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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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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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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정령사 줄리아

DUMMY

025. 정령사 줄리아






*



“노래를 찾아. 이야기도 주문이야. 줄리아. 네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주문을 찾아. 네가 만든 게 있으면 더 좋고.”


정령사에게도 마법처럼 주문이 필요하다.


노래, 영화의 대사, 시(詩)··· 뭐든지 상관없다.


노래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노래 부르듯이 부르면 그만이다.


평범한 말도 억양과 강약이 존재하는 노래다.


줄리아는 극도로 집중하며 내 말을 들었다.


“적을 갖지 못한 자는 보잘것없는 존재다······.”

“!”


역혈심법의 주문을 들려주었다.


이 주문 또한 노래다.


줄리아는 이 노래를 부르며 몸을 바꾸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마공 시술에 실패하면 죽거나 폐인이 되는데, 줄리아는 정령사의 정신이 있었기에 살았다.


한동안 말하고 그녀는 들었다.


설명은 짧았고, 줄리아는 계속 되뇌며 내용을 뼈에 새겼다.


“마법사는 마력을 쓰고, 정령사는 정신이라는 구슬 안에 담긴 친화력을 사용해. 그 양과 순도만큼 소환하고, 더 강하게 진화시켜. 알겠니?”

“으응. 알았어. 그런데. 오빠.”

“응?”

“아는 노래가 없어. 노래를 다 까먹었어.”

“?”


용병 생활을 위해 나약한 것들을 억지로 지웠단다.


나중에 여유를 가졌을 때는, MP3나 스마트폰이 없는 공간에 살았고.


도서관에는 많은 노래가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기에 마력폰을 꺼내어 노래를 틀었다.


“들려?”

“아. 아니.”


역시. 마력이 없는 존재는 보지도 들을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나는 들은 노래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줄리아가 한국 출신이기에 한국노래, 그중에서도 비슷한 나이의 여자 노래를 불렀다.


“나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아. 그대를 만나는 순간. 그대 나의 초라한···.”


괜찮은 노래다.


아니. 훌륭하다.


몬스터의 마음도 조금 울릴 정도로.


“아아. 이. 이 노래 알아!”


줄리아의 감수성이 빗장을 풀고 나왔다.


“이 가수 노래 더 들려줘. 더 듣고 싶어!”

“아. 알았다.”


검색해서 듣고 따라 불렀다.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내려고 하니, 웃기면서도 이상했다.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노래를 부르고, 꽃잎이 피어나, 눈앞에 살랑거려도···.”

“!!”


부들부들.


줄리아는 흐느꼈다.


“흑흑. 오빠. 이 가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야. 흑흑. 그동안 소중한 걸 잊고 살았어.”


나는 괜히 민망해져 말을 돌렸다.


“미. 미안. 남자하고 같이 부르는 노래네. 다른 노래 더 불러줄게.”

“아니. 아니!”

“응?”


줄리아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내 속의 오빠와 아빠가 같이 노래를 불러주면 돼. 내 속에서.”

“··· 훌륭하군.”


책에도 없는 내용이다.


줄리아는 완벽하게 정령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래도. 다른 곳도 들어보지. ‘오빠가 좋다.’ 노래도 있는데···.”

“아니. 일단은 이 두 곡을 더 듣고 싶어. 그런데. 오빠. 이 가수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 어떻게 안 될까 오빠?”


흔들흔들.


줄리아는 내 팔을 잡고는 아이처럼 매달렸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마법을 실현했다.


“전송.”


우우웅.


마력의 소모와 함께, 내 머릿속의 정보가 줄리아의 뇌로 들어갔다.


“아. 아아!”


감탄과 함께 입을 꾹 다문 줄리아가 노래에 집중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자 다시 아이처럼 울었다.


“흑흑. 내가 5년 동안 방에서 이 가수를 듣고 버텼어. 그래. 오빠. 모든 노래가 떠올라. 이 가수는 신이 아니야. 그래서 내게 평범했던 노래도, 별로인 노래도 있지만, 소중한 노래가 너무 많아. 그런데. 나는 버렸어.”

“그리고. 다시 만났지. 운명처럼.”


이 말랑말랑한 감정을 유지했다가는 훈련소에서 죽었을 거다.


그녀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다시 또 불렀다.


