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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물먹은의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토템군주는 F급 영지도 살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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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물먹은의자
작품등록일 :
2024.05.21 12:32
최근연재일 :
2024.06.26 11: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92,111
추천수 :
3,037
글자수 :
234,423

작성
24.06.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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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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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8쪽

황금남작 (수정)

DUMMY

32화. 황금 남작



부우우우우우-


부우우우우우-


“안식의 밤을 맞이하라! 죽은 자들에게 안식과 침묵을!”


200명이 넘는 죽은 자들 중 시체가 남은 자는 시체를 묻었으며, 시체가 남지 않은 자는 유품을 묻어주었다.


대부분은 검에 의해 죽었지만, 기름에 타죽은자도 있으며 가공할 힘에 의해 알아보지 못하게 으스러진 자도 있었다.


죽은 이유도 방법도 가지각색이되, 죽은 이상 모두가 추모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들을 기리는 장례식은 일주일간 계속되리라.


상업을 장려하겠다는 브란덴에서의 선언 이후.


나는 브루넌으로 돌아와 28인의 사망자를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 중 17번째로 사망한 사람.



[칼]



“칼... 용맹한 전사였다.”


“칼. 그대의 죽음을 등불의 이름으로 추모하노라, 등불의 인도를 따라 안식의 밤을 맞이하라.”


벡스터는 능숙하게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는 얼마 남지 않은 추모행렬을 이끌었다.


그러나 내가 칼의 무덤 앞을 한참동안 떠나지 못하자, 재촉하듯 입을 열었다.


“다음으로 가시지요, 파벨 경.”


“그래, 이만 가지.”


내겐 칼의 죽음은 특별히 마음이 아픈 일이었지만, 다른 희생자들에겐 또 그들의 슬픔이 있는 것이니.


오늘은 영주로써 방문한 이상 일정에는 맞춰야만 했다.



***



영주로써의 일정이 끝난 후.


해가 진 공동묘지에는 어느샌가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만이 무덤에 적힌 이름을 하나씩 읽어보고 있었다.


[브룩]

[제이스]



아는 이름도 있고, 모르는 이름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 선택에 의해 죽은이들이니, 기억해야지.


[칼]


그러다 문득 한 무덤 앞에 서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폴?”


우두커니 무덤 앞에 서서 병나발을 부는 사내는 폴이었다.


“파벨 경? 아니지... 남작님, 오셨습니까.”


나는 말 없이 폴의 옆에 앉았다.


폴은 별말없이 옆에 앉은 나를 보며 다시 술병을 들었다.


나도 주머니에 매달아둔 술병을 꺼내, 조금 입에 물고는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별도 보고 횃불이 타오르는 광경을 그저 보고 있자니 문득 폴이 내게 물었다.


“왜 그렇게 싸우셨습니까?”


왜 그렇게 싸웠냐니...


“뭘 묻고 싶나.”


“충분히 강하지 않으십니까. 혼자 사제에 기사에 정예병들까지 포함한 100명을 혼자 썰어버릴 정도로 말입니다.”


“왜 처음부터 나가서 싸우지 않았냐고?”


“예.”


폴의 눈은 언제나 내게 동경과 경외를 품고있던 때와 달리 조금의 의심과 동요를 품고 있었다.


성장하는 자의 눈이구나.


“두려웠다.”


“예?”


“지금도 두렵다. 내가 얼마나 강한지, 세상 전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건지. 지금도 알 수가 없구나. 그래서 두렵다.”


“파벨 경께서 두려운 것 따위가 있을리가...”


내게는 두려운 게 없다라...


옛날에는 그랬을지도 모르겠군.


“파벨 1세. 파벨 페이시안 35세. 파벨 구스타프 6세. 어떤 이름을 가졌을 때도 돌격하는 것을 망설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두렵더구나.”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지었던 유치한 이름들 속에서도 파벨만큼은 빠진 적이 없었구나.


어쩌면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들 또한 전투 전에 가끔 불안감을 내비치곤 했지.


[파벨 페이시안 35세 : 전쟁이 끝났을 때, 나는 나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저 텍스트에 불과했던 말들이 이제는 다르게 느껴지고 만다.


“두려우셨다면, 대체 왜 그때는 나가서 싸우셨던 겁니까.”


