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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플레멘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813
추천수 :
139
글자수 :
183,355

작성
24.03.20 12:00
조회
206
추천
4
글자
12쪽

019. 글자.

DUMMY

019. 글자.






#



거대한 근육질 몸매의 남자는 야생 그대로의 냄새를 풍겼다.


덜컹덜컹.


알몸에 흔들리는 그걸(?)보니 약간 주눅이 들었다.


확실히 트워프였다.


“도련님. 푸른 눈 부족의 드워프입니다.”


드워프는 눈의 색으로 부족을 나눈다.


푸른 눈의 부족은 우리 아드벡 백작가와 거래하는 부족이다.


“반갑소. 아드벡 백작가의 알렉 아드벡이요.”

“알렉?”


타탁.


훌로의 머리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드워프가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 그래서. 여기에는 어쩐 일이시오?”


어이없어하는 나와는 다르게 집사가 다가가 말했다.


“당신 부족과 거래할 시기가 아니오. 또 까먹었소?”


드워프는 처음 듣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그런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뭐. 어쨌든 같이 갑시다.”


드워프가 훌로의 머리에 타자, 기사들이 익숙한 듯 마차를 끌고 훌로의 몸에 올랐다.


그리고는 끈으로 훌로의 몸통을 둘러 마차를 고정했다.


나와 집사와 시종은 마차 안에 들어가고, 기사들은 훌로를 둘러싼 끈을 하나씩 잡고 자세를 잡았다.


“준비됐소.”


집사의 말과 함께 사막용(훌로)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나마 머리에 탄 드워프와 사람들 때문에 모래 속을 뚫고 지나가지는 않았다.


파아앗.

콰아앙.


“!”


사방에서 일어나는 모래바람 사이로 주위의 모습이 빠르게 변했다.


생명체라고는 믿기 힘든 빠른 속도였다.


‘엄청난 속도군.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차 속도와 비슷해.’


훌로 머리에서 고삐를 잡고 운전하는 드워프를 보았다.


온몸에 모래가 쏟아졌지만, 드워프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능숙하게 괴수를 이끌었다.


‘오오.’


그의 마나 흐름이 보였다.


모래에서 날아오는 마나 알갱이가 드워프의 피부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흡수된 마나는 배꼽 밑이 아니라 명치에 모여 쌓였다.


‘정말. 드워프는 중단전을 가졌구나. 마나를 흡수하는 속도도 나보다 훨씬 빠르다.’


드워프들은 언제나 마나홀이 가득 차 있다.


이들이 장인이 아니라 전사였다면, 테제로스는 커다란 위협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당장 내 영지만 해도 박살이 났겠지?’


30분 정도 이동하자 모래바람이 사라졌다.


이윽고. 드워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왔소.”

“아아!”

“죽는 줄 알았네.”


기사들이 몸에 가득 쌓인 모래를 털고, 입을 가린 천도 떼어서 털었다.


그리고 동료들을 점검했는데, 중간에 낙오된 기사는 없었다.


“빨리 내려!”


기사 10명이 마차를 잡고는 천천히 내렸다.


거대 구렁이 몸에서 마차를 내리는 건 고난도의 기술이다.


일반 장정이라면 무조건 사고가 나겠지만, 마나를 다루는 기사는 훌륭한 일꾼이다.


한 손으로 마차의 손잡이나 끈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괴수를 두른 끈을 잡고 조금씩 내려왔다.


그렇게 마차가 내려오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끝이다.”

“그나마 한 대라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완전히 개 노가다지. 농노들이나 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


경험이 없는 고로카와 자르료는 나처럼 멍하게 구경만 했다.


고로카가 나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도련님. 인벤토리에 기사들이 그렇게까지 열광한 이유가 있었군요.”

“그렇군.”


스사사삭.


드워프가 고삐를 풀자, 훌로가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



“자. 따라오시오.”


드워프를 따라가자 오아시스가 보였다.


푸른 눈 부족의 오아시스.


오아시스 주변은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한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있었다.


나무들 사이의 길을 걷자 작은 마을이 보였다.


탕. 탕.

치이이익.


주위 곳곳에 크고 작은 용광로가 있었다.


용광로는 쇳물 같은 걸 토하고, 그걸 망치로 두드리는 근육맨들이 가득했다.


화르르.

뚝뚝.


불 냄새와 시큼한 땀 냄새가 진동했다.


