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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플레멘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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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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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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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3. 색출.

DUMMY

023. 색출.






#



나는 바로 물었다.


“아드라 백작이 마스터가 되었어요?”


어머니는 바로 부정했다.


“그건 아닐 거다. 여러 번 확인했고. 그랬다면 이런 대결보다 마스터가 되었다고 소문을 내는 게 더 효과적일 테니.”

“그건. 그렇죠.”


마스터가 되어서 자식에게 대결을 요청한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가.


기껏 얻은 명성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것과 다름없다.


또. 아드라 성에는 어머니의 심복 몇이 다 따라오지 않고 침투해있는 상태다.


마스터가 되었다면 어떤 연락이 왔을 것이다.


“으음.”


가만히 꽃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오래 생각했는지, 할아버지의 기척이 느껴졌다.


할아버지도 대결장을 아는 듯, 눈을 뜬 내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참 치졸한 놈 같으니. 알렉. 대결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누구도 너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을 거다. 오히려 그놈을 옹졸하다고 욕하면 욕했지.”

“그래. 그냥 무시해도 된다.”

“흐음.”


가족의 말대로 무시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순간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 사람을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나를 미워하는지···.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알레나는 어때요? 싸운다면 상처받지 않을까요?”

“그때보다는 나을 거다.”

“혹시. 제가 대결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알레나에게 모진 말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더러운 소문 말이에요.”


그 말에 백작 부녀는 심각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서. 설마.”

“아니. 그 인간이라면 가능할지도.”


할아버지의 말을 어머니가 막으며 긍정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내게 말했다.


“그놈에게는 너와 알레나는 자식이 아니야. 천한 농노보다 못한 존재지. 하아. 너야 마음이 강철같아졌으니 같잖은 도발에 넘어가지 않겠지만, 그 여린 것은······. 이미 망신당할 때로 당했으니, 무슨 짓인들 못 할까.”

“후우. 그러면 싸워야겠군요.”


끈적끈적한 답답함이 이내 희열로 변했다.


이럴 때는 마스터가 된 것이 다행이다.


할아버지는 나의 미소를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너는 오히려 좋아하는구나. 그게 마스터의 마음이냐?”


나는 쾌락을 즐기며 차분하게 말해주었다.


“예. 어떤 고통에서도 한줄기 쾌락을 찾을 수 있어요. 연민(憐愍)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사납게 나를 보았다.


전생을 포함해서 내게 처음 보이는 모습이었다.


“연민? 그 인간이 불쌍하다고?”


쏘아보는 그녀에게 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예. 그래야 분노에 휘둘려 마음이 망가지지 않아요. 걱정 마세요. 나를 위해서 불쌍히 여기는 것뿐이에요. 불쌍하다고 검에 사정을 두지 않아요.”

“으음.”


어머니는 알 듯 모를 듯 인상을 찡그렸다.


“하아. 나는 불가능할 것 같구나.”


그러나. 할아버지는 어떤 깨달음이 일어났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


어머니는 그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소곤댔다.


“혹시 깨달음? 알렉. 혹시 아빠가 지금 마스터가 되는 거야?”

“글쎄요. 가능성은 있겠지만···.”


번쩍.


1시간 후 눈을 뜬 할아버지는 조금 강해졌다.


마스터와의 경계가 조금 얇아진 게 느껴졌지만, 그 정도의 깨달음으로 마스터가 된다면 대륙의 마스터는 20명을 훌쩍 넘을 것이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명치를 만지며 만족해했다.


“답답한 게 조금은 없어졌구나.”


나는 할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어머니가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중요한 건 고통은 고통이라는 거에요. 고통이 희열이 된다고, 모든 고통을 찾아다니지는 않아요. 그건 아주 위험해요. 마음의 경계가 망가지거든요.”

“오오. 조금 알 것도 같구나.”


그에게 트라우마·스트레스에 대한 지식의 일부분을 전해주었다.


그러다 마음이 움직여, 전부 전해줄까 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기사들에게 유출될 게 뻔하다.


이건 내 것이다.


지구도 한국도 내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내 것을 누구에게도 빼앗기기 싫다.



#



마음을 정했다.


“아드라 백작가의 엘프와 드워프를 모두 내게 주는 걸로, 반년 후에 안오성에서 대결하도록 하죠.”


