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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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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9,626
추천수 :
423
글자수 :
62,544

작성
11.12.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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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20

DUMMY

20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더 가서야 우리는 드디어 소금 평원 남쪽 끝에 닿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하얀 땅과 갈색 땅의 경계에 서 있었다.


“자, 여기부터 용 제국이야. 남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길이 나와. 지리를 몰라도 길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돼. 제국이 다른 건 몰라도 도로 하나는 잘 만들어놨거든.”


우리 동행은 여기까지군. 쟌이 말했다. 힌도와 나는 원래 신발로 갈아 신고 쟌에게 소금 스케이트를 돌려주었다.


“참 바보 같지. 인간들은 말야.”


스케이트를 받아서 가방에 넣으면서 쟌은 중얼대듯이 말했다. 무슨 소리지? 인간이 바보 같다니?


“무슨 말이야?”


“도로 말이야. 세상 어느 종족도 그렇게 열을 써서 땅을 파내고 길을 내려고 하지 않는데 왜 인간들은 그렇게 길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걸까?”


어라, 그런가? 하긴 물론 길을 만드는 종족은 인간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나쁜 건가? 음...


“음... 길이 나 있으면 편하잖아?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그건 맞아. 분명히 편하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지. 그래서 우리도 가끔은 인간들이 만든 길을 이용하기도 해. 하지만 생각해봐. 길이라는 게 대체 뭐야? 정해진 길이잖아. 누군가의 지시 하에 정해진 위치로 정해진 방향으로 설치된 일종의 장치 아냐?”


“아...”


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았다. 그러니까 이것은 길이라는 인간의 문명에 대한 기능론 갈등론적인 접근과 해석인가. 문득 고등학교 사회 문화 시간이 생각났다.


“난 이렇게 생각해. 길이란 거, 그 자체가 행동의 제약이고 상상의 제한이라고.”


그렇게 되나? 그렇다면 인간은 상상력이 부족한 종족인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에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날 보며 쟌은 웃었다. 키키키


“키키키킥, 그렇게 어려운 표정 짓지 마. 음, 조금 쉽게 말하자면 말야. 그렇지. 저기 날아가는 새를 봐. 새는 어디를 날아?”


새. 새는 난다. 어디를 나냐고? 그야 당연히


“하늘”


스카이


“맞아. 새는 하늘을 날아. 얼마나 자유로워? 하지만 우리에게는 날개가 없어. 우리는 모두 땅의 죄수들이지. 하지만 날개를 상상하지 말라는 법은 없어. 위대한 상상은 놀라운 발명의 어머니니까.”


아주 짧고 희미한 한숨을 내뱉고, 쟌은 계속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인간들은 마치 상상하기를 포기한 것 같아. 하늘이라는 자유를 포기하고 땅이라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 같아. 그래서 그 현실에 더욱 더 집착, 아니 그것을 아예 지배하려고 해. 그래서 인간들은 미친 듯이 땅 위에 선을 긋고 흙을 파내면서 그것에 만족하지.”


지금 이 순간에도 말야. 쟌은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올렸다.


“우리는, 우리는 말이지.”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 시선을 따라갔다. 쟌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언젠가 하늘을 날 거야.”


하늘을 난다. 내가 살던 곳의 인간들도 하늘을 날았다. 그들은 쟌의 말대로 땅을 지배했고 이제 하늘을 지배하고 우주를 지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시대에 살다 왔기 때문에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힌도는 쟌의 말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늘을 난다고?”


“10년, 100년, 어쩌면 1000년이 걸릴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 고블린들의 상상력은 무한하지. 우리 고향 황금모루에서는 벌써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고 있어. 하지만 언젠가는 꼭 성공하고 말 거야. 인간들이 땅에 길을 내며 만족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언젠가 그 위를 날고 있을 거라고.”


인간은 과연 언제부터 하늘을 꿈꿨을까? 인간이 언제 최초로 하늘을 날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도 한가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쟌, 인간도 언젠가 하늘을 날 거야.”


이번에는 쟌이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쟌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쟌은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인간은 말이야. 만족을 모르거든.”


인간은 만족하지 않는다. 만족하지 못한다. 쟌의 눈에는 인간들이 땅을 파내 길을 만들며 만족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고블린들의 무기가 상상력이라면 인간의 무기는,


“욕심... 욕심이라는 거군. 과연, 그럴지도 모르지. 고블린의 상상력이 날개를 발명해낸다면 인간의 욕심은 하늘을 나는 배를 발명해낼지도. 누가 먼저일지는 모르지만 꽤 멋진 대결이 되겠는걸. 키키키키!”


쟌은 웃음을 멈추고 다시 나를 보았다.


“오랜만에 꽤 즐거운 대화였어 진로크. 더 함께 있고 싶지만 너희도 갈 길이 멀 테니 이쯤에서 헤어질까.”


음, 뭐 하나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데... 쟌이 가방을 뒤적거리자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됐어, 됐어. 스케이트 태워준 것만으로 충분해.”


사실 저 가방에서 폭탄이 나올까봐 두렵다.


“음, 그래도 너희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위험할 뻔 했는데. 뭐 하나라도...”


정말 괜찮아. 라고 말하려 했는데 옆에 있던 힌도가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우물거린다. 아니, 저 표정은 대체?


“...어, 저기, 그렇다면 말야...”


힌도의 말에 숀의 눈이 반짝거린다.


“덩치 큰 힌도!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어?”


힌도는 몸을 베베 꼬는 몹쓸 제스쳐를 취하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숀, 네가 아까 얼굴에 썼던, 그...”


내가 얼굴에 썼던 거? 숀은 잠시 고개를 갸웃 하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저건 분홍색 테 하트 모양 썬글라스!


“이거?”


“그, 그거! 혹시 그거...”


“마음에 들어?”


힌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줄까?”


이제 힌도는 눈을 꽉 감고 깜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취향은 둘째 치고 이거 정말 못 봐주겠는걸...


“좋아. 줄게.”


“우워어!”


하트 썬글라스를 받아든 힌도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고 나는 왠지 얼굴에 거북한 그림자 하나가 가라앉은 것만 같다.


“힌도 너...”


“캬캬캬캬! 친구만 선물을 줘서 샘나나본데, 그럼 진로크에게는 내 걸 주지!”


“아니 잠깐...”


“자아, 사양하지 말라고!”


그리고 어느새 내 오른손에는 벤이 억지로 쥐어준 노란색 테의 별 모양 썬글라스가 들려있었다. 이거 뭔가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최신식 디자인이니까 잘 간직하라고 친구들! 또 보자고!”


“어디서든 인기 폭발일거야! 꾸하하하!”


그리고 세 고블린은 스케이트를 타고 소금 평원 너머로 빠르게 멀어져갔다. 나는 말없이 힌도와 나의 썬글라스를 번갈아 보았다. 힌도가 갑자기 썬글라스를 자기 가슴팍으로 홱 가져갔다.


“요, 욕심내지마! 이건 내 거야!”


“웃기지마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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