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턱걸이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733
추천수 :
139
글자수 :
183,355

작성
24.03.09 12:00
조회
309
추천
6
글자
12쪽

008. 영지전의 끝.

DUMMY

008. 영지전의 끝.






#



“출정!”

““오오오오!””


아드벡 영지는 최소한의 병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병력을 이동시켰다.


목표는 피딕 자작가.


기존의 병력과 자작가 가신이었던 기사와 병사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같이 환성을 질렀다.


““와아아!””


아드벡 백작 옆에는 그르카 백작과 왕실의 기사들이 따라 이동했다.


나도 외조부의 옆에서 부대가 이동하는 것을 통솔하고 명령을 내렸다.


“오오. 부대 통솔이 익숙한 모양이군. 아직 15살인데 대단해.”

“아아. 예.”


약간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말을 더럽게 안 듣는 용병들을 통솔하는 것에 비해서, 기사들이나 병사들을 통제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내가 ‘슈퍼갑’이고 저들은 철저한 ‘을’이니까.


복종하지 않으면 목을 치면 그만이다.


외조부도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그르카 백작에게 말했다.


“크하하. 내 외손자니 당연한 것을. 내 피가 어디 가겠소?”

“하하. 이거 저런 외손자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하하하. 다 내 복이지.”


이미 기병들을 보내서 피딕성을 포위하게 했기에, 병력은 적당히 쉬면서 소풍 가듯이 느긋하게 갔다.


어차피 바로 옆에 붙어있는 영지라서 2일 만에 도착했다.


피딕 자작의 성.


성벽에는 극도로 긴장한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은 같이 끌려온 피딕 자작을 보고는 성벽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성문이 열렸다.


쿠우웅.


열린 성문으로 아름다운 귀족부인과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보였다.


피딕 자작의 처자식이었다.


두 모자는 침통한 표정으로 자작을 보았다.


특히나 자작의 부인은 죽일 듯이 남편을 노려보았다.


‘역시. 귀족은 아름다워.’


이 세계에서 평민과 귀족을 구분하는 건 너무 쉽다.


이름이나 예법으로 구분하기 전에, 몸의 형태로 대부분 알 수 있다.


귀족은 마나시술을 받아 몸이 젊고 신체의 비율도 균형 잡히게 변한다.


피부의 검버섯은 뽀얀 아기 피부로, 누런 치아도 하얗게 다시 자란다.


그렇기에 70대의 노부인도 생김새는 40대의 농익은 중년의 모습이다.


성욕도 왕성해지고, 일반적으로 30대에 죽는 평민과는 다르게 평균 수명도 높다.


평민이나 천민들은 그런 귀족들을,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느끼며 감히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외모는 신분제를 굳건히 유지하는 권능이다.


“여보!”

“미. 미안.”


짜악.


성난 표정으로 달려온 자작 부인이 남편의 멱살을 잡고 따귀를 올렸다.


“그러니까 욕심내지 말라고 했잖아요! 내 말 안 듣더니 이 꼴이 뭐예요! 하려면 제대로 이기던가!”


짜악.


“으윽. 아파. 그, 그만해.”

“닥쳐요!”


성난 암호랑이가 사정없이 돼지를 때리고 발로 밟았다.


그 모습에 모두가 혀를 내두르며 자작을 동정했다.


“아내에게 맞는 귀족은 처음 보는군.”

“하하. 재미있는 광경이군요.”

“피딕 자작이 사치 때문에 영지민을 쥐어짠다고 하더니···. 알고 보니 부인이 문제였군.”


자작 부인에 맞지 않는 화려한 복장에 그르카 백작이 중얼거리자 외조부도 맞장구쳐주었다.


“그렇군. 말은 저렇게 해도, 이번 영지전도 심하게 말리지는 않았을 거야. 영지가 넓어지면 더 사치를 부릴 수 있을 테니.”


파악.

짜악.

퍼억.


주먹과 따귀, 발길질의 화려한 콤보를 보면서 모두 킥킥거리며 웃었다.



#



주먹질에 얼굴이 부어오른 자작을 동조했지만, 그렇다고 티끌만큼의 자비도 베풀지는 않았다.


자작 가족들은 수레 한 대에 각종 보석과 돈 되는 것을 꾹꾹 넣고는 영지를 떠나려 했다.


“잠깐.”

“?”


나는 떠나려는 그들을 잡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대로 떠날 생각입니까?”

“무슨 말이지? 나를 더 모욕할 건가?”


뚫어지게 노려보는 망가진 자작의 얼굴이 너무 그로테스크해서 웃음이 나오려 했다.


간신히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자작 부인을 보았다.


성깔 있는 걸그룹 맴버 같은 모습이 흥미로웠다.


가슴골이 드러난 드레스.


한국의 아가씨들은 가슴을 가리고 짧은 바지나 레깅스로 다리를 드러냈다.


“아무 호위 없이 이렇게 이동하면 큰일 날 텐데···.”

“?!”


용병 때 영지전에서 패배한 귀족을 습격했던 기억이 있다.


