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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턱걸이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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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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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글자수 :
183,355

작성
24.03.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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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2. 알렉.

DUMMY

012. 알렉.






#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아주 순도 높은 마나를 가진 팔리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심지어 내 마나홀까지 마나를 흘려서 살펴보았다.


“하아. 별종인가?”


다음 날 아침.


그르카 백작과 헤어졌다.


“다음에 보세. 자네와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군.”

“예. 오시기 전, 저에 대한 일을 마무리되었다는 말을 듣고 싶군요.”

“하하. 나만 믿게.”


그가 사라지고, 우리는 느긋하게 행진을 이었다.


그렇게 아드벡 백작성에 도착했다.


“아아! 정말 그리웠어!”


어머니는 성을 보더니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엄마. 이제 여기서 사는 거야?”

“으음. 일단은. 네 오빠가 있는 영지로 따라갈 때까지는 말이야.”

“응? 으음. 그렇지?”


피딕성으로 떠나야 하는 나를 따라올 모양이었다.


“아아! 안돼!”

““?””


어머니의 말에 옆에서 웃고 있던 외조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가기는 어디 간다는 거야! 아빠하고 여기서 살아야지. 알레나도 할아버지하고 사는 게 좋지.”


그의 목소리에 담긴 울음이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아빠.”

“할아버지.”


정(情)이라는 게 참 무섭다.


보지 않았으면 몰라도, 눈앞에 딸과 손녀가 있으니 더 이상은 외로움을 참지 못했다.


늙을수록 외롭고 정에 굶주린다.


지금까지 그걸 노리고 접근한 여자와 사기꾼들이 많았지만, 아드벡 백작은 그렇게 물렁한 사람이 아니다.


“아. 아빠. 엄마가 되어서 아들 뒷바라지해야지.”

“안돼!”


아드벡 백작은 다급하게 어머니의 손을 꽉 잡았다.


“이 아비 죽는 꼴 보고 싶어? 아비 죽는 꼴을 보려면 가든 말든 해라. 절대 못 간다!”

“아. 아빠.”


이제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외조부였다.


기사들과 영주민들이 힐끔거리며 보았지만, 외조부는 그런 걸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너희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이번에 대전사 대결을 이기고 나서 군사를 몰아서 한번 뒤집어 버릴 생각이었다. 하아.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영지를 다 빼앗겼겠지만.”


허접한 자작의 도발에 넘어간 것도, 영지전이 아니라 대전사 대결로 빨리 끝내려는 것도, 빨리 덩치를 불리기 위해서였다.


“못 보내! 피딕성은 그렇게 크지도 않아. 알렉산더에게 민폐다.”

“자작 부인과 아들의 방이 있잖아요. 그거 쓰면 돼요.”

“안된다니까! 너희들 눈치를 보면, 알렉산더가 제대로 영지를 운영하기도 힘들어. 특히나 시녀들과 그. 그것을 하는데···.”


딸자식에게 할 소리가 아니었지만, 백작은 필사적이었다.


알레나의 머리에서 ?가 생겼지만, 어머니는 얼굴을 붉히며 나를 힐끔 보았다.


나도 모르게 쑥스럽고 민망해졌다.


순결을 줄뻔한 그 시녀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웬일일까?


“그리고.”

“예?”


외조부는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 알렉산더 아드벡은 5년 후에 나의 작위를 계승할 거다. 그때까지 실컷 일탈하게 놔둬라. 너는 여기서 영지 관리하는 거나 배우고. 네 아들이 백작이 되면, 너와 알레나가 도와줘야 할거 아니냐.”

“과. 관리는 피딕성에서 해도 돼요. 아버지도 있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작은 성을 관리하는 것보다 여기를 관리하는 게 더 좋아. 그리고 나도 이제 늙었다. 너는 이 애비가 불쌍하지도 않니?”

“!”


스윽.


외조부는 어머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감촉에서 기적을 느끼며 작게 말했다.


“집사는 믿지만, 우리를 돕는 손발일 뿐이야. 가족이 아니야. 네가 잘 살펴봐. 무슨 뜻인 줄 알겠지?”

“으음. 아. 알렉산더.”

“못 보내! 이것아! 못 보낸다고! 이 불효막심한 것아!”