폴은 마치 칼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듯 내게 답을 요구했다.


밤 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 감성적이 되어가는 묘지에서 마치 폴에게 얘기하듯, 이미 죽은 칼에게 얘기하듯.


그저 넋두리처럼 속내를 내뱉었다.


“그때는 뭐랄까... 더 이상 상관없어졌거든. 언제부터 그런걸 재면서 죽는 걸 두려워했다고. 언제나 투쟁속에서 삶을 찾았거늘...”


역대 파벨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또 살아왔던 것인데.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파벨 주니어인지 김훈인지, 오늘따라 알 수가 없구나.


“그래서 그랬다. 다 구차하게 느껴져서 말이야.”


폴은 한참을 생각에 잠긴듯, 대꾸가 없었다.


또 한참을 그렇게.


흔들흔들.


흔들리는 불빛을 보며, 시간을 죽이다가.


“처음에는 파벨 경을 원망했습니다. 당신이 다 해결해줄 수 있었을 거라며, 칼의 시체를 부여잡고 울부짖었지요.”


“그랬나. 지금은 어떻길래.”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당신에게도 두려움이 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저도 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


“나처럼?”


“제가 당신만큼 강했다면, 칼은 죽지 않았겠지요? 아마 거기에서 죽은 임모탈들도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칼은 내게 고개를 숙이고는 물었다.


“제게 검을 알려주십시오. 당신이 계속해서 피로 얼룩진 길을 걸으시겠다면, 제가 그 뒤에서 따르겠습니다.”


예법을 모르는 무지렁이기에 기사의 명예도 뭣도 없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나는 뭐 다른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상한 기사 파벨 주니어.


본명 김훈.


여전히 낯선 이세계에서 가끔 이렇게 진심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된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냐.”


“예.”


“그럼 내일부터 영주관으로 나오거라.”


그렇게 내게도 종자가 생겼다.




***




[브란덴]


당신의 영지입니다.


충성도 : 불신 (-10)

개발 수준 : 낙후됨

잠재력 : 보통

영지민 : 485인

(상세 보기)


문제점

[산업 정체]

[부패]

[교역로 정지]

***


“아, 머리가 아프네.”


솔직히 나보다 영지 경영 못하는 놈은 처음 봤다.


아서가 지나쳐간 곳은 하나같이 별 보기도 힘든 디버프가 주렁주렁 달려있었으니 말이다.


교역로 정지야 원래 로우 혼 백작령하고만 교역했을 테니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대체 부패는 뭐냔 말이다.


브루넌도 조금 남겨 먹는 것 정도는 당연한 ‘관행’일 정도로 부패가 기본인 중세랜드에서 부패가 문제점이라고 지적될 정도면 대체...


뭐, 나쁜 상황만 보러 온 건 아니니까.


일단은 밀린 보상부터 확인해볼까.


***

[업적 달성]


[첫 승리]

[압도적인 승리]

[전투 사망자 발생]

***


이번에 업적을 잔뜩 깨면서 하급 특성 선택권을 무려 3개나 받았다.


이 정도면 미뤄만 두었던 무쌍의 길 또한 다시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영주의 무력도 최소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언제나 암살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는 법.


게다가 내정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신화적인 무력으로만 얻을 수 있는 업적도 분명 존재했다.


부국강병도 물론 좋지만, 내가 이전에 연구한 빌드를 섞지 못할 것도 없을테니...


“자, 나와라!”


***

[특성을 선택하십시오.]


[마나 제어 (C)]

[강인한 근력(E)]

***


음 언제나처럼 처음 두 개에 쓰레기를 주는구나.


다 알고 있었단다.


이번에도 세 번째에서 토템 스킬을 줄 예정이지?


그래그래, 토템 스킬을 줘도 된단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만 주지 말아다오.


[소드 마스터리(C)]


“어?”


“진짜 소드마스터리?”


순간 마시던 차를 놓칠 뻔했다.


원래 이렇게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거였나?


파벨 1세 플레이 중에는 당연히 그랬던 것 같긴 한데...


꿀꺽-


[특성을 획득하셨습니다.]


홀린듯이 특성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정말로 소드 마스터리를 획득했다.


