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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님의 서재입니다.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9,622
추천수 :
423
글자수 :
62,544

작성
11.12.03 00:31
조회
1,626
추천
23
글자
6쪽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14

DUMMY

14





하얀 반도에서 가장 남쪽. 반도에서 대륙으로 나가는 여행자들이 소금 평원을 밟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치게 되는 작은 마을 밀. 나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고, 지금은 어머니 빵 가게 일을 도우며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소년이다.


“조셉, 이리 와봐! 광장에 굉장한 게 있어!”


간간이 여행자들이 지나쳐가기는 하지만 대게 조용하고 한적한 우리 마을. 그런데 오늘은 무언가 소란스러운 모양이다. 안나가 저렇게 호들갑을 떨며 달려올 정도면.


“대체 무슨 일인데, 나 빵 나르는 거 안보여?”


“바드들이야, 방랑 바드들이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


“뭐야아? 겨우 그런 걸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이야?”


15년 동안 이 마을에 살면서 이곳을 지나쳐가는 방랑 음유시인들은 많이 봐왔다. 그들은 대게 광장 중앙에서 만돌린이나 하프 같은 걸 연주하며 조용하고 잔잔히 노래를 부르고 떠나는 사람들이다.

우리 마을에서 그런 음유시인들의 모습은 그렇게 신기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데.


“그게 아니라니까, 보통 바드들이 아니야!”


“어, 어어?”


빨리 와보라니까 하며 안나의 손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얼떨결에 안나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대체 뭐가 특별하기에 이러는 걸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확실히 특별한 게 있었다. 오크 바드라니, 오크가 노래를 부르다니.

게다가 부르는 노래도, 부르는 음색도 뭔가 달라.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는 달라.


우워~ 또다시 홀로 살아가긴~


그건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톤의 목소리. 그래 비유하자면,


음머어어어ㅡ


...소가 우는 소리 같달까?


“나홀로 한강을 달리던 나홀로 밥을 차리던 그때로 돌아가-”


게다가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유일하게 하얀 신발이 눈에 띄는 저 남자.


“어두운 밤이건 또 낮이건...”


어떻게,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말할 수가 있는 걸까?

게다가 단순히 빠르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뭐랄까, 일정한 박자랄까, 리듬감이랄까 하는 것이 느껴져서 듣는 것만으로 몸이 덩달아 들썩거리게 만드는 정말 특별한 노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래가 끝났을 때, 나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하나같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굉장해, 정말 굉장하다 저 바드들!

그런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갑자기 이상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손가락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든 양손을 각각 배와 머리 앞에 대고, 한쪽 다리는 들어서... 아니 저 자세는...?


아아,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그것은 바로,


쿠퍼!


너무나 명확히 전해져오는 의지. 1쿠퍼만!


일견 우스꽝스러운 자세일수도 있다. 그러나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무도 웃지 못했다.

한가지, 오직 한가지의 목적을 위해 온 몸을 이용한 강렬한 데몬스트레이션, 그것은 이미 전위예술 그 이상의 감동!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를 한얼굴 한얼굴 바라보던 전위예술가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연다.





살으리 살으리렷다

더브러 나누메 살으리렷다

쿠퍼든 실버든 골드든

나누메 나누메 나누메

한결같이 한량없이 감사하며

살으리 살으리렷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눈물나게 감동적인 노래였다.

전위예술가가 자세를 풀었을 때 이미 마을 사람들은 그의 앞에 쿠퍼를 던지고 있었다. 10쿠퍼짜리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얼른 주머니를 뒤졌는데 동전이 없다. 아아, 나도 주고 싶은데, 1쿠퍼라도 주고 싶은데 동전이 한 개도 없다.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전위예술가와 눈이 마주쳤... 아, 아니?


“커헉...”


전위예술가는 나를 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틀림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못 박힌 것처럼 내게 고정되어있는 그 시선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화, 화난 건가? 나만 쿠퍼를 안줘서 화난 건가?


전위예술가가 갑자기 내 쪽으로 걸어온다. 성큼성큼 걸어온다. 화난 거야. 나만 돈을 안 줘서 화난 거야. 그가 내 바로 앞까지 오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제발 때리지만 말아요!


“...꼬마야, 이거...”


“에...?”


의외로 부드러운 목소리에 살짝 눈을 떴는데, 그는 내가 아니라 내 바구니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바구니 안에 담겨있는 빵.


“이거 두 개만 먹어도 되니...? 형이 삼일동안 아무것도 못먹었거든...”


돈...줄까? 라며 매우 불쌍한 표정으로 가방을 뒤적대는 그 모습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요! 드세요! 드시고 싶은 만큼 드세요!”


잽싸게 바구니를 내밀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빵 하나로 이런 얼굴이 될 수도 있다니,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두 개만 먹을게 고마워 라고 말하며 남자는 호밀빵 두 개를 집어들었다.


“형이 지금은 돈이 많이 없지만... 이거라도 줄게.”


그리고 종이 한 장을 꺼내서 내밀었다. 이게 뭐지?


“머잖아 무척 가치있는 물건이 될 거란다. 아무에게나 주는 거 아니니까 소중히 간직하렴.”


그럼 안녕. 하며 그가 뒤돌아섰다. 어느새 바닥에 쿠퍼를 깨끗이 쓸어 담은 오크도 그 옆에 따라붙었다. 빠른 걸음으로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손에 든 종이를 보았다.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xx년 xx월 xx일

크쌍, 밀을 지나치다.

(진짜 자필임!)


“......”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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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6 +6 11.11.15 1,960 1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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