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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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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걸이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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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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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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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21. 50명의 드워프와 집으로.

DUMMY

021. 50명의 드워프와 집으로.






#



이반이 나를 걱정하며 말했다.


“그. 그건 불가능해. 엘프와의 사랑은 너희들 소설에서나 나오는 소리야. 아랫도리 잘못 놀리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

“아. 아니요. 상단을 꾸려서 거래해보려고요.”

“상단? 거래라? 아아. 그래도. 인간을 보면 죽일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도 위험하고.”

“죽인다고요?”


이반은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천년 넘게 이어져 온, 엘프 사냥꾼들 때문에 인간에 대해서 혐오감이 강해. 인간들이 감히 엘란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산맥 바깥에 있는 엘프는 쉬운 표적이지. 그렇게 제법 많은 엘프가 노예로 끌려갔어.”

“아아.”

“솔직히 나도 인간은 좋아하지 않아. 우리도 일 년에 몇 명은 노예로 끌려가거든. 처음 너를 보았을 때도, 드워프 사냥꾼인지 정찰하려고 온 거야.”


익숙한 아드벡 백작가의 깃발에 집사 같은 익숙한 사람이 있어서 경계를 풀고 온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모래 아래로 파고 들어가 지하 구멍을 만들었을 것이다.


구멍 때문에 모래가 꺼지면 모두 구덩이에 파묻힌다.


이반의 설명에 나는 전율한 듯 그 자리에서 부르르 떨었다.


나야 살아났겠지만, 대부분이 죽었을 것이다.


“드워프 사냥은 예전에 없어진 거 아닌가요? 엘프와 언데드가 가만 있지 않잖아요?”


내 말에 이반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때는 우리 종족이 멸망 직전까지 갔고, 그래서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석을 바쳐서 가능한 거야. 부족한 건 후불로 약속했고. 두 종족 다 철저하게 계약으로 도와준 거야. 절대 우리가 예뻐서 도와준 게 아니고. 당장 지금 몇 명 잡아갔다고 도와달라고 하면, 또 그때처럼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게 분명해.”


그러면서 지긋지긋하다고 중얼거렸다.


최근에야 빚진 마나석을 모두 주었다고 했다.


그 때문에 모든 드워프들이 마나석을 만드느라고, 정작 본인들이 원하는 창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드워프에게 동료 몇이 잡혀가는 것보다, 창작의 자유를 누리는 게 더 소중하다.


“또. 전부 인간 마을 근처에서 껄떡거리다가 잡혔으니, 다 본인들 잘못이고.”


이반은 나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드워프나 엘프는 인간을 싫어해. 마나석 교역을 끊으면 너희들이 쳐들어올 게 분명해서 이렇게 거래하는 것뿐이야.”

“아아.”


이반이 군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차라리 내게 맡겨. 수고비로 위스키 몇 병 더 주고.”


‘그 위스키가 이제 거의 없다니까!’


귀족가에 조금씩 팔 양밖에 없다.


드워프들이 이렇게 좋아할지 알았으면, 한국에서 더 많이 가져올 걸 그랬다.


‘그래도 내가 직접 엘란을 봐야 하는데··· 드워프들에게 인벤토리를 맡기는 것도 내키지 않고.’


마차에 물건을 싣고 거래하면 큰 이익을 거둘 수 없다.


어차피 엘란으로 가려면, 아드벡 영지를 기준으로 여러 영지를 통과해서 동쪽 협곡을 가야 한다.


또 아니면. 사막을 경유해서 남쪽 협곡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두 방법 중에서 인벤토리를 들고 혼자서 서쪽으로 가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혼자 전력을 다해 달리면 나를 추격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통행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괜히 주위의 시선을 끌어서 경계를 살 필요도 없고.


사막으로 가는 것도 더워서 고생하겠지만, 혼자 갈 수 있다면 남는 장사다.


훌로를 얻어탈 수 있으면 더 좋고.


하지만. 이 모두가 내가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때? 좋아?”

“으음. 글쎄요.”


눈앞의 이반을 어느 정도 믿지만, 엘프들에게 빼앗길지 모른다.


그런 걱정을 말하자, 이반도 바로 인정했다.


“그래. 엘프들이 술을 잔뜩 준 다음에 거래하면··· 취해서 팔지도 모르지. 엘프들은 우리를 잘 다루거든.”


엘란을 공략할 방법이 몇 개 떠올랐지만, 당장 어떻게 할 게 아니다.


나는 엘프 그림을 유심히 보며 생각했다.


‘너무 비리비리한데? 흡사 한국의 채식주의자 같군. 아니. 그보다 더 병약해 보여.’


