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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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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5:2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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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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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202

작성
24.05.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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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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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브루넌

DUMMY


2화. 브루넌



여긴 어디지?


게임은? 라스트 스탠드 3는 어떻게 된 걸까.


“윽...!”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살짝 배어 나오는 피.


혼란스럽다.


“저기요.”


“저 말씀이십니까?”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어이고, 말씀 낮추십시오. 저 같은 무지렁이를 놀리셔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뭐야, 이 반응.


“아까는 늑대 무리에게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탓에 옆구리도 물리시고...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내가 그를 구해줬다고? 언제?


철그럭-


어느샌가 입고 있는 이 갑주.


이 생생함.


설마...


황급히 어깨에 달린 견장을 떼어 겉을 살피자, 겉에 새겨진 익숙한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무기가 합쳐져 방패에 들어가 있는 형태.


항상 파벨 가문으로 플레이할 때 사용했던 가문의 문장이었다.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가능성.


만화에서 봤던 이세계 전생?


아.


이거 게임 속이다.


“나리?”


“아아... 미안했네, 잠깐 정신이 없었나 보군.”


원인이야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이미 내가 만든 파벨 주니어였다.




***




툭-


혼란스러운 와중 발치에 걸리는 멋스러운 궤짝 하나.


“이건...”


[THE LAST STAND 3 : FOUNDER's EDITION]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놀랍게도 34만원의 가치는 게임 속 세계에 온 지금도 유지되고 있었다.


달칵-


그래, 만약 이게 그 상자라면 아직 남아있을 거다.


나는 급하게 상자를 뒤적거렸다.


[후원자 에디션을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있다.”


별 관심이 없어 내팽개쳐 두었던 개발자로부터의 편지.


지금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었다.


[우리는 최고의 경험을...]


이런 상투적인 멘트는 중요하지 않아.


[매 시리즈를 처음으로 구매하신 분께는 가장 특별한 경험을 드리고자 합니다.]


“진짜냐...”


정말로 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었다고?


게임 속에 들어온 것이?


그저 처음으로 구매했기에 이 세상으로 왔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을 뿐.


편지 속에는 그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그때.


사아아-


편지의 글귀가 헤엄치듯 재배열 되며 문장을 구성했다.


[여정의 진정한 끝에서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돌아갈 수도, 남을 수도, 그 외의 선택을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건투를 빕니다.]


***


여정의 진정한 끝이 가리키는 것은 단 하나.


이 게임의 진 엔딩이었다.


즉 모든 영주를 발밑에 둔 천하통일.


엔딩은 아직 먼 얘기지만, 1편과 2편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다면...


아, 나는 뎅겅뎅겅 원툴이었지.


민수가 영지 관리 좀 해보라고 할 때 미리미리 해둘걸.


하필이면 1편도 2편도 아닌 3편에 들어왔다는 것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행스럽게도 이 몸이 내가 생성한 파벨 주니어가 맞다면 어지간한 일은 몸뚱이 하나로도 헤쳐 나갈 수 있을 터.


아마 지금 상태로도 오거나 트롤 정도는 손쉽게 잡아내지 않을까?


당장은 문제가 없다.


당장은.


문제는 중반부부터 폭증하는 난이도.


영지를 수습하는 초반부에 비해 본격적으로 난세에 진입하는 중반부부터는 매 순간이 살 떨리는 감각 속에서 살아야 한다.


파벨 1세도 이걸 무시하다가 300 : 5로 싸우고 처형당했지.


전작에서는 그래도 다양한 편법을 통해 뎅겅뎅겅 전략으로도 진 엔딩을 봤었지만...


그 대부분이 막혀버린 지금.


결국 영지를 가꿔야 할 때가 오고 만 건가.


찌릿-


암담한 미래에 한숨을 내쉬는 순간, 몰려오는 고통.


“윽...”


초창기에 설정해둔 부상 약점 때문인지 옆구리에서 통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마차의 덜컹거림에 상처가 벌어진 건가.


생각보다 통증이 강하다.


불굴 특성 덕분인지 정신을 붙잡고는 있지만, 원래의 내 몸뚱이였다면 지금쯤 구급차를 불러달라며 떼를 쓰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뭔가... 뭔가 없나.


그러고 보니 상자 안에 뭔가 더 있지 않았나?


부스럭-


안쪽에 보이는 길쭉한 형태의 병 세 개와 벨트 하나.


다행스럽게도 포션 세트는 원래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붉은 포션이 아마 체력 포션일 터.


갑옷의 줄을 느슨하게 한 뒤, 틈새를 통해 포션을 조금 들이붓자 격렬한 따가움이 덮쳐왔다.


