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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도이(島夷)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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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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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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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16. 벨로디어스 공작과의 대련.

DUMMY

016. 벨로디어스 공작과의 대련.






#



아드벡 성으로 도착하자 이미 소식을 받은 가족들이 나와 있었다.


흐뭇하게 보다가 그중에서 새로운 사람이 보였다.


아드벡 상단에서 파는 청바지를 입은 20대의 젊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보는 순간 바로 상대의 정체를 알았다.


“벨로디어스 공작?”

“호오. 나를 아는군.”


말에서 내려 할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인사하고는 이어서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왕국의 근위기사단장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아드라성에 있을 때부터 그림으로 자주 보았습니다.”

“으음.”


귀족가 사람들은 모든 그림첩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래야 신분을 확인하기 쉬워 실수를 하지 않는다.


특히나 마스터의 그림은 미녀들 다음으로 아주 유명하다.


“하하. 고맙군. 그냥. 재미없는 늙은이에 불과하네.”

“말과 모습이 너무 달라서 납득이 잘 안되는군요.”

“후후. 그렇군.”


‘역시나.’


길이 읽히지 않는다.


승리의 수많은 길이 군데군데 끊겨 안개와 다름없었다.


‘이길 수 없겠어. 목숨을 걸면 손목 하나 정도?’


전생해서 처음 겪는 불확실한 느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예지에서 예측으로 내려간 느낌이야. 정확히는 그사이겠지.’


“!”


나를 보던 벨로디어스 공작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송곳니를 보이며 껄껄 웃었다.


“크하하하! 솔직히 믿지 않았는데···. 그르카 백작이 하도 칭찬하길래 혹시나 해서 왔는데···. 자네에게는 승리의 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군데군데 끊겼어. 자네도?”

“예. 뚜렷함은커녕, 거의 보이지 않는군요.”


덜덜덜.


몸이 떨리며 도파민이 온몸을 장악했다.


그와 싸우면 나는 무조건 진다.


경지가 비슷하다고 해도 몸과 마나의 차이로 이길 수 없다.


공작은 연신 감탄하며 미녀를 보듯이 나를 핥듯이 훑어보았다.


“과연. 대단해. 무리해서 이곳까지 온 보람이 있어.”


펜슬럿과의 분쟁으로 수도를 비우기 힘들 텐데, 극도의 호기심이 이곳으로 오게 만든 모양이다.


“하하. 공작님. 일단은 같이 식사나 합시다.”


위풍당당하던 할아버지도 마스터라는 존재에 조금 위축되었다.


상급의 엑스퍼트라도 마스터라는 지고한 경지 앞에서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할아버지의 권유에 벨로디어스 공작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오. 아드벡 백작. 상황이 상황이라서 빨리 돌아가야 해서. 이보게 자네. 어떤가?”


그가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 이보다 기쁜 일이 있겠는가?


근질근질하던 몸도 다스릴 수 있고.


“저도 좋습니다. 다만 아시겠죠?”

“······! 아아. 그래. 마나를 사용하지 않겠네. 아니. 쓰더라도 자네 수준으로 하지. 정말 팔라딘의 몸이군.”


비슷한 세계를 보기에 바로 내 말을 알아듣는 초인이었다.


“그러면 연무장으로 가시죠. 할아버지. 가문의 모든 기사를 불러요.”

“응? 아! 그. 그래. 집사!”


내 말뜻을 알아들은 할아버지가 집사를 채근했다.


“미론에게 가서 모두 연무장에 소집하게 해!”

“예. 백작님!”


집사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초인끼리의 결투는 마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무인이라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보고 싶은 장면이다.


대결을 보는 것으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얘야.”


고개를 돌리자 걱정 어린 어머니의 시선이 부드럽게 내 마음을 마사지해주었다.


나는 불안해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련일 뿐이니까요.”

“그래.”

“알레나는요?”

“너 온다고 빵 만들고 있어.”

“하하. 맛은 없겠군요. 하하. 가시죠.”

“으음. 고맙네.”


공작과 나란히 어깨를 하며 연무장으로 걸었다.


그 뒤를 어머니와 할아버지 등이 조용히 따랐다.


저벅저벅.


기사들을 모이게 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걸었지만, 공작은 알겠다는 듯이 채근하지 않았다.


느린 걸음만큼 대화가 많아져 그도 만족해했다.


“대단해. 들은 말로는 몇 달 전에 각성했다고 들었네만.”

“예.”

“각성하자마자 지금의 경지에 이른 건가?”

“예. 뭐. 그냥 그렇게 됐습니다.”

“하하. 그르카 백작의 말대로 별종이군. 뭐. 자네와 비슷한 경우가 역사상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


나는 기억을 더듬대다가 이내 떠올리며 말했다.


