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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님의 서재입니다.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9,619
추천수 :
423
글자수 :
62,544

작성
11.11.21 04:30
조회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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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6쪽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8

DUMMY

8




커튼 사이로 은은히 비치는 아침햇살의 따사로운 감촉에 잠에서 깨기는 개뿔이고 힌도가 부스럭거리며 짐을 싸는 소리에 놀라서 눈을 떴다. 부스스한 얼굴을 보아하니 이 녀석도 방금 일어난 듯하다. 나도 얼른 옷을 입었고 우리는 최대한 빨리 여관에서 빠져나왔다. 숙박비도 안낸 주제에 더 이상 주인 아저씨를 신경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을은 이미 잠에서 깨어 있다. 집집마다 창문이 활짝 열려있고 거리에는 일을 하러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흠,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화면을 보았다.


(서비스 안됨)


여전하구나. 젠장, 그래도 날짜는 확인할 수 있었다. 11월 21일 월요일, 8시 22분. 아, 학교 가는 날인데. 쿵푸 팬더를 닮은 우리 기사 아저씨가 스쿨버스를 몰고 어디선가 나타나서 나를 태우고 가줬으면 좋겠다는 얼빠진 생각을 했다.


“진로크,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인가?”


그러나 그런 생각에 아랑곳 않고 200 센치미터의 키와 뾰족한 송곳니라는 현실은 내게 말을 걸어온다.


“글쎄, 여기가 어딘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아아, 도대체 나에게 있어서 현실이란 무어란 말이냐. 스쿨버스에 안에서 앉아서 기절한 채로 학교로 향하는 내가 현실인 것이냐, 아니면 오크와 함께 어디로 갈지를 토론하는 지금 이 내가 현실인 것이냐. 도대체 내가 진로크의 꿈을 꾸는 것이냐, 아니면 진로크가 나의 꿈을 꾸는 것이냐. 도대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니 근데 그건 호접몽 아닌가?


“음 진로크, 나에겐 지도가 없다.”


바라지도 않았다. 이 오크 자식아.


“지도를 구하자. 돈이 없으니 사지는 못해도 잠깐 보여달라고 해서 대충 베끼기라도 하면 되니까.”


주머니에는 아직 펜이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보시게. 이 지도는 그냥 드릴테니 그 신기한 펜을 나에게 팔면 안되겠나?”


그렇게 해서 이곳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전혀 뜻밖의 이벤트가 발생했다. 크로키처럼 10초만에 후딱 지도를 베껴서 나가려고 했는데 잡화점 주인이 내 펜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거요?”


문득 오른손에 쥔 펜을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잉크를 일일이 찍어서 글을 쓰는 시대일 테니 당연히 신기하겠지.


“이, 이 펜은...아무에게나 팔 수 없는 겁니다.”


머리보다도 먼저 반응하는 나의 혓바닥. 임기응변에 특화된 이 무기는 이제 단순한 임기응변을 넘어서 전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이것은 무한의 잉크라는 마법이 걸린 일종의 아티펙트입니다.”


“무, 무한...? 마법... 아티펙트...?”


아저씨의 얼굴이 점점 신기함에서 경이로움으로 바뀌고 있다. 아아, 나도 몰라, 내 혓바닥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나도 몰라.


“이 펜은 아무리 써도 잉크가 마르지 않는 보물입니다. 어느 마법사가 남긴 물건이죠. 이 펜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고, 그는 나에게 이것을 남기고 잠들었습니다. 그런 물건을 아무에게나 팔 수는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얼른 베끼고 떠나겠습니다.”


감정에 복받친(척하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나는 짐짓 급하게 지도 베끼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더 급해진 건 예상대로 주인 아저씨 쪽이었다.


“자, 잠깐만! 삼 골드, 아니 오 골드 주겠어, 그걸 꼭 사고 싶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려 힌도에게 눈빛을 날렸다.

5 골드가 얼마야, 많은거야?

힌도는 눈빛, 이 아니라 멍청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나도 몰라...


이런 젠장, 도대체 네놈은 아는게 뭐냐. 어쩔 수 없다. 화폐의 가치를 모른다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섣불리 거래를 할 수는 없지.


“미안합니다. 내게 남겨진 그의 의지는 골드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칠 골드...!”


조건반사적으로 힌도에게 고개를 돌리려다 생각을 고쳐먹고 고개를 돌리던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털면 더 나올 수도 있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한번 더 고...!


“...미안합니다.”


“팔, 아니 십 골드 주겠네. 거기에 이 지도, 그리고 여기 이 최고급 가방까지! 아무리 그 마법사가 남긴 보물이 소중하다 해도, 자네는 여행자가 아닌가? 여행자가 가방도 없이, 아니 지도 한 장 살 돈도 없이 어떻게 여행을 한단 말인가? 부탁함세 젊은이. 그 펜을 나에게 팔아주게나!”


스톱. 아저씨의 태도나 말투 등 모든 것을 고려하여, 나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나는 마지못해하는(척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금방 돈을 가져오겠네!”


후닥닥 뒷문에 뛰어들어간 아저씨는 곧 번쩍거리는 큼지막한 금화 열 개를 가져왔다. 아마도 저게 1 골드인듯 하다. 돈과 지도를 건네받고, 그것들을 가방에 넣으면서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이 물건을 당신에게 팔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그 분의 마지막 의지를 소중히 다뤄주시기를...”


나름대로 훈훈한 마무리 멘트였으나 주인은 이미 황홀한 듯이 펜을 바라보느라 듣지도 않고 있었다. 가방을 메고 가게에서 나가려는데 등 뒤로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보게, 마지막으로 그 마법사의 이름을 알려줄 수 없겠나?”


문을 열고 나가려다 잠시 멈췄다.


“그 마법사의 이름은...”


문을 열었다. 끼익ㅡ


“모나미입니다.”


ㅡ 탁,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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