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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님의 서재입니다.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9,623
추천수 :
423
글자수 :
62,544

작성
11.12.21 21:20
조회
755
추천
11
글자
6쪽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22

DUMMY

22






길 한가운데 대치한 두 남자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이 서로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칼로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우리 기준으로 왼쪽에 서 있는 남자는 힌도 정도는 아니었지만 덩치가 꽤 컸다. 구릿빛 피부에 짧은 갈색 머리,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전형적인 전사의 모습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남자가 등에 차고 있는 거대한 검이었는데 못해도 140 ~ 150 센치는 되어보이는 엄청난 길이였다.


오른쪽 남자는 그에 비해 덩치가 작고 몸도 그리 건장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장발과 그 사이로 날카롭게 번득이는 눈빛에서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남자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은 그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일본도 모양의 검이었다.


대여섯 발자국 남짓한 거리를 두고 있는 두 남자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일렁인다. 두 남자가 싸운다면 전형적인 힘과 속도의 대결이 될 듯했다. 만화책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칼부림 장면을 직접 보게 되다니!


“단칼에 썰어주마!”


그리고 고수 치고는 조금 저렴한 멘트와 함께 장발 남자가 먼저 손잡이를 쥐었다. 저건 발도술 자세!


“캇!”


그리고 마치 바람처럼 칼집에서 뿜어져 나온 매끄러운 검날이 눈부시게 빛나는ㅡ!


“캇! 캇!”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터컥, 터컥, 하고 뭔가가 걸리는 소리만 날 뿐.


“캇! 카-앗! 이, 이게 왜 안 뽑히지!”


“푸하하하하! 그것 봐라. 하도 안 쓰니까 녹슬어버린 모양이군.”


호탕하게 웃으며 덩치 큰 남자도 어깨 뒤로 손잡이를 잡았다. 이번에는 장발 머리와는 다르게 스르릉 하는 예리한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검이 뽑히는ㅡ


“윽, 이런 제길!”


것 같았으나 칼이 너무 길었는지 남자는 칼을 반쯤 뽑은 상태에서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캇! 캇!”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으으으, 제기랄! 많이 연습했는데!”


...대체 뭘 연습했다는 거지. 칼 뽑는 걸 연습했다는 건가. 덩치 큰 남자는 이제 허리를 숙여서 검을 뽑으려고 애쓰고 있었고 장발머리는 약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칼! 칼! 카-알! 이 안뽑혀!”


이 무슨 생각지도 못한 저렴한 연출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덩치 큰 남자는 이를 갈면서 검날을 손으로 잡아서 검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으악!”


결국 검은 뽑았으나 남자는 필연적으로 자기 검날에 손바닥을 베이고 말았다. 드디어 뽑힌 거대한 양손검은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졌고 남자는 손바닥을 붙잡고 펄쩍펄쩍 뛰었다.


“으아악! 피다 피!”


“칽! 칽!”


장발머리는 여전히 정체불명의 괴성을 내지르며 칼을 뽑는 데 여념이 없었다. 어쨌든 덩치 큰 남자가 겨우 진정하고 양손검을 잡은 순간 드디어 장발 남자의 검도 뽑혔다. 카앍!


“크흐흐흐... 네놈, 이걸 노렸구나.”


손바닥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덩치 큰 남자는 말했고,


“후후후, 멍청한 놈. 이게 바로 늦은 박자 발도술이라는 거다.”


장발머리는 기세등등하게 대답했... 아니, 웃기지마 이 자식들!


“어쨌든 간다!”


그리고 덩치 큰 남자가 먼저 움직였다. 뭐, 어찌됐든 이제부턴 진짜 칼부림이...!


“후읍!”


덩치 큰 남자는 하늘 위로 높게 검을 곧추세우고 달려갔다. 그 모습은 마치 자 지금부터 위에서 아래로 내려 칠거야 피해. 라고 미리 말해주는 듯한 허접함 그 자체...!


“건곤대나이이ㅡ! 허잇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기술명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기합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세운 검이 장발 남자를 향해 매우 정직하게 일자로 떨어졌다. 미리 피하라고 알려준 친절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장발 남자는 뒤로 펄쩍 뛰어서 피했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는 표정으로 외쳤다.


“과연 하늘과 땅을 뒤집는 수...!”


그냥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친 거잖아.


“이번에는 내 차례다! 필살검무! 요오잇!”