늦어도 그때쯤에는 콜로세움이 완성될 테니, 첫 경기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알았다. 그렇게 써서 사람을 보내마.”

“예.”


어머니는 지구로 가는 차원이동에 대해 몇 차례 물었다.


언제라도 갈 수 있으면, 지금 같은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마스터의 마나가 필요해요. 두 명 이상일 때는 더 많은 마나를 충전해야 하고요. 처음 공간이동에 성공한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으로 사용할 시 그런 혜택이 있는지도 모르죠.”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보였다.


우우웅.


엑스퍼트의 마나가 들어갔지만 이내 밖으로 흩어졌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아이템을 잡고 씨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끄응. 처음 사용하는데 나는 안되는군. 자아.”


돌려받고 재빨리 인벤토리에 넣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오직 마스터만이 차원이동이 가능하겠구나. 그리고 나는 싫다. 설령 마스터가 되어도 차원이동을 하지 않을 셈이다.”

“나도.”

“미. 미안해요.”


부녀는 나의 껄끄러움을 눈치채고는 나의 독점을 이해했다.


오히려 이런 독한 나를 대견하게 보는 모습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래도. 그 세계에 대해서 말해줄 수는 있어요.”

“아니.”

“말하지 말라.”

“!”


어머니는 탁자에 흩날린 꽃잎을 잡고는 만지작거리며 나를 보았다.


“이거면 충분하다. 네게 들으면 가고 싶다는 욕망에 괴로워할 게 뻔하다.”

“그래. 네 어미 말이 맞아. 아니면. 나중에. 우리가 부탁하면 말해주던가.”

“예. 고마워요.”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벚꽃을 보았다.



#



해가 뜨자 떠날 준비를 마쳤다.


드워프는 일어나 거하게 싸고 먹고 물을 마셨다.


안오성에서 따라온 기사들과 감옥에 놔둔 78명의 죄수도 끈을 묶어 기사들이 관리했다.


“오빠. 자주와.”

“응. 그럼. 갈게요.”

“그래.”


말을 타고 천천히 걸었다.


드워프들이야 튼튼하고 빠르지만, 죄수들은 그렇지 않으니 느긋하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소중한(?) 죄수들이니 다치면 손해다.


그렇게 저녁이 되어서야 안오성에 도착했다.


““주인님!””


미나와 미소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왔다.


출렁이는 가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빌어먹을 알몸 드워프와 부대끼다가 이렇게 보니, 몇십 배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예쁘다.”


하늘색 힙업 레깅스와 흰색 브라탑이 잘 어울렸다.


재봉선으로 도드라지는 엉덩이 라인에 기사들은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관리했다.


‘보는 건 괜찮은데···. 흐음. 보기 좋군.’


드워프에게 쉴 장소를 정하고 집사에게 안내하게 했다.


집사는 거대한 드워프에 몸이 얼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별관으로 안내했다.


기사들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자, 두 여인이 안겨 왔다.


잠시 감촉과 냄새를 즐기다가 물었다.


“그동안 별일 없지?”

“......”


환하게 웃던 미나·미소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그게.”

“응?”


미나가 내 팔에 큰 가슴을 비비며 작게 말했다.


“살인사건이 생겼어요.”

“살인?”



#



드워프들을 안내하고 돌아온 집사가 보고했다.


“평민들이 노예 출신을 죽였습니다. 거기에 분노한 노예 출신들이 달려들어서 사상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노예? 출신? 그딴 소리 하지 마. 혀를 잘라버릴까?”


험악해진 말투에 놀란 집사가 바로 고개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자세히 보고해봐요.”

“예. 성주님. 그게······.”


내가 떠나고 일주일 정도 지나자 사건이 터졌다.


남자들이 최근까지 겁탈하던 여자를 다시 범하다가 반항을 접했다.


분노한 남자 5명이 여자를 때려죽였고, 가족들이 이웃 사람을 끌고 와 죽이려 했고, 탈출한 놈이 사람들을 끌고 왔다.


그렇게 계속 사람이 사람을 불러서 영지가 내전 직전까지 돌입했다.


다행히. 영지에 남아있는 기사들이 무력으로 짓밟아 버리자 폭도들은 바로 해산되었다.