시험 삼아 칼을 붕붕 휘둘러보자, 전보다 매끄러워진 것이 단박에 느껴질 정도.


“음...”


그런데 뭐지 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뭘까...


뭔가... 뭔가... 강해진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영지의 힘이 증가한 듯한 충족감이 없다고...


마치 술을 끊은 알콜 중독자처럼 덜덜덜덜 떨려오는 손.


특성을 획득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설마...


내정형 스킬이 아니라서?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기로 한 게 아니었나?


“아냐, 아냐. 일단은 운 좋게 하나 먹었는데 아쉬울 게 없지. 오러 마스터리까지만 먹고, 내정 하나 챙겨가자.”


***

[특성을 선택하십시오.]


[오러 마스터리(C)]

[맨손 전투(D)]

[공업 군주(C)]

2차 산업에 해당하는 생산물에 대해 원재료 소모율과 생산 시간이 1할 감소합니다. 최종 생산량이 1할 증가합니다.

***


꿀꺽-


진짜로 떠버렸다...


오러 마스터리... 소드 마스터리랑 같이 찍으면 이제 소드마스터의 길에 첫발을 올렸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아무리 내정의 효과가 좋다지만, 저거 두 개 다 먹으면 이제 진짜 좋은 특성들이 막 나올 수가 있다니까?


“당연히 오러 마스터리 찍으려고 했었지. 하하하, 고민할 필요조차 없군.”


슬쩍-


[공업 군주(C)]


브루넌에서 생산된 순도 높은 철광석과 풍부한 곡식.


그걸 공업력이 풍부한 브란덴으로 가져와서 가공한다면...


꿀꺽-


“내가 미쳐버렸나 보군, 무슨 개소리야. 당연히 오러마스터리 찍어야지.”


슬쩍-


[특성을 획득하셨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오러 마스터리 찍었으면 좋았잖아!


공업 군주가 단일 효과는 좋아보여도, 그 뒤에 뭐가 이어질지는 모르는 거잖나!


오러 마스터리를 찍으면 확실히 연구했던 빌드의 특성들이 나올텐데!


“음...”


그럼에도 마음이 차오르는 이 기분은 뭘까.


아까 소드 마스터리를 찍었을 때 그 아쉬움이 더는 남지 않는다.


설마...


나는 이미 길들여진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다음 거 보여다오.”


***

[특성을 선택하십시오.]


[마나 제어(C)]

[각력 강화(E)]

[진위 간파(C)]

선행 조건 : 내정형 특성 2개 이상 선택

신하가 뱉은 말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음?”


처음 보는 선택지.


진위 간파라...


하긴 내가 내정형 특성을 두 개나 찍은 적이 없어서 등장조차 안 했던 건가.


이건 브란덴을 점령한 지금이라면, [부패] 특성에 효과적일지도...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레아 상회주! 제발, 우리 좀 살려주시게...!”


“갑자기 왜 이러세요?”


레아는 아침부터 몰려온 브란덴 상회 관계자들 때문에 아침의 평화로운 시간이 방해받아 짜증이 나 있었다.


“지금 황금 남작님께서 펼치시는 사업에 우리가 낄 자리가 도저히 나질 않지 않나.”


황금 남작.


상인들이 파벨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이 황금이 솟아나는 땅으로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던가.


“그래서요...?”


“우리가 거래해온 기간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야박하게 구시는가!”


레아는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파벨 경께서 보살펴주시기 전까지는 과부가 운영하는 상회라며 밀알 하나 거래하지 않겠다던 놈들이.


이제 와서 파벨 경이 빚고 계신 떡의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겠다고 자신에게 애원하는 꼬락서니라니.


심지어 뇌물을 건넬 거면 금괴가 든 궤짝이라도 내놓을 것이지.


뇌물이랍시고 건넨 것이 고작해야 은화 3천개가 든 궤짝이었다.


저 정도는 카일의 호주머니에도 들어있을 양인데.


1년간 로우 혼 지역과 스투미안 지역을 휩쓸다시피 한 브루넌 상회의 상회주가 고작 은화 궤짝 한 개로 포섭될 거라 여기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파벨경께서 일러주신 말이 있었기 때문.


[2차 생산에 해당하는 대장간과 방앗간이나 빵집 등의 제조업을 모조리 사들여라. 다소 출혈을 봐도 상관없다. 내 이름을 팔아서라도 사들이도록.]


