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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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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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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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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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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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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지구로

DUMMY

031. 지구로






*



만프레드는 조용히 용병단 끝에서 걸었다.


쪽팔리는 깃발에 주변은 온갖 인간쓰레기가 득실거리는 게 구역질이 치밀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길이 없었다.


‘그르누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당한 키 때문에 마법사의 머리가 보였다.


만프레드는 돈이 없어서 콜로세움에서의 싸움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이미 페르미 곳곳에 진동했기에, 보지 않아도 술꾼들의 수다 소리만으로도 대충 파악이 되었다.


‘나도 쓰레기로 보였던가?’


만프레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모집한 용병들이 모두 하나같이 집단 강간, 학살 같은 일을 태연히 저지르는 놈들이다.


자신도 사람을 죽였지만, 적어도 일정한 선은 지켰는데 저놈들은···.


만프레드는 망가진 몸뚱이를 계속 움직였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은 충만한 힘과 근력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이 파괴되면서 기력이 떨어져, 일반 용병보다 못한 몸이다.


그나마. 오랜 경험으로 갈고 닦은 검술이, 굶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었다.


‘하아. 주군.’


저벅저벅.


용병단은 계속 이동하다가 갑자기 멈췄다.


만프레드가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검정 문이 집이나 나무 같은 가림막 없이 온전히 보였다.


앞에서 그르누이와 줄리아라는 한국 출신의 애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사람이야.”


줄리아가 손가락질로 만프레드를 가리켰다.


“!”


설마 하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줄리아는 만프레드를 뚫어지게 보며 오라고 손짓했다.


그래도 용기가 나지 않자, 줄리아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만프레드! 시발! 뛰어와!”

“··· ! 아. 아!”


저벅저벅.


만프레드는 뭔가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빠르게 걸었다.


물에 극도로 희석한 포션은 독약에 찌든 몸을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기에 뛰지 못했다.


그때였다.


“!”


그르누이의 입이 중얼거리는 것과 함께, 이질적인 몸의 느낌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저벅. 저벅. 타닷. 타다닷.


몸이 점점 빨라졌다.


어설프게 붙은 팔의 힘줄도 예전처럼 주먹을 꽉 쥘 수 있었다.


“오오. 아아!”


만프레드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는 눈물이 흘렀다.


마법사는 정말로 위대하다.


그들의 가벼운 마법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기적과 다름없다.


파밧. 쿵.


가벼운 몸이 그르누이 앞에서 멈췄다.


자신도 제법 큰 키인데, 마법사는 위로 올려다볼 정도로 컸다.


털썩.


만프레드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검을 뽑아 두 손으로 바쳤다.


“으응?”


그르누이는 당황한 모습으로 만프레드를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고개를 숙인 만프레드는 ‘이 새끼가 뭐 잘못 처먹었나?’라는 그르누이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줄리아. 저 새끼 뭐 잘못 처먹었어?


줄리아는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입술을 움직이자, 독순술로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만프레드(40). 180cm.


크로나 왕국의 기사 출신.


천재적인 재능으로 40살의 나이로 공작가 기사단 부단장에 오른 검귀(劍鬼).


공작가의 대공자 파벌에 속하다가, 대공자가 공작이 되자 숙청당함.


독약으로 몸을 부수고 사지의 근맥을 잘라 쫓겨남.



-숙청? 부단장이라면? 대공자 파벌이라면서? 상을 받아야지. 잘못 안거 아니야?


줄리아가 고개를 흔들며 입술을 움직였다.


-아니. 성격이 문제야. 옳은 말을 아주 잘하거든.

-아아.


바로 이해가 되었다.


옳은 말은 상대의 기분을 아주 더럽게 만든다.


저런 자는 제대로 된 주군을 만나지 못하면, 언제나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한다.


만프레드는 여러 차례 옳은 말로 대공자를 비판했고, 그 말들은 새 공작에게 넉넉하게 대가를 받았다.


-웬만하면 잘못을 빌면 되는데, 끝까지 그러지 않아서···.

-목이 잘리지 않은 게 대단하네.

-최근에 몇 번 암살자가 온 것 같다고는 하는데···.


한 달간 줄리아는 만프레드에 대해서 많이 조사한 모양이다.


