수. 어차피 폭격기가 뜨면 모든 게 정리될 텐데, 차라리 우리도 이쯤에서 공세를 멈추고 돌아가는 게 어떻겠수?”


박차돌 상사와 크로포드 대위 그리고 대원들을 잃고 난 후 일본군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듯한 김우진 대위였으나 그는 본능적으로 정글에서 달아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일본군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적의 공세가 한참이라면 모를까, 철군하는 적을 굳이 들이쳤다가 대원들을 잃고 싶지 않았으며, 상대가 상대인 만큼 김우진 대위는 어느 때보다 신중한 자세로 나왔다.


“다른 지역의 소식을 들어 알고 있겠지만 이런 흐름이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은 패망하게 될 거야. 그러면 전후 처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겠지. 아니, 어쩌면 여러 나라의 수뇌부가 모여 일본이 점령했던 지역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되었을지도 몰라.”


“점령했던 지역에 관한 논의? 전후 조선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말을 하고 있단 말이오? 아니, 말을 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수?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되는 것 아니오?”


이청천 대령의 말에 김우진이 무슨 고개를 저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모든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일본이 백기를 드는 것은 시간 문제, 일본이 침략으로 얻은 영토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면 그만이 아닌가?


조선은 조선에게, 만주는 중국에게 그리고 이곳 동남쪽 땅은 또 원래 살던 이들에게, 이것이 그렇게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인지, 김우진 대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거야. 다들 이곳저곳에 식민지랍시고 손을 뻗어놨는데, 알토란 같은 땅을 그냥 넘겨줄 리가 없으니 치열하게 눈치를 보고 있겠지. 무엇보다 조선은 ‘광복군’이라는 이름으로 일본과 싸우고 있지만, 자력으로 국권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야. 자신의 영토와 주권을 되찾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뜻이지.”


이청천 대령의 말에 김우진 대위가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 해안지대가 모조리 일본의 손에 넘어갔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내륙 깊숙한 곳으로 일본군을 끌어들이며 버티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버티는 이면에는 연합군, 특히 미국의 막대한 원조 물자가 있으나 어쨌든 중국은 일본의 침략에 맞서 나름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전쟁이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간다면 일본군을 상대로 한 중국은 빼앗긴 영토와 배상금 등 일본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자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조선, 아니 대한민국은 달랐다.


30여 년 전, 한일병탄으로 대한제국 순종 황제가 대한제국의 주권을 일본에게 넘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한이 역사에서 사라진 것을 용인할 수 없었던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상하이에 모여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라는 구호 아래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여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중일 전쟁의 여파로 중국 본토가 장악됨에 따라 임시정부는 상하이에서 창사로, 창사에서 내륙 깊숙한 충칭까지 임시정부를 옮기며 투쟁을 벌였으나, 일본군을 격퇴하는 것과 공산당과의 내전에 여력이 없는 중화민국 국민당의 지원을 받는 것은 요원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에게 극동 아시아 끝자락에 있는 작은 나라의 독립은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독립을 염원하는 투사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력으로 처절한 항쟁을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단독으로 일본을 몰아내기에 그들의 힘은 너무도 미약했다.


“그렇다고 우리 힘만으로 조선땅을 수복할 수는 없지 않수.”


청산리 전투 이후 일본군이 마적단을 이용하여 간도에 거주하던 한인을 학살한 사건, 이른바 훈춘 사건을 시작으로 일본에 대항하여 무장 투쟁을 벌이던 독립군의 세력은 크게 약화했다.


결국 제대로 된 부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 이들을 규합하여 일본군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무모한 행위였다.


“그렇겠지.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전후 협상에 대한 발언권을 가져가야만 해. 그러기 위해서는 연합국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일본과 맞서 싸웠다는 증거가 필요하겠지. 그게 바로 우리가 싸우는 이유라는 것을 잊지 마.”


*


이청천 대령과 빅터 정예군의 도움으로 간신히 전멸을 면한 영국군 제78연대 예하 제305보병대대는 지휘관인 폴 하커 소령을 잃은 채 겨우 돌아왔다.


이 사태를 코리 모브레이 대령이 사주한 것으로 확신하는 빌리 에이킨 제78연대장의 노기가 폭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저리 비켜!”


빌리 에이킨 대령이 흉흉한 기세로 들이닥치자, 제14군 정보 참모실을 지키던 병사의 얼굴이 샛노래졌다.


그의 험악한 표정에서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제지하는 병사를 거칠게 밀어내고 벌컥 문을 연 빌리 에이킨 대령, 그는 매서운 눈으로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앉아 있던 정보 장교 테리 청 대위와 뭔가 켕기는 듯한 표정으로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정보 참모 코리 모브레이 대령을 보았다.


“그, 그럼 저는 이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테리 청 대위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코리 대령을 향해 경례를 올리더니 황급히 참모실을 빠져나갔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애써 평온한 목소리로 말하는 코리 대령, 억지로 감추고 있긴 했으나 빌리 에이킨 대령의 행동에 적잖게 당황한 듯 그의 말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었다.


“무슨 일?”


기가 찬다는 듯 코리 대령의 질문을 곱씹던 빌리 에이킨 대령이 거칠게 나무 의자를 걷어찼다.


- 쾅!


큰소리 한번 내는 법 없는 그가 얼굴까지 시뻘게진 채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순간 ‘헉’하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내뱉은 코리 대령은 이대로 있다가는 험한 꼴이라도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낮은 자세로 그를 진정시키려고 하다가 문득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챘다.