“아. 아빠. 천한 것들이 다 보고 있어. 얘야.”


어머니는 도움을 구한다는 시선을 보냈다.


“.....”



#



여기까지 오는 내내 외조부와 어머니를 살폈는데, 어머니에게 혼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욕도 먹고, 수염도 뽑힐뻔하고···.


다행히 따귀까지 때리는 패륜은 없었지만, 확실히 일반적인 귀족가의 분위기는 아니다.


철저한 가부장제에 아버지에 대한 복종이 기본인데··· 익숙한 어머니의 행동에 예전부터 이런 관계란 게 느껴졌다.


오래된 기사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예전에는 외조모(외할머니)가 어머니를 휘어잡았다고 한다.


‘확실히. 주지육림의 계획에 어머니와 알레나는 방해가 되지.’


눈앞에 아른거리는 시녀들과 초야권(初夜權).


또. 아이처럼 울먹이며 어머니와 알레나를 끌어안는 외조부를 보니, 차마 같이 가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다가는 노인의 주먹이 날아올지도 모르겠고.


‘저걸 딸바보라고 해야 하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죠. 사람들이 보고 있어요.”

“으응? 그. 그래.”


그제야 정신을 차린 외조부는 양손으로 어머니와 알레나를 끌고 계단을 올랐다.


아드라 백작가에서 얻은 보물과 사람들은 집사가 능숙하게 처리했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 보고는 따라서 영주실로 들어갔다.


영주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음이 폭탄 터지듯이 밀려왔다.


“아. 아빠!”

“할아버지. 아파요!”

“아아. 미. 미안.”


좌우로 연신 모녀를 끌어안고 볼을 비비는 모습이, 민감한 부분을 만졌다면 변태 영감이라고 놀릴 지경이었다.


의자에 앉자 외조부의 간절한 시선이 내 눈에 꽂혔다.


[이놈아. 제발 좀 도와다오.]

[대신에 5년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간섭하지 않는 겁니다.]

[알았다.]


나는 어색하고 쑥스러워하는 모녀를 보며 웃었다.


알레나의 표정을 보니, 여기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 5년 동안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 아드라 백작에게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겠지.’


[어머니. 알레나를 위해서라도 이곳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음에 살짝 놀란 어머니는 힐끔 딸아이를 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가도 알레나가 쳐다보자 바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알레나. 네 생각은 어떠니? 여기에 있을까, 아니면 오빠를 따라갈래?”

“그. 그게···.”


알레나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자신을 보는 할아버지를 보며 곤혹스러워했다.


좋으면서 창피하고, 그렇다고 그만두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


아드라 백작은 싸늘했고, 어머니는 알레나를 사랑했지만 엇나갈까 엄하게 대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전생 전), 모녀를 원망하며 못난 말을 쏟았고.


외조부처럼 이렇게 노골적으로 사랑을 쏟아붓는 상대는 없었다.


타인이라면 목적을 의심하고 경계했지만, 상대는 외할아버지.


아이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알레나는 어머니를 보고는 작게 말했다.


“어. 엄마. 나 할아버지하고 있을래. 불쌍하잖아.”

“으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귀를 쫑긋거린 외조부가 달려들어 알레나의 끌어안았다.


“아이고. 요 깜찍한 것! 요 이쁜 것이 할아버지를 걱정하네.”

“켁켁. 살살 만져! 아파요!”

“어어. 미 미안하다. 하하핫!”


연신 외손녀를 쓰다듬으며 외조부는 의기양양하게 어머니에게 말했다.


“알렉시아. 너도 여기서 알레나를 돌봐야지. 설마 딸아이를 버리고 가겠다는 건 아니겠지?”

“아. 아아. 그래도 알렉산더는···.”

“저 아이도 무려 팔라딘이다. 너도 싸우는 것 봤지? 그놈하고 눈 가리고 싸우는 거 봤지? 미래에 소드 마스터가 될 게 확실한 아이야. 적어도 같은 팔라딘 중에서 이놈을 이길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만 걱정해라.”

“잘 싸운다고 안 위험한 게 아니에요.”

“얘야. 바로 붙어 있는 영지다. 뭐가 걱정이냐?”

“으. 으음.”


아까의 전음으로 어머니는 전처럼 강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외조부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변했다.