마력폰을 꺼내서 만프레드를 검색하자 도둑 길드 것보다 더 자세한 정보가 나왔다.


만프레드는 대공자가 승계를 받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수십 명의 기사를 죽였고, 많은 기사를 설득해서 내전의 후유증을 최선으로 줄였다.


하지만. 내전이 끝나자, 웃으며 그의 말을 경청하던 대공자는 본모습을 드러냈다.


「재수 없는 새끼.」


모함 하나에 근맥이 잘리고 몸이 망가지는데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주변 기사들의 눈 때문에 바로 죽이지 못했다.


그렇게. 폐인이 되어서 페르미까지 흘러온 그에게, 몇몇 마법사가 심심풀이로 접근했지만, 꼬장꼬장한 모습에 반쯤 두들겨 팼다.


마력폰을 주머니에 넣고 내려다보았다.


“으음. 내게 충성을 바치는 건가?”


만프레드는 고개를 들고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예.”

“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대가 없이 저를 치료해 주었으니까요.”

“......”

“또.”

“또?”


만프레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 이제는 지쳤습니다. 주군께서 적합한 사람이 아니면, 그냥 목숨을 끊겠습니다. 어차피 이 용병단이 아니면, 제게 원한이 있는 놈들에게 죽을 목숨이고요. 그저 주군께서 제가 원하는 사람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


왜 미움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놈은 꼿꼿하고 절대로 휘어지지 않는 인간이다.


문득. ‘이단 몬스터’가 떠올랐다.


몬스터 중에는 집단과 어울리지 않는 개체가 간혹 태어난다.


대부분 쫓겨나서 비참하게 죽지만, 온갖 시련에 살아남은 개체는 그 종족의 우두머리가 된다.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순혈(純血)의 존재는 그만큼 특별하다.


거북스러운 느낌에 줄리아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냥. 검술 좀 하는 놈을 뽑으라고 했잖아.

-맞아. 틀림없는 인재야.


그녀의 입술을 읽다 보니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귀찮아서 토르켈 등에게 검술을 가르쳐줄 사람을 구하라고 했더니···.


-혹시. 저놈하고 배꼽 맞춘 거 아니지?

-흥. 지금이라도 맞출까?

-잡아먹히고 싶어?


“흥!”


줄리아는 고개를 획 돌리며 앞으로 성큼 나갔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적당한 농담을 던져야 했는데···.


시선을 돌려 다시 만프레드를 보았다.


뚫어지게 보는 남자의 눈빛이 너무 익숙하다.


이단 몬스터는 오거같은 대형 몬스터들이 반드시 잡아먹는 존재다.


저들이 살아남아 종족을 통일하면, 혼자 생활하는 대형 몬스터는 떼죽음을 당한다.


‘눈빛이 참. 꼴통이네.’


요정의 책을 보면, 이단 몬스터를 잘 기르면 영원히 배신하지 않고 복종한다고 한다.


요정 왕국이 가장 번성할 때는, 이단 몬스터를 통해서 몬스터의 절반 이상을 통치했다.


‘그래. 그런 눈빛이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꼿꼿한··· 내 거기보다 더 단단한.’


덥썩.


검 손잡이를 잡고는 검끝을 그의 양어깨에 댔다.


만프레드의 검은 나의 것과 비슷한 가볍고 얇은 형태다.


이런 검은 보검이 아니고서는, 일반 검과 부딪히면 바로 부서진다.


몸을 잃었으면 일반 검을 들어야 하는데··· 꿈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검은 제법 많이 부딪혀서 실금이 가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척.


돌려준 검을 받은 만프레드가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주군을 뵙습니다.”


우우웅.


“!”


만프레드의 잘려진 팔이 다시 자랐다.


그는 재생하는 간지러움보다 회복되는 기적에 눈물을 흘렸다.


2분 후.


“고. 고맙습니다.”


만프레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달뜬 흥분과 충성심이 깃든 눈빛에 나도 모르게 간지러워 눈을 깔았다.


단독 생활하는 오거라서, 누군가의 충성을 받는 게 어색했다.


‘저놈은 맛있을까?’


킁킁.


그의 정신에서 특유의 이단 몬스터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이번에는 내가 만프레드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나는 마법사다.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래도 충성을 바칠 건가?”