그가 이토록 화가 난 이유는 뻔했다.


조금 전 돌아왔다는 제305대대, 그들은 지휘관을 잃고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돌아왔다.


빌리 에이킨은 분명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여기에 온 것이다.


하지만 코리 대령은 폴 하커 소령이 제305대대를 단독 출정한 것과 자신이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드러난 증거가 없다는 것에서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빌리 에이킨 대령이 자신을 옭아맬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코리 대령은 짐짓 화가 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까지 하며 소리쳤다.


“참모께서 폴 하커를 충동질하여 단독 행동하게 만든 것을 내가 모를 줄 아시오?”


“충동질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나야말로 함부로 준동하려는 그를 제지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사실과는 정반대였으나, 알게 뭐란 말인가?


어차피 진실을 알고 있는 그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사전 정찰만 충분히 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위험한 곳에 부대를 밀어 넣었다는 말이오!”


빌리 에이킨 대령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연신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것은 왜 나에게 따지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군요. 야전 부대의 지휘관이 제멋대로 부대를 움직인 것을 왜 정보 참모에게 묻고 있냐는 말입니다. 아참, 폴 하커의 제305대대는 분명 연대장의 예하 부대로 알고 있는데, 예하 부대를 통제하지 못한 것을 엉뚱한 곳에 화풀이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거꾸로 빌리 에이킨 대령을 압박하는 코리 모브레이, 그의 뻔뻔하고도 교활한 모습에 빌리 에이킨 대령은 손이 떨렸다.


허무하게 스러진 제305대대 병사들, 당장이라도 코리 대령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주고 싶었으나 이번 사태에 그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와 독대하고 출정을 결심한 폴 하커 소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 코리 대령이 그를 부추겼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은 단 한 가지도 없다.


‘그렇기에 이놈이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 것이겠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누르며 매서운 눈빛으로 코리 모브레이를 쏘아보는 빌리 에이킨 대령, 한층 대범해진 코리 대령은 그런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한편 소란스러운 정보 참모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온 영국군 제14군 정보 장교 테리 청 대위, 허둥지둥 나오던 그는 참모실 문에 바짝 붙어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군...’


뭔가 고성이 오고 갔지만 정확히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 테리 청 대위는 귀를 쫑긋하며 내부에서 무슨 말이 흘러나오는지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저, 여기서 뭐하시는지?”


“예, 옛?”


누가 다가오는지도 모른 채 정보 참모실에 귀를 대고 있던 테리 청 대위는 어느새 다가온 엠마 티에리 중위가 자기의 어깨를 톡톡 치자 화들짝 놀랐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78연대장님이 들어간 후 뭔가 소란스러운 것 같아서... 그, 그럼 전 이만.”


“뭐라는 거야?”


몰래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것을 들킨 것처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테리 청 대위는 횡설수설 제 할 말만 늘어놓더니 바쁘게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


거칠게 내려치는 소리, 다분히 감정이 섞인 고성.


정보 참모실에 들어가려던 엠마 중위는 참모실 안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윽고 잦아진 소리,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잔뜩 일그러진 표정의 중년 사내가 나왔다.


‘이 사람이 제78연대장인 빌리 에이킨 대령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4 243화 - 이카로스의 날개(1) 24.02.02 68 2 9쪽
243 242화 -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24.02.01 67 1 13쪽
242 241화 - 세 개의 불길(4) 24.01.31 68 2 13쪽
241 240화 - 세 개의 불길(3) 24.01.30 66 1 9쪽
240 239화 - 세 개의 불길(2) 24.01.29 82 1 10쪽
239 238화 - 세 개의 불길(1) 24.01.26 69 2 11쪽
238 237화 - 단장의 능선(3) 24.01.25 68 2 12쪽
237 236화 - 단장의 능선(2) 24.01.24 62 2 12쪽
236 235화 - 단장의 능선(1) 24.01.23 66 1 11쪽
235 234화 - 게임 체인저(5) 24.01.19 69 0 11쪽
234 233화 - 게임 체인저(4) 24.01.18 69 2 9쪽
233 232화 - 게임 체인저(3) 24.01.16 63 0 10쪽
232 231화 - 게임 체인저(2) 24.01.15 58 1 11쪽
231 230화 - 게임 체인저(1) 24.01.11 68 1 10쪽
230 229화 - 이거 공포탄이야! 24.01.10 65 2 12쪽
229 228화 - 배신자의 최후(3) 24.01.09 68 2 10쪽
228 227화 - 배신자의 최후(2) 24.01.08 71 1 10쪽
227 226화 - 이청천 없는 이청천팀 24.01.05 66 2 10쪽
226 225화 - 배신자의 최후(1) 24.01.04 67 2 10쪽
225 224화 - 포섭(4) 24.01.03 61 2 10쪽
224 223화 - 포섭(3) 24.01.02 68 2 11쪽
223 222화 - 포섭(2) 23.12.29 67 1 11쪽
222 221화 - 포섭(1) 23.12.28 65 1 12쪽
221 220화 - 갱도 진지(3) 23.12.27 65 1 12쪽
220 219화 - 갱도 진지(2) 23.12.26 65 2 10쪽
219 218화 - 갱도 진지(1) 23.12.25 63 2 10쪽
218 217화 - 가려진 진실(2) 23.12.22 69 2 12쪽
217 216화 - 가려진 진실(1) 23.12.21 60 2 11쪽
» 215화 - 우리가 싸우는 이유 23.12.20 76 2 12쪽
215 214화 - 사령관께서는 할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23.12.18 75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