“끄읍...”


아마 소독의 열기인 걸까.


약간의 열감과 함께 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조금 누그러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낫군.


남은 분량을 입으로 들이키자 작은 통증도 당장은 잊을 수 있었다.


“후우... 34만원의 가치. 인정한다.”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나리?”


“아, 아닐세. 볼일 보게.”


빈 병을 다시 벨트에 꽂아두고 가죽 벨트를 착용하자 내 몸에 딱 맞게 설계된 것인지 착용감이 아주 좋았다.


버클을 조이고 다른 물건을 보려고 숙인 그때.


찰랑-


“어...?”


포션 병이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


체력 포션.


라스트 스탠드의 세계관에서는 연금술사 길드를 통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고급품.


상처 재생, 소독, 진통 효과 등 상당히 만능이지만 제작 수량도 적고 가격도 비싸서 기사조차 구명용으로 한두 개 들고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다행히 파벨 주니어는 기사였으므로 한두 개 정도는 갖고 다닐 만 했기에 소지품을 뒤져봤으나...


이 거대한 궤짝 하나 외에는 내가 가진 소지품은 없는 듯했다.


진짜 무일푼으로 시작하게 할 줄이야.


그 때문에 특전으로 받은 체력 포션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아까웠는데...


찰랑-


분명히 아까 남김없이 들이켰던 체력 포션이 아주 조금이지만 차올랐다.


다시 포션 병을 꺼내 들여다보고 있어 봤지만, 포션의 잔량은 그대로.


“혹시...”


벨트에 포션 병을 꽂은 채 잠시 기다리고 있자...


찰랑-


이번엔 손가락 한 뼘 정도까지 포션이 차올라 있었다.


“설마 재생 인챈트?”


소드마스터가 되어 웬만한 강자들을 사냥했던 파벨 1세였지만, 그 정도 강함을 갖추고도 이런 아이템은 얻지 못했었다.


포션이 자동 재생된다는 건... 정말 종막에 가서나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인챈트였으니까.


34만원의 가치는 충분히 지켜지고 있었다.


심지어 체력 포션 외에도 마나 포션과 해독 포션까지 있지 않던가.


부상 약점은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부상은 포션이 구하기 힘들어서 요양으로 때우는 거지, 포션만 있으면 그냥 특성 1점짜리 꿀 약점이니까.


포션 벨트라는 희대의 사기 아이템은 일단 장착해두고 가방을 더 뒤져보니 현실에선 없었던 주머니가 보였다. 


짤랑-


주머니의 내용물은 금화 10개.


편차는 있지만 작은 영지의 세수가 금화 30개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초기 시작 자금치고는 상당한 분량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X릴리온.


편하게 설정집이라 부를까.


그 두께 탓에 놀림 받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바로 이 설정집이었다.


아마 엔딩을 제외한 연혁 및 일어날 사건, 어디에 사는 종족이 무슨 특성을 가졌는지 정도는 적혀있지 않을까?


사실 읽어보진 않아서 나도 잘 모른다.


목차만 대충 봤을 뿐.


850페이지짜리 설정집을 누가 게임하다말고 읽어본단 말인가.


지금 당장 도움이 될 만한 건...


“이보게.”


“예, 기사님.”


“혹시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었지? 지명이 갑자기 가물가물해서 말이야.”


“아이고, 기사님. 본인 영지 이름은 기억하셔야지요. 브루넌입니다. 브루넌.”


“브루넌? 어느 지방에 붙어있는 브루넌?”


“로우 혼 지방의 브루넌입죠.”


머릿속으로 로우 혼이라는 지명을 떠올리며 찾기 시작하려는 순간.


촤르르륵-


로우 혼이 적힌 페이지가 알아서 펼쳐졌다.



***

[로우 혼]


전설적인 두 영웅의 사투 끝에 강의 하류가 뿔에 받힌 것처럼 푹 파인 형태가 되어 ‘로우 혼’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과거에는 신화가 탄생하는 곳이었으나, 이제는 그 흔적만을 간신히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


“음...”


그니까 몰락한 땅이다. 이 말이네.


어느정도 몰락한 건 그럴 수 있지.


무작위 영지를 넣었을 때 각오한 일이다.


일단 짐은 다시 싸두자.



***



내가 짐 정리를 마쳤을 때쯤, 마차도 속도를 줄였다.


내 영지 브루넌은 대체 어떤 곳일까.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선 내 집 하나 없었던 내가 영지를 받았단다.


내 땅! 내 영지!


