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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플레멘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811
추천수 :
139
글자수 :
183,355

작성
24.03.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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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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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026. 데스나이트.

DUMMY

026. 데스나이트.






#



“끄아악!”


검투사의 목이 뜯겼다.


고블린이 탐스럽게 피를 한가득 빨면서 괴성을 질렀다.


“케케케!”


얄미운 녀석.


“으음. 승리했으니 저놈 풀어줘.”

“예.”


기사가 고블린의 목덜미를 잡고 밖으로 던졌다.


쿵.


땅바닥에 구른 고블린은 의아한 시선으로 우리를 보다가 이내 빠르게 산으로 도망쳤다.


“키키킥?”


기사들이 잡아놓은, 철장 속의 고블린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본인들이 어떻게 해야 살지를 알아챘다.


철컥.


철창이 열리고 고블린 하나가 전보다 흉포한 눈빛으로 얌전히 나왔다.


바닥에 떨어진 녹슨 검을 잡고는 군중들 사이를 뚫고 나온 검투사를 마주 보았다.


“키케케!”

“으아아!”


몬스터와 검투사가 서로 달려들어 난투극을 벌였다.


“오오. 이겨라!”

“나는 고블린! 저 검투사 놈 재수 없어!”

“고블린! 고블린!”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최고라더니···.’


막싸움도 재미있다.


삶과 죽음, 모든 걸 걸고 부딪히는 모습이 일견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구경하면서 자르료와 고로카를 손짓으로 불렀다.


“내가 없어도 알아서 할 수 있겠지?”

“예?”

“나 물배달 하러 가야 해.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 하던 대로 몬스터를 토벌해. 몬스터 고기는 빨리 상하니까 바로 살코기를 벗겨서 가져온 소금에 염장하고. 알겠어?”

“예. 영주님.”

“예. 걱정 마십시오.”


그때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끄아악! 살려줘. 사. 살려···. 어. 엄마···.”


방화범 출신의 검투사가 죽었다.


우구적우구적.


고블린은 적당히 시체를 먹고는 우악스러운 기사의 손에 몸을 맡겼다.


휘이익.

쿵.


앞의 고블린처럼 이 암컷도 바로 산으로 도망쳤다.


“하아. 또 죽었네. 검투사는 적어도 50명은 생존시키세요. 여유가 있으면 몬스터끼리 싸움을 붙여보고. 결투에 대한 자료가 많이 필요해요. 알겠죠?”

“예.”

“알겠습니다.”


몇 가지 지시를 더 하고 인벤토리에서 죽은 검투사 시체와 소금, 음식물을 모두 꺼냈다.


그리고. 바로 말을 타고 서쪽으로 달렸다.


전속력으로 달리자 하루 만에 안오성에 닿았다.


하인들이 말을 챙겨가자, 들어가 미나와 미소와 짧은 기쁨을 누렸다.


그런 다음에 작업 중이던 이반을 끌고 아드벡 본성으로 갔다.


“어서 와라.”

“상단에서 연락이 왔다. 펜슬럿의 소가 오고 있다는구나.”


그 말에 이반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반이 식사하고 어머니와 할아버지, 알레나와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물건이 준비되었다.


몇 가지 선물과 함께 모두 인벤토리에 넣고 나머지 공간은 냇물로 채웠다.


“갈게요.”

“그래. 빨리 갔다 와라.”

“예.”


나와 이반은 남쪽으로 달렸다.


타다닷.

타닷.


“오오. 제법인데?”


이반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기에 나처럼 빠르게 이동했다.


그렇게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서 사막의 경계에 이르렀다.


“오오. 그리운 사막.”


우우웅.


이반이 마나를 공명하자 1시간 후에 작은 모래 바람이 밀려왔다.


스스스.


천천히 속도를 줄인 버스 크기만 한 작은 훌로였다.


“새끼인가?”

“그래. 작을수록 먹이(마나석)도 적게 받아.”


그동안 보아 온 것과 다른 왜소한 크기지만, 두 사람이 타기에는 딱 좋아 보였다.


“가자.”


쉬리리릭.


우리를 태운 훌로가 빠른 속도로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나마 덩치가 작아서 다행이군.’


몸에 부딪히는 모래바람이 적어서 자세를 잡기 편했다.


이틀 후. 장로의 천막.


“오오. 어서 오게. 약속을 지켰군.”

“!”


나는 장로의 맞은편에 있는 해골 기사의 모습에 몸이 얼었다.



#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는 테제로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언데드의 뼈는 강철같이 단단하면서도 별다른 무게감이 없다.


강한 언데드의 뼈일수록 강하고 가볍다.


‘가. 강하다. 내가 이길 수 없어.’