워낙 쓰레기 같은 놈이어서 티끌만큼의 가책도 없다.


나는 그들이 겪을 일들을 말해주었다.


“지금은 안전하지만 당장 저희 눈에서 벗어나면 영주민부터 용병들까지, 도적들이 눈에 불을 켜도 달려들 겁니다. 여기 사람들도 자작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그 말에 자작이 발작하듯 소리쳤다.


“감히 귀족을 공격한다고!?”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겠죠. 아니면 죽여서 증거를 남기지 않던가.”

“!”


창백한 자작을 보니 통쾌함보다 연민이 밀려왔다.


스윽.


자작 부인이 살짝 허리를 숙여 가슴골을 보여주며 내게 말했다.


“그럼 백작가에서 저희를 도와줄 거예요?”

“으음. 어디로 가실 겁니까?”


자작 부인은 아들을 끌어안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갈 거예요. 가진 재물 다 드리고 남편에게 적당한 자리를 달라고 하겠어요. 설마 딸아이와 외손자를 버리지는 않겠죠.”


꾸벅.


자작 부인이 아들의 머리를 잡고 같이 고개를 숙였다.


퍽.


“아아!”


종아리를 맞고 비명을 지른 자작은 아내의 불같은 눈동자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도 눈치챘다.


습격할 도적이라는 게 아드벡 백작가의 사병일 수 있다는 사실을.


“도와주세요. 아버지의 영지까지 호위해 주세요. 대신 가진 재물의 절반을 드리죠.”

“호오.”


말이 통하는 여자였다.


“여. 여보! 이게 어떤 재물인, 아악!”


꾸욱.


남편의 소중이를 꽉 잡은 자작 부인이 사납게 속삭였다.


“닥쳐요. 이대로 나가서 내가 천한 놈들에게 수치를 당하는 걸 보고 싶은 거야? 당신이 나와 아이를 지켜줄 수 있어요?”

“으으. 그. 그만. 아. 알았어.”


움켜쥔 손의 압력이 사라지자 자작은 털썩 주저앉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에 독기가 빠진 것이 마음에 들었다.


“좋습니다. 약속하죠.”


나는 병사들을 불러 수레에 담긴 재물의 절반을 가져갔다.


그리고 기사 몇을 붙여 저들이 가는 영지까지 호위하게 했다.


“예. 도련님.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영지에서 뵙겠습니다.”


일단의 병력이 수레를 둘러싸고는 호위하며 사라졌다.


그런 모습을 본 농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만세!”

“아드벡 백작 만세!”


만세 소리에 흐뭇한 외조부가 앞으로 세금을 절반만 받겠다고 하자 환호성은 더욱 짙어졌다.


““와아아!””



#



자작가의 성은 외조부의 것보다 작고 볼품없었다.


백작성에 비해 작고 허름했지만, 주변의 나무집·진흙집에 비교하면 위용이 가득하다.


외조부의 집사가 자작가의 재산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건 상인들을 불러 처리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모든 것이 처리되었다.


외조부는 자작가 출신 사람 중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자들은 모두 내쫓고, 중요 보직에는 모두 백작가 출신으로 임명했다.


“이제 여기 성은 네 거다.”

“예? 이 성만요? 다 내 것 아니에요?”


반문하는 내게 외조부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하하. 후계자 수업이라고 생각해라. 그동안 그르카 백작과 얘기해봤다. 네가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아서 바로 내 백작위를 물려주는 건 어렵다고 하더군. 뭐. 억지로 해도 되겠지만, 그러면 너무 눈에 띄어서 너도 좋지 않을 거고.”

“으음.”


확실히 15살에 팔라딘 상급이 된 것도 눈에 띄는데, 대영주가 되면 아주 귀찮아질 것도 같았다.


“일단은 아드벡 가계로 너의 이름을 옮길 생각인데··· 그것도 네가 성년이 아니라서 네 아버지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아.”


20살부터 성년이다.


5년 동안 못 참을 것도 아니지만, 그 사이에 외조부의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고, 또 혹시나 그사이 외조부가 죽으면 왕실 좋은 짓만 하는 게 된다.


어머니와 여동생도 ‘아드라’라는 성을 가지고 있고, 또 여자기에 상속받기도 힘들다.


“아드라 백작이 문제군요. 그럼 간단해요.”

“응?”

“뭐든 말보다 협박이 최고예요.”

“호오.”



#



“오오. 엘프들의 술인가?”


떠나려는 그르카 백작을 술로 주저앉혔다.


그는 외조부처럼 호기 있게 잔을 꽉 채우고 원샷을 때리고는 이내 토했다.


“콜록. 콜록.”


하지만. 이내 술맛에 길들어져서는 우리의 계획에 동조했다.


3일 후.


피딕 자작 가족을 수송한 기사들이 돌아오자, 우리는 대부분의 병력을 이끌고 서쪽으로 진격했다.


내가 외조부에게 왔던 길을 거꾸로 6일을 이동하자 커다란 문에 이르렀다.


아드라 백작성.


5천 명이 넘는 군대의 모습에 성 밖의 백성들은 패닉에 빠졌다.