레아는 파벨이 이런식으로 일러줄 때는 틀리는 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네요. 그동안 거래해온 관계가 있으니, 이번만 들어드리지요.”


“오! 역시 레아 상회주구만, 자네 같은 똑똑한 여자가 과부라니 참 아깝구먼 그래! 하하하!”


‘후우...’


“대장간이나 방앗간, 빵집이나 벽돌 제작소 등 2차 생산이 가능하신 분 계신가요?”


“물론이네! 우리 모두 가지고 있지! 다만 요즘은 그리 신통치가 않아. 재료를 로우 혼 쪽에서 받아왔는데, 남작님 탓에 이젠 재료를 못 구하니까 말이야.”


‘아, 너넨 망해야겠다.’


레아도 딱히 성질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레아네 집에는 파벨 조각상이 3개 있고 파벨의 초상화에 매일 기도를 드리고 출근한다는 것을.


그녀의 앞에서 파벨을 욕하는 것은 상당한 각오를 필요로 하는 행위였음을 알았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셨군요... 제가 요즘 공업 쪽에 관심이 많아서 투자를 좀 하려고 하는데 제게 파시는 건 어떨까요?”


“그 망해가는 사업을?”


‘뭘 모르는구먼, 이제 브란덴에서는 벽돌이나 철보다 곡물이 더 잘 팔릴 텐데 쯧쯧.’


전쟁을 위해 아서가 겨울을 대비하지 않고 모든 곡식을 쓸어간 브란덴은 사실상 식량난이 예정되어 있었다.


물론, 실키안 평원이 평년보다 2할, 브루넌이 평년보다 8할 더 많은 곡물 수확을 거뒀다는 것을 모르는 자들에겐 그렇게 보였다.


“제게 사업체를 넘겨주시면, 남작님께서 실키안 쪽으로 곡물 교역을 트려고 하실 때 줄을 대드릴게요. 어떠신가요?”


“저... 정말인가!”


“정말 벽돌 공장을 자네에게 팔면 곡물 교역로를 우리에게 준다고!”


아마 갑자기 거저에 가까운 가격으로 곡물이 쏟아져 들어올 때쯤에는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들도 좋아하지 않나.


“물론이죠. 파벨 경께서 제게 위임장도 주셨는걸요.”


정말로 그녀가 내민 문서에는 파벨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나...! 나는 빵집만 4개가 있네! 모두 자네에게 넘길 테니 내게 주시게!”


“나도! 나도 넘겨줄 테니 내게 주선해주면 안 되겠는가!”


“한 분씩 한 분씩 해드릴게요 침착하세요~”


그렇게 브란덴의 2차 공업 대부분은 브루넌 상회로 옮겨갔다.



***



그렇게 딱 한 달이 지나고.


“아저씨! 망치 하나당 납품가 3실버면 될까요?”


“아니 뭘 그 정도까지 줘? 망치랑 톱까지 해서 3실버면 충분해.”


“어? 저번 달까지만 해도 망치 하나 만들 때 남는 게 없다고 3실버도 싸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이상하게 지난달부터 뭘 만들 때마다 실패하는 적이 없더라고. 항상 재료를 조금 버렸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


“그래요? 참 신기하네? 저쪽 빵집도 딱 저번 달부터 갑자기 가격을 내렸는데...?”


“그러고보니 아주머니들께서 요즘 벽돌값이 싸졌다고 지붕을 바꿔볼까 하시더라고요?”



“이럴 수가 있는 건가?”


“글쎄요... 황금 남작님이 다스리시는 덕인 거 아닐까요?”


“아니 뭐... 그 양반이 우리한테 직접 뭘 해준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브루넌도 그분이 가신지 1년 만에 부흥했고... 저도 혹시나 해서 남작님 조각상 하나 샀거든요.”


“아니, 너도냐...?”


“아저씨도 샀어요?”


“뭐, 앞으로는 브루넌 상회 소속으로 활동할 테니 잘 보이려고 샀지.”


“그래도 뭔가 효험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하하하.


‘이것마저 예측하신 건가...’


상회 직원과 장인의 대화는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브란덴에 떠오르고 있는 뜨거운 감자였다.