“알렉시아. 알렉산더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영지를 다스리는 걸 배워라. 알렉산더나 나나 싸우는 기사들이다. 전쟁이 터지면 언제라도 영지를 비우고 나가야 해. 영지의 관리는 원래는 안주인이 하는 건데, 알렉산더는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으니 네가 해야지.”


성년이 되어도 대체로 귀족 남자는 30살에, 여자는 20살에 결혼한다.


평민들은 빨리 죽기에 빨리 결혼해서 자식을 낳지만, 귀족은 괜히 자식을 많이 낳아 분란을 일으키는 걸 경계한다.


여자도 20살이 넘어야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게 정설이고.


물론. 성적 경험은 훨씬 이른 나이에 하지만, 피임에 대한 여러 약물과 아이템이 존재하기에 웬만해서는 사생아가 생기지 않는다.


“네가 적어도 15년은 여기를 관리해야 해.”

“아. 아빠가 하면···.”

“방금 말했잖니. 또.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도,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수련해야 한다. 강하지 않으면 주변의 늑대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들 테니까.”

“.....”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대규모 전쟁은 없지만, 국지전은 계속 일어난다.


많은 하급 귀족과 사생아, 후계자가 되지 못하고 영지에서 쫓겨난 귀족들이 명성과 지도의 한 조각 영지를 얻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나도 전생에 아드라 백작가에서 쫓겨난 다음에 전쟁에 여러 번 참여했다.


물론. 마나도 모르는 검술만 뛰어난 반쪽짜리이기에 얼마의 황금이 대가의 전부였지만.


운 좋게 영지를 얻는 자들을 부러워하다가, 점점 늙어가자 더 이상 작은 공도 세우지 못하고 북쪽으로 흘러갔다.


나는 단호하게 어머니, 알렉시아를 보았다.


“어머니 할아버지의 말이 맞아요. 그만 포기하세요. 저를 믿으세요.”

“알렉산더.”


어머니는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없는 과부가 자식에게 집착하는 듯한 느낌이 불쌍했다.


하지만. 외조부와 알레나가 있으니, 그렇게 심하게 나를 옥죄지는 않았다.


휘둘릴 나도 아니고.


나중에 적당히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을 느끼기를 바랐다.


물론. 그렇게 낳은 자식이 내 것을 탐하면 지옥을 보여주겠지만.


‘가신으로 부리던가, 적당히 재물을 줘서 잘 먹고 잘살게 하면 되겠지.’


어머니의 순결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어차피 죽으면 끝나는 인생, 실컷 행복을 누렸으면 한다.


한국에서의 3년이 나를 이렇게 다른 인간으로 바꾸었다.


그 문화충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대신에.”

“?”

“성 이름이나 정해주세요. 피딕성은 이제 피딕가의 성이 아니니까요.”

“아아. 그렇구나.”


침울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성의 이름을 짓는다는 건 대단한 영광이다.


“또.”

“또?”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성(姓)도 아드벡으로 바꿨으니, 이름도 바꿔주세요. 알렉산더라는 이름도 이제는 지겹거든요.”

“!”


알레나의 이름은 어머니가 지었지만, 내 이름은 조부(할아버지)가 지었다.


이제 성씨가 바뀌었으니, 나의 조부는 제이라 아드벡 백작이다.


외조부(외할아버지)가 조부(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뭐. 족보가 이상하게 꼬였지만, 마음만큼은 매듭이 풀린 것처럼 편하다.


“아. 알렉산더. 내. 내가 지어야지.”


외조부, 아니. 할아버지가 당황하며 말하자, 어머니가 앙칼스럽게 노려보았다.


“시끄러워요! 내가 낳았으니 내가 지을 거예요!”

“끄응. 아. 알았다.”


쉽게 할아버지를 제압한 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이름을 지었다.


“알렉이라고 하자.”

“알렉? 으음. 좋네요.”


어머니의 알렉시아에서 따온 이름.

여동생의 이름과도 비슷하다.


“성(城)의 이름은 조금 있다가 정하고.”


어머니의 포기한다는 모습에, 할아버지가 얼굴에 화색을 띠며 확인했다.


“이제 여기에 있을 거지?”

“응. 아빠.”


어머니는 한결 누그러진 기색으로 할아버지를 보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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