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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영주는 나쁜 놈을 잘 사용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플레멘
작품등록일 :
2024.03.04 10:39
최근연재일 :
2024.04.05 12: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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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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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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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7. 패배.

DUMMY

017. 패배.






#



척.


연무장 아래에서 할아버지가 던진 검을 잡았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감추고 싸우려고 했지만, 올라오는 희열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어차피 권능을 얻었고, 5년 후까지는 마스터가 되지 않을 테니, 조금 무리해도 괜찮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 판단이 서자 검을 살짝 흔들었다.


휘익.

휘이익.


쾌중변만으로 움직이는 검은, 그림을 그리는 붓처럼 공간에 형상을 만들 수 있다.


의념(意念).


상상의 힘(意)과 그것을 세상에 관철하는 힘(念).


의념이란 상상의 힘이며, 세계에 대항하는 의지다.


무협지에서 보았던 허황한 문장이 내게 와닿아 진짜가 되었다.


스스슥.

사삭.


소담스럽게 벚꽃 한 송이가 피었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오러가 색을 만들어 만개하는 벚꽃잎을 만들었다.


의념으로 상상의 모습을 만드는 건, 마스터의 권능이다.


“오오!”


벨로디어스가 감탄하며 검을 꽉 잡았다.


“마음의 그림을 만드는 건 마스터의 권능이지. 자네는 확실하게 마스터의 정신을 가졌어. 그러면 나도 나의 그림을 보여주지.”


사사사.


벨로디어스의 검이 팔방을 휘저었다.


그러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붉은 구름, 검은 구름···.


구름은 나의 벚꽃처럼 일상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어떤 몽환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구경꾼들도 입을 딱 벌이며 두 개의 그림을 넋을 잃고 감상했다.


타다닷.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는 검을 뻗었다.


카강.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오러를 머금은 꽃잎이 쏟아졌다.


꽃잎은 구름과 부딪혀 상처를 냈지만, 이내 상처받고 사라졌다.


‘역시. 깨달음의 차이가 크다.’


그래도 즐거워 미칠 것 같다.


벨로디어스의 검이 세로로 나를 찔렀다.


공간을 왜곡했기에 시차를 두지 않고 한 번에 세 방향으로 몰아쳤다.


카캉.

서걱.


어깨가 찔려 핏물이 떨어졌다.


탐스러웠던 벚꽃잎도 흉물스럽게 망가졌다.


나는 공간을 도약했다.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며 검을 상하좌우로 휘둘렀다.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


벚꽃의 오러가 미친 듯이 아래로 쏟아졌다.


“흐흐.”


벨로디어스는 낮게 웃더니 손목을 이용해 검을 살짝 움직였다.


채챙.

카카캉.


벨로디어스의 오러가 나의 꽃잎을 모두 부수고 사라지게 했다.


탁.


“헉헉.”


바닥에 착지하자 마나홀의 마나가 모두 고갈되었다.


“모든 마나를 썼는데··· 헉헉. 졌습니다.”


나의 길은 걷기도 전에 사라졌고, 모든 예지가 막히고 사라졌다.


그래도. 그의 뺨에 칼자국을 만들 수 있어서 굴욕감은 적었다.


뚝뚝.


벨로디어스는 손가락을 뺨에 대고는 피를 훔쳤다.


그리고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참 오랜만이야. 몸에서 상처가 난건. 그래도 조금 억울한데.”

“?”

“자네는 상쾌하게 몸을 풀었잖는가? 나는 이제 시작인데. 참나. 허허.”


그의 뺨이 빠르게 아물었다.


“그래. 그만 하세. 더 이상 하다가는 자네를 죽일 것 같아. 하지만. 조금 억울하니까.”


우우웅.


“으으!”


몸의 마나홀이 봉인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나를 느낄 수 없자 허탈하고 공허한 감정이 밀려왔다.


“마스터의 마나비기. 자네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스터들이 효율적으로 마나유저를 제압할 때 쓰는 초인의 비기지.”


덜덜덜.


‘시발. 개 같은 노인네.’


벨로디어스는 숙변을 제거한 후련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적당하게 몸 풀 수 있는 스파링상대를 보는 시선.


호흡을 가다듬고 마나홀에 집중하자 이내 봉인이 풀렸다.