“나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나를 보면서 부르는 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참 신기해. 여자라는 고깃덩어리는 감촉도 좋고, 또 이렇게 입으로 또 즐겁게 해주네.’


사랑 노래라는 게 참 야릇하고, 인간의 문화라는 게 참 쑥스럽다.


“오빠. 다른 노래.”

“응.”


나는 계속 전송하고, 줄리아는 계속 노래를 불렀다.


어떤 노래는 부르지 않고 고개를 흔들고, 또 어떤 노래는 연달아 수십번을 불러댔다.


“!”


노래를 계속 듣고 있으니, 너무 편안해서 속에 있는 투기(鬪氣)가 사라져갔다.


정신을 형성하는 극복 의지가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어떤 면에서 정령은 마법과 상극일지도 모른다.


‘조금 위험하군.’


이 가수의 모든 노래를 전송하자 마력이 1/3가량 비었다.


황홀경에 빠진 그녀를 놔두고 구석에 가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시발. 잠이 안 오네.’


철컥.


결국 문밖으로 나와서 누워잤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바로 졸음이 몰려왔다.


그렇게 충전하고 들어가자 달뜬 얼굴의 줄리아가 보였다.


“오빠. 나 준비 다 됐어.”






뿌득.

뿌득.


세계수 이파리 2장을 찢었다.


“먹어.”

“응. 고마워.”

“아니. 고마운 것 없어. 너는 내 거니까.”

“핏.”


줄리아가 웃으며 이파리를 잡고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청량한 냄새와 함께 세계수 일부분이 그녀의 몸에 흡수되었다.


휘이잉.


“!”


정신을 집중하자 뭔가 힘이 만들어지는 게 느껴졌다.


마력은 마음의 고통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다.


정령사의 친화력은 마력처럼 고통에서 만들어지지만, 홀로 걷는 길이 아니기에 느낌은 많이 다르다.


휘이이잉.


지진은 아이와 노인을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죽인다.


홍수는 선량한 사람도 나쁜 이도 모두 가두어 죽인다.


화산도, 태풍도, 번개, 산사태··· 모든 게 무자비한 하나의 순리다.


천지불인(天地不仁).


만물의 법칙은 무자비하다.


자연은 따스함보다 무자비함으로 넘친다.


모두 하나의 순환 속에 있고, 파괴 또한 그 속에 있다.


그 고통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한다.


“··· 가슴이 막 벅차 서러워······.”


줄리아는 눈을 감고 계속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가 가끔 얼굴을 붉히며 사랑에 빠진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보면, 괜히 내 얼굴까지 붉혀졌다.


휘이잉.


그녀 주위에 작은 바람이 계속 소용돌이쳤다.


“아직 모자라.”


내 말을 들었는지 줄리아가 아기새처럼 입을 벌렸다.


“오빠. 아아.”

“후후.”


찌익.


이파리를 뜯어 입에 넣어주자 아이는 탐스럽게 오물거렸다.


오물오물.

꿀꺽.


휘이잉.


바람의 좀 더 강해졌다.


줄리아는 바람의 정령과 교감한 것 같다.


‘그래. 그런 종류의 노래야.’


“···엄지손가락으로 장미꽃을 피워··· feel bloom, I feel bloom, I feel bloom···”


‘후훗. 영어 가사도 있네.’


바람이 사라지려 했다.


줄리아가 급하게 입을 벌리자 재빨리 넣어주었다.


“오물오물.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oh-oh)··· 꿀꺽···.”


다시 바람이 온전하게 회복되었다.


킁킁.


줄리아의 몸에서도 바람의 냄새가 강해졌다.


그렇게 다음날까지 노래와 먹여주기를 반복했다.






세계수가 많이 앙상해졌다.


더 이상 이파리가 없어지면 위험하다고 싶을 때, 줄리아의 몸이 달라졌다.


우지직.

뚜둑.


뼈가 부서지고 다시 맞춰지고, 땀구멍에서 검은 역겨운 액체가 맺혔다.


“호오.”


노래가 멈춰지고 정령도 사라졌지만, 몸속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온전히 뱄다.


킁킁.


뭔가 그리운 냄새.


푸풋.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다시 자라고, 조금 있던 피부의 주름과 잡티도 사라졌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육체가 완전히 재구성되었다.


번쩍.


줄리아가 눈을 뜨자 눈동자의 색이 황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멍하게 나를 보는 줄리아에게 바로 말했다.


