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가 판타지에서 살아남는 방법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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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진욱.
내 나이 올해로 스물넷. 군대갔다오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벌써 이십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구나.
“후우...”
옆에서 듣는 사람마저 축 쳐지게 만드는 한숨소리가 나의 주특기다.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로 이 스킬은 더욱 강력해졌다. 사지 멀쩡한 대한민국 청년, 이긴 한데 아직도 젊은 날에 뭐하나 이뤄낸 것 없이 시간만 잡아먹는... 이런 나는 하루하루 똥을 만드는 기계일 뿐인가.
“Yo, 나도 사람/ 답게 살고 싶/ 은데 저 울타리 밖에 사랑 하나 만들어 아주 가깝게 지내고 싶은데 난 항상 어둠과 손을 맞/ 잡/ 네”
내 직업은 대학생이다. 대학생인데, 학교는 일주일에 삼일밖에 안 나가고 딴 날은 집 근처 롯x마트에서 일한다. 하루하루 좆빠지는 아르바이트인생, 대학교 남은 2년이라는 시간. 졸업하면 나는 스물여섯이 되겠지. 그리고 곧 서른이 되겠지. 아아...
“마치 막/ 장에 갇혀버린 듯해. 해가 떠도 낮/ 잠에 취한 세/ 상은 드르렁 코를 고네. 내가 갈 곳은 대체 어딘가, 아무도 없는 쓸쓸함 가득한 저 거리인가”
아무도 없는 음료주류 창고 한구석에서 혼자 랩을 지껄이는 게 내 취미다.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취미는 랩, 이라고는 말하지만 특기가 랩 이라고는 말하지 못하는, 어릴 적 언젠가는 음반을 내는 게 꿈이었던, 주목받지 못하는 고독한 래퍼. 그게 바로 나다.
누 구 를 위 한 삶 인 가 ㅡ
왼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황x민 씨의 걸걸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내가 가장 즐겨듣는 이 노래, 그래 내 인생과 어딘가 많이 닮아있는 이 노래!
달 려 가 보 아 도 ㅡ Ye Ye Ye Ye Ye ~ ~ ~
"Ye Ye Ye Ye Ye ~ ~ ~ 우 워~~ㅇㅝㅇㅝ”
“시끄러 이새끼야 매장 텅 비었는데 창고에 짱박혀서 뭐하는거야 여기가 노래방이냐?”
씨팔 음악에 심취해서 예 예 예를 외치고 있던 나를 현실세계로 끌어내는 담당의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차리고 노래를 껐다.
“어우, 쫌 아까 풀로 채웠는데 벌써 비었어요?”
“지랄하네 냉장고 뻥 뚫렸으니까 빨리 가서 매장 봐.”
움직이기 싫어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매장으로 향한다. 맥주 가지러 가야지 하는데 뒤에서 다시 담당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이새끼야 음료박스 위에 앉지 말랬잖아 또 찌그러졌잖아 !”
나는 뒤돌아선채 ㅋㅋㅋ하는 표정으로 매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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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발 집에 가야지 힘들었다.”
몸에 성한구석이없네 하고 투덜대며 나는 지게차 배터리를 충전시키려고 내렸다. 일 끝나면 11시. 집에 가기 전에 지게차 배터리 충전 코드 꼽아놓기. 이게 내 일과다. 충전관 코드를 뽑으려는데 오늘따라 잘 안빠진다.
“이거 왜이렇게 안빠져 어떤 새끼가 이따위로 꼽았어?”
하고 투덜대며 손에 힘을 주었는데 파지직 하는 상당히 불안한 효과음이 들렸다. 파지직 이라고 하면 전기 통하는 소리가 분명한데, 그걸 들었으면 당장 손을 떼야 하는데, 난 병신같이 어 하고 입벌린채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고보니 아까 화장실에서 손씻고 왔는데 그 물기도 그대로 묻어있네. 이게 무슨 밑도끝도 없는 시츄에이션...
으악 파지지지지지지직
마지막으로 그런 소리를 듣고, 정말 밑도끝도 없이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작가의말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소설 쓰고 싶습니다. 여러분 많이 지적해주시고 도와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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