“헉헉. 시발.”

“?”


싸우는 도중에 사용했다면, 바로 목이 잘렸을지도 모른다.



#



“흐흐. 나중에 또 보세. 아니면 자네가 오든가. 내가 정성껏 대접해줄 테니. 좀 더 강해져서 오게나.”


나라는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벨로디어스는 아쉬운 눈빛으로 떠났다.


미소 짓는 꼴을 보니 수도로 돌아가서 나에 대해 주둥아리를 놀릴 게 분명했다.


어쩌면. 나머지 2명의 마스터도 이곳으로 찾아올지도 모르고.


적어도 5년 동안은 샌드백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근위 기사단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작은 다짐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알레나. 빵은?”

“히잉. 다 태웠어.”

“흐흐. 그걸 줄 알았다.”

“오빠!”


경외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기사들을 해산하고, 가족들과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어머니. 장사는 어때요?”

“호호.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특히나 위스키와 휴지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비누. 칫솔. 화장품. 휴지. 옷. 속옷···.


특히나 휴지는 귀족들의 구매욕에 불을 붙였다.


아드벡 상단이 테제로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벌어들인 돈은, 백작 영지의 4년 수익을 넘었다.


소문이 나면서 펜슬럿의 상인들도 접촉하기 시작했다.


검이나 창 같은 전략무기가 아니면, 적국이라도 거래에는 지장이 없다.


한담을 나누고 어머니와 함께 창고로 갔다.


미리 부탁했던 것처럼 커다란 창고는 모두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위이잉.


인벤토리를 열자 한국의 물건들이 마구 쏟아졌다.


이윽고 물건이 가득 차자, 다음 창고로 가서 물건을 쏟았다.


그렇게 4개의 창고를 다 가득 채워서야 인벤토리가 거의 다 비워졌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깨끗했다.


어머니는 물건들을 보며 입을 딱 벌렸다.


“대단하구나. 이걸 다 팔면 얼마가 될지 가늠이 안 되는구나.”

“천천히 파세요. 한 번에 팔면 가치가 떨어지니까요.”

“그래. 알고 있다.”

“적어도 5년 동안 팔아야 해요. 그때까지는 이 물건들을 구할 수 없으니까요.”

“알았다. 엘프들과 교역이 5년 후에 있는 모양이지?”

“......”


웃으며 드워프와 인벤토리를 닫았다.


“상단에서 번 돈의 절반은 안오성으로 보내세요. 저도 쓸데가 많으니까요.”

“그래. 어차피 이곳의 모든 건 네 것이야. 아빠는 예전부터 영지 일에 별 관심이 없었고. 지금은 너한테 대련하는 것과 알레나와 노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니.”


어머니의 드레스를 보며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실크로 만든 드레스로 연예인들이 시상식장에 갈 때 입는 옷이다.


가슴골이 파여있고 허리의 잘록함이 강조된 보랏빛 색상.


이런 옷이 금화 10개로 귀족가에 팔리고 있다.


플라스틱 액세서리 목걸이도 잘 어울렸다.


귀금속이 아니지만, 일부 귀족과 돈 많은 평민들에게 비싸게 팔리고 있다.


“속옷은 어때요? 브래지어하고 팬티, 불편하지 않아요?”


그 말에 어머니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주 편해. 이제는 전처럼 입지 못하겠다. 특히나 네가 가져온 생리대는··· 휴지 다음으로 잘 팔려. 참나. 엘프들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내가 아는 엘프는 자연에 가까운 존재인데··· 참.”


아들 앞에서 속옷과 생리대를 말하니 부끄러운지 억지로 말을 돌렸다.


어머니는 자식의 눈으로 보아도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어머니.”

“으. 응?”

“만나는 사람 없어요?”



#



“결혼은 질색이다. 혼자 살다가 너희들 자식이나 키우며 살란다. 내게 자식은 너희 둘뿐이다.”


어머니는 독신을 선언했다.


“알았어요.”


어머니가 다른 귀족의 미망인처럼, 여러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지만 침묵해주었다.


배다른 형제나 사생아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들어가세요.”

“그래.”


어머니가 들어가자 냇가로 가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콸콸콸.


냇물이 인벤토리의 여유 공간을 모두 채웠다.


