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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뉴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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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파민뉴런
작품등록일 :
2021.12.01 10:22
최근연재일 :
2022.02.09 10: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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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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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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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 마의 산 2

DUMMY

차는 앞으로 계속 달렸고 기수는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얼굴을 모르는 낯선 중년 사내가 나와서 그에게 말을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곽박사라고 하는 순간 잠이 깨었다. 기수의 옆에는 미나가 그의 어깨를 기대어 자고 있었다. 기수는 꿈 때문에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미나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기수는 강렬한 시선을 느끼고 앞을 보자 짐칸 앞쪽에 기댄 과연이 노려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노려보았는지 표정은 굽어있었다. 그 날카로운 시선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좀처럼 그녀가 의식되었다. 그는 다시 보자 과연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왜 쳐다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유는 몰까? 기수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내내 생각이 들었다. 과연이 왜 그랬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깨에 기댄 미나의 잠든 모습에서 이제까지의 처참함은 사라지고 행복한 모습이 보였다. 잠시나마 사랑하는 사람에 기대어 잠든 것이 좋았던 모양이다. 과연은 그런 둘을 질시하며 내내 잠든 한 쌍의 남녀를 불편한 시선으로 지켜보다 분노가 일었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에서 기댈 사람이 없었다. 같이 지내던 친구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단짝으로 생각하던 미나가 배신을 한 것이다. 과연은 분노와 혼자가 된 처량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과연은 트럭이 동쪽으로 가면서 둘이 잠든 모습을 내내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미나에게 거짓말을 해서 미나가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며 자책감도 들었지만 이제는 혼자다, 미나는 그녀의 우정을 버리고 떠난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괴롭다가 혼자인 자신을 생각하며 분노에 잠겼다. 그 화살은 미나와 그녀의 남자, 기수에게로 가벼렸다. 미나와 기수가 너무 다정한 모습을 보인 걸까? 과연은 잠든 친구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다가 걷잡을 수 없는 시기심에 눈이 멀어 그 둘을 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과연만 빼놓고 짐칸에 탄 기수, 미나, 김중위는 잠이 들어서 그녀는 혼자만의 생각 속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중위만 깨어있었어도 말을 걸며 화를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는데, 아니 둘이 그렇게 다정하게 서로에게 기대며 잠이 들지 않았어도 자신에 자책감에 둘을 미워하지 않았을 텐데. 과연의 이제 뜻을 정했다. 영영 미워하기로.

“우장산이 보인다.”

최박사는 뒤를 보며 소리쳤다.

일행의 앞으로 거대한 산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대위는 트럭을 세웠다. 그들 앞에 장대한 우장산이 정체를 들러냈던 것이다. 언뜻 보기에도 괴형상이었다. 초록으로 보여야 하는 산은 형형색색의 물결로 가을의 단풍철을 연상케 했지만 그보다도 더한 오색의 원시림이었다. 멀리서 본 산은 셀로판지의 특수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았다. 빨간, 노랑, 초록, 보라, 파랑색의 식물들이 산을 뒤덮고 있었다. 일행은 트럭에서 내렸다. 더 이상 차가 갈수 없는 곳이었다.

“도로가 막혀서 이제부턴 걸어서 가야해.”

연구소로 가는 길은 막혀있었다. 산이 시작되는 동쪽에 있었던 연구소는 도로를 타고 갈수 없게 되었다. 도로가 있어야 하는 곳에 원시 상태의 나무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산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유류 창고로도 가려면 산을 넘어야 하겠는데.”

최박사는 이어서 말했다. 과연은 치가 떨리는 표정으로 산을 외면했다.

“저곳으로는 갈수 없어.”

“그래도 가야해. 여기 있다가는 그것들에게 당하고 말아.”

유미나는 소총을 어깨에 메면서 의연한 듯 말했다. 산에 들어가기 겁이 나긴 마찬가지지만 가야만 했다. 과연은 그런 미나를 째려보았다. 둘은 한 동안 눈싸움을 하면서 갈 건지 말건지를 결정하는 듯했고 이내 마음을 연 미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달래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미나의 손을 뿌리쳤다.

“잘난 척하지 마.”

“왜 그러는데?”

미나는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 손 놔. 나는 안 갈 거야.”

“그럼 혼자 있을 거야?”

과연은 고개를 돌려서 다른 곳을 보았다.

“과연아 같이 가자?”

기수는 말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않고 팔짱을 끼었다.

다른 사람들은 산을 끼고 들어가서 어떤 방향이 연구소로 가는 길인지 산을 보고 있었다.

“알아서 내가 잘못했어.”