하급 마나유저는 스케레톤이나 듀라한이 된고, 엑스퍼트 이상이 되어야 데스나이트로 변할 수 있다.


데스나이트는 하급 언데드와는 다르게 인간일 때의 기억과 이성을 가지고 있다.


데스나이트의 해골 눈에서 붉은 광채가 반짝였다.


[오오. 자네가 닉올라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인간인가?]

“닉올라?”


장로의 이름인 모양이다.


나는 검집에 손을 뻗고는 조용히 물었다.


“너는 누구지?”

[쉬르나르.]

“?”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내 표정을 예상했다는 듯 그가 말했다.


[가명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본명은?”

[버렸다.]


사악하지만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당신. 마스터?”

[흐흐. 눈치챌 만큼의 능력은 있다는가?]


스릉.


쉬르나르는 허리에 찬 도(刀)를 뽑았다.


화르르.


“!”


그의 칼에서 검은색 바탕의 청색 오러가 뿜어졌다.


언데드의 오러는 칠흑 같은 검은색이 바탕이다.


그렇기에. 우주에 청색 별들이 빛을 발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청색 오러. 역시 마스터급 데스나이트.”


오러의 색이 아니라도 이 압도적인 존재감은 벨로디어스의 아래가 아니다.


힐끔.


장로를 보자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인간과 언데드니 사이가 좋을 수 없겠지. 그래도. 알렉. 걱정 말게. 자네는 우리의 손님. 적어도 이 사막에서 그가 자네를 먼저 공격할 리는 없으니.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닉올라 장로(60)가 내 눈초리에 사정을 설명했다.


쉬르나르는 망가진 검을 수선하러 왔다.


“먼저 나가 있죠.”

“그러게.”

[......]


그들이 할 얘기가 더 있어 보였기에 나는 바로 나왔다.


그렇게 나오가가 무섭게 드워프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알렉. 술 가져왔어?”

“배고파!”

“새끼들.”


술과 음식, 소금 등을 꺼내자 드워프들이 달려들었다.


대충 별 내용 없는 수다를 떨자 긴장된 마음이 진정됐다.


“후우우.”


한숨을 쉬고는 오아시스에 물을 토했다.


조금 줄어든 오아시스는 금세 풍성해졌다.


‘하아. 이 짓을 계속한다는 것도 일이겠군.’


나는 흡족해하는 이반을 보며 물었다.


“안에 데스나이트가 있어. 놀랍지 않아?”

“뭐가?”


오히려 의아하다는 눈빛에 괜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 비슷하게 생겼어도 드워프는 인간이 아니지. 언데드가 드워프를 공격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고.’


‘드워프 고기가 그렇게 맛없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바로 벗어나 정보를 모았다.


“언데드가 여기에 자주와?”

“으음. 자주는 아니고, 필요한 게 있으면 와서 대가를 치르지.”

“대가? 그냥 위협해서 빼앗지 않고?”


그 말에 이반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흥! 우리 드워프를 뭐로 보고. 죽으면 죽었지, 위협 따위에 목숨을 구걸하지 않아. 싸우다 그냥 죽으면 그만이야.”

“그래. 너희들은 위대한 종족이니.”

“위. 위대한? 헤헤헤.”


‘위대한 종족’이라는 말에 다른 드워프의 입도 헤벌쭉 벌어졌다.


“그러면. 어떤 대가를 받아?”

“안전.”

“응?”


드워프들이 중구난방 음식물을 튀기며 소리쳤다.


내용을 종합하면, 나중에 필요한 무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무력이라는 건 드워프끼리의 싸움이 아닌, 대부분 거대 몬스터나 인간의 침입에서 부족을 지키는 데 사용된다.


계약하면 단말이 연결된다.


그렇게 연결된 단말로 필요할 때 대상을 부를 수 있다.


‘흡사. 용병 같은 건가?’


얼마나 많은 드워프가 언데드와 계약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수백 명은 될 것이다.


문득 드워프들이 부러워져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지 용병이라면 나도 부릴 수 있을까?’


그때였다.


펄럭.


천막이 열리며 볼일을 마친 데스나이트가 나오더니 위로 손을 뻗었다.


휘이잉.


그의 손짓에 허공에서 검은 연기가 모이더니 이내 말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유령군마(幽靈軍馬. Spectral Steed)?”


말에 타려는 그를 보자, 나도 모르게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거라는 감정이 들었다.


그 감정이 나를 빠르게 움직였다.


“저. 저기!”

[.....]


나는 그에게 다가가 붉은 안구를 보았다.


“데스나이트도 사람을 잡아먹나요? 똥도 싸고요?”

[?]