“지금 이름을 지어. 네 정령의 이름을 지어.”

“이름? 아아··· 아이ㅇ··· 아이엘··· 아리엘. 아리엘. 네 이름은 아리엘이야.”


노래의 가수와 비슷한 이름이다.


휘이잉.


바람이 그녀를 돌면서 응답하자, 그녀는 온전히 정령사가 되었다.


근 100년 안에 이렇게 빠르게 정령을 각성한 존재는 없을 거다.


줄리아는 잠시 황홀하게 자기 몸을 만지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킁킁.


“우웩. 이게 다 내 몸에서 나온 거라고? 더러워. 시발. 몸에서 냄새가 지독해! 오빠!”

“클린.”


우우웅.


마법이 오물들을 깨끗하게 치웠다.


그제야 코에서 손을 치운 정령사는 신기한 듯 다시 자신 몸을 만지작거리더니, 이윽고 팬티까지 다 벗었다.


그러고는 전신 거울 앞에 서더니 놀랐다는 듯 감탄했다.


“오빠. 키가 좀 더 커진 것 같아. 엉덩이도··· 가슴도 크고 탱탱해. 로켓이야. 완전히 로켓. 눈도 황금색이고··· 사. 상처가 없어. 모두 없어졌어. 내. 내 훈장인데··· 섭섭하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소가 귀에 걸렸다.


‘마음이 좀 복잡하군.’


정령의 냄새가 그리우면서도 정령에 대한 마법사 특유의 혐오가 뒤섞였다.


하지만. 나를 보는 정이 듬뿍 담긴 눈이 마법처럼 마음을 정리해 주었다.


“소리를 들었어?”

“소리?”

“ ‘네 바라는 바를 행하라.’ 같은 소리가 없었어?”


절레절레.


“흐음. 역시.”


마법사처럼 욕망의 화신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령사는 사랑에 집착한다.


죽은 아버지와 나에 대한 사랑.


“아리엘.”


휘이잉.


바람이 모이더니 반투명한 형태를 만들었다.


남자 얼굴의 바람의 정령인데, 얼굴이 나와 조금 비슷했다.


“오해하지만. 다른 남자 아니야. 오빠와 아빠의 얼굴을 섞은 거야.”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흥.”


전과는 다른 자신만만한 표정.


초급이지만 정령사도 이 세계에서 귀족 대우를 받는다.


마탑 같은 조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필요할 때 정령을 한번 보여주면 모든 게 편하다.


정령사가 되었는데도 그녀는 뭔가 아쉬운지 계속 노래를 불렀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남자 파트의 노래 부분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입만 벙끗거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목소리. 그리고. 처음 듣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휘이잉.


노랫소리에 바람의 정령은 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건드렸다.


그렇게 10분을 움직이다가 이내 줄리아가 침대에 쓰러졌다.


“헉헉. 오빠. 이거 힘들어.”


정령의 힘이 그녀처럼 약해졌다.


일어난 줄리아는 다시 노래를 부르다가 이내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그러자 정령도 사라졌다.


“헉헉.”

“마셔.”


꿀꺽꿀꺽.


물이 마른 혀와 목구멍을 적셨다.


“고마워. 새로운 몸인데도 이거 힘드네. 싸우면서 정령을 부리려면 엄청나게 수련해야 할 것 같아.”


우우웅.


마법으로 폐와 심장을 강화해 보았다.


하지만. 마력은 정령사의 정신에 막혀 몸에 착상되지 못했다.


“으으. 힐링 같은 건 되는데, 몸을 바꾸는 건 힘들군.”


줄리아는 몸에 들어온 마력에 구토하듯이 몸을 떨면서 배출했다.


“역시. 불가능해. 오빠.”

“후후. 할 수 없지.”


나는 그녀의 표정을 심각하게 살피며 물었다.


“너는 이제 내가 역겹지 않니? 마법사인데?”

“?”


줄리아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다가, 이내 알았다는 듯 빤히 내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오빠는 마법사가 아니야.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지. 일루와.”


발가벗은 몸을 보니 나도 전처럼 거센 반응이 왔다.


전보다 완벽한 비율과 더 좋은 냄새.


나는 천천히 다가가 새로운 냄새와 감촉을 어루만졌다.


“끄. 끝내준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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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21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5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5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8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7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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