인벤토리의 공간은 따로 분리해서 보관할 수 있으므로, 안에 있는 물건이 물에 젖는 일은 없다.


물을 다 채우고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기사단장의 거처로 이동했다.


철컥.


“도. 도련님.”


기사단장 미론은 기척을 감춘 나의 방문에 화들짝 일어났다.


“앉으세요.”

“아아. 예.”


자리에 앉아 커피 두 봉지를 꺼내어 물을 끓이게 해서 넣었다.


모락모락.


구수한 냄새가 주위를 맴돌았다.


“자아. 한잔 드세요.”

“아아. 유명한 커피라는군요. 하하. 잘 마시겠습니다.”


커피는 위스키보다는 못하지만, 서서히 꽃차가 차지하던 다도회를 장악했다.


몸을 흥분시키는 카페인이 최음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더욱 소비를 촉구했다.


꿀꺽.


“아아. 맛있군요.”

“정말요?”

“.....”


커피의 여러 부작용은 상단에서 팔 때마다 설명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난리를 부릴 게 분명하니까.


품에서 위스키를 하나를 꺼내어 새 잔에 따랐다.


그제야 미론의 눈이 반짝였다.


“오오. 위스키로군요. 가끔 성주님에게 얻어 마셨죠. 이건 냄새가 좀 다르네요?”

“아아. 다른 종류의 위스키입니다. 마시기 편할 겁니다.”


약품 냄새가 나는 아드벡 위스키는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지만, 대부분은 억지로 마시다가 새로운 위스키를 판매하자 그걸로 갈아탔다.


저렴한 브랜디드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가 귀족가의 중요 술이 되었다.


조금씩 말없이 술을 나눠마셨다.


미론 단장은 독신이다.


미나와 미소는 몬스터를 토벌하다가 발견한 아기들로, 어쩌다 그가 키우게 되었다.


영지 사람들은 친손녀로 알지만, 심지어 두 자매도 그렇게 알지만, 주군에게는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미론의 허락을 구하고 내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상식적으로 20살 손녀를 둔 50살의 할아버지는 이상하다.


15살에 자식을 낮고, 그 자식이 15살에 자식을 낳으면 가능은 한데··· 평민도 아니고 기사가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사람들은 밖에서 키우던 손녀를 데려왔다고 알고 있다.


자식 부부는 몬스터의 습격에 죽은 것으로 되어있고.


평민 출신의 의봇손녀보다 친손녀가 더 대우받을 수 있기에, 사실을 조작한 것이다.


꿀꺽.


내가 좋아하는 특유의 냄새와 맛이 없는 밍밍한 위스키.


하지만. 장인어른은 아주 만족스럽게 마셔댔다.


“하하. 좋습니다. 맛있어요.”

“몇 병 두고 가지요.”

“오오.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량이 빠듯해서, 일반 기사들은 위스키를 제대로 구경조차 못 한다.


백작가의 기사단장 정도가 되어야 겨우 몇 잔 얻어먹는 게 전부다.


“미나와 미소는 다 잘 있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무덤덤한 모습이 손녀들에게서 관심을 버린 모양이다.


“걱정되지 않으세요?”

“도련님의 여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의 의무는 거기서 끝입니다.”

“······.”


낮에 연무장에서 보았을 때만 해도, 손녀를 물어보려는 표정이었는데···.


벨로디어스와의 대련이 억눌린 그의 갈망을 일깨운 모양이다.


지금의 그에게 미나·미소의 안부를 말해봐야 한 귀로 듣고 흘릴 게 분명하다.


‘섭섭해하겠네.’


할아버지에 대해 섭섭함에 나를 더 의지하게 할 테니,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냥 조용히 술을 마시고 분위기를 즐겼다.


이런 고요함이 싫지 않다.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때 미론이 내게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한 수 청해도 될까요?”

“하하. 그래요. 장인어른의 부탁이니 들어드리죠.”

“장인어른이라니··· 송구한 말씀입니다.”


우리는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취기야 가는 도중에 마나로 공기 중으로 뽑아버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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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안오성으로. 24.03.14 26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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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 동생과의 대결. 24.03.11 301 4 12쪽
9 009. 가족 상봉. 24.03.10 303 5 12쪽
8 008. 영지전의 끝. 24.03.09 31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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