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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님의 서재입니다.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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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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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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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23

DUMMY

23. 진짜 무사 EP 1






하늘에 노을이 붉게 깔릴 무렵 우리는 마을에 도착했다. 과연 제국의 도시답게 크고 번화한 곳이었고 입구에는 보초로 보이는 남자도 서 있었다.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고 있던 젊은 남자가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크흠! 여행자입니까?”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경비병은 나와 힌도를 대충 쓱 훑어보았다. 특히, 허리 부분을


“무기도 없이 여행을?”


“꼭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까?”


굳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면 주머니 속에 큐티 커터 소드라도 보여줄 생각이었으나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요즘에는 워낙에 무기가 흔해서 말이죠. 굳이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칼 한자루쯤은 안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기를 소지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고...”


“아니, 마을에서도 칼을 차고 다닌다는 말입니까?”


남자는 내 말을 듣더니 너털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제국은 처음이신가보군요. 이 마을이 좀 심한 편이긴 하지만 다른 마을들도 거의 그렇습니다. 요즘 제국에 남아도는 게 무기들이라서 곳곳에 무기 상인들이 판을 치지요. 두 분도 검을 다룰 줄 모르더라도 검 한자루 정도는 차고 다니시기를 권장합니다. 괜히 얕보였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하고 그가 가볍게 목례를 취했다. 우리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경비병의 말대로 우리는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마을에서도 긴장하고 있어야 하나...”


사람들은 모두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방 하나에 1실버. 식대는 별도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여관에서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여관 주인의 말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가방을 뒤졌다. 가방 안에서 짤랑거리는 건 전부 쿠퍼였다. 1쿠퍼 100개가 1실버였기 때문에 나는 10쿠퍼짜리와 1쿠퍼짜리로 1실버라는 금액을 맞추기 위해 꽤 애를 먹어야 했다.


촤르르르륵


곧 여관 계산대 위에서 오락실 동전교환기계에서 나는 소리가 났다.


“...실버 없소?”


“...미안합니다.”


아저씨는 고개를 설레 젓고는 쿠퍼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그 때 누군가가 여관 문을 열었다. 쾅!


“아저씨! 방 있어?”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은 이십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세 명이었다. 모두 허리에 큰 칼을 차고 있었다. 여관 주인 아저씨는 그들을 보자 질겁하는 표정으로 외쳤다.


“이놈들아! 방 없어!”


“이 아저씨가 뭐라는 거야? 여관에 똥파리만 날리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아. 우리 아무데나 들어간다?”


“방을 쓰려면 숙박비를 내놔! 방 하나당 1실버야!”


남자들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짐짓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허어, 이 아저씨가 안 되겠군. 지금 누구한테 돈을 달라는 거야? 우리는 이 냄새나는 변두리 마을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진짜 무사’들이라고. 우리가 이 마을을 지켜주는 덕분에 아저씨가 이 파리 날리는 여관에서 입에 풀칠이나 하고 있는 거 아냐?”


“헛소리! 마을은 제국 경비대가 지키고 있는 거잖아! 돈 안 낼 거면 나가! 당장 신고하기 전에!”


“신고?”


여관 주인의 호통에 가운데 서 있던 마른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신고라, 누구한테 신고할 생각이신가? 허수아비 같은 제국 경비대?”


남자는 이를 드러내더니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쥐었다.


“어디 아저씨 맘대로 해봐. 다만 뒷일은 책임 못져.”


명백한 협박조 말투에 아저씨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남자는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가자.”


그리고 세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단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던 예의 마른 남자가 갑자기 멈칫 하더니 뒤를 돌아서 내 쪽을 보았다.


“흐음...”


이상한 소리를 흘리며 남자는 나와 힌도를 관찰하듯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아,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난 너무 부끄러워...

가 아니라 이거 뭔가 불길한데. 저 날강도 같은 놈이 왜 나와 힌도를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지.


“왜 그래?”


계속해서 나와 힌도를 살펴보던 남자는 옆의 남자의 목소리에 그제야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아냐. 가자”


그리고 세 남자는 계단 위로 사라졌다. 으으, 갑자기 오한이 도는 것 같군. 왜 이렇게 불안하고 찜찜한 거지.


