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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존 님의 서재입니다.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존존
작품등록일 :
2011.12.30 16:53
최근연재일 :
2011.12.30 16:53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9,625
추천수 :
423
글자수 :
62,544

작성
11.12.01 00:24
조회
1,543
추천
19
글자
6쪽

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12

DUMMY

12




Oh 내가 웃고 있나요

모두 거짓이겠죠

날 보는 이들의 눈빛 속에는

슬픔이 젖어있는데ㅡ


“뭐지? 바드들인가?”


“오크다. 오크가 노래를 부른다!”


그렇다. 오크가 노래를 부른다! 이것만으로 이미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힌도의 소 울음소리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후에,


“무대/ 위에 서면 우린 때론 정/반대, 내가 관객이 돼 사람들의 얼굴에 상상의 그림을 그려 물감을 뿌려. 저 불타는 이십대의 청춘은 내일이면 이 사회의 첫 줄을 이력서 쓰며 인생을 시험보고 저 순진한 사랑의 초보 애인있는 남자와 눈맞어 사랑에 빠져 슬픔을 기다리네.”


“뭐지, 이런 건 처음 듣는데!”


“빠르다!”


“뭔가 굉장한데!”


그렇다. 그 후에는 폭풍랩으로 몰아친다!

반주도 비트박스도 마이크도 없다.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랩이라는 장르를 처음 겪어보는 이 우매한 원숭이들에게 컬쳐 쇼크를 주기에는 충분하다!


“너와 나 모두 왕의 옷을 입어도 신하가 돼버리는 현실에 혼신의 힘을 다해 헌신해. 오늘 술 한잔하면 내일은 물 한잔으로 버텨야 하지만 일단은 오늘 또 마시네. 아픔이 싹// 가시네.”


그렇다. 현실이든 판타지 세계든, 어디든 간에 상관없다. 삶의 애환을 담은 가사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먹혀드는 법이다.


세상을 넘어 시간을 멈추고

세상을 넘어 신나게 춤을 춰봐

세상을 넘어 모두가 같은 높이에서

그래 그렇게ㅡ

우워어~


됐어, 성공이다...!


이 짧은 가사를 힌도에게 암기시키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서도 최후 리허설 때 조금 버벅거려서 솔직히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멋지게 자기 파트를 소화해내다니, 감동받았다. 힌도!

그러나, 감동받은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


노래가 끝나고 아주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우와아아아ㅡ!


그리고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호성! 관객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오크 가수, 그리고 처음 듣는 랩이라는 장르의 노래!


“대단하다, 저 검은 옷 입은 남자, 어떻게 저런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오크도 굉장해, 마치 소가 우는 소리 같았어!”


“난 오크가 노래 부르는거 처음 봤다!”


“멋지다!”


다시 한번 우와와와 하고 환호성이 들렸다. 그 환호성 사이로 꺄악오빠너무멋져요사인좀해주세요 라는 소리가 들리는 건 개뿔 물론 내 희망사항이고, 아무튼 우리의 첫 공연을 본 30여명의 사람들은 그렇게 진짜 감동받은 얼굴로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Yeah~"


그야말로 핫 데뷔! 썬글라스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튼 나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양손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며 Yeah를 날렸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스타일!


“나는 가수다 우워어어어!”


자신이 해냈다는 사실에 한껏 들뜬 힌도도 내 손 모양을 따라하며 카우 크라잉을 날린다. 그 모습에 다시 환호성이 쏟아지고, 그 환호성은 일제히 같은 소리로 겹쳐지기 시작한다.


한곡 더, 한곡 더, 한곡 더...!


왔구나!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손 모양을 바꿨다. 호흡을 경건히 하고, 오른발을 들어올려서...

사람들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뭐지? 뭐 하는 거야?


큭큭큭 이 우매한 원숭이들아. 그래 좋다 이거야. 노래야 열 번 백 번이라도 더 들려줄 수 있지. 그러나


“저, 저 자세는!”


엄지와 중지를 맞춰서 동그란 모양을 만든다. 그리하여 오른손은 아래를 향하게 하여 단전丹田 앞에, 그리고 왼손은 위를 향하게 하여 미간眉間 앞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오른발을 들어 왼쪽 무릎 앞에 위치시킨 이 경건한 자세는 바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 아니라,


이름 하여 천지 상하 쿠퍼의 자세!

天地 上下


너무나 진지한 눈빛으로, 입술은 꽉 다문 채 오로지 몸만을 이용하여 1쿠퍼만 이라는 의지를 표현해내는 나의 그 모습은 전위예술 못지않은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들을 훑어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주는 사람이건

받는 사람이건

실버면은 어찌 아니 좋겠소.

골드면은 또 어찌 아니 행복하겠소.

그러나 더불어 힘든 인생살이

어찌 마음처럼 나누겠소.

쿠퍼만 던지고 가는 그 마음만이라도

골드처럼 여기며 살고지고.



천지 상하 쿠퍼의 자세를 풀었다. 내 앞에 모인 사람들의 그 얼굴에는 이미 감동의 파도가 물결치고, 그 손에는 이미 동그랗고 누런 금속이 들려 있다.

발 앞으로 쿠퍼가 날아든다. 하나, 둘, 셋, 넷... 셀 수도 없이 사방에서 날아든다.


나는 웃었다.


작가의말

리쌍의 광대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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