미나는 토라진 아이를 달래는 심정으로 전처럼 그녀를 앉으려 했지만, 과연은 미나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산을 보고 있던 군인 둘과 박사는 놀라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박사님 이제 되어요. 가요.”

미나는 뺨을 어루만지면서 놀란 토끼 눈으로 멀어지는 과연을 한 동안 쳐다보았다. 기수도 놀라긴 마찬 가지였다. 둘만 남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제일먼저 숲으로 들어간 사람은 과연이었다.

“박사님이 제 편이 되어주신다면 저도 박사님 편이 되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최박사는 모르는 척을 했다.

“저도 알건 다 알아요. 박사님하고 군인 아저씨하고 무슨 말을 했는지요.”

그 소리를 들은 오대위는 앞장서 가는 과연을 깊은 곳으로 끌고 가서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 그건 비밀이야.”

“그러니까요. 이제 우리는 한배를 탄 거줘.”

“내가 아가씨를 믿을 것 같아?”

“비밀은 지킬게요.”

과연은 눈빛은 생각보다 절실했다. 이 산에 들어가서 살아남으려면 기수보다는 군인을 믿어야 했다. 이미 기수의 마음은 돌아섰기에 더 이상 미련을 남기지 않기로 했다. 자신에게 급박한 감정은 생존보다 분노였다. 그날 밤 과연은 오대위와 최박사의 대화를 들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이층의 방에서 가만히 침대에 누어서 있다가 생각지도 않은 것을 엿듣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되새겨 보니 기수는 이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 여겨졌고 미나는 기수의 편이 될 거라는 게 확실했다.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못하다가 갑작스럽게 이곳까지 와서 마음을 결정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한 순간의 변심이었다. 오대위는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보았다. 말로는 할 수 없었기에 눈을 쳐다보았다.

“알았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라.”

오대위는 결심을 했고, 과연의 허리를 잡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어느새 뒤쳐진 미나와 기수도 와있었다.

“박사님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기수는 말했고 최박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6개월 전 하고는 산이 많이 변했다. 20년 동안 이 산을 오른 최박사도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위엔 이름 모른 식물들이 번창해서 전에 있었던 길은 사라졌다. 나무들은 보통 몇 백 년을 살지만 전에 보던 나무들은 없었고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보이는 나무들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나침판을 보고 동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최박사는 어림짐짝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도 길을 모르는 것이었다.

일행은 가만히 있는 동안 해는 떨어져 주변의 지형지물은 분간이 쉽지 않았다. 믿고 있었던 박사마저 그렇게 말을 하니 일행은 막막했다. 연구소는 산이 시작되는 동쪽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산은 6개월 전 하고는 많이 변해서 예상보다 많이 숲이 나와 있었다. 어디가 산이고 어디가 연구소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최박사는 일행을 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주변은 가라앉은 정적 속에서 고요했지만 어디선가 이상한 동물의 소리가 간혹 들렸다.

어두워서 나침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자 최박사는 랜턴으로 확인을 했다. 이 길로만 간다면 동쪽이다. 일행은 그를 따라서 갔다.

묘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서 날아 들어왔다. 커다란 나무의 뒤쪽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오대위는 랜턴을 그쪽으로 비처지만 개미세끼 한 마리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소나무같이 보이는 나무기둥이 심하게 휘어지고 잿빛의 잎사귀가 있는 나무를 지나쳐서 그곳으로 갔다. 그런 나무들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어둠에 묻혀 있는 것이 여러 개 보였다. 기수는 호텔에서 가지고 온 랜턴으로 나무에 비쳐다. 소나무 같아 보이는 그것들이 빽빽하게 한 치의 틈도 없었고 마치 한 나무의 가지들처럼 한 대 뒤엉켜있는 것 같았다. 저 뒤편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무슨 소리도 들리는 것도 같았다. 나무들을 돌아서 가자 뒤편에는 허리까지 오는 풀들만 있었다. 자세히 비추자 뿔이 세 개 난 황소의 머리가 수풀 사이로 보이고 뒤쪽으로 수풀이 흔들렸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었다. 발광하는 눈을 가진 들짐승의 눈동자가 보였다. 들개들은 황소의 배를 먹어치우고 있던 중이었다.

황소는 배가 펑 뚫려 있었고, 그 사이로 검붉은 내장을 들개들이 게걸스럽게 날카로운 이빨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커다란 배 구멍에다 머리를 들이밀고 안을 파먹는 들개 한 마리가 머리에 피를 묻히고 그들을 보았다. 눈이 마주 치자 기수는 머리털이 쭈빗 곤두섰다.

