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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플레멘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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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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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1. 인연을 끊다.

DUMMY

011. 인연을 끊다.






#



절규하듯이 외치며 달려가는 백작을 외조부는 막지 않고 보냈다.


“콜록. 으으.”


밀리온의 입에서 나온 피에는 장기 조각이 조금 섞여 특유의 비린내를 냈다.


아들을 끌어안은 백작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마. 마나 역류.”


통제 못한 분노가 마나를 역류시켜 마나홀이 망가지는 현상.


가벼운 역류는 일반 포션이나 마음을 바로 가라앉히면 되지만, 그 이상은 마나홀을 파괴 시킨다.


그렇게 파괴되면 새로운 마나홀이 생긴다.


스릉.


외조부와 그르카 백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다가왔다.


“뭐. 뭐 하는 짓이오!”


아드라 백작의 절규에도 두 백작은 천천히 밀리온 앞에 섰다.


앞에선 외조부가 싸늘하게 말했다.


“몰라서 묻는 것이냐? 마나홀이 파괴되기 전에 목을 잘라야지.”

“아드라 백작. 어쩔 수 없소. 언데드가 나오는 건 막아야 하니까.”

“으으.”


새로운 마나홀이 생기면 언데드로 변한다.


“자네 자식은 엑스퍼트가 아니니, 스켈레톤이나 듀라한이 되겠군. 아아. 팔라딘 상급도 아니지? 그러면 듀라한도 못되겠어. 자업자득이야. 자식을 그렇게나 차별했으니.”

“하아. 그만하십시오. 아드벡 백작님.”

“으음.”


외조부는 침음성을 삼켰다.


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아드라 백작에게 더는 모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르카 백작은 조용히 그를 설득했다.


“아드라 백작. 이미 늦었소. 최상급 포션도 없고, 백작의 자식은 조만간 언데드로 변할 거요. 그러니 인간일 때 보냅시다.”

“으으! 싫소!”


화르륵.


아드라 백작의 검에서 흰색 오러가 뿜어졌다.


그 모습에 두 백작은 연민의 감정을 보이며 검을 하얗게 만들었다.


“아드라 백작. 네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 둘을 이길 수 없어. 일대일로 싸워도 엑스퍼트 중급인 네가 상급인 나를 이길 수 없을 텐데. 포기해.”

“포기하시오. 가문에 언데드가 나오면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오. 또. 이렇게 우리를 막으면, 백작가에서 강등될 수도 있고.”


아드라 백작은 오러를 멈추지 않는 것으로 대답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가만히 놔두면 백작은 죽고, 후계자인 밀리온도 목이 잘릴 것이다.


나는 아직 아드라의 성씨를 쓰는 가문의 장남.


아드라 백작가는 나의 것이 될 것이다.


외조부의 영토와 지금 이 영지가 모두 내 것이 된다는 소리.


하지만.


힐끔.


어머니와 알레나를 보았다.


어머니는 외조부처럼 싸늘한 시선으로 전남편을 보았다.


그의 시체에 침을 뱉어주겠다는 마음이 전에는 그토록 혐오스러웠지만, 이제는 마음 가득히 든든하다.


하지만.


알레나의 얼굴에는 비통함이 서렸다.


아직. 부친이었던 존재와 마음으로 헤어질 준비가 되지 못한 것이다.


부친의 목이 잘리면 한동안 상처받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도 있고.


“하아.”


‘엘렉트라 콤플렉스. 그래. 이따위 성은 필요 없어. 성보다는 알레나가 더 소중해.’


마음을 정하자 바로 말했다.


“그만!”

““?””


싸우기 직전 멈춘 세 백작의 시선이 나의 움직임을 따랐다.


그리고. 외조부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알렉산더! 뭐 하는 짓이야!”


그는 인벤토리에서 최상급 포션을 꺼내 밀리온의 입에 넣는 나를 보며 소리쳤다.


“네가 왜?”



#



주르륵.


포션이 밀리온의 목구멍을 통과하자, 붕괴하던 마나가 천천히 안정되었다.


‘가짜가 아니군.’


외조부 가문에 하나 남은 최상급 포션이 값어치를 했다.


마나역류는 마나유저의 숙명 같은 것이다.


귀족가에서는 어떻게든 포션, 그것도 최상급 포션을 구하려고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포션을 가지고 있는 언데드나 몬스터도 적은데, 최상급 포션을 가진 마물은 더욱 적다.


