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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님의 서재입니다.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9,629
추천수 :
423
글자수 :
62,544

작성
11.11.11 17:36
조회
2,543
추천
18
글자
5쪽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3

DUMMY

3




덩치 큰 힌도의 뒷모습을 따라 걸으면서 문득 느낀 건 이 전개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라는 내 질문에 힌도는 마을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 서슴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에서야 나는 이방인, 그리고 힌도는 이 이상한 곳의 원주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녀석이라면 기본적인 지리 정보 정도는 갖추고 있겠지. 나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이봐 힌도, 여기서 마을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음...?”


덩치큰 힌도가 잠시 멈춰서더니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힌도의 표정이...


“에, 설마...”


저 표정은 어디서 많이 보던 표정인데... 그러니까 옛날에 호프집에서 같이 일하던 멍청한 녀석이 자주 짓던 표정이다. 그러니까 저 표정의 의미는...


“그걸 왜... 나한테 묻지?”


“......”


그러니까, 너도 몰랐다는 거냐.


“아니, 그러니까, 네가 마을로 가자고 했으니까...”


“물론 그랬지.”


네 표정은 너무나 태연하고도 의연하구나. 이 멍청한 오크 자식


“난 네가 길을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길, 길이라!”


힌도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다시 나를 내려보았다.


“나약한 말을 하는구나, 줄구룹의 진로크. 우리는 문명에 타락하지 않은 전사, 개척되지 않은 황야를 달리는 거친 남자들이 아닌가. 우리에게 길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가 지나는 곳이 곧 길이 아닌가!”


이 못생긴 녀석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문명에 타락할 대로 타락한 나로서는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옆에서 듣는 사람마저 축 쳐지게 만드는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었다. 젠장 너무 추워.


“...가자”


---------------------------------------------------


대체 얼마나 걸었을까


“며칠이나 걸었을까 늦가을 쓸쓸한 거리처럼, 물가에 홀로 앉은 낚시꾼처럼, 외로움과 기다림에 지친 난 끝없는 줄담배에 기침을 하며 미/ 친듯이 추/억 속으로 빨려들어가”


군대에서 허구한날 하던것이 행군인데, 전역한지 채 일년도 안됐는데 걷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니, 난 미친 사람처럼 랩을 중얼거리며 걸었다. 내 랩은 몸이 지칠수록 Feel은 더 충만해지니까.


“애교 섞/ 인 목소리에 꺾/ 인 나뭇가지처럼 쓰러져. 그녀의 품에 안기고 달콤한 꿈에 부풀어 영원히 나를 붙들어/ 매라며 농담을 하고”


Feel 받는다. 괜히 헤어진 전 여자친구 생각이 난다.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언제나 둘이기에 항상 즐거운 분위기에 우린 항상 행복해/ 했었지/ 그랬었지 하지만 이젠 그녀는 내곁에 없지.”


난 또 외로움에 밤길을 걷/지. 오른팔을 퉁기며 멋지게 랩을 마무리했는데, 어느새 내 옆에서 걷고 있는 힌도가 둥그래진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진로크”


왜? 라고 눈으로 대답하며 힌도를 보았다. 힌도는 큰 두 손으로 덥썩 내 오른손을 잡았다.


“멋지군...!”


“뭐, 뭐라고?”


“정말 멋지다. 진로크, 나의 고향인 저 북방에서도 나는 수많은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들어왔지만, 이렇게 멋진 노래는 처음이다!”


“내, 내 랩이?”


지금 내 랩이, 인정받은건가? 아니 물론 그렇게 모자란 실력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의 실력은 아닌데...?


“그걸 랩이라고 하는가?”


랭, 램, 랩, 랩 음 이상한 어감이군. 하고 중얼대더니 힌도가 다시 나를 봤다.


“나도 그걸 배울 수 없을까, 자네 정도는 안되겠지만 흉내라도 내보고 싶군.”


“그렇게...마음에 들어?”


“그래, 네 노래에는 혼이 깃들어있다. 이 세상 어떤 음유시인도 이런 노래를 따라할 수는 없을거다!”


진지한 얼굴로 비행기를 태우다 못해 우주선에 태워서 날려버리려는 듯이 호들갑을 떤다. 하긴, 이곳에서는 랩이라는 종류의 노래가 없었을테니 파격적일 만도 하지. 하지만 내가 기본적인 실력이 되니까 이 정도 반응이 나오는 거겠지? 조금은 우쭐해져도 될까. 후후 아니 그보다도 이 상황을 조금 이용해야겠군.


“흐음! 좋아. 하지만 아무나 배울 수 있는건 아니고, 네 적성부터 알아봐야지. 그러려면 우선 마을을 찾는게 먼저겠지. 이런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오오-! 하더니 힌도가 열성적으로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다행히 조금은 수월하게 마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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