“하아. 시발. 등 따습고 배부르니까 딴짓하는군.”


100명가량이 죽고, 부상자들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계속 생기고 있단다.


“죄인들은 얼마나 잡았나요?”

“예. 초기 주동자 40명이 감옥에 있습니다.”


78명에 40명을 더하면 118명이다.


‘118명의 검투사라면 볼만하겠네.’


그렇게 생각하자 짜증이 덜 났다.


“하아. 일단 날이 밝으면 복귀한 기사들하고, 병사들 전부 다 끌고 관련자들 다 색출하세요. 숨기는 사람도 전부 죄인으로 잡는다고 하고요.”

“예. 알겠습니다.”

“하아.”


폭동이 일어나면 죄 없는 사람까지 피해를 본다.


LA 폭동도 그렇고 모든 폭동이 그렇다.


‘쉬고 싶은데 못 쉬겠군.’


“병자들에게 안내해요.”

“예? 아아. 예.”


나는 집사의 안내를 받고 감옥과 영지를 돌아다니며, 나쁜 놈·좋은 놈 가리지 않고 치료했다.


마나가 부족하면 근처에서 충전했다.


“오오. 영주님.”

“감사합니다. 흑흑.”


잘린 다리가 회복된 병사가 울먹이며 나를 칭송했다.


“그래.”


뭐. 절대로 지구의 인류애라는 걸을 깨달은 것은 아니다.


마나석으로 충전하는 몸이었다면 절대 치료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사도 아니고, 일반인의 가치는 마나석 하나보다 훨씬 못하다.


그래서인지 치료보다는 망가진 물건을 수선하는 느낌이 강하다.


저들은 내 것이다.


신분이 해방되었다고 해도, 저들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저들의 단말마의 비명까지 모두 나의 것이다.


“헉헉. 더럽게 피곤하군.”


모두 치료하자 진이 빠졌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성으로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다.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나풀거리는 잠옷으로 갈아입은 두 여인이 다가왔다.


예전의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이, 자매는 자연스럽게 다가와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다음날.


콰앙.


거칠게 성문이 열리고 기마를 탄 기사와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영지를 휘저었다.


“꺄아아악!”

“사. 살려줘요!”


병사가 거칠게 한 여자의 머리채를 끌고 공터에 던졌다.


콰당.


기겁한 여자가 일어나 밖으로 도망치려고 하자 바로 창대로 배를 후려쳤다.


퍼억.


“우웨엑!”


통증과 함께 토사물이 흘러나오자, 여자는 그제야 자신의 신세를 깨닫고는 흐느꼈다.


“흑흑!”


영지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다.


“자. 잘못했어요!”

“영주님. 제발 자비를!”

“어엉엉엉!”


그 모습을 비웃은 자르료가 냉혹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죄인들을 모두 잡아라! 죄인을 감추거나, 알리지 않는 자는 가족까지 모두 책임을 묻겠다! 이 개 같은 놈들! 감히 영주님이 안 계시는 사이에 반란을 일으켜?”

“바. 반란!”


반란이라는 단어에 신민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고는.


“저. 저도 죄인입니다.”

“흑흑. 저도.”


한 가족의 아버지와 아들, 딸들이 울면서 공터로 쏟아졌다.


모두 토실토실한 게 그동안 잘 먹고 편하게 쉰 게 보였다.


다른 신민들도 모두 예전의 궁핍함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자 색출이 모두 끝났다.


“성주님. 모두 끝났습니다.”


안오성의 기사단장인 자르료가 공터에 모든 죄인을 모았다.


“100명은 되어 보이는군요.”

“예. 정확히 72명입니다.”

“오오. 그러면 다 합쳐서 200명이군.”

“?”


자르료는 의문이 담긴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주제를 파악하고 고개를 숙였다.


“호오. 저놈은?”


어제 치료받고 엉엉 울던 놈이었는데···.


죄인을 둘러싼 신민들은 성난 표정으로 죄인들을 노려보았다.


그중에는 죄인들의 가족도 있지만, 주변의 시선에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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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검투사. 24.03.26 193 3 12쪽
» 023. 색출. 24.03.25 19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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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20. 이반에게 짝짓기의 정보를 듣다. 24.03.21 19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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