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10
10
이미 다리에 힘이 빠지고
침이 마르고 뛰지 못하고
얻어맞는 기계가 돼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은 시간만 세
난 마치 날갤 다친 날지 못하는 새
그렇게 오랜시간 내 몸과 정신은
얻어맞고 달궈진 쇠
더 이상 밑바닥은 없어
더 이상 밑바닥은 없어...
리쌍 (Feat. Double K, Dynamic Duo, Sean2slow) - 투혼 中
“와우, 이거 골드잖아!”
“대체 이게 몇 개냐, 이제 우린 부자다!”
이계를 뽕빨내는 차원이동 판타지물 내지는 이계에서 깽판치는 차원이동 판타지물의 주인공에서 순식간에 목숨만 건진 금화셔틀1 로 전락한 나는 내 가방을 뒤져서 금화를 꺼내는 강도들의 모습을 그저 조용히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
눈물이 날 것 같다.
몽둥이로 찜질을 당한 온몸이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다.
10 골드... 천만원? 그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서럽다.
서러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왜 나에게 닥치는 현실은 항상 이렇게 현실적이어야 하는지, 어느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어서
“...씨발...”
아프다. 나에게 현실은 항상 이렇다.
“...씨발, 좆같아서...”
크흑, 쪽팔리게 눈물이 난다.
“좆같아서 진짜...”
바바리안은 없었다. 17 대 1의 전설도 없었다. 휠윈드도, 리프어택도, 워크라이도, 하다못해 배쉬도 없었다. 그저 내 옆에서 나처럼 조용히 누워서 숨만 쉬고 있는 오크만이 있을 뿐. 시궁창 같은 현실만이 있을 뿐.
“야, 이 새끼 우는데?”
“뭐야, 사내새끼가 털렸다고 질질 짜기냐?”
내 덕분에, 아니 모나미라는 마법사 덕분에 부자가 된 목숨만 살려주는 강도단이 킬킬거리며 웃어댄다. 날 비웃는 소리겠지.
“얌마 기운내! 살다보면 털리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임마!”
“그래그래, 딴 놈들한테 걸렸으면 목숨도 못 건졌어. 우리니까 살려주는 거라고?”
또다시 와하하하ㅡ! 하는 웃음 소리와, 그리고 그 소리에 뒤섞여 간간이 그럼그럼 목숨이 제일 소중한거 아니겠어? 그렇지 그렇지 암암. 하는 소리도 들린다. 이 개 같은 녀석들에게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나는 간신히 힘을 짜내서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조, 조...
“...까...”
“으응? 뭐라고?”
“좆까...”
“이봐, 이새끼가 뭐라고 하는데?”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치며 몇 놈이 다가온다.
“...아니...아무 말도 안했어...미안”
아주 일순간의 저항과 그보다 더 순식간의 타협. 정말 지독하다. 현실이란 놈.
“그래 좋아. 아무튼 우리는 이 골드로 재미좀 볼테니까 니들도 얼른 기운차리고 가던 길 가라고!”
병 주고 약 준다고 했던가. 몽둥이로 두들겨 눕히고 나서는 힘내! 라며 격려까지 해주고 떠나는 친절강도단이었지만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두목으로 보이는 자의 발목을 덥썩 붙잡았다.
“뭐야, 아직도 포기 못했냐?”
더 맞아볼래? 하며 그가 몽둥이를 탁탁 친다.
“...가방은...주고 가...”
“뭬야? 이새끼가 목숨 건졌으면 됐지 무슨 가방 타령이야?”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만들어주신거야...”
이 와중에도 나는 최후의 구라를 쥐어짜냈고,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거라는데?”
“할아버지 유품? 그럼 돌려줘야지!”
강도들은 곧바로 내 가방을 돌려주고 떠났다. 정말이지 눈물나게 친절한 강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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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낙심하지 마라 진로크. 가방이랑 지도도 돌려받았잖나.”
넌 정말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냐. 나는 날카롭게 힌도를 째려봤다.
“미, 미안...”
내 눈빛에 화들짝 고개를 돌리는 힌도. 그래, 애초에 이 녀석이 아니었으면 몽둥이 세례를 당하지 않고 돈만 뺏길 수도 있었는데. 그보다 더 화나는 건 나보다 더 굴러다니면서 얻어터진 이놈이 막상 보니 별로 아픈 곳도 없이 멀쩡하다는 거다. 젠장, 오크면 다냐? 오크면 맞아도 안 아픈 거냐?
“후우...”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잃는 법이라고.
물론 그 말에 담긴 의도는 쉽게 번 돈은 쉽게 ‘털린다’는 것이 아니라 쉽게 ‘쓴다’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 상황의 나에게는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와닿는 말이었다.
쉽게 번 돈, 쉽게 잃고 말았구나.
“후우...”
옆에서 듣는 사람마저 축쳐지게 만드는 한숨소리 2연발 발사. 내 한숨소리에 힌도가 고개를 젓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뒤적거렸다.
“진로크, 이거”
“음? 어헉!”
아니 이건 무슨 반전인가.
힌도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골드였다.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힌 나머지 나는 대체 어디서 난거야 라고, 말 대신 휘둥그레진 눈으로 질문했다.
“아까 그 자들이 소란스러울 때 하나 슬쩍했다. 진로크, 네가 이 빛나는 것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힌도, 네가 아주 쓸모가 없는 녀석은 아니었구나. 나는 감동받은 얼굴로 힌도를 보았다. 소중하지,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고 말고.
10골드보다도 더 소중한 마지막 1골드를 받아들고, 나는 마음 속으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1골드라도 남겨주셔서...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항상 웃음을 드리고 싶은 작가 존존입니다.
드디어 카테고리가 생겼습니다.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는 처음으로 저만의 카테고리에 글을 올리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무의미하고 권태롭고 심심하기 짝이 없는 삶이었는데 이 소설을 쓰면서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몇안되는 조회수, 그보다도 몇안되는 댓글, 그보다도 몇안되는 추천 이것들이 저를 무척 기쁘고 설레게 했습니다. 제 삶을 의미있게 해주었고 저를 가치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제 글로 독자 여러분이 잠시잠깐이나마 웃음 짓고 가신다면 작가로서 무한한 영광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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