안구의 불빛에서 병신을 본다는 감정이 전해졌다.


괜히 창피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래도. 쉬르나르는 무시하지 않고 내 말에 답해주었다.


[좀비 같은 걸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언데드는 인간을 먹지 않는다. 비명과 공포를 먹지.]

“그러면. 죽은 인간은 어떻게 하나요?”

[버린다. 모두 짐승이나 몬스터의 먹이가 된다.]

“아아. 그렇군요.”


이 데스나이트는 내게 호감이 있다.


아니었으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진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왜. 검이 아니라 도(刀)죠? 도로 어떻게 마스터가 되었죠?”

[흐흐. 공격이 단순한 하급 병기로 마스터가 된 게 신기한가?]


그의 불편한 감정에 겸연쩍은 표정이 지어졌다.


“그. 글쎄요. 중요한 건 당신이 마스터라는 거죠.”

[후훗.]


전생에서 고로카와 자르료는 도와 창으로 엑스퍼트 상급에 올랐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북부의 장벽까지 명성이 퍼졌다.


기록상 도와 창으로 마스터는커녕 엑스퍼트가 된 사람도 극히 드물다.


“당신은 언데드가 된 다음에 마스터가 되었군요. 그게 가능한가요?”


그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후후. 닉올라의 말대로 신기한 인간이군. 언데드 따위와 대화하려고 하다니. 하지만.]


스르릉.


도가 뽑혔다.


휘어진 각도와 모습이 꼭 일본도와 흡사했지만, 강철이 아닌 뼈로 만들어진 흰색의 광택이 뚜렷했다.


나의 검보다 더 가볍고 단단해 보였다.


[일단은 네 자격을 증명해라.]

“으음.”


더 이상의 대화는 나의 실력에 달려있다.


여기서 함부로 나를 공격할 수 없지만, 서로가 합의해서 싸우면 내 목을 자를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벨로디어스와의 대결은 내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쉬르나르는 다르다.


그래서. 투기를 줄이며 그를 달랬다.


“죽이지는 않을 거죠?”

[후후. 죽음이 겁나나?]

“당연하죠. 아직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어요. 15살이에요.”

[15살? 과연. 뛰어난 재능이군. 그래. 좋다. 죽이지 않으마.]


저벅저벅.


그는 오아시스에서 조금 떨어진 모래 위로 갔다.


그러고는 손을 까딱이며 나를 불렀다.


[약속한다. 죽이지는 않으마.]


타다닷.


재빨리 달려간 나는 그를 마주 보고 당연하다는 듯 소리쳤다.


“폐인이 돼서도 안 돼요. 목도 잘리면 안 되고, 마나홀도 파괴되면 안 돼요. 정신이 파괴돼서도 안 되고.”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찌질하게 계속 입을 놀렸다.


그러자. 그는 질린다는 듯 나를 응시했다.


[너. 요구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괜찮아요. 그쪽도 손이 근질근질하잖아요.”

[그래. 좋다. 정신마법도 걸지 않고, 사지를 토막 내서 납치도 안 하겠다. 개 패듯이 패지도 않고. 그럼 간다.]

“잠깐!”


질질끄는 내 말에 데스나이트의 눈에서 광망이 일어났다.


[입만 산 놈이군! 또 왜?]

“오느라고 마나 소모가 많았어요. 조금 기다려요.”


털썩.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가부좌를 잡고는, 품에서 마나석 하나를 꺼내어 흡수하는 척했다.


휘이잉.


몸을 이루는 강력·약력의 에너지가 능숙하게 마나홀에 차곡차곡 쌓였다.


[호오. 변종인가?]

“!”


쉬르나르의 소리를 들으며 아차 했다.


‘시발. 마나석의 마나를 흡수하는 척해야 했는데! 아니다. 아니야. 마스터라면 그것도 바로 눈치챌 거야.’


그의 도법을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이 잠시 이성을 마비시켰다.


하지만. 몰래 구석에서 마나를 연공해도 쉬르나르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나의 상태를 바로 파악했다.


[알 수는 없지만, 몸속의 어떤 에너지를 흡수하는군. 훌륭하다. 이게 너의 깨달음인가?]


충전이 끝나자 일어나 그와 마주 보았다.


“뭐. 그렇죠.”

[후후. 나중에 듣고 싶군. 우선은 대결이 먼저다. 자아. 간다.]


쉬르나르는 칼집을 잡은 왼손 손목을 틀었다.


그러자. 칼집의 휘어진 부분이 밖으로 수평이 된 자세가 잡혔다.


또. 허리를 비틀고 오른손으로 칼 손잡이를 잡은, 이 모든 자세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발도술(抜刀術)?”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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