갑작스러운 제조업의 부흥.


로우 혼 교역로가 막힌 탓에 원재료를 전보다 5푼은 비싼 값에 공급받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순이익이 상승하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중간부터 브루넌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질 좋은 철을 공급받기 시작하자, 브란덴의 공업은 날개를 단 듯 날아올랐다.


심지어 관세를 붙여도 이쪽에서 만든 게 더 싸다는 소식은 레아마저 어이가 없을 정도.


만약 파벨의 기적을 레아가 처음 겪었다면 절대 믿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브루넌 출신의 상인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뭐, 남작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



“남작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호들갑인가.”


데인은 평소답지 않게 굉장히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장사가... 장사가...!!! 스투미안과의 교역이...!”


뭔가 문제라도 터진 건가?


“무슨 일인가. 똑바로 말하게.”


“장사가 너무 잘됩니다...!”


나는 데인이 헛소리를 하는 것을 처음 봤다.


“자네 어디 아픈가?”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좀 똑바로 말해보게.”


“스투미안으로 가는 교역로가 포화상태입니다.”


“교역로가 포화? 그게 말이 되는가.”


물건이 많이 팔리면 마차를 많이 보내면 되지, 뭐가 문제야?


“그것이... 브란덴의 생산품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낮은 탓에 스투미안 지역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음, 그래그래. 그게 다 내 덕이란다.


“문제는 교역로가 죄다 흙길인 탓에 손실률이 꽤 된다는 겁니다.”


“마차를 추가하면 안 되겠나?”


“이미 길이 막히는 일이 부지기수에 비만 오면 흙길 위에서 이틀 넘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도로 정비가 필요하겠군.”


“그렇습니다.”


“일단 방법을 생각해보겠네.”



***


데인에게 큰소리를 떵떵 쳐놓고 올 수 있었던 이유.


사실 평소라면 모를까, 오늘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의 비밀이 밝혀집니다.]


내 낮은 영지 수준으로 인해 잠들어버린 브루넌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보상.


지금 나는 그 보상을 두 가지나 획득한 상태였다.


이전 메인 퀘스트로 인해 얻은 것이 하나.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200회 들어줌으로써 하나.


언제나 막힐 때면 브루넌의 비밀이 해결해줬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주지 않을까?


“자, 보상 시간이다. 열어보도록.”


[베이론의 설계실 위치가 밝혀집니다.]


[루이의 교역로 위치가 밝혀집니다.]


삐빅-


[루이의 교역로를 카일이 이미 발견했습니다.]


“엉?”


카일 이 녀석 결국 돌아오지 않았는데, 루이의 교역로를 스스로 뚫어낸 건가.


대단한데.


띠링-


[대신 중급 특성 선택권을 획득합니다.]


카일 녀석 돌아오면 상이라도 줘야겠구먼.


“일단은 베이론의 설계실 위치부터.”


***

[베이론]


베이론은 아서의 폭정으로 도망쳤던 대장장이입니다.

그의 설계실은 브루넌의 대장간의 지하실에 있습니다. 

벽면의 촛대를 돌려 입장할 수 있습니다.

***


아차차... 그때 도망쳤던 대장장이였나 보군.


아서 이놈은 참 뭘 많이도 조져놨다.


“타이락, 쉬는 날에 미안하군.”


“남작님께서 부탁하시는 거라면 산맥에 있더라도 뛰쳐나와야지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수고하게.”


타이락에게 열쇠를 받아 휴무인 대장간에 들르자, 설정집의 내용대로 벽면에 촛대가 하나 붙어있었다.


“이걸 이렇게... 인가?”


달칵-


쿠구구구궁-


지하의 발판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드러나는 지하실.


“한 번 들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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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2) +1 24.06.22 1,029 51 12쪽
36 황금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진다 +5 24.06.21 1,160 55 13쪽
35 오러 +6 24.06.20 1,253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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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남작 (수정) +8 24.06.17 1,531 5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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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성인과 추적자 +5 24.06.02 2,454 73 14쪽
16 전쟁의 열기 24.06.01 2,513 77 13쪽
15 새로운 계절 +5 24.05.31 2,553 76 12쪽
14 모두의 야망 +3 24.05.30 2,629 7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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