“저기. 엘프들은 고기를 먹지 않나요?”

“?”



#



엘란은 분지(盆地)다.


사방을 둘러싼 산막 안으로는 거대한 평원이 있고, 여러 넓고 좁은 강들이 모이고 흩어져있다.


물이 가득한 대륙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이라서, 농작물을 심으면 별다른 관리를 안 해도 언제나 대풍년이다.


그 광활하고 풍요로운 땅을 엘프들은 가만히 놔두고는, 산에 있는 열매를 따 먹고 산다.


제대로 농사를 짓는다면, 그 소출량은 지구 전체와 맞먹을 것이다.


그런 풍요로운 땅을 가졌는데, 그 주인들은 몸뚱이가 비리하다?


“엘프는 고기를 먹지 않아. 강에 넘치는 물고기는 새들이나 먹지.”


이반은 군침을 다시며 말했다.


“드워프가 고기를 먹는 걸 막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혐오의 시선으로 보지. 그래서 거기 있을 때는 몰래 낚시하고 사냥했어. 과일만 먹으면 죽을 것 같아서.”


한번은 같이 양육된 엘프 친구에게 고기를 먹였는데, 그 엘프는 죽기 직전까지 갔다.


“그것 때문에 엄청 맞았지. 엘프들의 몸이 채식 이외에는 다른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걸 그때 알았어.”


‘으음. 몸이 채식에 진화했군. 어중간하게.’


초식동물도 가끔 육식하고, 식물들도 뿌리에 걸리는 시체를 빨아들인다.


식충식물도 있는데, 엘프들은 오로지 채식만 한단다.


그렇다고 코끼리처럼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채식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 수 있는 몸도 아닌 것 같다.


몸의 결핍 때문인지 엘프는 외모와는 다르게 짜증이 심하고, 쉽게 흥분한다.


“하지만. 엘프들의 노래는 정말 듣기 좋아.”


이반은 작게 엘프들의 노래를 불렀지만, 특유의 쇳소리가 귀를 긁을 뿐이었다.



#



다음날.


말들과 기사들의 수면혈을 눌러 인벤토리에 넣었다.


인벤토리에서 움직이는 생명체는 바로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러기에 기사들은 크게 불안하면서도 이내 내 뜻을 받아들였다.


마차와 집사까지 다 넣자 있던 공간이 휑해졌다.


마나석도 충분히 챙겼기에 좋은 거래다.


“나는 싫어.”

“나도!”


함께 갈 50명의 드워프가 인벤토리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뭔가 두렵고 찝찝한 모양이다.


몇 번을 설명해주었지만 그래도 싫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포기했다.


뭐. 51명이면 훌로 한 마리에 같이 타도 되니까.


우우웅.


드워프들의 마나홀이 진동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콰아아아.


모래폭풍이 일더니 오아시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훌로의 머리가 땅에서 치솟았다.


“쿠아앙!”


다시 봐도 용과 닮았다.


처음 탔던 것보다 더 거대한 크기여서, 오아시스 근처에 왔다면 모래폭풍으로 물이 오염됐을 것이다.


“자아. 타자!”

““오오오!””


이반이 고삐를 채우고 다른 드워프들은 하나둘씩 뛰어올라 훌로의 비늘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나는 기사들이 했던 것처럼 끈으로 손잡이를 만들려고 하다가, 호승심이 치밀어 그만두었다.


부우웅.

척.


몸이 드워프들 사이로 착지했다.


힐끔 드워프들의 자세와 손을 보고는, 쪼그려서 같은 모습을 취했다.


옆의 드워프가 호감 어린 시선을 보였다.


“오오. 인간 주제에 우리처럼 가려고? 힘들 텐데?”

“됐어. 빨리 가기나 해.”


드워프들은 평등한 존재라서 장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반말한다.


엘프도 마찬가지라서 여왕을 제외한 모두가 반말이나 서로 경어를 쓴다.


격식을 차리지 않으니, 친근감이 커졌다.


씨익.


이반이 기특하다는 듯 나를 보고는 소리쳤다.


“자아. 간다. 꽉 잡아!”


콰아아아.


사막용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으으으!”


떨어지는 손의 악력을 마나로 보충했다.


폭탄처럼 쏟아지는 모래 먼지와 바람의 압력에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시. 시발!”

“껄껄걸.”

“제법 버티는걸”



#



이틀 후.


파파팟.


이미 모래로 목욕을 할 만큼 했다.


휴식 없이 낮 밤을 이어 가자 멀리 성이 보였다.


스스스.


훌로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모래와 흙의 경계에서 멈췄다.


“자아. 내리자.”