나는 그를 보며 살짝 고개를 흔들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저도 아쉬워요. 아아. 알레나를 보세요.]


전음을 보내자 외조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외손녀를 보았다.


안도의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외조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할 수 없구나. 하지만. 그래도 아깝구나.]

[뭐. 괜찮아요. 저는 할아버지 같은 가족이 더 소중하니까요.]


그 말에 외조부가 감동한 듯 눈을 떨었다.


[그래. 내가 잠시 욕심에 눈이 멀었어.]


2분이 흘렀다.


“으으으.”


이윽고. 정신을 차린 밀리온이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러 시선에 당혹감을 보였다.


“나. 나는 마나역류가···. 이 기운은? 포션?”

“괜찮으냐?”

“아버지.”


아드라 백작은 자식을 확인하고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은혜를 입었습니다.”

“뭐. 아닙니다.”


그의 타인을 보듯 하는 말에도 내 마음은 무너지지 않았다.


‘내게 왜 밀리온에게 주는 사랑의 1/100만큼도 주지 않냐!’라고 절규하지도 않았다.


‘그래. 이제는 완벽한 남이구나. 내 손을 죽여도 티끌만큼의 고통도 없겠어.’


“포션에 대한 대가는 치르겠소.”

“당연한 말씀.”

“?”


겸양을 모르는 말에 그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구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고개를 돌렸다.


내 시야에는 가족들이 한아름 들어왔다.



#



대결은 끝이 났다.


아드라 백작은 서류에 사인했고, 나와 그는 완벽한 남이 되었다.


“이제.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아서 좋네요.”

“......”


백작 부자와 백작가의 사람들은 침울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모습이 나의 동정심을 사지는 못했다.


반나절 후.


“와아. 그렇게 찍어눌렀다고?”

“그래.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었고 해.”

“에이. 설마. 그 정도로.”

“아니지. 영주님이나 다른 기사분들이 가만히 있는 걸 보니, 소문이 사실이 맞는 것 같아.”


내가 의도적으로 병사들을 통해서 흘린 소문이 영지에 가득 퍼졌다.


어떻게 밀리온를 제압했는지.

어떻게 눈을 가리고 아드라 백작과 동수를 이루었는지.

또. 어떻게 최상급 포션으로 아량을 베풀었는지를.


“정말 대단한 분이야.”

“그런 분이 영주님이 되었으면.”

“이 사람! 입조심 해.”


하지만. 입조심을 시키는 사람의 표정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아. 아드벡 백작가는 세금이 절반이라는 던대.”


내게는 영광, 그 부자의 굴욕인 이 소문이 대륙 전역으로 퍼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영지에 들른 상인도 그렇고, 아드벡 영지로 가서도 상인들을 통해서 꾸준히 퍼뜨릴 것이다.


내가 도와준 건 도와준 것이고, 얻을 이익은 확실하게 얻어야 한다.


명성이라는 이익을.


“자네 참 독하군.”

“?”


그르카 백작이 내 곁에 다가와 씨익 웃었다.


“뛰어난 실력에 아량까지 베푸는 최고의 기사. 그리고. 자식을 몰라본 무능한 아버지와 목숨을 구걸 받은 철없는 동생이라···. 하하. 독해다. 독해. 자네하고는 원수지기 싫다는 심정일세.”

“아내를 내쫓고 자식을 버린 천하의 나쁜 놈이라는 말도 퍼질 겁니다. 백작님. 독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죠.”


질린 표정으로 듣던 백작은 마지막 말에 반색하며 말했다.


“오오. 그런 말이 있던가? 독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인데, 자네가 지은 말 아닌가? 그럼. 독하게 마나역류로 죽게 놔두지?”

“뭐.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죠.”

“호오.”


역시나 그도 눈치챘다.


“그렇게 여동생이 소중한가?”

“당연하죠. 가족이니까요. 누구든 건드리면 제가 죽여버릴 겁니다.”


내 말에 그는 탄성을 내질렀다.


“하아. 대단해. 내가 50살이 되어서야 겨우 깨달은 것을 자네는 벌써 아는군.”

“뭐. 순탄치 않은 가정이라서.”


그르카 백작은 만족한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하하. 자네는 왕이 되지는 못하겠군. 왕이 될 욕망을 가졌다면 가만히 죽게 놔두고 영지를 챙겼을 테니. 아. 아니.”


그는 기묘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말했다.