도저히 고수의 기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괴기합과 함께 과연 이번에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벨 테니 잘 막아야 해 라고 알려주는 듯한 친절한 자세로 장발머리가 검을 휘둘렀다. 이건 완전히 텔레폰 펀치, 아니 텔레폰 소드였다.

덩치 큰 남자는 양손검을 거꾸로 세워서 옆으로 날아오는 텔레폰 소드를 막아냈다.


헛쨔! 챙!


“검에 깃든 이 위력, 이것이 필살검무! 이번엔 내가 간다!”


이건 마치 턴제 롤플레잉 게임을 보는 것 같군. 사이좋게 너 한번 나 한번 요이호이...

마치 서로의 검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 서로를 상처 입힐까봐 두려워서 조심스럽게 검을 휘두르는 모양새였다.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두 사내가 드디어 검을 내렸다. 덩치 큰 남자가 경외감이 깃든 눈빛으로 말했다.


“내 거검 앞에서 이토록 오래 버틴 자는 네가 처음이다. 과연 대단하군.”


“너야말로. 나의 필살검을 받아낼 수 있는 자가 있었다니, 놀랍다.”


어떻게 저런 말도 안되는 구라들을!


“검으로 나는 우정은 피보다 진하다. 자네의 검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훗, 나 역시도. 이름은 묻지 않겠다. 아름다운 검이여.”


나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마구 오그라들었지만 두 사내는 전혀 개의치 않고 돌아섰다. 그리고 마치 신선놀음을 하는 듯이 개운히 웃으며 길을 가운데 두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갔다.

힌도와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상황에 그저 서로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볼 뿐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설정이지. 사실은 저 둘이 진짜 고수이고 힌도와 내가 우매하여 그들의 검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뭐 그런 설정인가...


답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고개를 젓고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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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3

  • 작성자
    Lv.5 THERICH
    작성일
    11.12.21 22:00
    No. 1

    악 ㅋㅋㅋ 연참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너무 웃겨요~~~ 하하하하하

    잘보고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낭만냥
    작성일
    11.12.21 22:06
    No. 2

    설마루...그런설정일리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셸a
    작성일
    11.12.21 23:22
    No. 3

    이건 뭐 ㅋㅋㅋㅋㅋ 감사히 보고 갑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평온
    작성일
    11.12.22 00:36
    No. 4

    아나.......순간 맨윗줄 보고 힌도는 거검의 사내에게 진로크는 장발남에게... 라고 검술 사사받음 딱이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그냥 열심히 힙합쁼을 살려 최고의 음유시인이 되길 바랄뿐;;^^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 베르니치
    작성일
    11.12.22 00:39
    No. 5

    건곤대나이, 필살검무. 너무나도 화려한 검술 잘 보고 갑니다.
    역시나 웃음포인트를 잘 잡으시는 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고래거북이
    작성일
    11.12.22 01:28
    No. 6

    건곤대나이, 필살검무의 웃음포인트 궁금해요..
    알면 더 재미있게 즐겼을텐데
    아시는 분 설명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티그리드
    작성일
    11.12.22 10:31
    No. 7

    존존님 케릭터들은 다 귀여운거 같아요. 그나저나 힌도도 은근이 철학적인 질문은 하는군요.

    ㅇㅂㅇ 똑똑한 오크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나로다케
    작성일
    11.12.22 10:39
    No. 8

    기술 이름 보다는 검이 안 뽑히는 허접한 광경이 웃음 포인트려나요?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벨레
    작성일
    11.12.22 22:36
    No. 9

    ㅋㅋㅋㅋㅋㅋㅋ 턴제형 롤플레잉 게임이라니 ㅋㅋㅋ 잘 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나지롱
    작성일
    11.12.23 00:43
    No. 10

    바람의나라 라는 게임에 나오는 기술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SbarH
    작성일
    11.12.23 01:53
    No. 11

    역시 바람이였나요 필검이랑 건곤으론 바람이라 확정하기 애매해서 다른기술마저 보고 판단하려했는데 두개뿐 ㅠㅜ
    웃음포인트는 칼뽑는장면인듯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러시
    작성일
    11.12.23 22:08
    No. 12

    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
    저 앞 부분을 안 읽어서 그러는데 제목이 왜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피카레스크
    작성일
    11.12.24 11:21
    No. 13

    잘읽고가요@존존님 넘재밋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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