쿵.

쾅.


51명 모두 내리자, 이반은 마나석 하나를 꺼내어 훌로의 입에 넣어주었다.


꿀꺽.


마나석을 흡족하게 먹은 훌로가 몸을 돌려 사라졌다.


후덜덜.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잡았다.


이틀간 마나를 모두 사용해서 이제는 걷기도 힘들지만, 가오(자존심)가 몸을 지배했다.


“가자. 저기다!”

“오오! 인간의 성은 처음이야.”


그렇게. 50명의 근육맨과 나는 아드벡 성으로 걸었다.


쿵쿵쿵.


성문이 내려졌다.


해자를 건너자 반갑게 우리를 맞은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건, 따스한 반가움의 말이 아니라 경악스러운 비명이었다.


“꺄아아!”

“오. 오빠!”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린 모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손가락사이를 열면서 자세히 드워프의 거기를 보는 교활함도 보였다.


“아아!”


나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하인들에게 옷을 가져오라 했다.


얼어붙은 하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옷을 가져왔다.


하지만. 옷을 본 드워프들이 맹렬히 거부했다.


“싫다! 답답해!”

“시발. 그러면 빤스라도 입어! 새끼야!”

“시발! 알았어.”


살기 어린 시선에 이반이 중얼거리면서 입자, 다른 드워프들도 은혜를 베푼다는 시선으로 천으로 된 팬티를 입었다.


거대한 하체에 팬티를 겹치자, 그 모습이 꼭 티팬티 같아졌다.


앞의 소중이를 가리고, 뒤는 똥꼬만 가려서 묘하다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 왜 얼굴이 그렇게 붉어진 겁니까!’


그때였다.


타다닷.


“아. 알렉! 이게 무슨 일이냐!”


연무장에서 보고받고 달려온 할아버지가 50명의 훌륭한 괴물을 보았다.


“!”


할아버지의 눈은 처음 드워프를 보았던 내 눈과 같았다.


뭔가 아쉽고, 부끄럽고, 갈망한다는 시선.


드워프의 알몸은 문명을 선택한 인간이 잃어버린 야생을 가지고 있다.


달라붙은 팬티 때문에 오히려 거기가 더 도드라진 드워프였다.


할아버지는 뭔가 허탈하다는 시선으로 계속 거기를 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시선을 내게 돌렸다.


“드워프?”

“예.”

“어떻게 된 일이냐?”


나는 할아버지에게 그동안의 사정을 말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기사 등을 꺼내어 정신 차리게 했다.


정신이 든 집사는 할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이내 이번 상행에 대해서 자세히 보고했다.


“저희가··· 성주님. 다행히 도련님께서······.”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 받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점점 미소로 번졌다.


“오오. 인벤토리가 대단하기는 대단하구나. 저들의 친구로 인정받았다니···. 그래서 네 얼굴이 이 모양이구나. 껄껄.”


할아버지는 우두머리인 이반에게 가서 악수를 청했다.


이반은 잠시 망설이다가 나를 보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손을 잡았다.


“환영하오. 여기는 물과 고기가 충분하니 마음껏 드시오.”

“오오. 그거 고맙군. 조금 피곤해서 잠 좀 자려고 했는데.”

“!”


젊은 놈의 반말지거리에 제이라 백작의 이마 혈관이 불끈거렸지만, 드워프의 풍습을 알기에 억지로 웃었다.


“알렉. 한숨 자고 보자.”

“그래.”


하인의 안내를 받은 드워프들이 별관 쪽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사라지자 지금껏 몸을 지배했던 가오도 사라졌다.


후덜덜.

쿵.


나는 바닥에 엉덩이를 찍고는 퍼질러 앉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너도 피곤한 모양이구나. 너 정도의 실력자가?”


나는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응. 졸라게 피곤해. 발바닥에 마나를 써서 훌로 몸에 흡착하지 않으면 떨어지거든. 시발. 드워프 놈들은 그걸 발가락으로 해. 그래서 저런 근육이······ 아아! 죄송합니다. 드워프와 있다 보니.”


할아버지의 기괴한 얼굴을 보며 바로 아가리를 통제했다.


“허허. 일주일만 있으면, 할아비와 호형호제라도 하겠다고 하겠군. 흐흐.”

“미. 미안해요.”

“그래. 조심해라.”


드워프에 대한 열등감을 이런 식으로 내게 푸는 귀여운(?) 노인네.


그리고.


“아. 아들!”

“오. 오빠!”


그제야 거대함의 충격에서 벗어난 모녀가 나를 얼싸안았다.


내 몸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안아주는 게 고마웠다.


역시 가족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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