“어쩌면 이것도 계산된 연기일지도 모르지. 주변의 경계심을 사지 않으려는. 알렉산더 아드벡은 엘프와의 교역도 뚫은 실력자가 아닌가?”


그는 외조부처럼 위스키가 엘프들인 만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실력자? 하하. 저 15살입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나를 보는 그 눈빛은 절대로 15살이 가질 눈빛이 아니거든. 뭐. 아무리 봐도 자네에게서 권력에 대한 갈망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는 내가 그런 욕망이 생길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가족을 소중히 여기게나. 그러면 영원히 왕이 되지 못할 테고,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 그러면 나와의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


그르카 백작은 약간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그 위스키 몇 병 더 줄 수 있겠나?”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하핫. 백작님은 권력이 아닌 위스키에 중독된 모양입니다.”

“하하.”



#



다음날 밀리온이 찾아와 황금과 상급 포션, 몇 개의 아이템을 가져왔다.


아드라 백작가에는 최상급 포션이 없다.


또. 돌아갈 때 먹을 식량과 요구한 죄수들도 가져왔다.


모두 인벤토리에 넣자,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인벤토리는 최상급 포션 보다 더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그럼. 오늘 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밀리온의 눈에는 열등감이 태어났다.


나는 그 눈길을 즐기며 싱긋 웃었다.


“예. 그러죠.”


그렇게 아드라 백작가의 사람들이 돌아가자, 더 이상 이곳에서의 볼일은 없다.


‘시원섭섭하군.’


기사들은 병사들을 채근하면 떠날 준비를 마쳤다.


나는 돌아서서 성을 보고는 감회를 느꼈다.


예전에는 개처럼 쫓겨났는데, 이제는 내 발로 당당하게 떠나게 되었다.


기사단장이 내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도련님.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갑시다.”

“예. 자아! 출발!”


타각타각.

저벅저벅.


나와 기사는 말을 타고, 그 뒤의 마차에는 어머니와 알레나, 외조부와 그르카 백작이 탔다.


병사들은 뒤에서 수레와 함께 열을 맞추고 걸었다.


그렇게 일단의 병력이 아드라 백작가에서 사라졌다.



#



아드벡 성에 절반쯤 온 갈림길.


“한번 겨뤄보세.”


그르카 백작이 대결을 청했다.


그는 왕궁으로 가서 대전사 대결과 나의 일을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전에 나의 실력을 알고 싶다고.


“양보는 하지 않겠네. 자네의 실력은 실컷 보았으니까.”


그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공격했다.


파라락.


“?”


검이 휘어지듯이 좌우로 흔들리며 눈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그는 엑스퍼트 하급의 실력.


챙.


검이 부딪히자 손목으로 적당히 충격을 흘렸다.


그렇게 3분간 탐색전이 있었다.


그는 나의 머리카락 하나도 자르지 못하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치며 전력을 다했다.


“하앗!”


화르르.


하얀 오러가 나를 十 모양으로 베었다.


또. 그의 마나홀의 중력이 나를 끌어들여 움직임을 방해했다.


일반적인 팔라딘이라면 이 한 수에 죽임당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파앗.


끌어당기는 중력에 맞서지 않고 더욱 달려가 가속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적당히 검을 횡으로 베었다.


서걱.


“!”


그르카 백작은 반쯤 잘린 자신의 검을 보고 입을 벌렸다.


벌려진 입에서 침이 조금 흘렀지만, 구경하는 외조부도 뭐라 놀리지 못했다.


처억.


목에 겨눠진 내 검의 압력을 느끼자, 그르카 백작은 이내 하얀 오러를 거뒀다.


그는 떠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내 오러가 더 상위의 것인데?”

“오러가 약할 때 베었습니다.”

“아아.”


그르카 백작은 바로 깨달았다.


엑스퍼트 정도의 고수면, 오러가 부딪힐 때를 제외하고는 적당히 형태를 유지할 정도로 마나를 넣는다.


나는 빠르게 달려 모든 마나를 집중해서, 그가 미처 마나를 다 쏟기 전에 부딪혔다.


“하. 하지만 나의 오러가 상위인 건 마찬가지야. 이렇게 잘릴 이유는 없어.”

“뭐. 오러 사이의 희미한 틈을 베었습니다.”

“!”

“!”


외조부까지 입을 딱 벌렸다.


“그 기술은? 자. 자네. 정말로 소드 마스터가 아닌가?”


나는 검을 넣고는 손을 내밀었다.


“확인해 보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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