“각성부터 엑스퍼트 상급의 기사 말이죠?”

“으응. 워낙 오래된 일이라서 이름도 전해지지 않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지.”

“그리고. 평생 엑스퍼트 상급으로 살았죠.”

“맞아. 그래도 자네는 또 모르지.”


‘팔라딘-엑스퍼트-마스터’의 순서로 강해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것에 벗어난 존재를 ‘별종’또는 ‘변종’이라고 부른다.


별종은 각성한 그 경지를 평생 안고 가는 게 기본이다.


약간 더 강하지는 경우가 있지만, 벽을 넘어서는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나같이 정신이 마스터인 경우는 없어서, 나의 기사들은 나의 몸도 마스터가 되기를 의심치 않는다.


다른 영지는 그 반대로 생각하겠지만.


벨로디어스 공작이 친구를 대하듯이 기분 좋게 말했다.


“다른 마스터들도 모두 자네를 주시하고 있네. 자네가 우리가 보는 길을 본다는 게 확실해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이곳에 온 가치가 있어.”


그가 연신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마스터끼리의 대결은 너무 위험해서 제대로 대결할 수 없다.


싸우다가 누구 하나 죽거나 폐인이 되면, 왕국은 엄청난 손해를 본다.


북쪽 펜슬럿도 마찬가지로 마스터끼리의 대결을 극구 말린다.


그래서. 보통은 논검(論劍)이나 하면서 입으로 싸우는 게 일반적이다.


씨익.


“자네는 마스터가 아니니 실컷 싸울 수 있어. 내가 죽을 확률도 극도로 적으니, 국왕께서도 뭐라고 못하겠지. 아니. 오히려 나의 성장을 위해서 더 권할지도 모르고.”


메마른 웃음이 지어졌다.


‘시발. 인간 샌드백 같은 건가?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스터와 싸우는 것이기에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이렇게라도 나의 가치가 더 올라가면, 이것저것 편한 일이 많아질 테고.


적어도 마스터들과 척지지 않고 호감을 얻는다면 무조건 이익이다.


공작을 힐끔 보았다.


벨로디어스는 환골탈태로 젊어진 모습과는 다르게 74세의 노인이다.


성욕부터 온갖 욕구를 다 충족하고,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무예에 대한 쾌감뿐.


목숨이 오가는 대결의 스릴과 깨달음의 환희는 절대로 무뎌지지 않은 유일한 자극이다.


자극(쾌락)이 없는 하루는 시체와 다름없는 삶이다.


“고맙네.”

“?”


그는 작게 한탄했다.


“요즘 너무 재미없어서 자결이라도 할까 생각했거든. 기사들이 전부 덤벼도 전혀 자극되지 않아.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이제는 냄새나는 고깃덩어리 같고.”


그의 우울함에 의문이 스쳤다.


“다른 마스터들도 다 공작님과 같습니까?”


내 말에 벨로디어스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모두 너무 오래 살아서 이런 꼴을 당하는 거지. 어쩌면 영원히 엑스퍼트로 머무르는 게 좋을지도 몰라.”


마스터는 대략 200년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명을 모두 채운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살.

폭주.

은거.

도주.


100살이 넘어가면, 대체로 엘란으로 가서 엘프와 대형 몬스터와 싸우거나, 모로고스에 가서 언데드들과 죽을 때까지 싸운다.


투쟁만이 유일한 쾌락.


엘란과 모로고스로 간 마스터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

“.....”


어떤 숙명이라는 느낌에 우리는 말이 없어졌다.


그저. 서로 속에서 일어나는 달뜬 흥분에 집중했다.


나도 이제 팔라딘과 엑스퍼트와 대련하는 것도 지겨웠으니, 이번에 공작처럼 뽕을 뽑아야겠다.


저벅저벅.


연무장이 보였다.


웅성웅성.


허겁지겁 주위에 정렬한 기사들이 보였다.


어떤 갈망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


연무장에 올라가자 뒤에 따라온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아래의 의자에 앉았다.


다다닷.


달려온 알레나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두 부녀의 사이에 앉았다.


“오빠! 힘내!”


넓은 연무장 위에는 나와 벨로디어스 공작만이 존재했다.



#



조~용.


방청객들의 침 넘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검을 할까?”

“헛소리하지 마세요.”

“하하핫!”


벨로디어스는 공감한다는 듯이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얇고 적당한 길이의 일반적인 경량검.


스릉.


나도 검을 뽑아 자세를 잡았다.


“당신의 검이 부러지기를 바랍니다.”

“? 아아. 피딕 자작과의 대전사 대결에서 했던 의식이군. 후훗. 나도 자네의 검이 부서지기를 바라네.”