여자들은 냄새만 맡아도 바로 임신할 것 같은, 그런 강한 수컷 냄새에 속이 거북했다.


“집사. 저거?”

“예. 마나석을 만드는 겁니다.”

“강철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네.”

“후후.”


내 말에 안내하던 드워프가 뒤돌아보았다.


“강철도 우리 드워프가 너희들보다 훨씬 잘 만들지. 귀고리, 검··· 만드는 건 우리가 최고야.”


자랑질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여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것보다?”

“!”


내가 내민 길거리 액세서리를 본 드워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어느 부족에서 만든 거지? 다른 부족과 거래하는 건가?”


드워프의 눈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오러를 만들 수 없지만, 몸에서 이는 기운이 팔라딘처럼 강했다.


그의 기운에 기사들이 긴장하며 검 손잡이를 잡았다.


척.

착.


나는 손을 뻗어 말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절레절레.


“아니. 드워프가 만든 게 아니야.”

“! 그러면 인간이 만들었다고? 너희 왕국에서?”

“아니.”

“그. 그러면? 아아. 아이템이군. 어디서 몬스터 하나 제대로 잡은 모양이지?”

“후후.”


드워프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노기를 가라앉히고 걸었다.


그렇게 조금을 더 걷자 제법 큰 움막에 이르렀다.


“장로님. 들어가겠습니다.”


문 가리개를 열고 집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한 드워프보다 더 크고 단단한 늙은 드워프가 보였다.


안내한 드워프는 작게 고개를 까딱이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와아. 이게 드워프야 아니면 골렘이야?’


벤치프레스 1톤은 할 것 같은 꿈틀거리는 가슴에, 머리만 한 허벅지.


그러면서도 로이더(약으로 근육을 만드는 사람)와는 다르게 날씬한 허리.


주먹도 바위 같아서, 살짝 때려도 머리가 수박처럼 터질 것 같다.


움막에는 의자 따위는 없었다.


천 조각으로 된 방석에 앉자 맞은편의 장로가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장로는 안내한 드워프처럼 알몸이었다.


그래서. 눈앞에 거대한 소중이가 나를 굴복시키려 했다.


‘시발. 좀 입지. 자랑하는 거야! 쓸데도 없으면서!’


드워프는 대부분 알몸이거나 나뭇잎으로 소중이를 가리는 정도가 전무다.


마나석부터 의자, 명검같이 뛰어난 물건들을 만들지만, 정작 본인들은 별다른 소유욕이 없다.


물건을 만들 때의 기쁨만 있지, 만든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명작이 완성되면 곧장 다음 물건을 만든다.


그 결과가 의자 하나 없는 야만인 같은 환경이다.


“오오. 당신 강하군. 소문으로만 듣던 마스터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젊은데···. 바디체인지라는 건가? 그러면. 네가 제이라 백작?”

“손자인 알렉 아드벡이오.”

“알렉?”

“마스터가 아니오. 아직 팔라딘이지.”

“팔라딘?”


장로는 가만히 응시하더니 알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변종이군. 그래. 우리와 거래를 약속했다고?”


그 말에 집사가 나서서 장로를 보았다.


“예. 저번 거래 때 오늘의 일을 약속했습니다. 여기. 장로님의 서명입니다.”


종이를 보고 장로는 인상을 찌푸리며 집중했다.


“아아. 글자는 너무 힘들어. 신경을 집중해야 하니까, 기분이 역겨워. 물건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정신력이 아까워.”


장로는 읽기 싫다는 표정을 가득 뿜으며 글을 읽었다.


마치 고문당한다는 듯이 얼굴에 괴로움이 가득했다.


‘한자도 아니고··· 대륙의 글자는 알파벳과 비슷해서 그렇게 읽는 게 힘들지 않을 텐데?’


집사에게 전음으로 묻자, 그가 작은 소리로 말해주었다.


“드워프에게는 창조의 쾌락이 거의 전부입니다. 글자에 대한 집중은 그 마음이 더럽혀지는 것 같아서, 장로를 제외한 대부분이 문맹이죠. 자신들이 만든 글자도 아니고.”


그때. 강철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보다는 유치해서 그렇다.”

“!”


집사의 말을 훔쳐 들었는지 장로가 푸른 눈을 반짝이며 우리를 보았다.