“무. 뭐야?”

“이민족은 아닌데···.”


외조부는 기사들에게 말해 병사들의 약탈과 살인을 금지했다.


댕댕댕.


성의 종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더니 이윽고 반쯤 열린 성문에서 말을 탄 기사가 달려왔다.


히이잉.


말이 5미터밖에 멈추더니 털보 기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아드라 백작가! 당신들은 누구··· 아아!”


기사는 깃발에 그려진 문장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드벡 백작가? 도. 도련님?”


이제야 나를 알아본 기사는 상황을 유추하며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나는 검을 뽑았다.


채앵.


허리에서 뽑힌 검이 활활 불타더니 광선검의 형태를 만들었다.


“허억. 저. 정말로 팔라딘 상급! 거짓말이 아니었어!”


나는 털보를 노려보며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나와 외조부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겠지? 어머니와 엘레나는 아직도 감금 중인가?”

“그. 그게···.”

“아니면. 죽인 건 아니겠지?”

“!”


우물쭈물한 털보를 보고는 제이라 아드벡 백작이 노성을 터뜨렸다.


“이놈! 알렉시아와 알레나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사지를 잘라주랴?!”


이미 기사들이 털보의 후위를 막았다.


털보는 이내 침통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숙였다.


“두 분은 무사하십니다. 다만.”

“?”

“감옥에 감금돼 있습니다.”

“!”



#



털보가 주절주절 정보를 토했다.


그때마다 외조부의 눈은 불이 튀어나올 것 같이 이글거렸다.


“도련님이 도망, 아니. 떠나신 그날···.”


나에 대한 소문이 퍼졌지만, 누구도 병사와 시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마약을 써서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말이 앞의 소문을 덮었다.


덕분에 병사와 시녀는 목숨을 부지했다.


내가 도망치자 분노한 가주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감옥에 가두었단다.


“하아. 아무리 어머니가 싫어도 어떻게··· 그리고. 알레나는 본인의 자식인데.”

“으으으! 개 같은 새끼!”


외조부는 모녀의 소식에 소리 지르며 공성 준비하라고 했다.


감금까지는 억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감옥은 선을 한참 넘은 짓이다.


같이 온 그르카 백작도 한심하다는 듯 백작성을 보다가 이내 외조부를 말렸다.


“일단은 제가 들어가 보죠. 영지간의 전쟁은 왕실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뭐? 저놈이 내 딸과 손녀를 감옥에 가뒀다고 하지 않나! 이건 법에 있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니 문제없어!”


아드벡 백작의 노성에 그르카 백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외조부의 말을 인정했다.


“예.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싸워봐야 양측의 피해만 커집니다. 또 잘못해서 백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으으.”


으드득.

으드득.


어머니와 알레나의 안위까지 떠오르자 조손(祖孫. 할어버지와 손자)은 분노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합니다. 24.04.06 10 0 -
공지 월~금 12시(정오)에 연재합니다. 24.03.23 62 0 -
33 033. 검을 다시 보다. 24.04.05 76 3 13쪽
32 032. 북 몬스터. 24.04.04 96 3 13쪽
31 031. 성 밑의 던전. 24.04.03 120 3 13쪽
30 030. 엘프와 드워프 노예. 24.04.02 136 4 13쪽
29 029. 저주는 맛있다. 24.04.01 147 3 13쪽
28 028. 반능(半能)의 전환자(轉換者). 24.03.30 157 2 12쪽
27 027. 데스나이트의 가르침. 24.03.29 165 2 13쪽
26 026. 데스나이트. 24.03.28 166 2 13쪽
25 025. 몬스터 사냥. 24.03.27 183 2 12쪽
24 024. 검투사. 24.03.26 190 3 12쪽
23 023. 색출. 24.03.25 188 3 12쪽
22 022. 비밀의 절반을 말하다. 24.03.23 198 4 12쪽
21 021. 50명의 드워프와 집으로. 24.03.22 200 4 13쪽
20 020. 이반에게 짝짓기의 정보를 듣다. 24.03.21 196 4 13쪽
19 019. 글자. 24.03.20 205 4 12쪽
18 018. 훌로. 24.03.19 210 4 13쪽
17 017. 패배. 24.03.18 211 4 12쪽
16 016. 벨로디어스 공작과의 대련. 24.03.17 230 3 13쪽
15 015. 경지를 속이는 권능. 24.03.16 248 5 12쪽
14 014. 소환. 24.03.15 262 4 12쪽
13 013. 안오성으로. 24.03.14 264 6 13쪽
12 012. 알렉. 24.03.13 290 5 12쪽
11 011. 인연을 끊다. 24.03.12 298 6 12쪽
10 010. 동생과의 대결. 24.03.11 299 4 12쪽
9 009. 가족 상봉. 24.03.10 301 5 12쪽
» 008. 영지전의 끝. 24.03.09 309 6 12쪽
7 007. 너의 검이 부러지기를 바란다. +1 24.03.08 308 6 12쪽
6 006. 대전사 대결. 24.03.07 320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