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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님의 서재입니다.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9,624
추천수 :
423
글자수 :
62,544

작성
11.12.06 03:14
조회
1,406
추천
23
글자
6쪽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15

DUMMY

15. 소금 평원 EP 1





“이거 굉장한데...”


소금 평원이 왜 소금 사막이라고도 불리는지 알 것 같다. 모래바람만 휘날리지 않을 뿐, 이곳은 사막이나 다름없다. 모래 대신 소금으로 뒤덮인 사막. 하늘과 땅의 만남이 보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하얀 땅. 우리는 그 안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파삭.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시야를 막는 어떤 것도 없는 이 새하얀 트임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겠다고?


“헉, 헉...힌도, 같이 가...”


정답은 개풀 뜯어먹는 소리였다. 나의 현실에 여행의 낭만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시야를 막는 어떤 것도 없는 이 새하얀 트임은 여덟 시간 째 반복재생해서 보다 보니 이제 질리다 못해 머릿속이 새하얗게 트일 지경이다.


“힘내라. 진로크”


근데 왜 힌도는 별로 안 힘들어 보이는 걸까. 맞아도 안 아픈 거랑 걸어도 안 지치는 게 오크 종족 특성인가? 아닌데, 오크 종특은 분명 스턴저항...


“크악!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아무래도 난 미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잡생각만도 못한 생각을


“모, 목말라...”


여덟 시간 동안 물을 한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군대 있을 때의 행군보다 더 열악한 조건인 것은 바로 물을 챙겨올 생각을 하지 못한 우리의 멍청함 때문이었다. 잊고 있던 갈증이 몰려오고, 안 그래도 힘든데 혼자 부와악까지 해버리니 시야가 핑핑 돈다. 원래 새하얗던 세상이 더 새하얘지는 듯한... 어?


어라?


“진로크...?”


땅이 왜...


“진로크...!”


일어서는 거지...?


“진로크!”


이해가 잘 안되네...


철푸덕. 나를 향해 일어난 땅이 머리부터 내게 키스를 해왔다. 땅과의 첫 키스는


“진로크, 정신 차려라!”


짜다.


“아아...”


감겨가는 두 눈 사이로 매우 당황한 힌도의 얼굴이 보이고, 희미해져가는 정신으로 그제서야 이해했다.


땅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캬캬캬캬!


...꾸하하핫!


그게 정말이야? 캬캬캬캬캬


죽었나...? 나는 죽었나?


꾸하하하하, 재밌어 재밌어.


그럼 이 이상한 웃음소리는 악마의 웃음소린가. 천사 아니면 악마일텐데. 천사의 웃음소리는 아닌거 같은데. 그럼 악마인데. 악마면 지옥인데. 지옥은 싫은데.


역시 인간들은 재밌다니까, 뀨하하하! 난 오크인데... 어찌됐든 말야 캬캬캬캬


그러나 이상한 목소리들 사이에는 힌도의 목소리도 있었다. 소 울음소리 같아서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그 목소리가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크캬캬캬, 당신들 정말 바보네. 진짜로 소금 평원을 걸어서 지나가려고 하는 바보가 있다니.”


“바보, 그러게, 바보! 꾸하하핫! 어라, 이 친구 눈 떴는데?”


지옥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용기를 내어 눈을 떴는데 또 신기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털가죽 망토를 벗고 쪼그려 앉아 있는 힌도. (맞는 의자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힌도처럼 녹색 피부를 가진 작은... 사람? 아니 아닌데. 이 녀석들은 또 뭐지? 힌도 동생들인가?


“진로크, 정신이 들었나!”


벌떡 일어나서 달려온 힌도가 내 어깨를 덥썩 잡았다. 아아, 나도 눈물 나게 반갑긴 한데, 제발 그 거대한 손아귀로 날 흔들지는 마. 영혼이 흩날리는 것 같단 말야.


“알겠나! 내가 누군지 알겠나!”


“힌도잖아... 머리 아프니까 제발 그만 흔들어...”


엇, 미안하다. 힌도는 얼른 내 어깨를 놔주었다. 그러고도 걱정이 되는지 내 상태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자식, 너도 그새 정들었나 보구나.


“캬캬캬캬 덩치 큰 인간이 깨어나서 다행이구만. 당신보다 더 덩치 큰 오크 친구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그제야 다시 그 이상한 소인들을 보았다. 두 명이었고 둘 다 힌도의 반 정도 되어보이는 키에 녹색 피부, 코는 뾰족하고 눈은 쪽 째진 것이 꼭 족제비를 연상시킨다.


“진로크. 이 고블린들이 우리를 도와주었다. 쓰러진 너를 옮겨주고 물도 줬다. 이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위험할 뻔 했다.”


...오크에 이어서 고블린인가. 이것 참 뭐랄까 다시 보는 반지의 제왕 같군. 아니 반지의 제왕 뿐 아니라 보통 판타지 하면 엘프나 드워프가 착한놈이고 오크나 고블린은 주로 나쁜놈 아니었나. 동네북, 경험치 제공자, 레벨업의 제물...

일반적인 생각, 아니 편견이 뒤집히는 것 같다. 어쨌든 힌도의 말대로라면 우리를 도와준 은인이다. 감사하다는 말은 해야지.


“저기, 정말 고마...”


“아아아아, 됐어 됐어. 감사는 친구한테나 해. 쓰러진 당신을 업고 몇 시간이나 걸었는지 모르겠더군. 오크가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건 처음 봤다니까?”


“표정도 가관이었어! 꾸하하하하!”


진짜로 감동받아서, 진짜로 감동받은 얼굴로 힌도를 보았다. 힌도는 괜히 내 시선을 외면하지만.


“자아 친구들. 통성명이나 하는 게 어때? 나는 벤이라고 해. 여기 이 친구는 숀이고. 지금은 없지만 쟌이라는 친구가 한명 더 올 거야. 그쪽은?”


설마 이름이 인간과 오크는 아니겠지? 꾸하하하 하며 숀이라는 고블린이 덧붙였다. 당연히 인간과 오크는 우리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소개를 했다.


“나는 진로크, 그리고 얘는 힌도라고 불러.”


“캬캬캬. 진로크와 힌도. 만나서 반갑군.”


“힌도크. 두 개를 합치면 힌도크야. 반가워 힌도크! 꾸하하하”


힌도크라, 왠지 오천크스가 생각나는군. 나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이글루같이 생긴 형태의 집이었고, 창 밖을 바라보니 여전히 바닥은 새하얗다. 아직도 소금 평원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여기서 사는 거야?”


내 질문에 숀과 벤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숀이 대답했다.


“우리는 말이야, 전쟁을 하고 있어.”


에, 전쟁이라니? 잘못 들은 건가. 세명이서?


“뭐, 뭘 하고 있다고?”


이번에는 벤이 대답한다. 기술...


“기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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