예사 들개들이 아니었다. 좀 더 크고 늑대에 가까운 용모를 지녔다. 목에는 갈기 같은 털이 무성했고 개의 발이 아닌 원숭이처럼 손가락이 있었으나 길고 뾰쪽한 발톱이 길어보였다. 앞발이 크고 발톱도 강해다. 꼬리는 늑대와는 다르게 털이 많지 않은 슬림 한 닥스훈트 같은 긴 꼬리였다. 몸은 도베르만 하고 비슷했으나 늑대 같았다.

들개 세 마리는 미친 듯이 황소를 뜯어 먹고 있었다. 오대위는 조심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숨을 죽이고 가며 일행에게 손짓을 하여서 따라오게 만들었다. 일행은 일제히 랜턴를 끄고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수풀 사이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풀들이 스스스스하는 소리를 냈다. 들개들이 황소의 뼈를 우적 거리며 씹는 소리가 났다. 미나는 멀어지며 뒤를 돌아보자 황소는 머리와 척추 뼈만 남았으며 뼈엔 살점이 남아있었다. 미나는 자신을 안심 시키려 했다. ‘저 큰 고기를 먹었으니 배가 불러서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마지막 남은 머리를 두고 개들끼리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먹이 다툼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들개는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자기들끼리 위협적인 시늉을 하는, 그것들의 날카로운 이빨에는 아직 뜨끈한 김이 나는 살점이 끼어 있고, 소피가 아가리 주변으로 묻어있었다.

포식의 현장을 본 일행은 그것들과 거리가 멀어지자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들개들은 달을 보고 아우 하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것에 놀란 미나와 과연은 눈물을 흘리며 일행을 앞질러 뛰쳐나갔다. 돌말적인 행동이었다.

오대위와 김중위도 어둠속을 질주했다. 기수와 최박사는 그들이 뛰자 덩달아서 수풀을 헤치며 달렸다. 숲에는 온갖 장애물로 도망치는 자들의 도주로를 쉽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멀리서 개들은 달을 보고 울었고 그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숲에 울려 퍼질 지경이었다. 수풀을 넘어서 괴형상의 나무들 사이로 미나와 과연은 들어갔다. 그 뒤를 바짝 군인 둘이 따라갔고 기수와 박사는 멀어져가는 그들을 놓치고 말았다. 어두워서 앞으로 난 수십 개의 나무가 구별 되지 않았다. 여자들이 저쪽으로 간 것 같은데 어둠의 장벽이 가로막아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이 놀라서 도망간 게 화근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일행은 가라져서 산을 헤맬 것이다.


오대위와 김중위는 가다보니 미나와 과연을 놓치고 말았다. 박사와 기수도 보이지 않게 되자 연구소로 가는 방향을 잃어버렸다. 대위는 주변에 랜턴을 비추었다. 달과 별이 가리며 크게 자란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나무들은 보기에도 100미터는 되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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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마의 산 6 22.02.08 9 0 17쪽
26 26. 마의 산 5 22.02.08 7 0 14쪽
25 25. 마의 산 4 22.02.04 9 0 17쪽
24 24. 마의 산 3 22.02.04 8 0 10쪽
» 23. 마의 산 2 22.01.18 9 0 12쪽
22 22. 마의 산 1 22.01.18 6 0 13쪽
21 21. 웰컴 투더 정글 7 22.01.17 7 0 8쪽
20 20. 웰컴 투더 정글 6 22.01.17 9 0 12쪽
19 19. 웰컴 투더 정글 5 22.01.06 11 0 17쪽
18 18. 웰컴 투더 정글 4 22.01.06 9 0 12쪽
17 17. 웰컴 투더 정글 3 22.01.04 9 0 15쪽
16 16. 웰컴 투더 정글 2 22.01.04 9 0 10쪽
15 15. 웰컴 투더 정글 1 21.12.28 13 0 14쪽
14 14. 구조대 2 21.12.21 12 0 11쪽
13 13. 은둔 즐거운 한때 4, 5. 구조대 21.12.21 12 0 10쪽
12 12. 은둔, 즐거운 한때 3 21.12.20 15 0 9쪽
11 11, 은둔, 즐거운 한때 2 21.12.16 15 0 11쪽
10 10. 은둔, 즐거운 한때 1 21.12.15 14 0 13쪽
9 9. 간능도에서 벌어진 일 21.12.15 12 0 3쪽
8 7. 점령당한 마을 3 21.12.08 15 0 13쪽
7 6. 점령당한 마을 2 21.12.08 1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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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갑작스런 출발 2 21.12.02 19 0 8쪽
2 1. 갑작스런 출발 1 21.12.01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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