그래 어쩌면 내 땅에서 따박따박 나오는 세금만으로 낭만있는 중세라이프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천하통일 따위는 잊어버리고 소설에서 보았던 힐링라이프를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나에게 충성하는 영민들과 막 정령같은 것도 나와서 나 혼자 개꿀 빨고 그런거 말이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차마 말릴 수가 없구만.


아무튼 한국인에게 땅덩이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한 기대감을 품을 일이라는 거다.


설정집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과거에 찬란한 문명을 자랑했던 만큼 그 잔재를 소중히 간직한 작은 마을인 것은 아닐까?


어쩌면 엄청난 기연들이 숨겨져 있어, 순식간에 엔딩에 도달해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사님, 브루넌입니다.”


“여기가 말인가?”


“예, 여기가 브루넌이 맞습니다.”


다 부숴진 목책.


존재하지 않는 경비병.


그나마 건물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죄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여기 사람이 살긴 하는 건가?


분명... 내가 설정한 영지 수준은 5는 됐던 것 같은데.


그럼 어째서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다 기울어가는 폐허인 것인가.


혹시 내가 까먹고 0으로 설정했나.


미치겠네.



***



“이랴!”


한동안 현실을 부정했지만, 마부의 떠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어차피 이미 맡은 영지라면 잘 돌보면 그만 아닌가.


[브루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 지워져 가는 염료로 대충 칠해진 마을 간판.


간판은 오래된 탓인지 툭 치면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누구 없습니까?”


아무리 깡촌이라도 백작령에 속한 마을인 만큼 로우 혼 백작이 위병 한둘 정도는 보내뒀을 줄 알았는데...


마을의 정문은 상당히 오래됐는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여기가 입구가 맞겠지...?”


저벅-


그렇게 브루넌의 마을 경계를 밟은 그 순간.


촤르르륵-


설정집이 펼쳐지며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브루넌]


당신의 영지입니다.


충성도 : 0

개발 수준 : 처참함

잠재력 : 높음

영지민 : 150인

(상세 보기)


문제점

[기근]

[역병]

[산업 없음]

[병력 없음]

[교육 없음]

[상회 없음]

[교회 없음]


***


“맙소사.”


설정집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은 물론 놀랍다.


하지만 그건 그냥 놀라운 거다.


이런 곳이 아직 영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람을 넘어선 충격 그 자체였다.


모든 시설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기근과 역병?


하나라도 발생하면 영지 전체가 날아가는 그 두 개가 한꺼번에?


좆됐다.


내가 라스트 스탠드에서 영지 경영을 자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근과 역병이 있는 땅에는 가지 말라는 말 정도는 안다.


“씨빨...”


근데 어쩌겠는가.


기사서임은 파벨 주니어가 멋대로 해버렸고, 영주한테 미움이라도 받았는지 이런 땅을 받아버린 것을.


털썩-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돌려다오, 내 힐링라이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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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브루넌 드림 +7 24.06.24 889 50 14쪽
38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3) +6 24.06.23 1,036 50 13쪽
37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2) +1 24.06.22 1,111 53 12쪽
36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5 24.06.21 1,239 56 13쪽
35 오러 +6 24.06.20 1,334 56 13쪽
34 귀환 +7 24.06.19 1,423 52 12쪽
33 베이론 +4 24.06.18 1,482 55 14쪽
32 황금남작 (수정) +8 24.06.17 1,620 58 18쪽
31 파벨 1세 (수정) +7 24.06.16 1,660 66 14쪽
30 브루넌 공성전 (3) (수정) +10 24.06.15 1,799 66 15쪽
29 브루넌 공성전 (2) +7 24.06.14 1,736 65 15쪽
28 브루넌 공성전 (1) +8 24.06.13 1,875 67 13쪽
27 뿌린 씨앗은 결실이 되어 +3 24.06.12 1,925 69 12쪽
26 위대한 여정 +5 24.06.11 2,001 71 13쪽
25 밀약 +4 24.06.10 2,050 70 12쪽
24 군주 +11 24.06.09 2,178 86 13쪽
23 폭풍전야 (수정) +3 24.06.08 2,194 69 14쪽
22 전투의 여파(수정) +7 24.06.07 2,279 65 13쪽
21 불멸자 +5 24.06.06 2,359 80 12쪽
20 빛과 어둠 (수정) +1 24.06.05 2,449 76 11쪽
19 솔라시온 축일 +4 24.06.04 2,459 84 12쪽
18 괴물 +8 24.06.03 2,460 81 13쪽
17 성인과 추적자 +5 24.06.02 2,541 7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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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새로운 계절 +5 24.05.31 2,647 7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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