“일단은 내 서명이 맞아. 위조한 게 아니니, 언제나처럼 거래하겠다. 내일 거래를 할 테니 가봐라.”


손을 흔들며 꺼지라는 신호에 약간 울컥해서 물었다.


“유치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장로는 내 말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아주 더러운 것을 보고, 그것이 얼마나 더러운지 말해야 한다는 듯이.


“우리는 완벽한 걸 만든다. 아니. 완벽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어제보다 오늘의 것이 더 완벽하게. 그렇게 한없이 말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경멸로 일그러졌다.


“너희 글자는 그게 아니야. 흉하고 어긋나고 한심하다. 뭐. 글자라는 게 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서 엘프들도 우리처럼 말로만 소통하는 거고.”


아무래도 만드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드워프인데, 글자도 안 쓰니 기록도 못 하고 까먹는 것이다.


또. 급한 건 우리지 드워프가 아니니, 언제나 우리는 기억하고 저들은 잊는다.


‘ㄱㄴㄷㄹ···.’


머릿속에서 광화문의 한 동상이 떠올랐다.



#



장로가 눈빛을 거두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화났다면 미안하군. 하지만 추한 건 추한 거야.”


그 눈빛에 나는 살짝 흥분된 마음을 누르며 물었다.


“그러면. 드워프는 왜 글자를 만들지 않지? 그거야말로 완벽한 창작이 아닌가?”


망설임 없이 바로 답이 나왔다.


“글자는 답답해.”

“뭐?”

“글자는 무한한 감정과 마음의 형태를 하나로 규정한다. 뭐. 그래서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창작의 자유와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의 문장이 떠올랐다.


‘사랑이라는 글자가 사랑을 다 담을 수 없다’라는 문장이다.


“으음. 알겠군.”


나의 인정에 장로는 살짝 놀라며 미소 지었다.


“호오. 인간이 이 마음을 아는가?”

“예.”


드워프와 엘프, 인간은 말이 통한다.


같은 종족에서 분화해서 드워프는 남으로 내려갔고, 엘프는 서쪽으로 이주했다.


두 종족은 인간과 생김새도 같지만, 마음의 생김새는 아주 다르다.


“그래도. 글자가 필요하니까. 이건 어때요?”

“?”


나는 손가락을 뻗어 바닥 모래에 그림을 그렸다.


ㄱㄴㄷㄹㅁ··· ㅡ ㅣ.


장로는 24자의 자음과 모음을 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조립되어 뜻을 만드는 것에 입을 작게 벌렸다.


글자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첨가하자, 장로는 바로 글자를 받아들였다.


“오오. 대단하군. 자네가 만들었나?”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글거리는 푸른 눈을 보고는 그만두었다.


사실이라고 말하면, 그자의 원리부터 이것저것 물어볼 게 분명하다.


그러면. 거짓말이라는 게 금세 들통날 게 뻔하다.


“아니요. 얻었습니다.”

“설마, 아이템?”

“그건 아닙니다.”

“호오. 그래. 이런 게 아이템 일리가 없지.”


장로는 계약서의 글자를 한글로 바꾸어 옮겼다.


전보다 덜 역겨운 표정으로 글을 쓰는 표정에서, 내가 한국인도 아닌데 뿌듯함이 느껴졌다.


“어떻습니까? 이 글자는?”

“확실히 대륙의 글자보다 훨씬 좋아. 완벽하지는 않지만, 배울 수 있을 것 같군. 그만큼 덜 역겨우니까. 보통 드워프라면 망치질 50번 할 시간이면 다 배울 수 있겠고. 하지만.”

“?”


장로는 아쉽다는 듯이 한숨 쉬더니 말했다.


“뭔가 부족해. 온전한 글자가 아닌 것 같아. 어떤 모자람이 있어. 그래서 재밌군.”


원래의 한글은 음양오행을 온전히 담은 글자였지만, 세월과 함께 많이 변형되었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장로에게서는 처음 보았던 무료했던 기운이 사라졌다.


“그래. 내가 한번 수선, 아니. 새롭게 창조해보지. 그래서 드워프 최고의 걸작으로 만든다면, 그보다 기쁠 수 없겠지! 하하. 우리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글자를 만든다···. 자유를 담는 글자를 만든다? 하하. 어쩌면 전설의 룬 글자가 될 수도 있겠어! 하하하. 고맙소.”


장로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내게 예의를 표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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