그는 웃으며 나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는 이내 검을 내렸다.


‘역시. 길이 흐릿하고 일그러졌어. 할아버지처럼 만만하지 않아.’


이 불확실성이 좋다.


예상치 못하는, 그래서 깜짝 놀라게 해주는 느낌이 긴장감을 주었다.


그도 나와 같은 불확실성을 느꼈는지 연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나보다는 훨씬 뚜렷한 길이겠지만.


그는 마스터로 오랫동안 군림했지만, 나는 1년이 채 되지 않는 초보다.


마스터끼리의 대결도 한 번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고.


위잉.


검을 붉은 막대로 만들고 바로 달렸다.


타타탓.


챙.


그의 붉은 광선검이 나의 검과 부딪혀 불꽃을 튀었다.


희미한 길이 보였다.


우수(오른손)로 좌하(왼쪽 아래)를 베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검날이 막았고는 바로 찔러 들어왔다.


그러자. 희미했던 승리의 길이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


파바밧.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나도 모르게 황당한 표정이 지어졌다.


승리의 길이 이렇게 사라진 건 처음 겪는 일이다.


“후훗.”


그는 나의 황당함을 안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


“나도 마스터와의 첫 대결 때에서는 자네처럼 황당했지. 그래도 나의 길 4개를 끊은 자네는 마스터의 정신이야. 엑스퍼트는 절대 불가능한 권능. 후훗. 재밌군.”


벨로디어스는 자신의 끊어진 길만큼 기뻐했다.


길이 끊어진 만큼 예측 불가능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으니.


그의 얼굴이 한껏 달아오르더니 더 환하게 미소 지었다.


8개의 치아가 다 보이는 미소였다.


““.......””


힐끔.


기사들의 의문에 가득한 표정이 들어오자 쓴웃음이 밀려왔다.


저들의 눈에는 한 번 부딪히고 내가 정신없이 뒤로 물러선 것으로 보일 테니.


그나마. 할아버지가 뭔가 느꼈다는 듯 집중할 뿐이었다.


씨익.


굴욕감이 느껴졌다.


억눌린 마음에서 수치심이 태어났지만, 이내 한줄기 희열이 밀려왔다.


‘그래. 고맙군. 가짜가 아니야. 진짜배기야.’


너무 기분이 좋아서 당장이라도 지릴 것 같다.


“갑니다!”

“오게.”


검을 까딱거리며 도발하는 모습이 친한 친구에게 장난치는 듯 익살스러웠다.


파아앗.


마나를 빨아들인 다리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사사사.


검이 낮게 울부짖으며 10개의 잔상을 남겼다.


그는 집중하며 천천히 하나씩 내 검초를 분쇄했다.


만(慢. 느리다).


중력을 이용해 무게를 다스리는 엑스퍼트(重)에서, 마스터는 한 걸음 더 나가 시공간을 휘어지게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공격을 느리게 막는 게 가능하다.


‘오오.’


그의 검은 확실히 나의 것보다 더 능숙하고 효율적이다.


스스로 독학한 것이 이르지 못하는 정묘함이 깨달아졌다.


내 마음을 알듯이 그가 껄껄 웃으며 한곳 찌르기를 했다.


“잘 배워보게!”


투콰쾅.


“!”


육편(肉片)이 되어 흩날리는 나의 몸이 예지 되자, 다급히 허리를 틀어 검에 마나를 집어넣고 터뜨렸다.


‘마룡분쇄격참(魔龍扮碎擊斬)!’


파파팟.

쏴아앗.


검을 부수었다.


마나를 머금은 검의 파편이 벨로디어스에게 쏟아지자, 그의 살짝 놀라며 공격을 멈추고 방어했다.


캉.

카강.


검은 유연하게 휘어지며 모든 파편을 치웠다.


하지만. 몇 개의 파편은 그의 옷자락에 작은 구멍을 냈다.


공작은 검을 내려놓으며 탄성을 내질렀다.


“호오. 처음 보는 기술이야. 기사에게 생명 같은 검을 터뜨려 공격하다니, 웬만한 기사는 자존심 때문이라도 시도조차 못 할 공격이야. 놀랍군.”


검을 터뜨리기 전에 나의 의념(意念)이 그의 길 몇 개를 지웠다.


그렇기에. 이렇게 옷에 작은 구멍 하나를 낼 수 있었다.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흡족해. 이렇게 재미있기는 정말 오랜만이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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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패배. 24.03.18 212 4 12쪽
» 016. 벨로디어스 공작과의 대련. 24.03.17 232 3 13쪽
15 015. 경지를 속이는 권능. 24.03.16 249 5 12쪽
14 014. 소환. 24.03.15 26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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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너의 검이 부러지기를 바란다. +1 24.03.08 30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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