“예. 나쁜 것들만 드신다면.”

“크크. 까다롭군.”






20분도 되지 않는 시간으로 쓸만한 충복(忠僕) 하나를 얻었다.


만프레드에게 용병들을 통솔시키자, 기사의 경험 덕분인지 빠르게 용병들을 제압했다.


“이. 이 새끼가.”

“닥쳐.”


병신이었던 놈이 갑자기 회복하고는 본인들을 갈구자, 잠시 용병들의 반항이 있었지만, 본보기로 몇 놈을 죽도록 두들기자 이내 침묵했다.


껄렁하던 용병대의 진형이 제법 군율에 맞추었다.


“흐음. 쓸만하네.”

“용병단이라기보다는 기사단처럼 보이네. 용병은 좀 널널해야 하는데.”


폴리드가 혀를 내밀며 만프레드를 힐끔 보았다.


“몸도 회복되었으니 우리보다 강하겠지?”

“한번 붙어보지?”

“싫어. 나중에.”


토르켈과 베켐프는 조금 탐탁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감히 내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검술을 배운다는 말에 용병대장들의 얼굴에서 기대감이 흘렀다.


그들은 그동안 쓰던 도끼, 창 같은 것들을 버리고, 시술자(시술을 받은 사람) 특유의 얇은 검으로 바꾸었다.


몸으로 빠른 속도를 만들기에, 공기저항이 많은 도끼와 도(刀)는 답답하다.


하지만. 시술자 중에 창이나 도를 사용하는 자는 정말로 강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모노리스 앞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의 모집관이 다가왔다.


그의 뒤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일행과, 이곳에서 구입한 노예들이 보였다.


오크통에서 태어난 오빈이라는 종족이다.


황금비율의 몸에 잘생긴 얼굴, 몸의 근육도 그리스 석상처럼 아름답다.


얼굴과 몸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형태로, 기실 자궁이 오크통이라는 걸 제외하고는 인간과 다름없다.


“호오. 오빈이 15명? 많이 비쌀텐데?”

“예. 무리했습니다.”

“한국에서 끌려온 노예들은 안구하고?”

“······.”


모집관은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그. 그게. 돈이 부족해서.”

“흥. 뭐. 내 알 바 아니지.”

“여기. 나머지 잔금입니다.”


모집관은 한국이 아니라 여기서 잔금을 치렀다.


나는 돈을 인벤터리에 넣고는 그의 합류를 받아들였다.


저벅저벅.

쿵. 쿵.


이미. 연락되어서인지 주변을 지키던 병사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조금 더 걷자, 검은 문 앞에 온전히 섰다.


두두둑.


검은 문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가득 보였다.


수레에 가득 지구의 물건을 실어 오는 사람들은 병사들의 검문을 받았다.


줄에 묶인 노예들은 발가벗겨져 치아부터 항문까지 검사받았다.


총 같은 무기가 걸리면 그 자리에서 모두 처형당한다.


노예 중 몇몇이 모집관을 보고는 울부짖었다.


“사. 살려주세요!”

“엄마! 엉엉!”


한국어로 된 곡성이 들렸지만, 모집관은 곤란한 표정만 지을 뿐 나서지 않았다.


괜히 엮여서 피해를 볼까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힐끔.


줄리아를 보았지만 그녀도 마음이 무뎌졌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에게 소중한 건 나 그르누이지, 생판 모르는 남이 아니다.


동화책과는 다르게 남을 돕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오빠. 얼른 들어가.”

“그래. 자. 가자!”

““오오오!””


용병들이 기대와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를 질러댔다.


그렇게 어둠으로 들어가자 바로 빛이 비쳤다.


그리고.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풍경이 망막에 비췄다.


비슷한 하늘이지만 뭔가 다르다.


공기의 냄새와 질감이 조금 탁하다.


“여기가 지구?”

“응. 옛 일본 땅이야. 후쿠오카 텐진역.”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마력폰으로 보았던 거대 건물과 지하철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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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동래성 24.09.11 18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5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8 0 12쪽
» 031. 지구로 24.09.08 16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9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3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2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21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21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5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5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8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7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30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6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5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3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9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7 0 12쪽
12 012. 대결 전날 24.09.02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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