“후우... 당신들도 올라가시오. 빈 방 아무데나 들어가면 됩니다.”


아저씨는 비통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후상황을 보아하니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은 아닌 듯 했다.


“왜 신고하지 않는 거죠? 당장 그 경비대라는 사람들에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소. 제국 경비대는 어차피 저놈들 말대로 허수아비들일 뿐이오. 우리 마을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아저씨는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되먹은 마을이냐고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도 그저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의 일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올라가자 힌도.”


우리도 계단을 올라갔다. 얼른 침대에 몸을 뉘이고 싶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우리는 눈을 떴다. 어지간히 피곤하긴 피곤했는지 늦잠을 자고도 힌도는 피곤한 표정이었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얼른 짐을 챙겨서 여관을 나섰다.


“진로크, 오늘은 안 하는가?”


여관 문을 열고 나왔는데 힌도가 말을 건다.


“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자, 힌도의 눈이 반짝 빛났다.


“공연! 우리의 랩 공연 말이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노래를 들려줘야 하지 않겠나!”


...이 녀석, 재미 들렸구나.


“됐어. 오늘은 그만두자.”


“뭐? 어째서!”


“이 마을에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아.”


힌도는 울상을 지었지만 나는 단호하게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칼을 들고 다니는 곳에서의 공연이라니, 전혀 내키지 않는다.


“이봐 거기 둘, 잠깐 우리 좀 볼까?”


바로 그 때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한 마른 남자가 우리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하고 주춤거리는 사이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다가와서 우리의 양옆에 섰다. 우리는 순식간에 삼방으로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뭐,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우라질 시츄에이션이야! 여기는 마을 한복판인데!


“잠깐 따라오라고, 다치고 싶지 않으면”


옆에 서 있던 덩치 큰 남자1이 낮게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덩치 큰 남자 1 2 모두 허리춤에 찬 칼의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었고 마른 남자는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어제 여관에서 보았던 날강도 삼인방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자, 이쯤에서 얘기해볼까”


날강도 삼인방이 우리를 끌고 간 곳은 으슥한 골목길이었다. 저항해보려 해도 세 명 모두 칼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오크 자식 덩치 죽이는데? 힘 꽤나 쓰겠어.”


“상관없어. 어제 무기가 없는 걸 확인했다.”


마른 남자의 말이었다. 이런 제기랄, 그럼 어제 여관에서 우리를 빤히 쳐다본 이유가!


“그래? 맨손이라면야 상관없지. 큭큭큭”


“긴말할 필요 없다. 네놈들 여행자들이지? 가방 안에 든 것좀 볼까?”


이런 빌어먹을, 이 자식들 강도잖아!

마른 남자의 표정은 고등어를 산 채로 잡아먹은 듯한 비린내 그 자체였다. 정말로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얼굴이었으나 그들은 칼을 차고 있었고 우리는 맨손이었다. 덩치 큰 남자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자, 잠깐! 우리는 돈이 없어!”


“쿠크큭, 그건 우리가 직접 확인해주지. 얌전히 가방을 내놓으실까”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는 구라였다. 빌어먹을, 네놈들이 그 유명한 거리의 시인들이냐!

덩치 큰 남자의 손이 내 가방을 잡으려고 다가왔다. 잠깐, 이 가방 안에 뭐가 들어있더라?


“...!”


돈!

쿠퍼!

힌도와 내가 거리 공연으로 모은 피같은 돈!


가방 안에 든 것에 생각이 닿자 눈앞에 불똥이 튀겼다. 나는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가가각!


“악!”


다음 순간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붙잡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내 오른손이 커터칼을 세워 다가오는 남자의 손을 벤 것이다. 나도 모르게 취한 동작이었고 손을 베인 남자보다 더 놀란 것도 나였다.


“이 새끼가...!”


“아니 잠깐만!”


“이봐! 저 놈들이 무기를 숨기고 있었어!”


“니들 눈엔 이게 무기로 보이냐!”


“닥쳐! 죽여!”


챠앙! 하는 날카로운 소리. 세 남자가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으악! 상황이 악화됐어!


“힌도, 도망쳐...!”


“멈춰라!”


검을 뽑아든 세 남자가 흉흉한 기세로 우리들에게 달려들기 직전에, 어디선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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